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벽화로 보는 이집트 신화
신화를 좋아하면서도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것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만
치중되어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만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다른 문화권의
신화들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면 변명일까? 우리나라에 출판되어 있
는 책들 중에서 소수 민족 신화가 얼마나 될까? 이집트는 4대 문명 발상지
중 하나이니 소수 민족 신화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다 하겠다. 내가 접한
이집트 신화는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저서에서 잠깐 언급된 오시리스 이야
기 정도가 전부다. (진짜 아는 것 없네. -_-)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세기도
힘들만큼 많은 신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만치 않게 여러 명의 신들
이 나온다. 게다가 신들의 영역이 명확하게 구분됐다고 하기도 어려워 오
히려 더 어렵게 느껴졌다. 그리스 로마처럼 신들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불교 교리처럼 몸과 마음을 갈고 닦아 수련하면 신들의
영역에 들어간다고 믿었던 이집트인들의 내세관 때문에 신들의 세계가 영
적이며 정신적 세계에 대한 비유임이 쉽게 느껴졌다. 현세의 행복과 쾌락
을 추구했던 그리스인들과 달리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 뒤에 무엇이 오는가
를 생각했던 이집트인들의 삶이 더욱 영적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그들
이 정신 세계만을 추구하는 불교권 사람들처럼 현세의 생을 내세보다 가볍
게 여겼던 것은 결코 아니다. ‘즐거운 날을 보내라! 그대의 콧구멍에 유약
과 기름을 바르고 사랑하는 자의 몸 위에 연꽃을 놓으라. 즐거운 날을 보내
라! 그리고 힘들어하지 말라.’ 고대 이집트인의 무덤 벽에 새겨진 이 글귀
를 보면 그들이 생과 사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
다.
낯선 내용들이었지만 선명하게 실린 도판들 때문에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
책의 분량이 적어 깊이 있게 알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계보와 역
할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좋은 개론서였다고 생각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것과 흡사한 달력을 사용했으
며, 페니키아 문자에 영향을 주어 그리스어 알파벳을 발전시켰고, 고대 이
집트 신화는 그리스 신화보다 연대적으로 1,500년 이상 앞서며, 그리스 신
화는 대부분 이집트 신화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하니 이런 이야
기도 있군,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이집트 신화에 대
해서 더 공부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