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자 무한도전 'MT"편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과거에 유명했던 SBS, KBS의 짝짓기 프로그램, 쇼프로를 골고루 잘 섞어 MBC만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본다. 물론 오리지날냐 아니냐 자체는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 포용하는 듯 해서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전편도 그렇고 의도적으로 타방송사의 과거 인기 프로그램을 퓨전시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니.
7월 12일자 무한도전의 한 장면 . 출처: 마이데일리
하지만 도를 넘어선 '카피'는 시청자들의 분을 살 수도 있다. 일본의 다운타운(가키노츠카이)이라는 10년 이상 장수 프로그램에는 정기적으로 멤버들이 모여 '웃으면 안되는 법칙'을 두고 수많은 장애물, 난관을 겪는다. 매년 말이면 나오는 이 프로그램에서 하이라이트로 나오는 부분이 나온다. 바로 '영어시간'이다.
다운타운 가키노츠카이의 한 장면 - Youtube 캡쳐
한 개그맨이 나와 영어수업을 가르치며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발음을 내며 시청자들과 배우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벌써 몇년 째 고정 출연인 배우지만, 나올 때마다 다양한 레퍼토리로 영어를 통한 개그를 보이는 것이다. 기발하지만 말도 안되는 발음을 통해 일상적인 영어단어도 개그로 바꿔버릴 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진의 아이디어는 정말 높이 살 만하다.
사실 어제 '똘이의 잉글리쉬' 편을 본 시청자들 중에 이 일본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나와 비슷하게 느꼈을 지 모른다. 발음을 사투리 식으로 바꾸는 건 그렇다 치고, '10pin'을 '십핀', 'strike'를 '스트리케' 등으로 엉터리로 발음하는 것은 이미 다운타운 시청자들에게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던 레퍼토리였던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캡쳐화면에서 일본 개그맨은 "Today I can answer most of your questions"에서 questions(퀘스쳔스)를 "꽈-션스"라고 발음해 시청자들을 뒤집어놓는다. 게다가 무한도전과 비슷하게 다운타운에서 지문으로 시작해 의도한 듯한 코믹한 발음을 자아낸다.
일일이 따지기에는 너무 유치하지만, 비슷한 레퍼토리가 하이라이트로 자리잡은 일본 다운타운에 있어 무한도전의 '똘이의 잉글리쉬' 부분은 흡사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무한도전을 보는 내내 나도 씁쓸했던 것인지 모른다.
이미 종영이 된 타 프로그램을 섞는 것은 뭐 '패러디' 정도로 봐줄만 하다고 치자.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은근히 섞여있는 일본 프로그램과 유사한 부분은 혹시 제작진이 다운타운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는지 의심케 만든다.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다운타운 시청자들에게도 이 부분은 굉장히 아리송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더 나아가 고의적으로 베낀 부분이 있다면-일본 다운타운을 즐겨보지 않는-많은 시청자들에게 무한도전 제작진의 고유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공은 다운타운이 세웠는데, 아이디어만 빼온 것이라는 의심도 들 수 있다.
극단적인 표현을 하자면 7월12일자 무한도전은-최소한 내 시각으로는-한국, 일본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 부분 '뒤범벅'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무한도전, 일본의 다운타운을 함께 즐겨보는 시청자로 가끔씩 무한도전과 다운타운의 내용, 레퍼토리, 구성 등이 오버랩되는 것을 적지 않게 목격하곤 했다. 게다가 인터넷을 찾아보면 심심치 않게 무한도전이 장수 프로그램 다운타운을 표절했다는 시비도 찾아볼 수도 있다.
백번 양보해 무한도전의 '똘이 잉글리쉬' 부분이 의도치 않게 구성되었다고 치자. 그렇다 할지라도 예능 PD들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질 수 있는 일본 다운타운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그냥 지나치고, 그로 인해 '표절' 구설수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무한도전 제작진들은 그냥 지나치면 안된다. 나 또한 한국 프로그램이 일본 프로그램 이상으로 발전하고 또 인기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은근슬쩍 카피', 혹은 '어설픈 한국화' 등은 오히려 한국 시청자들의 반감을 살 수도 있다. 내 예측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전제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인기 프로그램일 수록 서로의 하이라이트 부분은 정도껏 옮기거나 패러디하는 것이 좀 더 안전하지 않을까? 무조건적으로 무한도전을 비판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 행여나 표절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나와 같은 시청자들의 불편함도 조금 고려해주기를 바라며 이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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