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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씨네21] The Best Movies 1995 ~ 2008 - 한국평론가편

ddolappa 2008. 7. 18. 01:33

 

 

 씨네21 창간 13주년 특집기사 'The Best Movies 1995~2008

 

 

1. 1995~2008 영화 베스트10

 

 

전체

한국평론가

한국감독

외국평론가

1

스틸라이프

(지아장커)

스틸라이프

(지아장커)

파고

(코엔 형제)

하나 그리고 둘

(에드워드 양)

2

멀홀랜드 드라이브

(데이비드 린치)

화양연화

(왕가위)

올드보이

(박찬욱)

바람이 우리를 데려라주리라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3

화양연화

(왕가위)

멀홀랜드 드라이브

(데이비드 린치)

멀홀랜드 드라이브

(데이비드 린치)

열대병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4

올드보이

(박찬욱)

엘리펀트

(구스 반 산트)

세븐

(데이비드 핀처)

해상화

(허우 샤오시엔)

5

열대병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영화의 역사

(장 뤽 고다르)

러브레터

(이와이 슌지)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

(벨라 타르)

6

파고

(코엔 형제)

밀리언 달러 베이비

(클린트 이스트우드)

화양연화

(왕가위)

매트릭스

(워쇼스키 형제)

7

미스틱 리버

(클린트 이스트우드)

복수는 나의 것

(박찬욱)

살인의 추억

(봉준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엔 형제)

8

밀리언 달러 베이비

(클린트 이스트우드)

남국재견

(허우 샤오시엔)

그 남자는 거기에 없었다

(코엔 형제)

타이타닉

(제임스 카메론)

9

남국재견

(허우 샤오시엔)

열대병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내 어머니의 모든 것

(페드로 알모도바르)

미스틱 리버

(클린트 이스트우드)

10

하나 그리고 둘

(에드워드 양)

밤과 낮

(홍상수)

펀치드렁크 러브

(폴 토마스 앤더슨)

올드보이

(박찬욱)

 

 

 

2. 한국평론가 순위

 

홍성남 -영화평론가

 

1. <불안> - 마뇰드 올리베이라 1998
올리베미라가 창조해 놓은 눈부신 영화의 보고 가운데에서도 가장 곱고 아름다운 빛깔을 내는 작품,
품위를 갖췄고 우아하고 사려깊으며 아름답다. 리뷰에 썼던 것처럼 올리베이라가 만들어낸 '기적'이라 표현하고 싶다.

2. <파리의 숨바꼭질> - 자크 리베트 1996
리베트의 전체 필모그래피를 두고 봤을 때 이 영화는 대담함이란 측면에서는 두각을 드러내는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사랑스러움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것을 능가할 것들은 많지 않다. 여기까지 리베트는 자신의 세계를 전혀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보는 이를 행복감 속에 젖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노장들이 이런 영화를 보여줄 때 황홀감을 느낀다.

3. <미드나잇 가든>

4. <미스틱 리버> -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3
장르영화의 기준으로 보면 이상하기 짝이 없어 보이나 주인공(존 쿠삭)과 걸음을 함께하다보면 세상의 두려움과 미스터리를 실감케 해주는 오묘한 영화. 결국에는 경이로운 체험을 선사한다.

5. <아워 뮤직> - 장 뤽 고다르 2004
영화와 유럽사회의 운명을 온몸으로 통과해 온 한 예술가의 회한과 상념.
고다르가 우리에게 보여준 21세기 첫번째 걸작.

6. <마음> - 알랭 래네 2006
설문의 기준 연도보다 2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이 리스트에서 알랭 래네와 <스모킹, 노 스모킹>이 빠진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레네가 최근에 만든 <마음> 역시 매혹적인 걸작이라 생각하기에 그 아쉬움은 덜해질수 있다.

7. <남국재견> - 허우샤오시엔 1996
어둡고 폭력적이면서도 시적인 허우샤오시엔 버전의 <비열한 거리>.
현대의 리듬에 대한 탐구 속에 깊숙이 배어있는 삶의 비애와 상실감.

8. <행진하는 청춘>  - 페드로 코스타 2006
아직까지도 디지털과 '시네마'가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반증이 될만한 영화.
영화의 가능성을 넓히려고 하는 이 영화에서 우리는 어쩌면 진정한 미래의 영화를
앞서서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9. <콜래트럴> - 마이클 만 2004
밤의 매혹, 도시의 매혹, 고독의 매혹, 그리고 액션의 매혹,
이 모든 것을 그야말로 윤기있게 화면에 관능적으로 담을 줄 아는 영화. 이 영화를 대하며 느끼는 감흥은 아마도 누벨바그 세대들이 미국 영화를 보고 느꼈을 흥분에 비견할수 있을 것 같다.

10. <정오의 낯선 물체> -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2004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거장이 될 거라 기대하는 영화감독이
보여준 대담하고 혁신적인 첫걸음.

11. <텐 Ten>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2002
키아로스타미는 자주 페스티벌용 '자기 복제'의 영화를 만든다는
혐의를 받아왔는데, <텐>은 그렇지 않다는 증거다.
키아로스타미가 자신을 넘어설 힘이 있는 영화감독임을 확실히 증명하는 영화다.
여기서 그는 자기에게 어떤 선택의 제한을 부과함으로써 오히려 창의력을
더 발휘할 줄 안다는 역설을 보여준다.이와 더불어 <텐>의 연장선에
있으면서 역시 혁신적인 방식으로 우리에게 세상을 다시 볼 것을 권고하는 영화
<파이브>도 함께 거론해야 한다.

 

 

송효정 -영화평론가

 

1. <멀홀랜드 드라이브>  - 데이비드 린치 2001
'불균질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미국영화가, 미국과 할리우드의
정신적 은유가 되어왔던 공간 자체의 역사성에 대한 반성적 시선을
돌렸던 매혹적인 영화.

2. <복수는 나의 것>  - 박찬욱 2002
저널리즘과 선정성을 거두고 보았을 때, 감독 박찬욱의 개성과 가치관을
거친 진심으로 전달한 진정성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간절하고 간절하다.

3.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 홍상수 1996
한국영화의 터닝 포인트로서의 가치, 한국영화도 진지하고 작품성이
있을 수 있다는 대중적 감각의 폭죽을 터뜨린 것은 <접속>1997이었지만,
잔잔하게 파문을 일으키며 그 이전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4. <신세기 에반게리온 TV판> - 안노 히데아키 1995
1995년 이후 우리는 암암리에 모두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숨겨진 열광자들.

5. <엘린펀트> - 구스 반 산트 2003
악몽이 지닌 우울한 리듬의 미학, 영상과 미학과 윤리의 삼각축이
황금률ㅇ르 이룬다.

6.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에단 코언, 조엘코언 2007
오직 우발성과 무모함만 미국적 공간 속에 엮여 있다. 아마도 미국영화의
역사는 새로운 장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7. <2046> - 왕가위 2004
와가위의 감각적 감수성이 진부함과 맞닿을 수 있는 아슬아슬한
경계를 여행하다. 성인이 된 조반니(미야자와 겐지의 소설<은하철도의 밤> 주인공)들의
미래 속 과거안에 영원히 결빙되다. 기술과 문명이 아니라 우울함과
권태로 가득한 사치스러운 이 우주의 고독한 연대기 이외에 역사란 없다.

8.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 피터잭슨 2001
디지털 시대에 맞는 비주얼과 내러티브를 갖춘 21세기 블록버스터 영화의 변이.
할리우드 '균질의 영화'가 대단히 불균질한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아이러니.

9. <살인의 추억> - 봉준호 2003
범죄 미스터리영화의 관습을 피해가면서도 몰이도 높은 영화를 전개시킨
감독의 직관이 탁월, 동시에 다양한 계층 관객의 기대지평을
훌륭하게 충족시키며 세대 불문 호감을 주는 관대함.

10. <트랜스포머> - 마이클 베이 2007
<클로버필드> - 맷 리브스 2008

'배우'라는 영화를 지탱하던 유기물이 지닌 실존성이 사라져가고,
디지털 시대의 영화가 지닌 '물질성'에 대한 전적인 긍정 혹은 완전 투항.
그래픽처리된 괴물, 기계적 몸체 등으로 시각화된 무기적 육체=여기선 배우의 얼굴이나 연기.
표정은 중요치 않다= 와 (정신이 아닌) 물질로서의 영화.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1. <링> - 나카다 히데오 1998
1. <타이타닉> - 제임스 카메론 1997
2. <반지의 제왕1.2.3> - 피터잭슨
3. <킬빌 1.2> -쿠엔틴 타란티노 2003
4. <인사이드> - 알렉상드르 뷔스티요, 줄리엔 마우리
5. <디센트> - 닐 마셜
6. <주온 비디오판 1.2> - 시미즈 다카시
6. <무간도 1.2> - 맥조휘, 유위강
7. <살파랑> - 엽위신 2005
8. <회로> - 구로사와 기요시 2001
9. <스크림> - 웨스 크레이븐 1996
10. <블레어 윗치> - 댄 미릭, 에두아르도 산체스 1999

 

나의 영화적 취향은 호러와 B급 액션들이 중심이다.
태어나서 극장에서 처음으로 본 영화가 호러영화라는 특별한 인연도 있고, 영화를 본 뒤 며칠 밤잠을 설치는 등의 후유증이 오래 지속히 되었다는 점에서 강한 중독성을 느끼게 했다.
때문에 내가 꼽는 베스트 10의 순위는 당연하게도 호러영화 수가 많다.
<링> <블레어윗치>는 영화 자체로도 좋지만, 이들 영화들이 끼친 막대한 영향력을 생각할 때
순위에서 결코 바질 수 없는 것들이다. 90년대 들어 가장 강렬했던 영화는 나카다 히데오의 <링>이다.
<링> 이전에도 이후에도 나는 이들 이외에 공포 장르 영화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를 도달한 영화를 본적이 없다.
<링>의 사다코 이후 더이상의 심령공포 캐릭터는 힘들겠다는 우려는 시미즈 다카시의 비디오 영화 <주온1.2> 를 통해 확장된다.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어느 순간 하나로 합쳐지면서 폭발하는 기막힌 스토리텔링의 매력, 가야코와 토시오 듀엣이 벌이는 쇼크 효과는 무시무시하다.
극장판 <주온> 시리즈의 완성도는 이 비디오 영화와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링>과 <주온> 이 두 영화는 결과적으로 아시아 심령 공포영화들을 무덤 속으로 끌고 갔다. <블레어윗치>는 마케팅적인 화제를 배제해도 저예산 장르영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그 자체로 잘 만든 영화다. 물론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무섭고 흥미진진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21세기 들어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유럽 공포영화의 건재함이라고 생각한다.
<독 솔져>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던 닐 마샬은 동굴 호러 액션씬 <디센트>로 영국 호러의 전통과 자존심을 지켰다. 존 카펜터의 <괴물>과는 정반대로 남자 배우를 배재한 채 (영화 시작과 함께 남자 배우는 죽는다) 여자들로만 구성했고, 빛과 어둠의 조화를 극대화한 동굴이라는 배경ㅇ르 통해 폐쇄공간의 미학을 보여주었다. 알렉상드르 뷔스티요, 줄리엔 마우리 감독의 프랑스 호러 <인사이드>는 심리 공포와 상상을 초월하는 무자비한 폭력 묘사로 점점 오락적 성향으로 변해가는 미국 공포영화들에 경종을 울린다. 늦은 밤 문을 두드리는 낯선 자의 방문으로 시작되는 <인사이드>는 심장이 뛸 정도의 전율적인 공포와 함께 그 어떤 고어영화들보다 잔혹한 피범벅 영상, 그리고 기이한 아름다움과 슬픔이 공존하는 역작이다. <킬빌1.2>는 다시는 접할 수 없는 액션 활극의 결정판이다. <킬빌1.2>는 오락영화가 도달할수 있는 최고 수준의 경지에 올라선 작품이다.

 

 

한상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1. <올드보이> - 박찬욱 2003
2. <사랑의 찬가> - 장뤽 고다르 2001
3. <화양연화> - 왕가위 2000
4. <매그놀리아> - 폴 토머스 앤더슨 1999
5. <줄리앙 동키 보이> - 하모니 코린 1999
6.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 김기덕 2003
7. <괴물> - 봉준호 2006
8. <와호장룡> - 리안 2000
9. <나쁜 교육> - 페드로 알모도바르 2004
10. <하나비> - 기타노 다케시 1997

지난 13년간 우리 주변의 영화 문화는 이전에 비해 몇 가지 특징적인 변화들이 있었다.
영화제의 활성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영화의 도약, 한국영화의 세계화 등이 그것이다.
이런 특징들과 함께 현재 영화제에 몸담고 있는 개인적 상황을 고려해 10편을 선정했다.
<사랑의 찬가>나 <줄리앙 동키 보이>처럼 영화의 미래를 예감하는 듯한 작품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영화제를 통해 의미를 부각한 작품들을 중시했다.
얼마 전 판타스포르투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가했을때 다시 한번 느꼈지만,
한국영화 및 문화전반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일으키는 데 <올드보이>등이 기여한 바는 대단히 크다.
그리고 이 영화들은 대부분 영화제를 통해 그 존재감을 높였다.
그런 점에서 김지운 감독의 신작 또한 큰 기대를 걸게 한다.

 

 

김지미 - 영화평론가

 

1. <로제타> -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1999
2. <랜드 앤 프리덤> - 켄로치 1995
3. <체리향기>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4. <세계> - 지아장커 2004
5. <인랜드 엠파이어> - 데이비드 린치 2006
6. <언더그라운드> - 에미르 쿠스투리차 2005
7. <매트릭스> - 래리 워쇼스키, 앤디 워쇼스키 1999
8. <춘향뎐> - 임권택 2000
9. <바마코> - 압델라만 시사코 2006
10.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에단 코언, 조엘 코언 2008

시간을 되짚다 보니 내가 사랑하는 영화들이 생각보다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사싱르 깨닫게 되었다.
1995년 이전에 태어난 작품들을 제하다 보니 에미르 쿠스투리치의 <언더그라운드>가 옛사랑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 작품의 오프닝은 정치적인 파장이나 쿠스투리차의 은퇴선언 따위는 잊게 만들 만큼 강력했다.
전쟁으로 얼룩진 역사를 민초의 강한 생명력과 위트 그리고 브라스밴드의 강렬한 선율에 실어나르는 세 시간은 내게 '영화란 1초에 24번의 마법'이라는
황홀경을 선사했다. 켄로치는 사실 어떠한 작품보다는 그의 작품 전체를 뽑아내고 싶었지만 그의 영화들 가운데 한국영화에 대한 불만 특히 우리의 굴곡진 역사를 한번도 제대로 된 형식과 내용으로 담아내지 못한 것에 대한 심한 갈증을 느끼게 만들었던 <랜드 앤 프리덤>을 꼽았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갓 스무살이 된 내가 갇혀 있던 영화의 심상지리적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한 중 일 영화속에만 허우적거리던 나에게 이란의 탄탄한 길과 쭉 뻗은 올리브나무 그리고 죽음을 뛰어넘는 체리의 달콤한 향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로 영화를 비추는 끝없는 거울을 보여주었다.
나는 <체리향기>를 통해 키아로스타미와 그가 데려온 이란의 영화세계를 리스트 안에 불러들이고 싶었다.
반면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는 '왜 어떤 영화에는 풍부한 자본이 필수적인가'라는 질문에 훌륭한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믿지 말라'는 이 영화의 교훈과 매우 대조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설명되지 않는 세계관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쇼스키 형제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블레이드 러너>가 놓여 있던 자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들여놓았다.
<로제타>는 그것과는 아주 정반대의 이유로, 최소한의 형식과 최소한의 비용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술과 이야기되어야만 하는 사회의 단면들을
포착해내는 다르덴 형제의 능력때문에 리스트 안에 넣게 되었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은 완벽한 형식미의 절정을 보여준다. 유연한 리듬이 이 영화의 생명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장면을 박제하여 소장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한다.
지아장커  <세계>를 통해 그 이전 세대의 중국 감독들이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던 중국을 보여주었고, 그 이후 붉은 빛을 주조로 하는 화려한 색채 속에서 숨이 막혀 있던 중국의 실재가 쏟아지듯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서울디지털영화제 초청작으로 우연히 스크리너를 통해 보았던 압데라만 시사코의 <바마코> 역시 아프리카의 매우 직설적인 목소리를 아프리카적인 방식으로 들려주어 신선한 충격을 준 작품이다.
반면 오래된 감독 데이비드 린치는 다른 방식으로 강한 충격을 주었다. 필름을 박차고 나간 그가 <인랜드 엠파이어>에서 보여준 것은 아직도 무엇인지 알수 없지만,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무엇이었다. 이 작품에서 실재는 가상보다 더 중요하지 않고, 그 둘 사이의 경계조차 무의미해진다. 디지털속에서 모든 것은 분해되고 자유로워진다. 그 실험의 끝이 어디인지 알수 없지만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게 만드는 강한 마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코언 형제에게 내준 마지막 자리는 사실 매우 유보적이었다. 최근작 가운데 새롭고 신선한 영화와 감독이 있었다면 대주고 싶은 자리였지만 아쉽게도 오래전부터 보아온 코언형제에게 자리를 내 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익숙하지만 매번 새로운 얼굴로 돌아오는 그들의 작품에 대한 오랜 애정때문이기도 하고 가혹하리만치 냉정해지고 담담한 영화의 결말처럼, 사랑에 빠지게 될 무수한 영화들과 예기치 않게 조우하게 될 수많은 날들을 기대해본다.

 

 

박진형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프로그래머

 

1. <피아니스트> - 미카엘 하네케 2001
위페르의 얼굴과 하네케의 리듬이 만들어내는 그 순수한 영화적 긴장감.

2. <파 프롬 헤븐> - 토드 헤인즈 2002
더글라스 서크 스타일 멜로드라마의 가장 충실하면서 창의적인 재해석.

3. <이스턴 프라미시스> -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2007
커뮤니티, 폭력, 그리고 남성의 육체가 뒤섞인 유래없이 기묘한 결합.

4. <일렉션> - 알렉산더 페인 1999
가장 애처럽고 가장 재수없는 캐릭터들의 발랄한 우화.

5. <의식> - 클로드 샤브롤 1995
계급 섹슈얼리티, 살인의 대한 샤브롤의 끝없는 보고서.

6. <나쁜 교육> - 페드로 알모드바르 2004
알모도바르가 누아르를 만났을 때.

7. <스위트 식스틴> - 켄로치 2001
절대로 밝지 않은, 그래서 더욱 힘있는 성장영화.

8. <빈집> - 김기덕 2004
한계를 뛰어넘는 한국영화의 새로운 상상력.

9. <신의 간섭> - 엘리아 슐레이만 2002
차이가 만들어낸 적대를 끌어안는 따뜻한 위트와 발랄한 스타일.

10. <살인의 추억> - 봉준호 2003
외상으로 가득한 근대 한국사회에 대한 가장 영악한 스케치.

 

 

이용철 -영화평론가

 

1. <징후과 세기> -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2006
어떤 예술로부터도 자유로운, 어떤 사회적 무게로부터도 자유로운, 어떤 콤플렉스로부터도 자유로운, 100%순수한 영화의 시작.
영화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기가 과연 그 시작의 첫 단계일지, 아니면 한 사기꾼의 일시적인 기운으로 그칠지, 아직까지는 알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강한 중독성 때문에.

2. <오고 가며 Vaie Vem> - 주앙 세자르 몬테이로 2003
한 대가가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그야말로 자유의 경지로 만들어간다. 그러나 미완으로 남은 작품.
과거에 사회주의자였던 노인은 여성과의 관계 속에서 실존의 기록을 적어나간다.
그리고 꺼져가는 육체의 빛과 반대로, 그의 정신은 여성과 바깥세상과 만나고 충돌하는 가운데 천상의 이미지와 조우한다.
홍상수의 <밤과 낮>보다 10배는 더 좋다.

3. <침묵의 빛> -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2007
칼 드레이어의 <오데트>의 재래. 속도와 소리에 미친 현대영화 사이에서 사려 깊고 둔중한 영화가 의미를 잃지 않았음을 깨우쳐준다.

4. <로스트 하이웨이> - 데이비드 린치 1997
데이비드 린치 스스로 자기 세계 안에서 헤매기 전에 창조한 모던시네마의 진풍경.

5. <아이즈 와이드 셧> - 스탠리 큐브릭 1999
스탠리 큐브릭이 끝까지 놓지 않았던 주제. '인간의 자유의지'에 관하여.
10년 내에 나온 영화 중 가장 무섭다.

6. <평범한 연인들> - 필립 가렐 2005
패배의 쓰라림을 겪을 때면 찾아볼 것이다. 아픔 속에서도 아름다움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지니.

7. <가을 이야기> - 에릭 로메르 1998
발걸음을 서두르는 자는 결코 맛보지 못할, 성숙한 와인의 맛.

8. <달콤한 내세> - 아톰 에고이얀 1997
서늘한 설경 한가운데 진실을 구하는 인간의 버거운 발걸음이 새겨져 있다.

9. <하류인생> - 임권택 2004
임권택은 여기서, 자신이 통과한 시대를 자신이 주물렀던 장르를 빌려 자신의 솔직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영화의 마지막 글귀처럼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은 건 주인공뿐만이 아니다.

10. <방문자> - 신동일 2005
한국사회의 구조와 도덕을 되짚는 남자들의 새로운 리그, 혹은 거대하고 지저분한 공룡이 되어가고 있는 한국사회를 향한
영화판 신성가족, 혹은 한국영화의 미래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게 만드는 재기.

 

 

김봉석 -영화평론가


1. <절규> - 구로사와 기요시 2007
2.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이누도 잇신 2003
3. <밀리언 달러 베이비> -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4
4. <블루스 하프> - 미이케 다카시 1998
5. <그라인드 하우스> -쿠엔틴 타란티노, 로버트 로드리게즈 2007
6. <아이스 스톰> - 리안 1997
7. <28주 후.. > - 후안 카를로스 프레스나딜로 2007
8. <데블스 리젝트> - 롭 좀비 2005
9. <콘스탄트 가드너> -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2005
10. <도니 다코> - 리처드 켈리 2001


내 머릿속에 강하게 여운이 남아 있는, 언제나 떠올릴 수 있는 장면들이 있는 개인적인 영화 베스트를 골랐다. 이 영화들 모두 걸작이라거나 최고의 작품이라고 우길 생각은 전혀 없다.
애초에 그런 건 관심없다. 누구나 좋아하는 명작, 누구나 인정하는 걸작 같은 건 영화사 책에나 들어가면 된다. 나는 그런 영화에 크게 관심없다. 이건 나의 베스트, 내가 발견한 인상적인 영화들의 리스트일뿐이다. '모두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라는 신지의 대사는 무책임하다. 그보다는 차라리 '나는 죽었다. 너희들도 모두 죽어라.' 라는 <절규>의 저주가 더 낫지 않을까? 뭔가에서 도망치거나, 누군가에게 분노한다면, 그 정도의 결기는 있어야한다.
<큐어> <카리스마> <회로>에서 섬뜩한 종말의 풍경을 그려낸 구로사와 기요시는 21세기에도 변함없이 너무나 섬뜩해서 너무나 아름다운 악몽을 그려낸다.
개인의 죽음, 문명의 종말은 가장 멋진 이야기와 심오한 질문을 끌어낼 수 있는 소재다.
나는 죽음의 영화들을 사랑한다. 어차피 인간이란 죽음과 싸워 이길 수 없는 존재다. <28주 후..>는 전편을 가볍게 뛰어넘어, 인간이라는 존재가 벌이는 생존투쟁의 아귀다툼을 보여준다.
희망도 없고 미래도 없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종에게 희망이 없는 것과 별개로 개인에게는 아직 여지가 남아있다.
<콘스탄트 가드너> <도니 다코> <아이스 스톰> 은 개인 그리고 희생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말하려 시도 하는 영화다. 자신의 행동이 세계를 바꿀 수 없을지라도 지금 나 자신의 발걸음만은 바꾸어보려고 발악을 한다.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그게 정 억울하다면, 내가 죽었으니 당신들도 죽으라고 저주하면 될 테니까. 혹은 인면수심도 가능하다. <데블스 리젝트>는 살인자들의 영화다. 그들은 완벽한 악인이며 범죄자이고, 전혀 동정의 여지가 없는 쓰레기다. 하지만 그 잔인무도한 세계에 매료된 롭 좀비는, 모든 것에게 거절당하고 기거이 이탈한 그들의 난동을, 피에 전 60년대의 플라워 무브먼트처럼 그려낸다. 기꺼이 찬사를 보낸다. 혹은 난장판도 가능하다. 타란티노와 로드리게즈의 후안무치가 빛을 발하는 <그라인드 하우스>는 <데쓰 프루프>와 <플래닛 테러> 각각의 영화로도 즐겁지만, 가짜 예고편들까지 포함한 두편의 영화를 한꺼번에 보았을 때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꼭 감동을 얻거나, 세상의 심오한 의미를 깨닫거나, 뭔가를 배울 필요는 없다. 그냥 그 시간만큼. 어딘가로 탈출해버리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현실? 그건 보고 나서 생각하자. 어차피 내일은 오고야 말테니까.
사실 개인이 세계와 맞부딪쳐 싸운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대개는 진다. <블루스 하프>의 그들처럼, 작은 소망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무너져 내린다.
이 세상은 비극이다. 하지만 그거을 견뎌가는 것 역시 인간의 몫이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그녀를 보내고 다시 허름한 식당으로 돌아와 식사를 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뒷모습이다. 치욕을 견디고, 슬픔을 뒤로하고, 결국은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본분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조제 역시 그렇게 살아간다. 살아야 한다. 죽음을 알기 위해서 혹은 죽음에 당당해지기 위해서 그들은 살아간다.
아무리 죽음이 매혹적이어도, 삶을 방기한 죽음은 비겁한 도주일 뿐이다.
이 영화들에 베스트라는 말은 붙이고 싶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일 뿐이다. 내 심장 어딘가에 깊이 뿌리를 내린 영화들이고, 나라는 존재와 리듬이 맞는 영화들을 우연히 발견한 것뿐이다.
영화를, 소설을, 만화를 끊임없이 보는 이유는 그것이다. 최고의 작품이 아니라, 나와 맞는 것들을 발견하기 위해서.

 

 

이동진 -영화평론가

 

1. <원더풀 라이프> - 고레에다 히로카즈 1998
2. <어머니와 아들> - 알렉산더 소쿠로프 1997
3. <매그놀리아> - 폴 토머스 앤더슨 1999
4. <박하사탕> - 이창동 1999
5. <멀홀랜드 드라이브> - 데이비드 린치 2001
6. <스틸 라이프> - 지아 장커 2006
7. <엘리펀트> - 구스 반 산트 2003
8. <해변의 여인>
 - 홍상수 2006
9. <반지의 제왕1.2.3> - 피터잭슨
10. <버림받은 천사들> - 프리드릭 토르 프리드릭슨 1991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1. <영화의 역사(들)> - 장뤽 고다르 1998
20세기의 역사와 영화에 관한 가장 야심적인 결산.
이 영화와 마주하지 않고는 21세기를 사고 할수 없다.

2. <행진하는 청춘> - 페드로 코스타 2006
빈민가를 떠도는 유령에 관한 네버엔딩 스토리. 음악없이, 정지된 카메라의
간결하고 긴 숏에서 허식없이 영화를 창조해내는 독보적인 영화.

3. <아이즈 와이드 셧> - 스탠릭 큐브릭 1999
마치 브뉘엘처럼 믿을 수 없을 만큼 모호하고 꿈처럼 전개되는 20세기의 마지막 오디세이.

4. <인사이더> - 마이클 만 1999
자본주의 통제혁명, 글로벌 테러리즘 규범의 시대에 아메리칸 뉴시네마 혹은 마르쿠제 세대가 벌이는 고독한
저항을 이토록 강렬하게 보여준 영화를 찾기란 힘들다.

5. <RX마스> - 아벨 페라라 2001
악에 관한, 도덕에 관한 통제사회에 관한 유령의 우화 혹은 크리스마스의 악몽.

6. <남국재견> - 허우샤오시엔 1996
기차의 움직임으로 시작해 오토바이의 운동을 거쳐 자동차의 움직임과 정지로 영화를 끝맺는, 그렇게 심플하게 영화가 성립될수 없음을 보여주는 작품.

7. <새로운 삶> - 필립 그랑드리외 2002
섹스, 폭력, 강박성, 희생과 제의 21세기 새로운 삶의 조건에 관한 감각적 요동에 관한 가장 강렬한 탐구.

8. <가을 이야기> - 에릭 로메르 1998
영화가 불필요한 것을 거절하는 예술임을, 불확실한 세상에서의 기적과 은총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예술임을 오직 거장만이 보여줄수 있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영화.

9. <불안> - 마뇰 드 올리베이라 1998
삶과 죽음. 심오함에 대한,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우리에게 답이 없는 것에 대한 드레이어적인 탐구.

10. <시실리아 Sicilia!> - 장 마리 스트라우브, 다니엘 위예 1999
B급 영화의 러닝타임에 가장 비영화적이라 불릴 방식으로 풍경과 인물들의 말, 제스처로 가장 심플하고 경쾌하게.

 

 

남다은 -영화평론가

 

1. <스틸 라이프> - 지아장커 2006
부끄러움을 가르쳐준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 마지막 장면을 잊을 수 없다.

2. <밤과 낮> - 홍상수 2008
<경계> - 장률 2007
결국 영화가 나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기만의 형식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그 형식이 이야기를 만든다. 감동적이다.

3. <빨간 풍선> - 허우샤오시엔 2007
다른 말이 필요없다. 그저 처음부터 끝가지 '영화를 본다는 것이 이렇게 황홀한 경험이구나' 느꼈다.

4. <브로큰 플라워> -짐 자무시 2005,
<과거가 없는 남자> - 아키 카우리스마키 2002

이 영화들을 보면 짐 자무시, 아키 카우리스마키와 반드시 연애하고 싶어진다.

5. <약속> -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1996
거친 세상에 내던져진 소년이 끝내 지키려는 약속. 그의 결단에 가슴이 무너지고 찢어진다.

6. <송환> -김동원 2003
찌는 자와 찍히는 자가 서로의 마음속에 들어가는 과정과 시간. 그것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애정이며 삶에 대한 믿음이다.

7. <하나 그리고 둘> - 에드워드 양 2000
에드워드 양이 죽기 전 이 영화를 남겼다는 사실에 매번 위안을 받는다.

8. <열대병> -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2004
정글 속에서 2막이 시작될 때, 그 기이하고 독창적인 어둠을 밀고 나아가는 감독에게 경악하며 매혹되었다.

9. <기사에게 경배를> - 알베르 세라 2006,
<라스트 데이즈> - 구스 반 산트 2005

하나는 누구나 아는 소설을, 다른 하나는 누구나 아는 뮤지션을 그야말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으로 '사유'한다.
아.. 이게 뭔가. 뒤통수를 맞은 기분.

10. <디 아워스> - 스티븐 달드리 2002
세 여자의 시간은 볼때마다 눈물을 끌어내며 위안을 준다. 글을 쓴다는 것, 여자로 산다는 것, 사랑을 한 다는 것에 대해.

 

 

송지환 -무비위크 편집장

 

1. <밀양> - 이창동 2007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얘기를 세상에서 가장 무심하게, 그러나 가장 치밀하게 쓰고 연출한 이창동 감독의 솜씨가 경이로웠다.

2. <왕의 남자> - 이준익 2005
이준익 감독과 최환석 작가 콤비는 드라마를 풀어내는 데 더없이 탁월하다.

3. <크래쉬> - 폴 해기스 2004
이 영화를 아직도 못 본 이가 있다면 반드시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4. <공공의 적> - 강우석 2002
'강철중'이라는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베스트 반열에 올릴 가치가 충분하다.

5. <몽상가들> - 베르나르도 베를톨루치 2003
영화와 청춘, 그 '꿈'의 공통분모를 충격적 설정으로 다뤘다는 데 큰 가치가 있다.

6. <살인의 추억> - 봉준호 2003
봉준호 감독 최고의 영화는 <괴물>이 아니라 <살인의 추억>이다.

7. <본 아이덴티티> - 더그 라이먼 2002
기막힌 이야기, 기막힌 연기, 기막힌 연출, 좌우간 기막힌 영화다.

8. <볼링 포 콜럼바인> - 마이클 무어 2002
미국을 지탱하는 '충격과 공포'요범이 증면되는 대목은 그 어떤 정치 연설보다 설득력 있었다.

9. <넘버3> - 송능한 1997
폭력과 코미디가 상존할 수 있다는 점에 놀란 작품,

10. <트랜스포머> - 마이클 베이 2007
할리우드 블륵버스터의 기술 수준을 보란듯이 과시한 작품.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

 

1. <하나 그리고 둘> - 에드워드 양 2000
우리가 에드워드 양을 잃은 것은 거의 징벌이다.

2. <우주전쟁> - 스티븐 스필버그 2005
스필버그는 아직도 가장 능란하고 야심적이며 복잡한 영화감독이다.

3. <운명> - 올리비에 아사야스 2000
<쥬드> 이래 가장 심금을 울린 시대극,

4. <밤과 낮> - 홍상수 2008
한없이 수렴하는 추상과 구상. 인간이 가장 감각하는 생의 시간.

5. <라스트 데이즈> - 구스 반 산트 2005

6. <러시아 방주> - 알렉산더 소쿠로프 2002
시간을 공간으로, 공간을 시간으로 맞바꿔치우는 담대하고 아름다운 두개의 모험.

<춘향뎐> - 임권택 2000

<비포선셋> - 리처드 링클레이터 2003
오직 음악만이 구가할수 있었던 스스럼없는 리듬을 훔친 두 쾌거.

7. <스틸 라이프> - 지아장커 2006
사라져가는 세계와 떠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영화가 할수 있는 최선.

8. <열대병> -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2003
영화 보는 방식 자체를 와해하는 경이로운 최면술.

9. <아스트레와 셀라동의 사랑> - 에릭 로메르 2007

<씬 레드 라인> - 테렌스 맬릭 1998
카메라와 벌판, 그리고 움직이는 인간들만으로 도달한 시적 경지, 전자의 풍경은 천국이고, 후자는 지옥이다.

10. <스위트 앤드 로다운> - 우디 앨런 1999
(지금까지는) 마지막으로 심금을 울린 앨런의 영화. 숀펜과 사만다 모튼의 절정.

<데어 윌비 블러드> - 폴 토머스 앤더슨 2007
21세기 갑자기 다시 돌아와 의식과 역사의 폐부를 찌른 카인의 이야기.

 

 

 

황진미 -영화평론가

 

 

1. <피와 뼈> - 최양일 2004
한 인물의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폭력적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

 

2. <인정사정 볼 것 없다> - 이명세 1999
최고의 미장센과 편집으로 서사를 구성하는 영화적 신기(神技)를 보여주는 작품.

 

3. <빈집> - 김기덕 2004
시적이고 종교적이며 내적 자기 완결성을 갖는 영화.

 

4. <큐어> - 구로사와 기요시 1997
불가해한 증오와 폭력의 마성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

 

5. <복수는 나의 것> - 박찬욱 2002
폐쇄적이고 완결된 복수극을 통해 가장 순연한 폭력의 본질을 묻는 영화.

 

6. <도그빌> - 라스 폰 트리에 2003
신약성서와 니체의 텍스트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가로지르는 아포리즘.

 

7. <리브 앤 비컴> - 라두 미하일레아누 2005
민족과 국가, 그리고 개인과 인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

 

8. <아포칼립토> - 멜 깁슨 2006
팽팽한 추격의 긴장을 맨몸으로 느끼게 하면서 문명화 야만에 대한 반성적 사고를 유도해내는 영화.

 

9. <넘버3> - 송능한 1997
90년대적 시대정신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기념비적인 코미디.

 

10. <혈의 누> - 김대승 2005
문학에서 마땅히 나왔어야 할, 그러나 미처 나오지 못한 한국 근대성에 대한 성찰적 텍스트.

 

 

 

김형석 -스크린 편집장

 


1. <밀리언 달러 베이비> -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4
2. <화양연화> - 왕가위 2004
3. <그녀에게> - 페드로 알모도바르 2002
4. <색,계> - 리안 2007
5. <킬빌> - 쿠엔틴 타란티노 2005
6. <매치 포인트> - 우디 앨런 2005
7. <트레인스포팅> - 대니 보일 1996
8. <쎄븐> - 데이비드 핀처 1995
9. <매트릭스> - 앤디 워쇼스키, 래리 워쇼스키 1999
10. <제리 맥과이어> - 카메론 크로 1996

 

 

 

이현경 -영화평론가

 

1. <스틸 라이프> - 지아장커 2006
역사와 개인사가 어떻게 교차하는지 보여주는 지아장커의 시선에 깊이와 폭이 담겨있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수몰되어가는 싼샤 지역이고, 두 남녀주인공은 곧 사라질 그곳을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토록 견고했던 삶의 공간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마당에도 삶은 지속되고 있다니 우리의 삶이란 얼마나 지독한 것인가. 리얼리즘 안에 담긴 판타즘의 신선함도 이 영화가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 중 하나다. 단순히 재기발랄한 표현 방식을 넘어서 주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2. <아이스 스톰> - 리안 1997
가정과 가족 사이에 깃든 어두운 '구멍'을 냉철하게 묘사하고 있다. 리안 영화 중에. 아니 다른 어떤 영화들보다 가장 어두운 영화지만 결혼을 비롯한 인간관계의 아이러니를 묘파하는 통찰력만큼은 강렬히 빛난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같은 주제를 좀 더 완숙한 솜씨의 멜로드라마로 풀어냈지만 <아이스 스톰>의 어두운 에너지를 잊기 어렵다.

 

3. <조디악> - 데이비드 핀처 2007
동기를 알 수 없는 연쇄살인범의 '순'(純) 폭력에 맞서는 평범한 인간의 변화 과정을 놀라울 정도의 인내심으로 추적하고 있다.
"잡고 싶다"는 '순'(純) 욕망이 비등점 위로 끓어오르기까지 긴장감은 한시도 늦춰지지 않는다. 잡고 싶어질수록 잡을 수 없는 삶의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속시원히 해결되는 것이 없는 진짜 삶이 느껴진다.

 

4. <와이키키 브라더스> - 임순례 2001
'밴드'와 '유랑'이 조합된 영화는 많다. 그러나 이 영화처럼 한국적인 사연들을 굽이굽이 따라가는 영화는 없다. <사랑밖에 난 몰라>가 불리는 무대를 볼 때 폭발되는 정서를 '신파적'이라 부른다 할지라도 그 여운은 아주 오래오래 남는다.

 

5. <내 어머니의 모든 것> - 페드로 알모도바르 1999
알모도바르가 추구하는 '모성'에 관해 일단락을 지은 영화이자 그의 필모그래피의 한 정점을 마련한 영화라고 느껴진다. 알모도바르만의 색채, 음악, 내러티브가 주는 매혹,

 

6. <취한 말들의 시간> - 바흐만 고바디 2000
서정과 서사가 절묘하게 만났다. 특정 지역의 민감한 문제들을 어떤 정치적 선전도 하지 않으면서 이토록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싶다. '잠들기 전까지 가야 할 길'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애처롭지만 그들이 간직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7. <딥 크림슨> - 아르투로 립스테인 1996
남미의 정서로 풀어낸 '치명적인 사랑'. 인간의 광기와 어리석음은 모두 "론리 하트"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도덕적 잣대를 대지 않고 본다면 이 영화 속 커플이야말로 최고의 솔메이트다. 정말 '지독한 사랑' 이야기.

 

8.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 나가시마 데쓰야 2006
마츠코는 어떤 영화의 여주인공보다 강렬하고 선명한 캐릭터다. 나가시마 데쓰야 감독의 독특한 화면 구성법이나 색감.뮤지컬 등도 모두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잊을 수 없는 건 마츠코가 삶을 대하는 방식이다. 더불어 그런 마츠코를 짓밟는 세계의 무자비함은 어떤 인과관계로도 설명할수 없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듯, 세계는 원래 '맹목적 의지'로 가득 찬 곳이니까.

 

9. <시트콤> - 프랑수아 오종 1998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가족 해체에 관한 가장 발랄하고 전복적인 상상력을 보여준 코미디. 위협당해온 아버지의 자리를 아예 싹 쓸어버리는 과감함이 감탄스럽다. 아버지의 자리가 텅 비었음을 선언한다.

 

10. <킬빌> - 쿠엔틴 타란티노 2003
대중문화의 온갖 요소를 끌어모으는 데 일가견이 있는 타란티노의 대표작이라고 할수 있다. <저수지의 개들>이 자신이 사고하고 영화를 만드는 방식에 대한 메타포였다면,
<킬빌>은 실제 결과물이다. 이 영화가 추구하는 가공할 폭력과 완벽한 영화 내적 정합성은 현실적 개연성 따위를 훌쩍 뛰어넘어버린다.

 

 

 

문강형준 -영화평론가

 

 

1. <빌리 엘리어트> - 스티븐 달드리 2000
2. <빈집> - 김기덕 2004
3. <괴물> - 봉준호 2006
4. <피아니스트> - 미카엘 하네케 2001
5. <송환> - 김동원 2004
6. <브이 포 벤데타> - 제임스 맥티그 2005
7. <민주주의에 대한 전쟁> - 존 필저 2007
8.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 - 이마무라 쇼헤이 2001
9. <스트레인저 댄 픽션> - 마크 포스터 2006
10. <자본당 선언:만국의 노동자여, 축적하라!> - 김곡, 김선 2003

 

 

 

정성일 -영화평론가


1. <영화의 역사(들)> - 장뤽 고다르 1998
2. <텐>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2004
3. <남국재견> - 허우샤오시엔 1996
4. <멀홀랜드 드라이브> - 데이비드 린치 2001
5. <철서구> - 왕빙 2003
6. <미드나잇 가든> - 클린트 이스트우드 1997
7. <화양연화> - 왕가위 2000
8. <오고 가며> - 주앙 세자르 몬테이로 2003
9. <스틸 라이프> - 지아장커 2006
10. <열대병> -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2003

명단을 완성시키기 위해 어떤 참고자료도 들춰보지 않았다. 게다가 기억을 더듬지도 않았다. 그 대신 지금 당장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대로, 영화에 대해 지금 내게 사유를 명령하는 영화들의 명단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작성하는 데 딱 2분이 걸렸다.
나는 그것이 '진정한'베스트10의 명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배려도 없이, 어떤 우선권도 없이, 어떤 정치적 판단도 없이, (단지 연도만 확인하면서) 오로지 내게 지금 가장 창조적으로 영화란 무엇인가. 라고 질문하는 영화들이야말로 항상 내게 '베스트'명단들이다. 말하자면 이건 내 머릿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상영중인 영화의 명단이다. 그러므로 나는 남의 판단에 관심이 없다. 그건 그들 뇌 속의 상영관 목록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양해, 이 목록은 순위를 요구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나 자신과의 게임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서 한국영화를 제외시켰다. 게다가 한국영화 명단은 이미 <씨네21> 창간 기념을 위해 2년전에 뽑아서 보냈다. 궁금하신 분은 그 명단을 참고하실 것,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1. <순수의 순간> - 모흐센 마흐말바프 1996
2. <원더풀 타운> - 아딧야 아사랏 2007
3. <하나 그리고 둘> - 에드워드 양 2000
4. <열대병> -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2003
5. <쓰리 타임즈> - 허우샤오시엔 2005
6. <내 곁에 있어줘> - 에릭 쿠 2005
7. <거긴 지금 몇시니?> - 차이밍량 2001
8. <루나 파파> - 바흐티아르 쿠도이나자로프 1999
9. <입양아> - 브리얀테 멘도사 2007
10. <시티즌 독> - 위시트 사사나티앙 2004

 

 

박평식 -영화평론가

 

1. <아들> -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2002
다르덴 형제의 윤리학 교실은 조용하다 못해 불안하다. 뒤통수만 보이는 강사는 목소리보다 숨소리가 크다. 일촉즉발. 그 내면의 풍랑이 무섭게 출렁인다. 고통과 살의, 슬픔과 연민을 뇌관처럼 장치하는 수법은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에서나 봄직하다.
세상은 증오하는 마큼 화해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훈련소구나. 컥컥 숨이 막히는데도 머릿속은 환해진다.

2. <스틸 라이프> - 지아장커 2006
로켓처럼 하늘로 치솟는 폐건물과 까마득한 허공을 건너는 사내. 이 두 장면이 영화의 의미를 캐고 가치를 얻게 한다. 수몰된 역사와 붕괴되는 현재, 막막한 미래. 구호만 남은 거리에서 삶은 부대끼고 닳는다. 은유로 행간을 채우며 축약된 이미지를 담는 연출력이 놀랍다.
대륙의 스산한 풍경에 겹치는 이곳 근심거리. 대운하. 가망없는 희망의 삽질!

3. <밀리언 달러 베이비> -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4
근사하게 나이 들어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선 우뚝한 산맥의 기운이 묻어나온다. 이번에도 그의 경륜과 지혜는 링 안팎에 차고 넘친다.
예이츠를 읽는 퇴물 복서 그리고 '모쿠슈라', 느리지만 여유롭고 담담하게 관객을 감독의 그로기 상태로 몰아간 연출은 대가의 솜씨다.  오래 건강하셔서 인간의 신뢰와 인생 예찬을 거듭 보여주시라.

4. <아이스 스톰> - 리안 1997
미국은, 미국인은 평안하신가. 칼바람 날리며 안부를 묻는다. 베트남전과 워터게이트의 굴욕과 부도덕. 어른들은 가장 재밌게 타락하는 방법을 찾고, 아이들은 그 쾌락을 흉내내기에 바쁘다. 눈보라여, 야만의 시간을 알려다오. 부모 죄를 대속하는 자식이 처절하게 몸으로 응답했다.
시퍼런 얼음 조각에 내 정수리가 깊이 찔렸다. 환멸과 혼절!

5. <씬 레드 라인> - 테렌스 맬릭 1998
20년 만에 돌아온 테렌스 맬릭에게 연출이란 명상이자 참배다. 전쟁터를 낮은 포복으로 누빈 그는 인류학에서 철학을 거쳐 신학으로 눈길을 돌린다.
피로써 피를 씻는 전투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자연. 잔인하고 두려운 것은 전쟁이 아니라 인간이다. 생성과 소멸. 파괴본능과 자유의지를 뇌까리는 대사들은 아포리즘에 가깝다.

6. <언더그라운드> - 에미르 쿠스투리차 1995
풍자라는 궤도를 타니 발칸반도 비극의 현대사도 우스꽝스럽게 덜컹거린다. 베오그라드가 화약으로 만든 마을이라면, 주민들은 부싯돌 갉아대는 두더지를 닮았다. 매직 리얼리즘 선수답게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검은 유머를 뽑아 낸 쿠스투리차는 에필로그에서 신명나는 굿판을 벌인다.
무릉도원에 무슨 국적과 이념 따위가 필요하랴.

7. <화양연화> - 왕가위 2004
<해피 투게더> 의 쓸쓸함도 좋지만 <화양연화>의 흔들림에 더 마음이 쏠린다. 군내 물씬한 소재가 명품으로 태어난 건 절제력 덕분이다. 첼로 선율과 담배 연기에 몸을 맡긴 영상은 약에 취한 듯 몽롱하고, 치파오의 맵시를 과시한 장만옥은 더없이 고혹적이다. 삶은 기억과 상처를 밀봉하는 과정인가. 왕조위 마지막 모습에 명치끝이 아리다.

8. <빅 피쉬> - 팀 버튼 2003
동화의 화폭에 신화가 붓질한다. 황금빛 수선화와 유령마을, 마녀와 서커스단, 강바닥에서 나뭇가지로 옮겨진 자동차 등 꿈의 알갱이는 스냅 사진사가 터뜨린 플래시처럼 눈부시다. 일찍이 아버지는 바람 구두를 신었다. 귀여운 허풍은 판타지의 절정을 향해 속도를 내더니 월척을 끌어올릴 때의 손맛을 안겨준다. 복 있으라, 길 떠나는 자여.

9. <내 어머니의 모든 것> - 페드로 알모도바르 1999
시퀀스마다 제목만큼 크기와 무게가 느껴진다. 악동 감독 특유의 짓궂고 기괴한 농담은 용기와 관용, 희생으로 나뉘고 다시 합친다.
동성애과 에이즈와 매춘이 사이좋게 동업하고 있지만, 근엄한 도덕론자도 가슴 뻐근해질 장면이 많다.
모성의 숭고함과 여성연대의 힘을 강조하고 인간애로 마무리한 솜씨가 그만이다.

10. <밀양> - 이창동 2007
"행여 내 울부짖은들 뉘라 천사의 계열에서 들으리오." 릴케는 두이노에서 탄식했고 이창동은 밀양에서 같은 목소리를 낸다.
이야기와 상황은 참혹하고 불편하지만, 인간구원에 관한 신학적 성찰은 자못 진지하다. 엔딩에서 마당에 고인 물이 반짝이는 건 햇살 때문이다.
그러니 알겠다, "신의 준엄함은 인간의 온화함보다 따뜻한다"는 말의 의미를.

 

 

장병원 -<필름2.0> 편집장

 

1. <엘리펀트> - 구스 반 산트 2003
사건의 심각성과 무관하게 고요하고 담담하게 흘러가는 10대 소년 킬러들의 이야기는 구스 반 산트가 우리 세기에 가장 중요한 감독임을 확실케 한다.
되풀이해 깊이 숙고할 가치가 있는 우리 세기의 최고작이다.

2. <미션 임파서블> - 브라이언드 팔마 1996
브라이언 드 팔마의 의미심장한 컴백을 알린 <미션 임파서블>은 <스네이크 아이즈> <팜프파탈>로 이어지는 3부작의 시작이며, 풍부한 갈래로 해석이 가능한 다층적 텍스트다. 지금 세계에서 누구도 이런 영화를 만들지 않으며 누구도 드 팔마처럼 영화적일 수 없다.

3. <영화의 역사(들)> - 장뤽 고다르 1998
이 장엄한 영화의 이야기들은 고다르를 통과한 하나의 영화사다. 그의 말처럼 "이것은 정당한 이미지가 아니라 단지 하나의 이미지일 뿐"이다. 영화에 대한 유일하게 교정할 수 없는 역사책은 없으며 누군가의 관점을 반영해 쓰여진 '하나의 영화사'가 있을 뿐이다. 지금 영화란 무엇인가. 무엇을 해야 하고, 또 할수 있는가라고 묻고 대답하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4. <멀홀랜드 드라이브> - 데이비드 린치 2001
80년대 <블루 벨벳> 이후 데이비드 린치의 최고작이며 그의 필모그래프 가운데서도 첫손에 꼽힐 만한 역작이다. 악몽과 무의식의 세계를 이미지화하는 데 린치만한 대가는 없지만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그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이며 아름답다.

5. <미스틱 리버> -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3
서부극의 냉혈한 총잡이로 젊은 시절을 보냈고 '더티 하리'라는 터프한 형사로 무수히 많은 죄인들을 도살했던 이스트우드는 한때 자신이 몸담았던 범죄 세계를 회한에 찬 눈으로 바라본다.

6. <토킹 픽쳐> - 마뇰 드 올리베이라 2003
'말하는 영화'라는 제목답게 영화는 쉬지 않는 대화의 연속이다. 예기치 못한 재앙으로 맺음 되는 결말은 특별한 기복이 없었던 이전까지의 흐름을 일거에 뒤바꾸는 마침표이다. 어떤 반전 못지 않은 충격적인 결말인데, 세상을 바라보는 올리베이라의 염세적인 시선이 그대로 느겨지는 대단원이다.

7. <오! 수정> - 홍상수 2000
<오! 수정>은 홍상수 영화의 한 정점이다. 홍상수의 유일한 흑백영화인 이 영화는 이전의 두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와 비교했을 때 활달해졌을 뿐 아니라 인간과 세계에 대한 홍상수의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8. <해상화> - 허우샤오시엔 1998
<해상화>는 시간의 실재를 공간을 통해 건져올리는 허우샤오시엔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 <해상화> 이전 영화들이 대만의 역사를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으로 관통해 왔다면, <해상화>에서 100년 전 상하이 유곽의 밀폐된 공간은 시공간이 멈춰선 진공의 공간으로 그려진다. 이후 새롭게 전개되는 허우샤오시엔 영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 같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9. <언브레이커블> - M, 나이트 샤말란 2000
M, 나이트 샤말란은 현대 헐리우드에서 고전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느 감독 중 하나다. 가시성과 불가시성의 관계라는 히치콕적인 개념을 영화에 끌어들인 이 천재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식스 센스>가 아니라 <언브레이커블>이었다.

10. <플라이트93> - 폴 그린그래스 2006
지난 10여년간 급격하게 세상을 바꾼 전환기적 사건이었던 9.11을 재현한 최고의 영화. 9.11을 다룬 많은 영화들이 있었지만, 영화가 그것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를 '영화적으로' 고민한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헐리우드에서 가장 창의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 중 하나인 폴 그린그래스는 세상에 대한 인식 자체에 충격을 가한 이 사건에 대해 영화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실제 폭격이 이뤄지는 것과 유사하게 조성된 세트 위에서 공포를 체험하게 하면서 그린그래스는 우리가 믿는 그 어느 것도 진짜가 아닐수 있다는 날카로운 깨침을 준다.

 

 

장한석 -<씨네 21> 기자

 

1. <밤과 낮> - 홍상수 2008
홍상수의 인물들이 나와 같은 모국어로 말하고 느낀다는 건 행운이다.

2. <오고 가며> - 주앙 세자르 몬테이로 2003
위대한 변태 늙은이가 죽음을 두고 수작을 부린 불멸의 유작.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당당한 소멸.

3. <라스트 데이즈> - 구스 반 산트 2005
구스 반 산트는 사실과 인상 사이에서 마술을 창조했다.

4. <화양연화> - 왕가위 2000
<동사서독>도 <아비정전>도 다 잊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버리지는 않으리라.

5. <남국재견> - 허우샤오시엔 1996
아주, 아주, 오래도록 이 영화의 티켓을 버릴 수 없었다.

6. <엔칸토에서의 죽음> - 라브 디아즈 2007
진정으로 위대한 자유, 영롱한 윤리, 치열한 미학, 그러나 이 열매를 위해 뒤따르는 9시간 동안의 육체의 시련.

7. <불타버린 극장의 예술가들> - 리티 판 2005
이렇게 촌스러운 영화를 여기 넣다니, 미쳤나 보다. 그래도 황폐한 캄보디아 예술가들의 촌스러움을 잊지 못하겠다.

8. <정오의 낯선 물체> -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2000
아핏차퐁의 더 좋은 영화들을 안다. 하지만 여기 이미 다 있다. 아핏차퐁 '프랙탈 시네마'의 매력적인 시작.

9. <소설> - 류우에 2007
허구와 사실이 연애를 하여 일으킨 서정의 로맨스. 새벽이 오기 전 그들의 대화. 이 영화의 후반부를 보며 당신의 옆자리에서 상심에 젖고 싶다.

10. <행진하는 청춘> - 페드로 코스타 2006
스트라우브-위예가 펼친 풍경의 엄중함. 거기에서 페드로 코스타가 배운 건 인간에의 엄중함.
영화를 보던 그 순간 분석이 미처 느낌의 확고함을 따라잡지 못하던 경험을 떠올리며 순위를 정해보았스니다. 선정근거가 무책임한 건 그 때문입니다.

 

지아장커의 생생한 다큐멘터리 <무용>,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위대한 멜로드라마 <밀리언 달러 베이비> 고다르의 황홀한 아카이브 <영화의 역사(들)>는 끝내 넣지 못했습니다.

 

 

 

김소영 -영화평론가

 

 

1. <스틸 라이프> - 지아장커 2006
2. <열대병> - 아피차퐁 위라세타쿤 2003
3.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 - 차이밍량 2003
4.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 홍상수 1996
5. <낮은 목소리 3부작> - 변영주 1995, 1997, 1999
6. <빈 집> - 김기덕 2004
7. <송환> - 김동원 2004
8. <데어 윌 비 블러드> - 폴 토머스 앤더슨 2007
9. <휴머니티> - 브루노 뒤몽 1999
10. <괴물> - 봉준호 2006

 

 

 

 

유운성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1. <텐> - 압바스 카이로스타미 2007
2. <노동자, 농민> - 장 마리 스트라우브 & 다니엘 위예 2001
3. <아워 뮤직> - 장 뤽 고다르 2004
4. <미스틱 리버> -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3
5. <폭력의 역사> -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2005
6.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 - 벨라 타르 2000
7. <행진하는 청춘> - 페드로 코스타 2006
8. <열대병> -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2004
9. <게리> - 구스 반 산트 2002
10. <이윤동기와 속삭이는 바람> - 존 지안비토 2007
<함부르크 강연> - 로무알트 카마카 2006
<오토히스토리아> - 라야 마틴 2007
<중국여인의 연대기> - 왕빙 2007
<무용> 지아장커 2007
<소설> - 류우에 2006

 

<씨네21>쪽에서는 잡지가 창간된 1995년부터 현재까지를 기준으로 열편의 영화를 선정해줄 것을 부탁했지만, 고민 끝에 21세기 들어 발표된 영화들만 대상으로 베스트 목록을 작성했다.
21세기 첫 10년-아직 2년이 더 남아 있긴 하지만-을 대표하는 영화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텐>을 꼽는 것은 내겐 지극히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다들 디지털 영화에 대한 믿기 힘든 환상에 사로잡혀 있을 때 키아로스타미는 간결하지만 허를 찌르는 통찰이 빛나는 이 작품으로 영화사의 태엽을 다시 감았다. 21세기의 영화(에 대한 사유)는 바로 이 작품으로부터 시작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니까 "영화는 그리피스로부터 시작해서 키아로스타미에서 끝났다"는 고다르의 말은 희망의 전언이다. 스트라우브와 위예는 내게 있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름이다. 그들은 복잡하고 대가연하는 거짓 예술을 만들어내기보다 "심지어 바보일지라도 약간의 인내심과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 준비만 되어 있다면 같은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 낼수 있는 그런 방법을 창안"하고 우리로 하여금(데리다의 표현을 빌리자면) "현재 살아 있는 것! 생생한 현재(le present vivant) 일반을 넘어선" 정의에 끊임없이 눈돌리게
만들었다. 그들의 이상을 존경하는 후예들이 속속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내놓는 가운데, 다니엘 위예가 불현듯 세상을 떠나버린 건 정말이지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 뒤에 자리한 네명의 거장들(장 뤽 고다르, 클린트 이스트우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벨라 타르)은 각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리 시대 '폭력의 역사'에 대한 강렬한 통찰이 담긴 걸작들을 내놓았다. 특히 이미 <크래쉬>와 <스파이더>를 만든 크로넨버그가 두편의 성취를 넘어 여기까지 도달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폭력의 역사>는 내게 큰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우리 시대에 만들어진(문자 그대로의 의미에서) '클래식'이다. 그 뒤를 이은 세명의 감독(페드로 코스타,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구스 반 산트)은 진정 21세기의 거장들이라 할 만한다.
다가올 10년의 영화가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를 가늠해보기 위해서는 이들의 영화를 거치지 않을 도리가 없다. 10위에 나란히 올린 6편의 영화는 사실 2007년에 내게 가장 큰 감흥을 주었던 디지털영화들의 목록이다. 키아로스타미의 <텐> 이후 디지털을 경유한 영화사는 어떠한 모습으로 전개 될수 있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현재의 대답이다. 몇몇은 스트라우브와 위예가 개척한, 역사적 성찰의 지평으로 향하는 영화적 영화를 디지털로 전유한다(존 지안비토, 로무알트 카마카, 라야 마틴, 왕빙). 키아로스타미적 응시와 로셀리니의 '도덕적 입장'(moral position)을 동시에 껴안은 지아장커의 <무용>은, 소비자와 무관하게 생산된 상품의 자율성과 초인격성에 관한 게오르크 짐멜의 사유를 기분좋게 뛰어넘는 이미지-철학의 진수를 보여준다. 로카르노영화제 대상을 수상해던 <자오 선생>(1998) 이후 별다른 성취를 보여주지 못했던 류우에-<집결호>와 오우삼의 차기작 <적벽>의 촬영감독이기도 하다-는 그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걸작이자 그의 네 번째 장편인 <소설>을 내놓았다. 키아로스타미의 <클로즈업>만큼이나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와 융합에 관해 즐거운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신기한 작품아다.
마땅히 포함시켜야 했으나 아쉽게도 그러지 못한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화양연가>(왕가위 2000), <멀홀랜드 드라이브>(데이비드 린치, 2001), <불확정성의 원리>(마뇰드 올리베이라, 2002),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홍상수, 2004), <쓰리 타임즈>(허우샤오시엔, 2005).
작품 선정의 방향을 달리했다면 반드시 위 목록에 포함했어야 할 이름들이다. 마지막으로 만일 1995년부터 현재까지의 영화를 대상으로 삼았다면 배용균 감독의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도 빠트릴 수 없었을 것이다.

 

 


정수완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1. <쓰리 타임즈> - 허우샤오시엔 2005
2. <체리향기>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1997
3. <화양연가> - 왕가위 2000
4. <밀리언 달러 베이비> -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4
5. <살인의 추억> - 봉준호 2003
6. <임소요> - 지아장커 2002
7. <샤인 어 라이트> - 마틴 스코시즈 2007
8. <런던에서 온 사나이> - 벨라 타르 2007
9. <스모크> - 웨인왕 1995
10. <데어 윌 비 블러드> - 폴 토머스 앤더슨 2007

 

 

변성찬 - 영화평론가

 

1. <스틸 라이프> - 지아장커 2006
<스틸 라이프>는 영화속의 '삶'과 영화의 '삶'이 그대로 하나인 영화다. 이 영화에서 폭압적인 근대화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과 그 폭압 아래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유연한 긍정(연대의식)은, 단지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나'가 된다. 그 치열함과 유연함의 공존(또는 하나됨), 그것은 이 시대의 '영화'에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가능성일 것이다.

 

2. <아들> -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2002
철저히 대상(인물)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어느덧 그 대상(인물)과 하나가 되어 세상과 사건을 바라보고 느끼게 하는 <아들>의 카메라의 미학(윤리학)은, 정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 영화 이후 영화에서 '클로즈업'이 무엇인지(또는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3. <숨> - 김기덕 2007
<빈 집>은 김기덕 영화세계에서 하나의 전환점이다. 생경한 직접화법과 우회적 간접화법 사이를 오가던 김기덕이, <빈 집>에서 그 어느 것도 아닌 '제3의 길'을 찾아낸 듯하다. 그 길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김기덕 만의 길이고, 그래서 아름답고 소중하다. <빈 집>은 이른바 '세상'을 향한 야생적 분노와 치여한 미학적 절제 사이에서 흐르는 팽팽한 긴장이 있다.

<숨>은 그 <빈 집>의 성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영화다.

 

4. <극장전> - 홍상수 2005
나는 <극장전> 이후, 진심으로 홍상수의 영화세계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끊임없는 반복이 끊질기고 집요한 성찰과 하나라는 사실도 이해하고 인정하게 되었다.

 

5. <지구를 지켜라!> - 장준환 2003
나에게 <지구를 지켜라!>는 세 번씩 직접 극장을 찾아가서 보았던, 유일한 영화이다. 단순한 '선호'(preference)와 진정한 '취미, 취향'을 구분했던 칸트의 어법을 빌리자면,
<지구를 지켜라!>는 관객으로서 나의 '선호'와 평론가로서 나의 '취미 취향'의 행복한 조우를 맛보게 해준 영화였다. 그 이후를 아직 확인할 수 없어서 조심스럽고 아쉽지만, <지구를 지켜라!>는 내게 잊을 수 없는 영화이다.

 

6. <데어 윌 비 블러드> - 폴 토머스 앤더슨 2007
자본의 맨 얼굴을 담담하게, 그러나 끝까지 쫒아가는 그 결기와 저력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잔혹성의 미학'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진짜 '호러'이다.

 

7.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 조엘 코언, 에단 코언 2001
코언 형제의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영화이자, 가장 독창적인 누아르 중 하나이다.

 

8. <익사일> - 두기봉 2006
<익사일>은 화려하지만 우아하고, 웃기지만 비장하다. 이 영화는 '동-영상'으로서의 '영화'가 줄 수 있는 쾌감이 무엇인지 '체험'하게 한다.

 

9. <화양연화> - 왕가위 2004
시대의 공기와 인물들의 내밀한 감정의 곁을 동시에 잡아내는 그 감각 또는 스타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왕가위의 영화이자, 내가 가장 '감정이입'하며 볼수 있었던 '사랑영화'이기도 하다.

 

10. <인랜드 엠파이어> - 데이비드 린치 2006
데이비드 린치는, 디지털의 자유를 만끽하기라도 하듯, <인랜드 엠파이어>에 자기 영화세계의 모든 것을 담아놓았다. <이레이저 헤드>의 기괴함에서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매혹에 이르기까지의 그 모든 것이 '응축'되어 있다.

 

 

허문영 -영화평론가

 

 

내가 본 1995년 이후의 영화들 가운데 아름다움 혹은 형식미가 아니라 절실함이라는 기준으로 2008년 4월 1일 뽑았습니다.


1. (공동)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6

영화가 어떻게 세상을 '제대로' 말할 수 있을까. 그것도 위대한 20세기 영화의 전통과 절연하지 않고, 게다가 장르안에서. 그에 답하기 위해 이스트우드가 마침내 하나의 이야기를 두편의 영화로 나누었을 때, 그래서 그 두편이 왜 한편이 될 수 없었는지 동시에 왜 그 두편이 한편이 될수밖에 없는지 숙고하게 만들었을 때, 21세기 영화의 사건이 되었다.

 

2. <엘리펀트> - 구스 반 산트 2003
구스 반 산트는 이스트우드와 상반된 길을 제시한다. 그는 어떤 사람(들)의 죽음이라는 실제 사건과 마주하면서, 그것이 실재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관념들과 대면해, 그 관념들이 삭제한 잉여들 혹은 흔적들로 서사를 재구성한다. 위험하게도 그 잉여들과 흔적들의 덩어리는 관념들보다 더 견고해져버렸다. 삶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기억을 기록하는 것,

반 산트는 21세기 영화의 가장 시급한 화두를 제안한다.

 

3. <밤과 낮> - 홍상수 2008
홍상수의 영화만큼 현재라는 시간과 전면적으로 대결하는 텍스트가 우리 시대에 또 있을까. 한때 그의 인물들은 그 대결의 끝에 죽음과도 같은 침묵에 이르렀지만, 이제 <밤과 낮>에서 그 시간을 필사적으로 견뎌내려 한다. 그 맹목적 의지가 그의 인물을 두려움과 피로에 빠뜨린다. 그에게서 나의 생의 감각을 온전히 발견하는 순간, 그보다 더 절실한 친구를 떠올릴 수 없다.

 

4. <스틸 라이프> - 지아장커 2006
폭로하거나 계몽하지 않고도 영화가 여전히 공동체의 예술일 수 있음을 알려준, 배려의 서사, 근심의 카메라워크.

 

5. <천년학> - 임권택 2007
물론 <춘향뎐>이 더할 수 없이 아름답다. 하지만 자신이 오늘의 시대와 만날 수 없음을 고통스럽게 응시하는 노예술가의 이 웅장하고 뼈저린 자화상보다 더 거대해 보이진 않는다.

 

6. <폭력의 역사> - 데이비드 크로넨버 2005
환각이 시인이 감각의 기만성을 응시하며 빚어낸, (현실의 폭력이 아니라) 영화적 폭력과 그 수용에 관한 무시무시한 보고서.

 

7. <남국재견> - 허우샤오시엔 1996
기억이 아니라 마침내 현실로 돌아왔을 때, 기억의 공간을 지탱하던 고요와 침묵이 위협받는다. 소음과 소란 안에서 오늘의 삶을 버텨내려는 자들의 가슴저린 속울음.

 

8. <멀홀랜드 드라이브> - 데이비드 린치 2001
내가 타자과 되고, 타자가 내가 되며, 도착한 곳이 떠나온 곳이 된다. 디지털 시대의 활력과 공포를 이보다 더 잘 말할 수 있을까.

 

9. <우주전쟁> - 스티븐 스필버그 2005
산업의 영웅이 자본의 자장 안에서 마침내 동시대인의 가장 내밀한 공포와 만났을 때, 미국영화는 다시 한번 위대해졌다.

 

10. (공동)
<평범한 연인들> - 필립 가렐 2005
자신을 시체로 느끼는 자가 자기가 묻힌 자리로 돌아가 서성이는 일 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상(理想)이 사망하는 순간에 관한 가장 끔찍하고 슬픈 기록.

<행진하는 청춘> - 페드로 코스타 2006
혁명이 불가능한 세계에서 설화로 혁명가 꿈꾸기. 이 끔직하게 지루하고 답답한 영화없이, 영화세상이 이상을 보존할수 있을까.
페드로 코스타는 끝내 살아남아야 한다.

 

 

 

이창우 -영화평론가

 

 

1. <로제타> -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1999
삶을 향해 격렬히 몸부림치는 촉각 이미지의 영화.
선진국 벨기에에서 문제화된 굶주림의 시선.

 

2. <안토니아스 라인> - 마를렌 고리스 1995
완전히 잊고 살기 쉬운 대안사회에 대한 상을 일깨워준다. 자연신학으로 승화된 모성공동체.

 

3. <라자레스쿠씨의 죽음> - 크리스티 푸이유 2005
민간화된 권위주의와 배설물, 성스러운 몸에 대한 고찰.

 

4. <후회하지 않아> - 이송희일 2006
게이사회에서도 여전히 관찰되는 계급문제, 그리고 신파에 대한 현대적 성찰.

 

5. <스카우트> - 김현석 2007
<화려한 휴가>보다 훨씬 현대적 감성으로 접근한 광주항쟁. 미묘한 개인 정서과 코믹의 적절한 결합.

 

6.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 박찬욱 2003
1인칭 시점과 부드러운 정면성의 프레임은 한국인 관객이 스스로 이주민 노동자가 되도록 조용히 인도한다.

 

7. <캐쉬백> - 숀 앨리스 2006
다소 진부한 러브스토리를 소재로 할인점 노동자가 벌이는 시간과의 싸움을 극단까지 밀고 나간 영화.
찰나의 시간에 담긴 영원성에 대한 흥미로운 성찰.

 

8. <사라소주> - 가와세 나오미 2003
억압된 상실감과 자잔한 관조로 승화시키는 진수를 보여준다.

 

9. <괴물> - 봉준호 2006
닥쳐온 재난에 대해 시민과 공공기관이 대처하는 방식에 대한 통렬한 풍자. 저력 넘치는 민간의 힘.

 

10. <벨빌의 자매들> - 실뱅 쇼메 2003

현대 도시의 스펙터클한 시청각이미지와 피 빨리는 육체,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할머니들의 경쾌한 음악과 춤, 진중하고 박진감 넘치는 품위있는 애니메이션.

 

 

 

 

김경욱 -영화평론가

 

 

1. <화양연화> - 왕가위 2000
2. <엘리펀트> - 구스 반 산트 2003
3. <스틸 라이프> - 지아장커 2006
4. <남국재견> - 허우샤오시엔 1996
5. <율리시스의 시선> - 테오 앙겔로플러스 1995
6. <유레카> - 아오야마 신지 2000
7. <영화의 역사(들)> - 장 뤽 고다르 1998
8. <멀홀랜드 드라이브> - 데이비드 린치 2001
9.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 홍상수 2004
10. <신세기 에반게리온> - 안노 히데아키 1995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요즘 개봉하는 웬만한 영화들은 허접해 보인다.
슬픈 일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만일 <씨네21>이 1980년대 초에 창간했다면 여기에 들어간 많은 영화들이 빠졌을 것이다.
그때는 로베르 브레송이 아직 마지막 영화를 찍지 않았으며,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살아 있었으며, 키에슬로프스키가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제 그들은 없고, 거장의 시대는 막을 내렸으며, '베스트10'에는 어떤 결정적인 영화가 없는 것 같아 허전하다. 그럼에도 이 10편은 다시 보아도 심금을 울리는 영화들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이 x같은 시대를 향해 무언가 시급히 절시하게 말하려고 하는 것이 있다. 감독의 진심이 있고, 삶의 표정이 있다.
지금은 그런 영화가 좋다.

 

 

 

전찬일 -영화평론가, 숙명여대 겸임교수

 

 

1. <와호장룡> - 리안 2000
텍스트의 전 층위에서 최상의 경지에 도달한 경이의 걸작.
오락과 예술을 분리시켜왔던 그 유구한 이분법적 도식을 변증법적으로 지양시켜버린 기념비적 텍스트이기도. 영화가 '매혹'(attraction)의 매체임을 새삼 환기시키며, 오락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예술을 오락으로 대중화시키는 위대한 성취를 일궈냈다.

 

2. <내 어머니의 모든 것> - 페드로 알모도바도 1999
현대 세계 영화계가 안겨준 기적. 지독한 도발을 통해서 주체하기 힘든, 무한한 정서적 감동과 지적 자극에, 감각적 재미까지 안겨준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그는 '영화의 리하르트 바그너'다. 그 거목에 경의를!

 

3. <친애하는 당신> -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2002
세계 독립, 작가영화의 명실상부한 최전선에 바치는 찬사. 영화의 근본 개념, 정체성을 해체시키며 대체 영화란 무엇인가 라는 케케묵은 질문을 다시금 던지게 한다.
뼛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그 어떤 어휘로도 이 영화, 이 자가가 선서하는 충격을 설명할 도리가 없다.

 

4. <망종> - 장률 2005
어느 날 혜성처럼 나타난 세계영화의 축복, 장률. 변방적 소재를 대륙적 시선으로 극대화함으로써 한,중영화의 새 장을 열다. 영화는 기교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관건은 '태도'다.

 

5. <아름다운 시간> - 이광모 1998
입체적인 너무나도 입체적인! 클로즈업의 매체인 영화를 전복시키고, 스크린의 평면성을 해체시키다.

 

6. <복수는 나의 것> - 박찬욱 2002

영화 만들기의 어떤 경지를 구현한 한국 영화사의 기념비적 문제작.
특히 사운드 연출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미니멀리즘과 하이퍼리얼리즘간의 그 잘묘한 결합 또한 압권.

 

7. <밀리언 달러 베이비> -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4
이른 바 '작가주의'의 가장 아름다운 예. 지독히도 절제된 스타일로 그 어느 스타일 강한 영화 이상의 감흥을 만끽시켜준다.

 

8. <4개월, 3주... 그리고 2일> - 크리스티안 문주 2007
영화에서도, 문제는 여전히 리얼리즘이다. 지극히 단순한 형식.

하지만 압도적 카메라 응시에 전율한다.

 

9. <아타나주아> - 자카리아스 카누크 2001
'인류학적 리포트'로서의 영화를 신화적으로 증거하는 문제작 걸작. 수잔 손택의 말마따나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의 감각(our senses)을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잘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한다"

 

10. <메종 드 히미코> - 이누도 잇신 2005
세상을, 인간을 바라보는 그 진정성 짙은 시선에 압도당하다.

황폐의 시기에 처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영화.

 

 

 

정기영 -<프리미어> 편집장

 

 

1. <검은 고양히 흰 고양이> - 에미르 쿠스투리차 1998
민족과 종교 갈등의 굴레로 만신창이가 된 발칸반도에, 이 영화는 축제요 희망이다.

 

2. <반지의 제왕> - 피터 잭슨 2001, 2002, 2003
21세기가 끝나갈 무렵, 영화사는 이 시리지를 21세기 최고의 판타지 영화로 기억할 것이다.

 

3. <와호장룡> - 리안 2000
<아이스 스톰> 이후 리안 감독 최고의 영화. <와호장룡>으로 리안 감독은 인간을 성찰하는 철학자가 됐다. <와호장룡>은 오락으로 예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다.

 

4. <미스틱 리버> -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3
나는 영화가 정치적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믿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메가폰을 잡기 전까진 말이다. 그는 현역 감독 가운데 가장 깊고 넓은 눈과 가슴으로 세상의 근원을 꿰뚫는다.

 

5.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 조엘 코언, 에단 코언 2001

 

6.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조엘 코언, 에단 코언 2007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전에 코언 형제 최고의 영화는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이다. 빌리 밥 손튼의 연기는 하비에르 바르뎀보다 소름 끼친다.

 

7. <복수는 나의 것> - 박찬욱 2002
이 영화가 흥행에서 철저하게 망한 건 당연한 귀결이다.
누가 '이 세상의 복수'에 두눈 뜨고 싶겠는가? 박찬욱의 영화는 이때가 최고였다.

 

8. <가족의 탄생> - 김태용 2006
대한민국에서 매년 <가족의 탄생> 같은 데뷔작이 단 한편만이라도 나온다면 한국영화의 미래는 밝다.

 

9. <크래쉬> - 폴 해기스 2004
충무로에 김태용이 있다면 헐리우드에 폴 해기스가 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각본을 썼을 때 알아봤다.

 

10. <볼링 포 콜럼바인> - 마이클 무어 2002
마이클 무어의 감독의 영화는 전쟁이다. 치열한 전쟁이자 통렬한 전투다. 한편으론 신나는 놀이이기도 하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가장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감독이다. 세상이 침묵하는 곳에 그의 영화가 있기 때문이다. 부시와 미국 만세, 만만세다.

 

11. <매트릭스> - 앤디 워쇼스키, 래리 워쇼스키 1999
현대의 영화는 <매트릭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자본과 상상력, 테크닉과 크리에이티브가 가장 행복하게 만난 영화. 거기에 철학까지 한다.

 

 

 

안시환 -영화평론가

 

 

1. <라스트 데이즈> - 구스 반 산트 2005
기존의 영화문법을 파편화한 유령의 영화, 영화적 시공간, 영화의 시청각적 이미지를 새롭게 조탁한 미래의 시네마를 보여주다.

 

2. <약속> - 다르덴 형제 1996
다르덴 형제, 적어도 내게는 영화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3. <멀홀랜드 드라이브> - 데이비드 린치 2001
현실과 환상을 얽히고설킨 실타래에 감아 관객에게 툭하고 던져놓은 새로운 방식의 퍼즐 게임.

 

4. <열대병> -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2004
영화의 엔딩에서 영화가 시작한다. 현실에서 환상으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환상에서 기어나와 현실을 치유한다. 신묘한 체험.

 

5. <율리시즈의 시선> - 테오 앙겔로폴로스 1995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떠나는 대서사시. 앙겔로폴로스가 아니면 누가 감히 시도라도 했겠는가.

 

6. <그녀에게> - 페드로 알모도바르 2002
세상사 구구절한 비밀스러운 사연 모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관계의 미학 혹은 강간의 미학.

 

7. <남국재견> - 허우샤오시엔 1996
안녕을 말하면서 자신의 영화를 새롭게 시작한다. 영화적 공간 바깥을 향하는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준 영화.

 

8. <하나 그리고 둘> - 에드워드 양 2000
영화 속 패티 삼촌의 말처럼 에드워드 양의 영화는 우리의 삶을 세배쯤 늘려주기에 충분하다.

 

9. <사라방드> - 잉마르 베리만 2003
30년의 시간을 더 기다린다고 해도 아깝지 않다.

<화양연화> - 왕가위 2000
이별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기록.

<영화의 역사(들)> - 장 뤽 고다르 1997
'모든 역사들'(1부) 중에서 '오직 영화만이'(2부) 갖는 '하나의 역사'(1부)를 통해 '치명적 아름다움'(2부)으로 빛나는 '우리 사이의 기호'(4부)를 보여주다. '절대의 화폐'(3부)를 거부하는 '하나의 새로운 물결의 영화'(3부). 이 영화를 추천하는 진짜 이유는 누군가 한명 정도는 이 영화를 추천해야 하지 않을 까 하는 막연한 의무감이 느껴져서.

 

 

 

김선아 -서울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1. <엣지 오브 헤븐> - 파티 아킨 2007
2. <송환> - 김동원 2003
3. <낮은 목소리2> - 변영주 1997
4.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 2년 후> - 아녜스 바르다 2002
5. <이티비티티티 위원회> - 제이미 마빗 2007
6. <와호장룡> - 리안 2000
7. <내가 여자가 된 된 날> - 마르지예 메쉬키니 2000
8. <부처는 수치심 때문에 붕괴되었다> - 하나 마흐말바프 2007
9. <붉은 길> - 안드레아 아놀드 2006
10.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 김태용, 민규동 1999

 

 

 

김영진 -영화평론가

 

 

1. <돼지가 우물에 바진 날> - 홍상수 1996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데뷔작이 아니었을까. 

 

2. <복수는 나의 것> - 박찬욱 2002
너무 일찍 도착한 걸작이 아닐까.

 

3. <살인의 추억> - 봉준호 2003
한국영화 사상 가장 균형잡힌 장르 영화가 아닐까.

 

4. <우주전쟁> - 스필븐 스필버그 2005
스필버그의 진화는 놀랍다. 두손 들게 한 영화.

 

5. <파고> - 조엘 코언, 에단 코언 1996
코언 형제가 장르영화의 자장 안에서 추구한 것 중 가장 미묘한 성취.

 

6. <카지노> - 마틴 스코시즈 1995
마틴 스코시즈는 이것으로 한 시대의 자기 필모그래피를 완성한 게 아닐까.

 

7. <엘리펀트> - 구스 반 산트 2003
구스 반 산트의 변화도 놀랍다. 그의 저예산 연작들은 미래의 영화에 초석을 놓고 있는 게 아닐까.

 

8. <텐>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2004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이제 영화감독으서 다른 경지는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 이 영화는 범작이지만
미래의 영화라는 점에서 일종의 계시 같은 작품이다.

 

9. <해피 투게더> - 왕가위 1997
한때의 트렌드, 그렇지만 이후에도 상당 기간 영향력을 발휘할 것 같은 스타일의 결집체,

 

10. <열대병> -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2003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이 주류 영화에 영향을 주긴 어렵겠지만, 아주 먼 훗날의 미래 영화에 어떤 중요한 준거점이 될 것이다.

 

 

 

한창호 -영화평론가

 

 

1. <신의 결혼식> - 주앙 세자르 몬테이로 1999
2.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 - 벨라 타르 2000
3. <뼈> - 페드로 코스타 1997
4. <영화의 역사(들)> - 장 뤽 고다르 1998
5. <예수의 삶> - 브루노 뒤몽 1997
6. <체리향기>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1997
7. <황혼> - 프레드 켈레멘 1999
8. <굿모닝, 나잇> - 마르코 벨로키오 2003
9. <스파이더> -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2002
10. <베스트 오브 유스> - 마르코 툴리오 조르다나 2003


먼저 고다르 이야기부터 해보자. 아마 세계영화사는 고다르의 <영화의 역사(들)>를 20세기 최고의 의미있는 작품으로 꼽을 것이다.
고다르의 작업으로 영화는 비로소 다른 예술과 비교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괴테의 <파우스트>, 단테의 <신곡>, 그리고 고다르의 <영화의 역사(들)>를 함께 거론하며 말이다. 영화의 역사이자 예술의 역사이며, 개인의 역사이자 인류의 역사가 종합되는, 영화의 유산같은 작품이 고다르의 <영화의 역사(들)>이다. 이 점에는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나는 좀 개인적인 취향을 섞어 작품을 골랐고, 또 순위를 아주 힘들게 정했다. 지난 10여년간 본 작품 중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고, 심장의 맥박소리가 여전히 들려오는 작품들을 골랐다.
고르고 나니 나는 세기말의 병적인 세상에 강렬한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느린 화면에, 몽환적인 세상이 담겨 있는 퇴폐적인 이미지에 반했던 때가 그때였다.
몬테이로의 <신의 결혼식>처럼, 초현실적 공간에 '죽음과 소녀'를 상징하는 이미지들이 꿈처럼 그려지는 데 흥분했다. 에로스의 열정과 죽음의 공포가 뒤섞이는 카오스가 나에게 손짓하는 것 같았다.
벨라 타르의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속의 초현실과 비관주의의 무거움은 영화가 아닌 어떤 다른 매체가 묘사할 수 있을까? 페드로 코스타의 <뼈>와 프레드 켈레멘의 <황혼>은 비슷한 시기에 봤는데,
납처럼 무거운 비관주의와 패배주의는 세기말 유럽의 정서를 표현하고도 남는 것이었다. 아무런 방향없이, 그러니 희망없이, 황혼 속을 유령처럼 떠도는 패배자들의 슬픔이 지금도 가슴에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하다. '도그마95' 이후의 리얼리즘 미학의 변화도 흥밋거리다.
라스 폰 트리에의 작품들은 언제나 흥분을 주지만, 나는 1997 같은 해에 발표된 뒤몽의 <예수의 생애>와 키아로스타미의 <체리향기>를 본 뒤 리얼리즘 미학에 새로운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뒤몽의 작품은 브레송처럼 현실을 세밀하게 읽어, 영화가 바로 현실일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한다.
게다가 아무도 관심을 가질 것 같지 않은 프랑스의 변방에서,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변화없는 일상을 그대로 묘사한 카메라의 '심심한' 시점도 매력적이었다. 반면 키아로스타미의 <체리향기>는 표면은 현실을 그대로 묘사한 듯한데, 사실은 영화가 허구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반사실적' 사실주의로 읽혔다. 영화매체에 대한 키아로스타미의 반성적인 시각이 좋았고, 그런 입장에 있으면서도 사실주의로 분류되는 작품들을 계속 내놓고 이어 경탄스럽기도 했다.
<굿모닝, 나인>, <스파이더>, <베스트 오브 유스> 세편은 '9.11 이후에 발푠된 작품이다. 세 작품 모두 9.11'과 직접 적인 관련은 맺고 있지 않다.
<스파이더>는 세기말적인 정서에 가까운 작품이다. 모친 살해의 죄의식에 빠진, 버림받은 이들의 비극이다. 그런 결핍의 외로움이 9.11 이후의 정서와 가까스로 닿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 감독 마르코 툴리오 조르다나의 <베스트 오브 유스>는 베르톨루치의 <1900>으로 20세기 전반부의 역사를 좌파의 시각에서 읽었다면, 조르다나는 20세기 후반부를 역시 좌파의 시각으로 읽고 있다. 영화형식은 관습적인 데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그러나 역사를 흔들었던 사건의 선택과 그런 역사 속에서 뒤틀릴 수 밖에 없었던 개인의 운명을 교차한 내용은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6시간짜리 영화다. 마르코 벨로키오의 <굿모닝, 나잇>은 세 작품 중 '9.11'과 가장 관계있는 작품이다.
정치적 신념과 폭력의 성격을 질문하는 영화다. 신념을 위해 목숨을 거는 테러리스트와 그들의 희생자와의 관계를 그린다. 켄 로치와 더불어 꾸준히 정치영화를 발표하는 노장 벨로키오의 '9.11'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히는 작품이다.

 

 

 

남동철 -<씨네21> 편집장

 


1. <하나 그리고 둘> - 에드워드 양
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2. <미스틱 리버> -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3
살아 있는 미국 영화의 기적.

 

3. <멀홀랜드 드라이브> - 데이비드 린치 2001
흥미를 더해가는 영화의 신세계.

 

4. <화양연화> - 왕가위 2000
봉인된 시간의 비밀.

 

5. <극장전> - 홍상수 2005
귀여위, 귀여워,

 

6. <빈 집> - 김기덕 2004
우리가 사는 곳이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다.

 

7. <천년학> - 임권택 2007
우리가 떠나온 곳은 어디인가.

 

8. <스틸 라이프> - 지아장커 2006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9. <피아니스트> - 미카엘 하네케 2001
통증은 오래 지속된다.

 

10. <와호장룡> - 리안 2000
다시 살아난 무협의 정신.

 

 

 

고종수 -다카이 오사무-한 일본사람 눈으로 보는 한국영화(씨네21 블로거)

 

 

<초록물고기> - 이창동 1996

 

<8월의 크리스마스> - 허진호 1998
일본에 있어서의 한국영화의 입문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 이명세 1999
이렇게 멋진 영화는 보기 드물다.

 

<플란다스의 개> - 봉준호 2000
이 영화를 보면 배두나의 연기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수취인불명> - 김기덕 2001
김기덕 작품들 가운데 최고 (내 생각)

 

<고양이를 부탁해> - 정재은 2001
보고 나서 느낌이 너무 좋은 영화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 임순례 2001
무거운 작품이지만 결말이 시원하다.

 

<지구를 지켜라!> - 장준환 2003
마지막 대목에서 입이 벌어졌다.

 

<올드보이> - 박찬욱 2003
내가 아는 한 가장 멋지고 소름 끼치는 반전.

 

<거미숲> - 송일곤 2004
송일곤 감독 작품 가운데 최고 (내 생각)

 

 

 

엄상호 -eshangel(씨네21 블로거)

 

 

1.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미야자키 하야오 2001
2. <쿵푸허슬> - 주성치 2004
3. <매트릭스 시리즈> - 워쇼스키 형제 1999, 2003, 2003
4. <인생은 아름다워> - 로베르토 베니니 1997
5. <밀리언 달러 베이비> -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4
6. <유주얼 서스펙트> - 브라이언 싱어 1995
7. <러브레터> - 이와이 순지 1995
8. <올드보이> - 박찬욱 2003
9. <괴물> - 봉준호 2006
10. <용감한 자가 신부를 얻는다> - 아디티야 초프라 1995

 

애니메이션을 과히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나의 편견을 전복하는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쿵푸허슬>과 같은 황당무계한 무술영화를 나는 굳이 판타지로 분류하고 싶다. 판타지 장르라면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당연히 꼽아야 할 것이고 순수 판타지로 분류하기 애매함에도 불구하고 <쿵푸허슬>을 꼽은 거은 그만큼 이 영화가 선사해준 품격있는 상상력의 세계가 내게는 너무나 즐거웠기 때문이다. <매트릭스>는 지난 13년간 나온 SF영화 중 첫 번째 명단에 빠뜨리기 어려운 작품이다. <스타워즈> 시리즈,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블레이드 러너> 같은 걸작 SF의 뒤를 이을 만한
영화로 내 명단에 들기에 손색이 없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중 가장 가슴 뭉클한 영화로 내게 남았다. 지난 13년간 그럴 듯한 스포츠 영화가 언뜻 떠오르지 않으니, 스포츠 영화로서도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당연히 떠오를 만하다.
케빈 스페이시라는 명배우를 발굴한 미스터리 스릴러의 유작 <유주얼 서스펙트>도 우리를 영화라는 정말 매력적인 세계에 빠져살게 만드는 명품 중 하나다.
정말 내가 모르고 살았던 잃어버린 시간은 없었을까 돌아보게 만드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러브레터>는 로맨스 장르의 숱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이 명단에서 살아남았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는 <유주얼 서스펙트>를 명단에 올렸지만, 우리 영화도 골라야 하니 그 장르에 <올드보이> 한편을 더 올렸다.
IMDB 톱 250 순위에 올라 있는 유일한 한국영화이기 때문이 아니라, 스릴 넘치는 재미를 선사한 <올드보이>의 그 독창적 스타일을 나는 좋아한다. <괴물> 역시 빼먹을 수 없는 이름이다.
이 명단의 마지막에 국내에 정식 개봉되지 않은 인도영화 <용감한 자가 신부를 얻는다>르 꼽은 것은 영화로도 매우 흥겹게 볼수 있는 감동적인 로맨틱 코미디지만, 이 영화가 지닌 한가지 부러운 이력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인도에서 1995년 10월 개봉했는데, 인도의 어느 극장에서 600주 기록을 넘어 아직도 간판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김두열 -2046 slacker(씨네21 블로거)

 

 

<춘향뎐> - 임권택 2000
진짜 한국영화라서가 아니라 소리가 이미지화될 수 있는가를 질문하게 만든 영화였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 클린트 이스트우드 1995
그의 전작을 다 좋아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그를 알게 되었다.

 

<카페 뤼미에르> - 허우샤오시엔 2003
<남국재견><해상화>같은 걸작을 아직도 보지 못했다. ㅠㅠ

 

<해피투게더> - 왕가위 1997
<화양연화> - 왕가위 2000
걸작이지만 <해피 투게더>가 더 좋다.
이 시대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다.

 

<라스트 데이즈> - 구스 반 산트 2005
<엘리펀트>보다 좋아한다. <게리>도 참 좋다.

 

<로스트 하이웨이> - 데이비드 린치 1997
<멀홀랜드 드라이브> <인랜드 엠파이어>도 좋지만 난 이 영화가 더 끌린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 - 페드로 알모도바르 1999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이야기를 당해낼 자가 누가 있을까. 진정한 멜로드라마다.

 

<하나비> - 기타노 다케시 1997
영화의 엔딩을 보고 놀라서 꼼짝도 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90년대 일본영화는 결국 기타노 다케시 아닌가.

 

<크래쉬> -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1996
이 영화를 어떠게 잊을 수 있을까. 다시 바도 섬뜩하다.

 

<브레이킹 더 웨이브> - 라스 폰 트리에 1995
희생과 구원에 대해 질문하게 만든 문제적 영화.

 

 

 

홍지로 -sabbath 이글루스 블로거

 

 

1. <춘향뎐> - 임권택 2000
2. <폭력의 역사> -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2005
3.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6, 2007
4. <복수는 나의 것> - 박찬욱 2002
5. <데어 윌 비 블러드> - 폴 토머스 앤더슨 2007
6. <흑사회>
<흑사회2> - 두기봉 2005, 2006
7. <마틴 스코시즈와 함께하는 사적인 미국 영화 여행> - 마틴 스콜시즈, 마이클 헨리 윌슨 1995
8. <무제> - 카메론 크로 2005
9. <절규> - 구로사와 기요시 2007
10. <짝패> - 류승완 2006

 

 

 

 

 

다음 편은 한국영화감독들이 뽑은 영화베스트 10이 올라갑니다.

씨네 21에서 창간 13주년으로 한 건데, 이게 인터넷에 기사가 없어서 제가 하나하나 다 쳐서 올리는 거니깐 ㅠㅠ 한줄이라도 좋으니 스크랩 해가실때 리플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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