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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하재근 - 국정파행 겁주는 인수위원회의 협박정치

ddolappa 2008. 2. 1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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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파행 겁주는 인수위원회의 협박정치 
 

 

 


국민이 인수위의 오만한 독주를 멈춰 세우고 제지해야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새 정권이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부처는 아예 장관 인선조차 않겠다고 ‘땡깡’을 부리고 있다.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부처를 지금 당장 없애주지 않으면 자신들은 그 부처를 방치하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자기들 말을 들어주던지 아니면 국정파행을 감수하던지 양자택일하라는 협박이다. 

 

 

정부조직개편 얘기다. 인수위가 내놓은 정부조직개편안을 지금 당장 통과시켜달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새 정부는 장관도 없이 출범하는 세계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상황을 맞게 생겼다"고 이경숙 위원장이 12일에 발표했다. 

 

 

이 당선인은 대통합민주신당이 정부조직개편안을 합의해주지 않으면 자신들이 없애려는 부처를 제외한 13개 부처 장관과 무임소 장관 2명만을 인선할 방침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황당한 경우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정부조직이 마음에 들던 안 들던 그런 건 그 사람들 사정일 뿐이다. 정부조직은 국가질서다. 대통령은 그 질서 안에서 한 역할을 맡는 것이지 모든 질서 위에 초법적으로 군림하는 ‘대왕마마’가 아니다. 인수위는 기왕의 구조 운영권을 ‘인수’하는 것이지 구조를 마음대로 파괴하는 기관이 아니다.

 

 

일단 운영권을 받아 국가질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게 한 다음, 그 질서의 구조를 바꿔야겠으면 그때 가서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 바꿀 일이다. 지금 당장 바꿔주지 않으면 국가조직을 방치하겠다니, 나라운영이 어린 아이 장난인가? 대통령 당선인이 국가질서를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타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카드라 해도 무책임한 ‘협박정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 당선인의 정부조직개편안을 일러 ‘단군 이래 최대 개혁’이라고 표현한 것은 인수위다. 단군 이래 최대 개혁을 게 눈 감추듯 해치우는 것이 정상적인 나라 운영인가?

 

 

국민 대부분이 정부조직개편안의 내용을 모른다. 통일부, 여성부, 인권위 등 몇몇 돌출 사안들만 화제가 될 뿐이다. 단군 이래 최대 개혁이라면 그 내용을 설명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하나씩 설명하고 하나씩 동의를 구해나가면 된다. 내용도 모르는데 무작정 동의해달라고, 안 그러면 국정 ‘스톱’ 각오하라고, 이런 건 정치가 아니라 ‘강짜’다. 

 

 

GDP 대비 정부재정 규모가 OECD 뒤에서 이등인데 여기서 더 작은 정부 만들어 멕시코랑 꼴찌 경쟁하라고 누가 동의해줬는가? 

 

 

농촌진흥청, 수산과학원, 산림과학원 등 수많은 공공부문을 민영화한다고 한다. 하나하나 따져본 일이 있는가? 1990년대 이후에 시장주의자들의 득세와 외국 자본의 요구에 의해 민영화 바람이 불었다. 그간의 민영화 성적표를 작성해 국민들에게 알린 적이 있는가? 이런 일들이 먼저다. 

 

 

우리나라의 공공사회지출은 7.3% 수준이다. OECD 평균은 20%가 넘는다. 이런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린 적이 있는가? 우리나라 공무원 비율은 2.8%다. 미국은 7%다. 미국보다 공공부문이 강한 북부유럽 국가의 정부부문 고용비율은 약 30%에 달한다. 이런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린 적이 있는가? 

 

 

인수위는 설명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논의한 적도 없다. 

 

 

그저 ‘작은 정부 -> 공공부문축소 -> 경제 살리기’ 이 간단한 도식만을 기계처럼 반복할 뿐이다. 그리고 이젠 국민들이 내용도 잘 모르는데 무조건 동의부터 해달라고 강짜를 부리고 있다. 안 그러면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해 정부 파행시키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인수위는 대부처주의를 무슨 종교의 주문처럼 외우고 있다. 국민 중에 대부처주의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나? IMF 사태를 부른 김영삼 정부가 경제부문 부처를 통합운영했었는데 이번 정부조직개편이 그 전철을 밟고 있다고 설명한 적이 있나? 그걸 알고도 국민들이 동의할까? 

 

 

인수위는 정부부처를 13부로 만든다고 한다. 미국은 15부, 네덜란드는 18부, 캐나다는 24부다. 부처 수와 경제 살리기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이런 정보들을 국민들에게 알려 준 적이 있는가? 

 

 

인수위는 작은 정부가 세계적인 추세여서 우리 공공부문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정부재정비율이 OECD 뒤에서 이등이고 꼴찌는 멕시코인데, 여기서 더 줄이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면 멕시코처럼 되기가 세계 각국의 목표란 말인가? 어떻게 전 국민을 상대로 이런 거짓말을 할 수가 있나? 

 

 

독립된 기획예산처가 사라져 복지예산이 위축될 우려에 대해선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공론을 모은 바 있는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토론 없이 폐지해도 되는가? 금융위원회 설립으로 금융감독 기능이 약화되고 재벌 은행이 추진될 거라는 염려에 대해 국민들이 소상히 알고 있는가? 

 

 

누군가가 뭔가를 멈춰야 한다면 그건 국민이 할 일이다. 국민이 인수위의 오만한 독주를 멈춰 세우고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인수위가 오히려 자기들 말 안 들어주면 국정을 멈춰 세우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그러다 잘못 되면 국민이 자원봉사로, 국민성금으로 때워야 한다. 그러고도 일반 국민은 결국 노숙자 신세를 면치 못한다. 김영삼 정부 때 이미 겪은 일이다. 오만, 독선, 무책임으로 점철된 인수위의 협박정치. 이러자고 국민이 당선시켜 준 건 아닐 것이다

 

 

 


출처 하재근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