김세균 - <자본>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자본]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김세균 (서울대, 정치학)
1. 자본의 성립
자본의 원저명은 [자본, 정치경제학비판]《Das Kapital, Kritik der politischen Oeconomie》 이다. 자본주의적 사회의 경제적 과정 및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 대한 내재적 비판의 서로서 맑스주의의 자본주의비판의 가장 중요한 저서에 속한다.
그러나 맑스 자신의 손으로 간행된 것은 제1권(1867)뿐이며, 그의 사후 F. 엥겔스에 의해 유고가 정리되어 1885년에 제2권, 1894년에 제3권이 출간되었다. 현재 [자본]으로 불리는 것은 이상의 3권이다. 제4권에 해당하는 부분은 1905∼1910년 K.J. 카우츠키가 편집하여 [잉여가치학설사 Theorien ber den Mehrwert]로 간행되었고, 1956∼1962년 소련·동독의 맑스-레닌주의연구소에 의해 [자본]의 속편을 이루는 것이라 하여 새로이 편집·간행되었다.
사적 유물론 프로그램을 최초로 정식화한 [정치경제학비판](1859)의 서문에서 마르크스는 사적 유물론에 입각한 정치경제학비판에 착수하기까지의 자신의 지적 편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했으나 철학과 역사의 연구에 더욱 정진했다는 것, '라인신문' 편집자로서 활동하면서 "소위 물질적 이해"라는 문제에 개입하게 되었고 "철학적으로 취약하게 채색된 프랑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울림"에 대결했다는 것, "헤겔법철학의 비판적 개정"(1843년의 [헤겔법철학비판])을 통해 "시민사회"가 법과 국가행위의 기초이며 "시민사회의 해부는 정치경제학에서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파리와 브뤼셀에서 경제를 연구하면서 그 "일반적 결과"를 사적유물론의 정식화 속에 확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진술에 따르면, 맑스의 정치경제학비판 연구는 1843년의 [헤겔법철학비판]의 결론으로서 도출된 것이다. 그리고 맑스는 1843년 [헤겔법철학비판]의 결론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공산주의자로 변경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이론적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정한다.
(1) 사회의 생산관계를 모든 의식형태와 이데올로기적 관계들 및 정치적 관계의 기초와 조건으로 보아야 한다.
(2)그러나 이 생산관계 자체는 "실재적 모순들"(reale Widersprüuche)의 구체적 운동 속에 있는 ‘역사특수적인 것’으로, 그리고 '오직' 이 모순들의 운동 속에서 특정한 방향으로 변화가능한 것으로 나타난다.
(3) 이에 입각해 인간이 '스스로 변화하면서도 개인의 통제를 벗어나 있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이 현실을 변화시키면서' 개입할 수 있는가, 그리고 바로 이 의미에서 인간이 역사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자본은 바로 (2)에 대한 본격적인 서술의 성격을 지닌다. 그런데 1867년 [자본] 제1권이 출간되기까지 맑스의 정치경제학비판 연구과 관련해 중요성을 지닌 저술들은 [임금노동과 자본](1849), [정치경제학비판 요강 Grundrisse](1857~58), [정치경제학비판](1859)이다.
2. [자본]의 서술구조
[자본]은 제1권 〈자본의 생산과정〉, 제2권 〈자본의 유통과정〉, 제3권 〈자본제적 생산의 총과정〉(17편 9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가 엄밀한 변증법적 논리에 의해 전개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맑스의 표현에 의하면 “변증법적 서술은 그 서술의 한계를 아는 한에서만 옳다”)
자본주의 생산의 제요소들 간의 구조적 연관과 구조적 동학을 파악함에 있어 자본주의적 생산의 ‘세포’인 상품 분석에서 시작, 가장 간단하고 추상적인 범주에서부터 순차적으로 보다 복잡하며 구체적인 범주로 논리가 전개된다. 전권의 구성을 보면 제1권은 상품-화폐·자본·잉여가치의 생산과정, 자본주의적 축적, 제2권은 자본순환의 제형태, 자본의 회전, 사회총자본의 재생산과정, 제3권은 생산가격 .이윤·이자·토지 등의 형태를 한 잉여가치의 제계급에의 분배법칙, 자본주의 사회의 제계급 등으로 되어 있다.
3. 자본의 특징
1)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내재적’ 비판이자 자본주의사회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이해를 통한 가장 적극적인 비판
2)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운동법칙과 발전경향에 대한 이해이면서 동시에 물질적 이해관계와 경제적 관계와 연관되는 인간의 의식-이데올로기에 대한 해명의 지평을 열고 있는 책. 맑스에 의하면 자본주의사회란 “가장 전도된, 신비화된 세계’’, “마술로부터 해방된 세계이지만 가장 마술적인 사회”이다. 착취관계가 만들어내는 적대에 기초해 있는 사회임을 폭로, 그러나 동시에 그 적대를 철저히 은폐하는 사회임을 밝히고 있다
<노동자의 경우>
- 자본주의적 경제과정의 전제: 노동자로부터 생산수단 등의 분리와 분리된 생산수단의 자본으로의 집중 및 노동력의 상품으로의 등장
- ① 노동시장에서의 규정성:
서로 구분되는 ‘노동력판매자계급’과 ‘노동력구매자계급’으로 등장 -> ‘무엇이 등가물의 교환인가’를 둘러싼 투쟁 (그러나 이 과정만 보면 노동자가 노동력의 정상적인 재생산 비용을 지급받으면 착취관계는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며, 임금수준이 높을 대, 자본의 관점에서 보면 자본이 노동에 착취당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 일반적 현상으로서의 ‘초과착취’ 문제: 때문에 노동자의 임금투쟁은 그것이 아무리 격렬하게 일어난다고 할지라도 노동력의 정상적인 재생산의 비용을 받기 위한 노동자들의 ‘방어투쟁’의 성격을 지닌다.
② 직접적인 생산과정, 노동과정에서의 규정성:
자본에 의한 (잉여노동의 자본주의적 형태인) 잉여가치의 전유(착취)와 잉여가치생산의 최대화를 추구한 자본에의 노동의 종속 -> 여기서 자본과 노동은 착취-피착취계급으로서 관계를 맺는다
③ 분배과정에서의 규정성:
‘생산의 3대요소론’(자본, 토지, 노동) -> 소득원천으로서의 자본, 토지, 노동 -> ‘자본=이윤, 노동=임금, 토지=지대’라는 3위 일체공식의 성립: -> 이 과정에서는 자본, 노동 등은 모두 분배를 받을 권리를 지닌 ‘서로 상이한 소득원천소유자계급’으로 나타나게 되며, 이에 따라 여기서 계급갈등은 ‘무엇이 정당한 분배인가’를 둘러싼 투쟁의 형태로 나타난다.
④ 경제과정의 ‘표피’에서의 규정성:
누구나 단순한 ‘등가물의 소유자’ 또는 단순한 ‘소득원천소유자 내지 (자기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쟁주체’로 나타나며, 모두가 동일한 등가물의 소유자, 소득원천 소유자층, 경쟁주체로서 출현 -> 모든 계급적 차이 등의 해소
- 일반적으로 ①과 ③의 과정이 ②와 ④ 과정을 매개한다. 그리고 노동자를 ①과 ③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이 사민주의나 혁신자유주의 입장이고, ④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이 (신)자유주의 일반의 관점이다. ‘노동자대중에 의한 잉여노동의 재전유의 관점’은 오직 ②의 관점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
3)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암시: “필연의 왕국에 기초한 자유의 왕국”의 건설
4) 역사변증법과 구조변증법의 문제
[자본]에 대한 ‘역사논리설’과 ‘구조논리설’
5) 무엇이 맑스의 주저인가?
인간주의적 맑스주의자들은 1843년의 [경제학-철학수고](파리수고)를, 네그리 등 자율주의적 맑스주의자들은 [요강](1857~58)을 중시한다. 그런데 맑스이론의 진정한 기여는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휴머니즘적 비판이라기보다는 ‘과학적’ 비판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파리수고]를 맑스의 주저로 보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
다른 한편, 자본주의사회의 유지-재생산과정은 크든 작든 항상 일어나는 계투 - 위로부터의 계급투쟁과 아래로부터의 계급투쟁 - 속에서도 노동에 대한 자본의 경제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지배가 관철되는 과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자본]은 계급투쟁 속에서도 노동에 대한 자본의 정치적 지배가 관철된다는 전제 하에서 자본운동의 자기모순이 만들어내는 과정을 탐구한 책이라 볼 수 있다. 자본에 대한 경제주의적 파악, 정치주의적 파악을 넘어설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계급투쟁이 이행의 동력이라면 자본운동 자체의 자기모순과정을 서술하고 있는 [자본]이 지닌 한계 역시 옳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