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탄생
보티첼리(1444∼1510)의 본명은 Alexandro di Mariano Felipepi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가냘픈 누드의 아름다움이 유명하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누드는 향수 판매점에 등장할 정도로 현대 여성미의 이상이 되어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는 평생을 총각으로 살았으며, 장가가는 것을 꿈꾸는 것조차 피할 만큼 결혼을 두려워했다는 기록이 있다.
사실 아름다운 비너스Venus를 만년 총각으로 살았던 보티첼리나 라파엘로 같은 미혼의 화가들이 남겼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 디 피에르 프란체스코가 자기의 결혼기념으로 주문한 그림이다.
그림은 우라노 Urano 신의 잘린 성기가 바다에 떨어질 때 생긴 거품에서 탄생했다는 단순한 이국적인 신화에 의존한 육감적인 나체화가 아니라 메디치가의 철학자들이 설명한 인간 영혼을 신 플라톤적인 해석을 통해서 "알레고리"화한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가는 풍기 물란 죄 같은 검열에 시달리지 않았다. 진리가 숨김없이 드러나 있는 것 같이, 그림에서 옷을 전혀 걸치지 않은 비너스가 바다의 거품에서 태어나 조개껍질에 실려 격정의 바람잡이 부부 체피르Zephyrs와 클로리스Chloris가 부는 바람에 불려 성스러운 섬 키프러스에 도착한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비너스를 고대 과실나무의 요정인 포모나Phomona가 봄의 시간이 수놓은 비단 망토를 들고 달려 마중 나온다.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가 신 플라톤 철학을 통해 기독교 신비주의를 빙자한 <비너스의 탄생>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비너스 는 둥둥 떠서 해안에 금방 닿을 것 같다. 보티첼리는 비너스가 큰 조개 모형 배에서 오른발을 약간 들고 다음 순간 뛰어 내리려는 포즈를 취했다. 독수리 날개를 달고 있는 산들바람 부부의 입에서는 장미 꽃송이들이 떨어져 온 누리를 향기롭게 한다. 비너스의 금발 멍리도 바람에 나부끼고 포모나의 머리카락과 그녀의 치마 자락도 나부낀다. 포모나가 들고 있는 망토자락과 바람 부부의 옷자락도 날리고 바다물결도 출렁인다. 긴 목의 새침한 비너스는 고개를 숙이고 수줍게 오른 손으로 그의 한쪽 가슴을 가리고, 무릎까지 닿는 긴 금발을 걷어 그의 아랫부분을 가렸다.
이러한 제스처는 <메디치가의 비너스> 조각에서 모방한 것이다. 아랫부분을 가리는 동작 때문에 왼쪽 어깨는 밑으로 처지고 왼팔은 어색하게 길다. 비너스는 옷을 입은 숫처녀 포모나의 몸과는 대조적으로 긴 체구에 이슬만 먹고 자란 처녀 같이 몸이 가늘고 날씬하다. 보티첼리는 순결한 이상미 속에 감성적인 육체미를 살짝 숨겼다.

이러한 양면성은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 Primavera(봄)>에서도 나타난다. 그림 오른쪽에서는 <비너스의 탄생>에 나타난 봄바람 체피르가 천진한 대지의 요정 클로리스를 급하게 뒤 쫓는다. 그는 황급히 피하려고 도망치지만 격정의 봄바람이 그녀를 포옹하려고 접근하자 그녀의 나무 뒤에서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숨결에서는 꽃이 피어나고 그녀는 꽃수를 놓은 옷을 입은 봄의 전령 플로라Flora(꽃의 여신)로 순간적으로 변모한다.
이 그림의 중앙 안에는 정숙하게 의상을 걸친 사랑의 여신 비너스가 서있다. 그녀 위에서는 눈을 가린 에로스의 신 큐피트가 춤추는 우아한 세 여신을 향해 사랑의 화살을 쏜다. 사랑에 눈이 멀게 하는 화살은 정확히 한 가운데의 카스티스 Castis(순결)을 쏘아 맞추어 그녀 가슴에 사랑의 불을 지른다. 정숙한 순결의 처녀는 플크리투도 Pulchritudo(아름다움)에 이끌려 춤의 클라이막스에 오른 풍만한 체구의 풀어헤친 긴 머리 처녀 불룹타스Vuluptas(쾌락)를 맞으러 사랑에 불타 그쪽으로 몸을 돌린다. 비너스는 순결한 처녀가 사랑의 격정으로 도를 넘을까봐 진정하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다. 이 세 여신의 곁에서 머큐리는 황금의 사과 사이에 낀 구름과 안개를 걷어 낸다. 이렇게 머큐리는 그의 마력의 자로 사랑의 신비를 들어내고 그 뒤의 인간의 영혼을 보게 된다.
봄이 오면 산과 들에 바람이 불고 꽃이 피면 처녀들의 가슴에도 사랑의 꽃이 피는 것은 동서양 구별 없이 공통된 인정인가 보다.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비단실 같은 긴 금발과 시원한 눈, 섬세한 코와 입술, 또 수줍어 가린 손에서 드러난 탄력 있고 풍만한 외쪽 유방, 골이 패인 젖가슴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선율, 잘 익은 과일 꼭지 같은 배꼽, 매력적인 허리의 곡선, 아래를 살짝 가린 금발 속에서 여인의 감성적인 육체미가 숨김없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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