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을 내림으로써 박근혜가 탄핵되었다. 정의에 대한 열망으로 국민들이 하나둘씩 꺼내든 촛불들이 모여 그 뜻이 제도적 차원에서 공인된 것이다. 폭력과 유혈 충돌 없이 평화적 집회만으로 부정한 권력을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전세계가 주목할 만한 사건이며, 이를 통해 서구에 비해 그리 역사가 깊지 못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한 발 더 전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소중한 역사적 경험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헌재의 탄핵 결정은 이명박 정권에서 시작된 역사의 역주행을 멈추는 계기가 되었을 뿐 새로운 출발을 위해 더 많은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우선은 박근혜-최순실의 부정부패과 그들의 권력에 빌붙어 사익을 착취한 부역자들에 대한 사법적 심판이 내려져야겠고, 이어서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킨 물질적 및 제도적 기틀을 준비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승만-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보수적 정치 신화가 척결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정신이 등장해야 할 것이다. 아니, 새로운 시대 정신은 이미 길거리를 가득 메운 촛불들 속에서 등장한 것인지 모른다. 다만 그러한 국민들의 열망을 정치적 제도권이 얼마나 수용하고 그것을 제도화할 수 있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역사적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부패하고 부정한 권력에 의해 우리의 삶이 결정되도록 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 속에서는 우리의 삶은 우리 자신의 손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이 담겨 있다. 개인이 각자의 개성과 인격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진정한 이상이 아닐까.
독재자 박정희의 딸로서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고 위태로운 그의 명예를 되찾는 것만을 정치의 유일한 목적으로 알고 있었고, 또한 최순실의 도움과 결정 없이는 일상의 사소한 일마저 혼자의 힘으로 결정할 수 없었던 박근혜야말로 민주사회의 지도자로서 애초부터 자격이 없는 인물이었고, 그를 통해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이상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사실은 대단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by ddola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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