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최저임금법 개악 - 이래도 이명박 정부가 서민을 위한다고 자기 입으로 말할 수 있는가
글쓴이 : The Xian
노동부, 최저임금법 개정 강행 전망
작년에 제 이글루를 통해 한 번 이야기한 적이 있는 최저임금법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진행되는 '꼬라지'를 보니 정말이지 기가 막힐 정도입니다. 최저임금법의 개정(이라고 쓰고 개악이라고 읽는) 골자가 이런 식이며, 거기에 인권위의 권고까지 무시되고 진행된다고 하는군요.
(1) 60세 이상 고령자 최저임금 감액
근거란답시고 든 소리가 "저임금 근로자나 빈곤층에 상시적 일자리를 갖게 해주는데 근본적인 목적이 있으며, 실제로 현재 취업을 원하는 60세 이상 노인 313만명 중 절반을 넘는 170만명이 최저임금 미만이어도 좋으니 일자리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라고 하는데,
백번 양보해서 그게 맞다고 쳐서, '최저임금'이라는 권리를 포기해도 좋으니 일자리를 얻겠다는 소리가 있어도 그건 국민의 최소한의 권리를 박탈하는 일이니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국가가 막아도 모자랄 판에, '옳다쿠나'하고 '최저임금'이라는 근본을 손대고 있습니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2) 최저임금에서 숙박·식사비 공제
도대체 '무슨 근거로' 최저임금에서 숙박비와 식사비를 공제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이 불황에 최저임금을 시간당 4000원으로 6.1% 인상해서 숙박비와 식사비 정도는 떼어야 한다고 생각하신 것인가요?
그 정도의 알량한 돈으로 숙박비와 식사비 보전이 된다고 생각하셨다면 정말이지 오산입니다. 이건 조삼모사도 아니고, 한마디로 되로 주고 말로 받겠다는 서민 착취의 전형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 규정이 임금에 적용된다면 근로자의 실질 임금액이 줄어들 것은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지금도 악덕기업주와 점포 사장들은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는 상황인데 법으로 '최저임금에서 숙식비 빼라'하면 그런 패악질이 법적으로 보장되니 아주 신나겠죠.
(3) 수습 노동자 최저임금 감액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
절대적으로 사용자측에 유리한 일이고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속절없이 줄어드는 두 번째 조항입니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목적이 뚜렷하기에 참으로 헛웃음만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들은 신규 채용된 뒤 '수습노동자'라는 이름으로 합법적으로 임금삭감을 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무엇 때문에' 6개월로 수습이 연장되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4) 지역별 최저임금제 차등도입
이 정부의 정책들을 보면 너무도 목적이 뚜렷하고 시야가 좁고 들키기 쉬운 목적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으로 우습고 어이없습니다. 노동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살림살이가 안 좋은 지방에서 싼 임금을 주도록 만들면 기업체들이 지방 등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어줄 거라 생각하시나 봅니다만, 하나만 알고 둘, 셋, 넷은 모르는 생각입니다.
'싼 임금이라도 주는 대신 일자리가 늘면 누구나 일하러 가겠지'라는 생각을 하시나본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근로자들은 누구나 자기 집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좋은 조건으로 일하려 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결국 지방에 사업체를 만들어 놓아도 일하려고 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을 테니 기업에게도 해악이 될 것입니다. (아. 불법체류자나 조선족 등을 노동력 부족분으로 대체하는 지금의 기업이라면 예전보다 더 적은 돈으로 노동력을 쓸 수 있으니 기업에게는 해악 같은 건 없겠군요.)
제가 보기에, 정부가 이런 근시안적인 정책을 쓰는 이유는 너무도 간단합니다. 균형발전을 할 생각도 뭣도 없고 오로지 경쟁만을 부추기며 자기 당에서 선출된 도지사들의 반발조차 무시하고 수도권 규제부터 풀어버리는 이명박 정부는, 지방으로 진출(?)하는 기업의 이익을 보전해 주기 위한 뚜렷한 정책을 자기 힘으로 세울 수 없으니 근로자들을 쥐어짜는 식으로 기업이 알아서 지방으로 가게끔 하는 얄팍한 꼼수를 부리는 것이죠.
한마디로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격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국토의 균형발전, 일자리 창출, 기업의 수도권 집중화현상 해소 중 어느 것도 이루지 못하고 경제와 서민, 특히 서민들 중에서 노약자 등에 해당하는 사회적 약자의 살림살이만 더욱 망가뜨릴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은 그게 목적일 것입니다. 기업이 이득을 취하려면 노동력이 싸면 쌀수록 좋은 것이니까요.
국가인권위는 이번 노동부 개정안에 대해 "지역별 최저임금의 차등화로 최저임금이 높은 지역으로 노동력이 집중되면서 지역간, 도농간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한국이 가입한 '경제적·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차별금지 조항에도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권위 지적과 관련된 참고 기사 : 여기를 눌러주세요)
그런데 그런 권고 및 국제조약조차 깡그리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라니 참으로 대단합니다. 뭐 촛불시위 때에 국제앰네스티에게 경찰과 법무부 관계자가 '내정간섭'이니, '앰네스티가 들어온 것만으로도 우리나라는 민주화가 되었다'느니 하는 개차반 같은 망언을 쏟아낸 것을 보면 이들의 권고 무시는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긴 하지만요.
이렇게 반 기독교적인 패악질을 일삼는, 서민과 노약자, 지방 사람들의 주머니를 법의 이름을 빌어 털어가는 이런 정부가 어떻게 서민을 위한 정부이며 어떻게 경제를 살리는 정부입니까?? 물론 이런 패악질을 저지르는 정부를 순진한 마음으로 지지하는 사람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마는, 저는 이런 일까지 벌어지니 "MB가 다 해주실거야"라고 말한 분들을 붙잡고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시냐고 되묻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진지하게 묻습니다.
이래도 이명박 정부가 서민을 위하?정부인가요?
- The xian -
P.S. 밤 늦게까지 회사에서 일하다가 이 뉴스를 보고, 유리지갑을 가진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 허탈함과 분노에 키보드를 누르는 손이 와들와들 떨리고 있습니다. 이런 기분으로 글을 쓰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도저히 냉정해질 수가 없습니다. 나의, 내 동생의, 내 동료의, 그리고 내 친구의, 그리고 내 친지의, 내가 아는 누군가의, 나와 같은 누군가의 일의 대가가 이렇게 난도질되는 것이, 정말이지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아까 PgR Award에 밝혔던 좋은 기분들이 깡그리 날아가는 기분이라. 이런 허탈감을 준 노동부가. 이명박 정부가. 그리고 그 위정자들이. 어느 때보다 저주스럽습니다.
정말이지 오늘 저녁은 이게 꿈이기를 바라며 취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런 어이없는 현실은, 이전에도 그랬듯이 술이 들어가고 잠이 든다고 해서 없어지거나 변하는 것은 아니겠죠. 오늘 저는 인생의 단맛 쓴맛을 모두 본 기분입니다. 좋은 글만 써드리고 싶은데, 이런 우울하고 화가 나는 글들로 올해도 저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니 암담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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