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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무한도전의 재미있는 시청률 타령

ddolappa 2008. 4. 13. 07:17

어느 기자가 짧게 던진 '짜증난다'는 한마디가 무한도전 시청을 삶의 기쁨으로 여기며 살아오던 많은 시청자들을 하루아침에 바보로 만드는군요. 여러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떠 있는 '짜증나는 무한도전'이라는 글귀가 빨리 사라지기만을 기다리다가 결국 이렇게 몇 자 적습니다.

 

 

우선, 무한도전의 시청률 타령이 짜증난다는 반응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무한도전이 주는 웃음은 여섯 명의 출연자들에 대한 애정에 기반을 합니다. 그리고 그 애정은 단 시간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그들을 지켜보면서 형성되어 온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이 무한도전을 보게 되면 '출연자들이 내용 없이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며 놀고 있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따라서 '짜증난다'라는 반응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개그콘서트의 마빡이를 보면서, 정종철씨에 대한 호감이 없으면 왜 웃어야 하는지 이유를 찾기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무한도전의 웃음은 여섯 명의 출연진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합니다. 무한도전을 즐겨보는 사람들에게는 이 여섯 명이 가족과 같이 사랑스럽습니다. 그 이유는 이 여섯 명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TV를 보면 잘생기고 몸 좋은 남자들과 이쁘고 섹시한 여자들 뿐입니다. 서로서로 나 멋지지, 나 이쁘지를 경쟁적으로 보여줍니다. 거기다가 이들이 간혹 던지는 재치 있는 말들은 이들에 대한 호감을 등에 업고 짧은 웃음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주는 웃음은 일시적인 웃음일 뿐 무한도전과 같은 행복을 주지는 않습니다.

 

사실, TV 프로그램 뿐만이 아니라 모든 곳에서 매력적이고 '있는' 사람들만을 환영하는 세상입니다. 

 

무한도전에서 보여주는 잘나지 않은 여섯 남자의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특별히 잘나지 않은 특별히 가진 것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무한도전에는 여자 출연자가 없습니다. 남자 여섯 명이 모여서 여자 없이 자신들끼리 즐거워하고, 데이트하는 친구를 놀리면서도 부러워하는 모습은 매력 경쟁에서 밀려난 힘없는 남자들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여섯 명의 행동은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여자친구 없이 비디오를 즐겨보는 설정의 유재석은 짝 짓기 경쟁에서 밀려난 많은 착한 남자들의 모습입니다. 박명수는 그 외모 뿐만이 아니라 그 행동에서도 우리들의 '아버지'를 보여줍니다. 자신이 어렸을 적에 고생을 해서, 늘 호통치고 엄격하지만 그 호통 속에서 상대에 대한 애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웃음 코드는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정형돈을 통해서는 사회에 적응력이 떨어지는 힘없는 젊은이의 모습을 느끼게 됩니다. 재능이 있지만,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사회적 적응력과 용기가 부족해서 자신의 재능을 보여줄 기회조차 자주 잃습니다. 정준하는 한 때 최고의 코미디언이 실패 후에 재활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하하와 노홍철은 아직 어린 사회인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적응하려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프로그램에 형식이 없을수록 일상생활에 대한 노출이 높을수록 더욱 잘 드러나며, 그럴수록 이들에 대한 애정도 깊어 갑니다.

 

시청률에 대한 언급이 주는 유머도 이런 측면에서 봤으면 합니다. 이 힘없는 여섯 명은 매주 방송 개편을 걱정하고, 여섯 명 사이에서도 서로 잘하려고 웃기려고 혹은 살아남으려고 노력합니다. 시청률에 대한 잦은 언급도 시청자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스스로가 보여주는 자신의 약함과 불안함에 대한 표현일 뿐이고, 이런 표현이 무한도전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사랑스런 웃음을 줍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한도전이 재미없으면 보지 말라고 내뱉는 것도 그다지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토요일 저녁이라는 황금 시간대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무한도전은 토요일 오후 1시에 방영을 하건, 일요일 오전 9시에 방영을 하건 시청률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은 프로그램은 아닙니다. 하지만, 토요일 저녁 시간에 방영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더 넓고 다양한 시청자의 취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무한도전에 대한 비판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반 시청자들의 경우 본인의 취향에 따라서 프로그램을 비판해도 무방하지만, 비평가의 경우에는 취향에 따라서 프로그램을 논하는 것에 약간 아쉬움이 남습니다. 프로그램을 논하는 것을 직업으로 한다면, 자신의 취향과 논리적 사실을 구분 지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논리적 사실이란, 무한도전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고 있는 지에 대한 분석과 도덕적/윤리적 기준에서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 등이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시청률 타령'이 도덕적/윤리적 기준에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 동안 무한도전에서는 윤리적 문제가 있는 부분이 몇 번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애청자들도 아낌없는 비판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일이 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비평가가 하는 일이 다수의 취향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면, '짜증난다'는 표현을 하기 전에 왜 누구에게는 행복을 주고 누구에게는 짜증을 주는 지 생각해보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지 개선책을 제시하는 것이 옳은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모두 개인적 욕심을 내지 않고 이 프로그램이 자신을 살아있게 하는 토양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를 잊지 않기를 (특히 유재석과 박명수, 정형돈과 하하, 박명수와 정준하)

출처 : 무한도전
글쓴이 : 반지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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