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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권석 PD - ‘내리막’ 생각하는 유재석

ddolappa 2008. 3. 17. 15:32
LONG 글의 나머지 부분을 쓰시면 됩니다. ARTICLE


http://www.metroseoul.co.kr/Metro.htm?Dir=Ne&Part=Peo&subject1=&Mode=View&idx=20080313200537

 

 

 

‘내리막’ 생각하는 유재석

 

 

얼마 전 녹화 중에 이계인이 멋진 말을 해 출연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연예인에게 은퇴란 없다. 시청자들이 우리를 찾지 않는 순간 조용히 발자국 소리도 내지 않고 물러나겠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들은 언제 변할 줄 모르는 시청자들의 변덕에 항상 불안해한다.

 

사실 우리의 변덕스러움이 좀 유별난 것 같다. 누가 한번 떴다 하면 신문·방송·인터넷 가릴 것 없이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떼지어 달려든다. 감출 것도, 남겨둘 것도 없이 사냥감을 순식간에 다 벗겨 먹은 후엔 뼈만 남겨둔 채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흩어진다.

 

그러니 스타의 수명도 몇 개월이 고작이고 대중의 입맛만 인스턴트화 돼 버려 더 큰 자극만을 찾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어제 만난 유재석도 지금의 인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주말 황금시간대에 최고의 개런티를 받으며 모든 PD의 섭외 1순위인 국민 MC지만 이런 인기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그도 잘 알기 때문이다.

 

연예계 선배들의 예를 봐도 대중의 열광과 PD들의 극찬을 한 몸에 받던 연예인이 한순간에 변두리 시간대로 밀려나고 점차 세상에 잊혀져 가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들의 재능이 없어졌거나 노력을 게을리해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 또한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매일 새로워지기 위해 뼈를 깎는 듯한 자기 관리와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번 떠나간 인기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억울해 할 일만은 아니다. 인기라는 것은 대중이 준 것이지 연예인이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타는 대중이 ‘주는’ 인기를 ‘받아’ 누리는 것뿐이다. 스타의 재능과 노력을 보고 여기에 당시의 트렌드와 행운이 더해져 대중은 인기를 빌려준 것이다.

 

그리고 유효기간이 지나면 주인은 가차없이 맡겨뒀던 인기를 거둬 간다. 이계인의 말대로 발자국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물러나는 게 냉혹하지만 맞는 일인 것 같다.

 

유재석의 결론도 비슷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고 가급적 적을 만들지 않는 것. 그리고 물러날 때가 되면 아름답게 물러나는 것. 두 가지의 결론을 들으며 나는 다른 생각을 했다. ‘재석이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구나. 내리막을 준비하는 그는 아직도 정상을 향해 오르막을 가고 있구나.’

 

2008-03-14


권 석 MBC 예능국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