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h인 기획취재
청소년이 만나고 싶은 이 시대의 개성파 인물
요즘같이 다양한 매체들과 재미있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사회에서는 웬만큼 튀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그 와중에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개성과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며 한창 주목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문학계, 만화계, 가요계, 방송계, 등 청소년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에서 다섯 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청소년기, 그리고 삶과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자.
매주 수요일 밤,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는 ‘000 무릎팍도사’이라는 검색어가 검색순위 1위를 차지하는 일이 반복된다. 수개월째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그 중에서도 청소년이 즐겨보는 오락 프로그램으로 입지를 단단히 굳힌 [황금 어장]. 이 프로그램의 엄청난 인기는 엽기발랄한 연기자와 출연자들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편집과 연출을 서슴지 않는 ‘완소 제작진’에 대한 시청자들의 큰 애정으로 이어졌다. [황금어장]의 임정아 PD를 직접 만나 그녀의 프로그램, PD라는 직업, 청소년들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임정아 피디의 건방진 프로필 팍팍!
현재 최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으며 매주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아이디어로 시청자들을 웃겨준다. [GOD 육아일기], [논스톱 5], [진호야 사랑해] 등 MBC의 주요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해왔다. 임PD의 창의력과 독창성, 그 근원적인 에너지에 대해 직접 들어보고 그녀의 청소년기는 일반 청소년들과 어떻게 다른지, 혹은 같은지 이야기해본다.
〔황금어장〕의 임정아 PD
-우선 무릎팍 도사로 한참 시청률 상승가도를 달리는 [황금어장]의 연출을 맡고 계신데 그 인기를 실감하시는 때가 언제입니까?
일단 방송사에서 인기도라 하면 시청률을 가장 큰 기준으로 보는데 매주 시청률이 잘 나오고 있다. 그리고 방송 당일 날 밤에 인터넷 게시판이 많은 의견들로ㅡ그것이 좋은 의견이든 나쁜 의견이든 비평이든 칭찬이든ㅡ 뜨겁게 달궈진다. 그것을 통해서 저희 [황금어장], 특히 ‘무릎팍 도사’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황금어장]은 적극적인 자막 개입과 장르를 뛰어넘는 화면 편집으로 화제가 되었는데요.
저희 ‘무릎팍 도사’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전혀 새로운 토크쇼를 하자’라는 것이 본 취지였다. 거기에 맞게 첫 녹화 자체가 황당하게 기이하게 떠졌다. 1회 출연자가 최민수씨였는데 모든 분들이 아시겠지만 최민수 씨 화법이 A라고 물었을 때 A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비유가 3단계, 4단계로 들어가시는 분이라서 대화에 어려움이 약간 있었다. 그런 대답을 어떻게든 바로 잡아서 A라고 물은 것에 대해서 대답한 것처럼 방송에 나가는 것이 편집의 정석이다. 하지만 저희는 토크쇼 자체를 새롭게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A를 질문한 것에 대해 전혀 엉뚱하게 대답을 하는 것이 최민수 씨의 스타일이다. 그러면 그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주는 방식으로 편집을 하자‘고 전체회의에서 결정을 했다.
그런 와중에 후배랑 같이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주고받다가 ‘야! 이거 완전히 산으로 가는 토크쇼다’라고 해서 산을 넣었는데, 이것이 ‘무릎팍 산’이라는 게 만들어진 배경이다. 자막 역시 어떤 상황을 포장하거나 아름답게 하는 쪽이 아니라 완전히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더 확실하게 보여주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1회 때는 솔직히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 누가 봐도 정말 막말로 싸이코 방송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을 만드는 PD들은 신조가 하나 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전혀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다. 재방송, 재탕은 망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이 프로는 세상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종류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기대를 걸고 첫 방송을 냈다.
-책임자로서 이런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셨을 텐데, 어떤 이유에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셨습니까? 책임자로서 위험 부담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셨습니까?
어떤 일이든 새로운 일에 대해 결정할 때, 두려움은 항상 있는 것 같다. 특히 방송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한데 왜냐하면 매주, 또는 매시간 항상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일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양자택일의 상황이 빈번하기 때문에 둘 중에 하나를 택하고, 일단 택했으면 그것이 되도록 최대로 밀고 나가는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해 전면 책임을 지는 것. 이것이 피디가 처음에 방송사에 들어와서 AD부터 계속 훈련을 하는 과정이다. 두려움은 있지만 그 두려움은 당연히 감수를 해야 하는 부분이다. 감수를 해야한다, 두려움은! 새로운 것을 만들 때 두려움은 항상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황금어장]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평소에 청소년 시청자들에 대한 고려를 얼마나 하시며 프로그램을 제작하십니까?
[황금어장]이 시작할 때 보면 ⑮마크가 뜬다. 곧 15세 이상의 사람들이 보는 데는 해롭지 않은 프로그램이란 뜻이고, 일단 ‘공중파’에 나가는 프로그램은 방송위원회의 끊임없는 관찰 하에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해로운 내용이 나갈 수가 없다.
일각에서는 오락 프로그램이 청소년들에게 무슨 쓸모가 있겠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난 좀 더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은 똑같은 생활을 하며 산다. 똑같은 교실에서 똑같은 교과목을 배우고 똑같은 학원을 다니는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생활을 하면서는 자기의 사고를 하는 경험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반면 오락 프로그램은 럭비공 같이 다양한 면모가 있다. 이것이 직접적으로 교육적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사고를 다양하게 해주는 엉뚱함, 기발함과 같은 오락 프로그램의 장점들이 청소년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본인도 조금 더 새롭게, 경험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무릎을 치게 하는 포인트를 가진 프로그램 제작에 대해 항상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저희 프로그램, 그리고 오락 프로그램들이 청소년들에 대한 배려를 안 한다고 할 수는 없다.
지극히 평범했던 청소년기
이렇듯 엉뚱하고도 대담한 그녀의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혹시 비범하지 않은 그녀의 청소년기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닐까?
-본인의 청소년기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십니까?
지금 학생들보다는 덜하지만 우리 때 역시 철저히 입시중심의 청소년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나는 암흑 같았던 청소년기로 다시 돌아가기 싫다. 밤 12시, 1시까지 독서실에 가 있으면서 똑같은 것을 계속 암기해야 하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거기에서 한 발짝도 더 깊이 있거나 넓은 것을 생각할 수 없었고 계속 똑같은 것을 공부해야 했다. 책 한권을 읽더라도 이 책이 입시에 도움이 될까 안 될까를 고민해야 했다. 그렇다고 그 상황을 뛰쳐나갈 용기도 없었다. 속에서는 뭔가 나도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데 어느새 다시 독서실 형광등 아래에 앉아있었던 본인의 청소년기는 정말 어둡고 침침했다.
-청소년 시절의 꿈과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이었습니까?
장래희망이 고등학교 때부터 PD는 아니었다. 그 때는 PD라는 직업이 있는 줄도 몰랐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매일 똑같은 생활이 반복되니까, 똑같은 옷을 입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전혀 다른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다. 다시 말해 빨리 고등학교 시절을 끝내고 뭔가 새로운 일, 아이디어를 내는 일,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며 한 판 벌이는 그런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다.
-다시 청소년기로 돌아간다면 어떤 일을 가장 하고 싶습니까?
정말 썰렁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는데 ‘독서’를 마음껏 하고 싶다. PD가 되면서 절실하게 느낀 독서의 힘이라는 것은 정말! 흔한 이야기인 것은 아는데 상상력의 근원의 힘은 책에서 나온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려면 책이라는 것을 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것을 지금 너무 절실히 느끼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로 들어간다면 이 책이 입시에 도움이 될까 안 될까를 고민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내 마음대로 책을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종류에 상관없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써클 활동을 하나 하고 싶다. 지금은 굉장히 자유로워져서 고등학생들이 이것저것 써클 활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때에는 교회 다니는 친구들 아니면 써클 활동 자체가 완전히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기 반 애들 이외에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PD의 생명력은 다양한 포장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의 럭비공 같은 상상력이 마구 발휘되고 있는 PD라는 직업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았다. 청소년들이 가장 되고 싶어 하는 장래희망 중의 하나인 프로듀서. 현업에서 한참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그녀는 얼마나 PD 생활을 즐기고 있을까?
-PD가 되고 나서 가장 황당했거나 어처구니없었던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사실 피디는 프로그램 기획부터 다 자기 머릿속에서 하고 판을 짠다. 그 다음에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고 방송을 내는 것이다. 그 때까지 철저하게 내 감만 믿으면서 가야하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프로그램을 할 수 없다. 모두의 의견이 아무의 의견이 아닌 것처럼 철저하게 자기 의견대로 가야하는데, 그래야지만 그 프로그램의 성격, 캐릭터, 색깔이 생긴다. 이 과정은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다. 왜냐하면 그 책임은 온전히 피디가 지기 때문이다.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도 첫 녹화를 한 날 모두가 이 프로가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 팀의 확신을 바탕으로 PD로서 그 확신을 이끌고 쭉 나가서 방송에서 성공했을 때 그 느낌은……. 오히려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덜덜 떨면서 방향을 고친 프로그램은 놀랍게도 다 망한다. 그래서 자기 감으로 밀어붙이는 부담을 감수하는 것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에게는 어쩔 수없는 십자가인 것 같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새롭지 않고, 새롭지 않으면 아무도 보지 않기 때문이다.
-임PD 느낌이 사뭇 다른 두 종류의 예능 프로그램을 모두 만들어 왔는데요. [진호야 사랑해], [아시아 아시아] 같은 잔잔하고 감성적인 휴먼/시사 예능과 [황금어장]은 가볍고 순간적인 웃음을 지향하는 예능은 그 성격적인 차이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범주에 걸친 프로그램을 만드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피디는 카멜레온 같은 특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세상에 하나의 의견만 있다고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입시 준비를 하면서도 한 가지 답만 있다고 하는 것이 사람을 너무나 괴롭게 했었다. 그 당시에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피디가 되어서까지 그렇게 인생을 살고 싶진 않았다. 세상은 너무 다양하고 그 다양한 색깔을 다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피디여야 하고 그런 사람이 진정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 프로그램들은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른 사람이 만든 프로그램들 같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아시아 아시아]와 [무릎팍도사], [라디오스타]와 같은 휘발성이 강한 프로그램들. 이런 프로그램들이 매우 다르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 공통분모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데 있다. 진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받는 감동과 너무 웃겨서 받는 감동은 궁극적으로 하나의 동일한 감정이다.
나는 정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그 각각의 주제를 방송으로 표현하려면 알맞은 포장지를 찾아야 한다. [아시아 아시아]와 같은 내용에 [무릎팍 도사]의 포장지를 찾으면 안 된다. 반대로 [무릎팍 도사]와 같은 내용에 [아시아 아시아]의 포장지를 찾으면 안 된다. 다양한 주제가 있다면 거기에 가장 알맞은 각기 다른 포장지로 싸는 것이다. 나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하는 포장지를 택할 뿐이다. 그러니까 나의 프로그램들은 전혀 다른 범주에 속해있다기보다는 단지 내가 관심 있는 주제들이다. 그래서 이상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내게서 많이 나오는 것이다.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되었으면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우리 청소년들이 이런저런 것들로 굉장히 바쁜 시기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항상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좋아하는 일이 직업으로 연결된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좋아하는 일을 잘하게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뿐인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게 된다. 만약에 생활을 위해서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면 죽는 날 너무나 비참하게 ‘이게 뭐야!’라고 하며 죽을 것 같다.
물론 당장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하나를 찾을 수는 없겠지만 계속 노력은 해야 한다. 간혹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무엇이 될 거야!’라고 꿈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친구들이 있다. ‘대학교 2학년 때쯤 어학연수를 가서 졸업 후에는 MBA 어쩌고...’ 이들은 인생에 있어서 한 번도 방황할 것 같지 않지만, 사실 절대 그렇게 해서는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가 없다. 그것은 절대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먹고 사는 데 문제없다고 세상이 검증해준 일이다. 내가 좀 방황을 많이 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 그것이 우리가 죽는 그날까지 계속 해야 하는 과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그런 생각을 시작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또한 중, 고등학교 때는 자기만의 시간, 자기가 자기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가 힘들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하루에 딱 30분 만이라도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나씩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입시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지라도 만화책, 낙서, 일기, 연애편지 등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일을 매일 30분씩, 매일이 어려우면 격일씩이라도 그 일을 하다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깊이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은 알면서 성장하는 청소년기를 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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