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그로브 고집이 인텔 미래를 막았다"
- 비즈니스전략이론의 대가 로버트 버겔만 美 스탠퍼드대 교수
비즈니스 충고 ①
“새 아이템 왜 못찾았느냐” 앤디 그로브에게 물었더니
“고위 임원이 날 설득 못했다”
비즈니스 충고 ②
“성공적인 기업문화는 나쁜 뉴스라도 먼저 말하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비즈니스 충고 ③
“대기업들, R&D비용 쓰지만 ‘전략적 연계’ 못해 실패…
한국기업은 추진력 키워야”
- ▲ 사진=린다 시세로 미(美) 스탠퍼드대 뉴스서비스 에디터 / 앤디 그로브 前 인텔 CEO (右·AP)
“인텔의 신(新)사업을 방해한 것은 창업자 앤디 그로브입니다.”
전설의 경영자, 앤디 그로브(Andy Grove)는 세계적인 비즈니스전략이론의 대가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로버트 버겔만(Robert Burgelman) 미(美) 스탠퍼드대 교수는 위클리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앤디 그로브의 화려한 성공리더십이 결과적으로 인텔의 새로운 비즈니스기회 포착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앤디 그로브가 CEO로 재직하는 동안(1987~1998년) 인텔은 PC산업을 밀어 올리는 원동력 역할을 했고, 2억5000만달러에 불과했던 PC시장이 60억달러로 성장하면서 인텔도 급신장했지만, 결국 PC산업에 갇히고 말았다는 것이다. 버겔만 교수는 “앤디 그로브가 CEO로 재직하던 기간 동안 인텔의 신사업 개발은 매우 저조했다는 게 기록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인텔’이라고 불리는 ‘원자로’를 만들었다고까지 칭송받는 앤디 그로브가 아닌가. 하지만 버겔만 교수는 앤디 그로브가 남긴 성공의 전리품에 양날의 칼이 들어있음을 날카롭게 짚어냈다. “편집광 스타일의 리더십을 갖고 있는 사람은 끊임없이 ‘잠재적 위협’(potential threats)을 걱정합니다. 그러다 보면 ‘잠재적 기회’(potential opportunities)에 주의를 못 기울이게 되죠.”
면도날처럼 앤디 그로브의 공과(功過)를 해부하는 버겔만 교수는 사실 그와 20년 지기 친구다. 두 사람은 1988년 처음 만나, 지난 1992년부터 스탠퍼드대에서 ‘정보처리산업에서 전략과 행동’(Strategy and Action in the Information Processing Industry)이라는 강의를 15년째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오랜 친구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버겔만 교수를 보면서 기자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자, 그는 “앤디가 이 자리에 있었으면 내 말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놓고 앤디 그로브와 토론한 일화를 들려줬다. “앤디에게 ‘왜 초기에 네트워킹 비즈니스에 투자하지 못했는가’라고 묻자, 그는 ‘그 일을 맡고 있던 고위 임원이 나를 설득하지 못했다’고 말하더군요.” (인텔은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회사 ‘시스코 시스템즈’(Cisco Systems Inc.)를 불과 2억달러에 인수할 기회를 날렸었다.)
“그래서 다시 물었죠. ‘왜 그랬을까’라고요. 그러자 앤디는 ‘나는 매우 옳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까 대부분 틀렸다(I was so much right, mostly wrong)’는 말을 싫어한다고 얘기하더군요.”
성공 CEO의 대표주자인 앤디 그로브도 기존의 핵심분야에선 옳을 수 있지만, 새로운 분야에선 오히려 대부분 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중간·고위 간부가 신 성장 동력 찾아내야
버겔만 교수는 기업이 진화하는 데 있어 전략의 역할을 현장리서치를 통해 탐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기술기반 기업들을 중심으로 100개가 넘는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했고, ‘전략은 운명’(Strategy is Destiny), ‘기업혁신의 내부’(Inside Corporate Innovation), ‘전략적 다이내믹스’(Strategic Dynamics) 등의 책을 저술했다. 그가 ‘경영학계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와 공저한 ‘기술과 혁신의 전략 경영’(Strategic Management of Technology and Innovation)은 이 분야의 선도적인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에게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를 물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신기술 분야의 전문가인 그는 그러나 특정 업종과 제품, 기술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대기업에서 새로운 사업을 개발해서 키우는 역할은 중간 및 고위 간부들이 해줘야 합니다.”
그는 최고경영자(CEO)가 이 역할을 떠맡기 어려운 이유를 들었다. “최고경영자는 (기존의) 핵심이 되는 사업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밀고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초기 단계에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최고경영자에게 들고 가면 사장되기 쉽습니다.”
그는 인텔의 예를 들었다. 인텔이 1980년대 초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할 당시 고위경영진은 이 칩을 장착할 수 있는 50개 리스트에 PC를 아예 포함시키지도 않았다. 하지만 고객과 접촉이 많은 혁신적 중간 간부 및 엔지니어들이 IBM PC에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장착하는 것을 포함해 인텔이 메모리분야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이동하는 전략적 선택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 CEO가 언로(言路)를 통제하면 안된다
그러나 위험 가득한 신(新) 사업을 최고경영자 말고 그 아래 있는 사람이 맡는 것은 어려운 일 아닌가? 더구나 카리스마 강한 리더가 기존 사업에 성공신화를 써내려 간 경우 누가 감히 ‘이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할 수 있겠는가? 이런 조직 내 정치문제를 거론하자, 버겔만 교수는 곧바로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기 위해) 단순히 ‘우리 모두는 혁명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혁명가의 운명이 어떤지 아시죠? 대부분 총에 맞아 죽습니다.”
조직 내 혁명가가 총살되지 않는 운명, 이것이 CEO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최고 경영자가 개방된 자세로 새로운 비즈니스가 클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허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리더십을 지탱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꽃피울 수 있는 기업문화를 ‘개방되어 있고 책임감 있게 실행하는 문화’라고 정의했다. “나쁜 뉴스라도 먼저 말하고 빠르게 소통될 수 있어야 하며, 권력을 가진 사람이 언로(言路)를 통제해서는 안됩니다. 또 좋든 싫든 일단 결정이 되면 책임감 있게 실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뒤에 앉아서 팔짱을 낀 채로 ‘어떻게 되는지 보자’고 물러서 있어서는 안되죠.”
- ▲ 사진=린다 시세로 미(美) 스탠퍼드대 뉴스서비스 에디터
로버트 버겔만 교수와의 인터뷰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리틀필드’건물에서 진행됐다. 벨기에 출신의 버겔만 교수는 독특한 억양으로 열정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폈다. 그는 인터뷰 도중 그의 사무실로 걸려온 부인의 전화를 급하게 끊기도 했고, 까다로운 문제에 답할 때는 종이를 뜯어 그려가며 설명했다.
■ 전략은 성공하기 위한 도구와 방법
―교수님의 책 ‘전략은 운명이다’(Strategy is Destiny)는 제목 자체가 모순처럼 들립니다. 운명은 이미 결과가 정해진 것인 반면 전략은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 아닙니까. 대체 어떤 의미입니까.
“운명은 고대(archaic)의 콘셉트입니다. 모든 것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거죠. 반면 전략은 넓은 의미에서 현대적인 것입니다. 전략은 운명을 어느 정도 조절(control)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라, 중요한 행동(consequential action)을 하느냐 혹은 하지 않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겁니다. 그런 전략적인 행동의 패턴이 전략입니다. 만약 당신의 전략이 성공적이라면 어떤 운명에 이르게 됩니다. 그 운명은 다시 미래 당신의 전략을 결정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시죠.
“나는 1968년부터 2001년까지 인텔(Intel)의 진화를 전략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보았습니다. 앤디 그로브 전 CEO가 집권했던 시기에 인텔에는 어느 정도 행운이 따랐습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기술혁신이 일어났습니다. 인텔은 그럴 계획이 없었는데, 아무튼 발명한 것입니다. 또 IBM이 최초의 PC에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사용하는 행운을 잡았습니다. 물론 인텔은 충분히 뽑힐 만한 자격을 가졌습니다만 애초에는 계획에 없었던 겁니다. 일단 IBM의 공급자로 선택된 뒤, PC산업이 발전했고, IBM PC도 잘 팔렸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인텔은 PC산업에 묶이게(locked-in) 되죠. 이제 인텔의 문제는 어떻게 성장할 것이냐는 겁니다. 여기서 운명과 전략의 관계를 볼 수 있습니다. 인텔의 운명은 전략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일단 그 운명에 도달하자, 그것은 이번에는 미래 전략의 제약조건이 되는 겁니다.”
―지금처럼 변화가 빠른 시기에는 전략이 더 중요하겠지요.
“그렇습니다. 특히 리더는 빠르게 행동하는 게 중요합니다. 전략은 행동할 때 실행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종종 나폴레옹의 말을 인용합니다. ‘극히 혼란스런 전투에서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죠. ‘일단 행동하고 나서 본다’(we engage and see). 이 말은 우리가 행동하고 나서야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내가 행동하고 나서야 내 전략이 어떠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는 거죠. 역동적인 세계에서는 행동에 옮긴 다음 여기서 함축하는 바를 재빨리 읽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그걸 ‘전략적 인식’(strategic recognition)이라고 부르죠.”
―‘준비해서 쏘고 겨눠라’(ready, fire, aim)는 톰 피터스의 이론과 같은 맥락인가요?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데, 완전히 잘못된(completely wrong) 겁니다. ‘준비해서 쏘고 겨냥하라’(ready, fire, aim)는 완전히 틀렸습니다. 왜냐하면 먼저 계획을 갖고 있을 때만 행동한 뒤(engage)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계획이 없었다면, 행동한 뒤에 나타난 결과가 무얼 의미하는지 모릅니다.”
■ 인텔과 앤디 그로브의 공과(功過)
―교수님은 약 33년간의 인텔 역사에 대해 케이스 스터디를 하셨습니다. 인텔은 지금 AMD 등 다른 경쟁자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1970년대 후반, 인텔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새로운 비즈니스(green products)를 개발하는 데는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인텔이 최근 어려움에 처한 이유가 뭔가요?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 매우 성공적이었죠. 앤디 그로브는 매우 집중력이 강한 사람입니다. 인텔의 모든 자원은 PC의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집중됐습니다.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물론 몇가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최고 경영진의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앤디 그로브도 이제 와선 ‘새로운 비즈니스를 작동시킬 만큼 충분히 관심을 갖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인텔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는 시들어지고 말았죠.”
―인텔이 곤경에 처한 또 다른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주 흥미로운 부분인데, 인텔에서도 아마 동의할지 모르겠습니다. 인텔은 매우 강한 제조업체가 됐고, 그것은 인텔이 386 CPU의 소스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인텔은 세계적인 수준의 제조업체가 됐습니다. 하지만 인텔이 강력한 제조업체가 되면서, 아마도 디자인 부분의 경쟁력을 조금 잃어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디자인 리더십(architectural leadership)을 잃어버렸습니다.”
―인텔이 이번에도 변신에 성공할까요?
“인텔은 이미 그 리더십을 되찾은 것처럼 보입니다. 무선 랜 기능을 내장한 센트리노(Centrino) 칩에 대해서 들어보셨습니까. 나는 센트리노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를 하고 있습니다. 센트리노가 어떻게 생겨났는가 하는 거지요. 센트리노의 프로세서는 기본적으로 이스라엘 디자인센터에서 발명되고, 발전되었습니다. 주류와는 거리가 먼 이 친구들이 하나의 칩에 두 개의 연산용 두뇌(core)를 집어넣은 듀얼코어(dual core) 칩도 만들어냈어요. 이것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으로, 이로 인해 인텔은 디자인 리더십을 다시 찾았습니다. 물론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선 인텔이 이미 변신에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앤디 그로브의 책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는 그의 리더십스타일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혹시 이런 강한 리더십이 사내에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커 나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가 만약 여기에 앉아있다면 그 말에 동의할 겁니다. 만약 패러노이드 스타일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면, 끊임없이 잠재적 위협(potential threats)을 걱정합니다. 하지만 잠재적 위협을 걱정하면 잠재적 기회(potential opportunities)에 주의를 못 기울이게 됩니다. 앤디 그로브의 리더십은 인텔의 리더십을 보호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기회를 보려는 것을 방해하고 만 것이죠. 내가 앤디와 토론하면서 왜 초기에 네트워킹 비즈니스에 투자하지 못했는지 묻자, 그는 그 일을 맡고 있던 고위 임원이 ‘나를 설득하지 못했습니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왜 그랬을까요’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앤디는 ‘나는 매우 옳다고 생각했지만, 지나 놓고 보니까 대부분 틀렸다.(I was so much right, mostly wrong) 나는 이 말을 싫어합니다’고 말하더군요. 이 말을 잠깐 생각해보죠. 이 말의 유효한 부분이 어디일까요. 당연히 핵심분야입니다. 핵심분야, 주류 사업분야라면 최고 경영진이 말하는 것이 대부분 맞을 거예요.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분야라면, 최고 경영진이 어떻게 처음부터 대부분 옳을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대부분 틀릴 겁니다.”
■ 중간·고위간부가 신사업 개발해야
―교수님은 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키우는 방법을 아는 게 대기업들의 장기적 생존을 위해선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떻게(how)’라는 방법론이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할 수 있나요. 리더십을 통해서입니까 아니면 기업문화를 통해서입니까?
(그는 이 질문이 나오자, 종이를 꺼내 그리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략을 짤 때 두 가지 과정을 나눕니다. 하나는 ‘블루 프로세스’(blue process) 혹은 ‘유도된 과정’(induced process)으로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업을 다루는 전략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린 프로세스’(green process) 혹은 ‘자생적 과정’(autonomous process)에서 연유하는 전략으로 새로운 것을 다루는 전략입니다. 그린 프로세스에서는 모든 게 분명치 않고, 뭘 해야 하는지 확실하지 않죠.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오지만, 쓸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어떤 아이디어를 선택할 것인가가 문제가 됩니다.”
―두 과정 간의 연결이 문제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는 자생적 과정은 뚜렷하지 않고 작은 외부의 환경 속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이것은 또 규모를 키우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전체 사업규모에 비해서는 매우 작은 규모의 사업을 개발하거나 인수한 뒤, 이것을 어떻게 키워서 전체 핵심 사업의 일부로 만들 것이냐의 문제죠. 이를 전략적 맥락(strategic context)이라고 부릅니다. 이 작업은 최고 경영진이 아니라 중간 및 고위 간부가 해줘야 합니다. 많은 대기업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이 부분입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끊임없이 찾아서 이를 전략적 맥락하에서 핵심 전략에 포함시키는 수정·연결작업이 필요한 겁니다.”
―이 역할을 중간·고위 간부가 맡아야 한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최고 경영자가 이 역할을 떠 맡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최고 경영자는 핵심이 되는 사업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밀고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초기 단계에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최고경영자에게 들고 가면 사장되기 쉽습니다. 최고 경영자는 다만 개방된 자세로 새로운 비즈니스가 클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허용해야 하죠.”
―그 대목에서 중요한 것이 리더십입니까 아니면 기업문화입니까?
“두 가지 모두 중요합니다. 기업문화란 게 뭡니까. 리더십에서 나온 것을 지탱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기업문화입니다. 기업문화는 성공적인 리더십의 결과물입니다. 리더가 기업문화를 형성하고, 기업문화는 다시 리더에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물론 리더가 먼저 시작해야 합니다. 기업문화란 게 공기에서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기업문화가 필요하다는 건가요?
“개방되고 책임감 있게 실행하는(commitment) 문화가 필요합니다. 나쁜 뉴스를 억눌러서는 안됩니다. 나쁜 뉴스라도 먼저 말하고 빠르게 소통될 수 있어야 하며, 권력을 가진 사람이 언로(言路)를 통제해서는 안됩니다. 또 좋든 싫든 일단 결정이 되면 책임감 있게 실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뒤에 앉아서 팔짱을 낀 채로 ‘어떻게 되는지 보자’고 물러서 있어서는 안 되는 거죠. ”
■ 한국기업에 필요한 것은 추진력
―한국기업들에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게 당면과제가 되어있습니다. 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 붓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답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초반에 말한 대로 대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견하는 전략적 연계(strategic linkage)가 약합니다. 엄청난 돈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지만, 개발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과정으로 집어넣는 데 실패하고 있는 거죠. 그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아이디어를 충분히 빨리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이론은 대기업들이 그들의 자원을 다 소진하고 나면, 새로운 기업으로 대체된다고 합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처럼…. 그런 이론은 너무 쉽고 패배적입니다. 대기업들은 그들이 갖고 있는 기회를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확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초기에는 작게 보이는 새로운 기회와 환경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기회를 어떻게 회사 내로 끌어들여 크게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왜 대기업들이 이렇게 하지 못하는 걸까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략적 연계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회사가 거의 없어요.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기 위해) 단순히 ‘우리 모두 혁명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혁명가의 운명이 어떤지 아시죠. 대부분 총에 맞아 죽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매우 얄팍한 겁니다. 전략적 연계를 위해서 중간·고위 경영진은 어떤 기술(skill)을 익혀야 하고, 또 최고경영자에겐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연구되어야 합니다.”
―성공을 바라는 한국기업들에게 전략적으로 조언하신다면?
“성공은 지력(intelligence)과 자원(resources)과 추진력(drive)의 곱셈으로 이뤄진 방정식입니다. 지력과 자원은 대개 비슷합니다. 차이가 나는 것은 추진력입니다. 중국과 인도는 지금 이 추진력이 엄청납니다. 추진력을 유지하고, 추진력이 분출되는 통로를 잘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이미지의 삶과 죽음 > 이미지의 사유, 사유의 이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초현실주의와 몸의 상상력 / 조윤경 지음 (0) | 2008.12.05 |
---|---|
[스크랩] 롤랑 바르트("사진의 메세지") (0) | 2008.12.05 |
[스크랩] 마지막 Marshall Field`s의 할러데이 쇼윈도 디스플레이 (0) | 2008.08.20 |
[스크랩] Dutch Design Week 2005 in Eindhoven (0) | 2008.08.20 |
[스크랩] 레드 닷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상 (0) | 2008.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