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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세계 석학들이 바라본 경제위기 - 1. 울리히 벡

ddolappa 2008. 12. 24. 23:44

[번역]세계 석학들이 바라본 경제위기 - 1. 울리히 벡

 

 

2008 경제위기 : 범죄자들이 경찰들로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은행권 붕괴의 책임이 정치인들에게 있다고 보고, 그래서 그들을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울리히 벡은 독일 뮌헨 대학과 영국 런던 정경대학(Lodon School of Economic and Political Science) 사회학과 교수다. 64살의 그는 독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 이론가들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하네스 코흐(저널리스트)가 그와 금융위기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위험사회론'으로 유명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

 


하네스 코흐: 금융위기가 초래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울리히 벡: 금융위기는 완벽할 정도로 그리고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우리의 경제적 세계상 전체를 위협하고 있고, 심지어 그것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하네스 코흐: 어떤 세계상을 말씀하는 것입니까?


울리히 벡: 지금껏 서구인들은 우월하다고 자부해왔습니다. 자신들의 자유 시장경제가 과거의 사회주의적 국가경제에 비해 낫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민간경제와 국가경제를 성공적으로 혼합한 중국에 대해서도 코를 찡그렸습니다.


하네스 코흐: 현재의 위기가 국민들이 지금까지 엘리트들에게 걸었던 믿음에 어떤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하십니까?


울리히 벡: 지난 몇 주와 몇 달 간 그런 신뢰가 심각하게 흔들렸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페어 슈타인브뤽 재무부장관은 불과 얼마 전까지 자신들이 위기를 국가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태풍이 우리나라를 빗겨갈 거라 선언했습니다. 독일의 수많은 정치인들은 이 기묘하고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자만적 시선으로 세상를 바라봤습니다. 그들은 국가 상호간의 의존도와 세계화의 논리를 이해하려 들지 않습니다.


하네스 코흐: 독일의 정치 계급은 실패한 것인가요?


울리히 벡: 예, 하지만 그들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규제없는 시장이 저절로 기능할 거라는 이데올로기를 아무런 저항없이 그리고 창조성이 결여된 채 받아들여 그대로 반복해왔습니다. 요쉬카 피셔같은 비판적 정치인조차 몇 년 전에 정치는 시장의 법칙에 반대하는 정책을 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상상력이 빈곤하고 기형적인 이러한 생각으로 인해 불행이 초래된 현재 금융위기는 정부의 정치적 대안들에 대한 전지구적 정치 공간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하네스 코흐: 위기와 관련해서 정치인들과 관리자들은 실수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수 조 억원의 유로를 투입해서 정부는 신뢰를 회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울리히 벡: 영국 수상인 고든 브라운의 경우 시장 물신주의에서 국가 낙관주의로의 극적인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전에 자유 경쟁시장을 위해 투쟁을 했던 것과 유사한 격렬한 기세로 브라운은 세계를 구원하기 위한 자신의 계획을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네스 코흐: 국가의 개입을 통한 구제가 당분간은 제대로 기능할 것처럼 보입니다.


울리히 벡: 그러길 바랄 뿐이죠.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처방을 내린 치료책이 무엇이며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는 열린 결말을 가진 경제적 거대 실험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악당들이 재빠르게 영웅들로 변신했다는 것입니다. 고든 브라운, 앙겔라 메르켈 그리고 페어 슈타인브뤽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규제없는 자본주의를 목소리 높여 찬양하지 않았던가요? 그들의 경탄할 만한 개종은 저에게 카바레 술집에서나 볼 법한 개종인 것 같더군요.


하네스 코흐: 우리에게 대혼란을 일으킨 사람들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말씀인가요?


울리히 벡: 예, 그럴 수는 없는 일이지요. 하룻밤새 부자들을 위한 일종의 국가사회주의로 신념과 깃발을 바꾼 사람은 믿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위기가 심화될 수록 소위 전문지식을 갖고 비참한 사건을 일으켰던 사람들을 믿어야만 하는 필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과정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통상적인 일임에도 엘리트들의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게 됩니다. 그로 인해 범죄자와 경찰이 인적 연합을 맺게 되는 것이지요.


하네스 코흐: 누가 메르켈과 슈타인브뤽을 대신해야 하는 것일까요?


울리히 벡: 그게 문제입니다. 모든 엘리트들이 지금껏 시장경제의 대안없음을 인정해왔습니다. 사회주의당 당수인 오스카 라퐁텐조차 유럽연합의 정치적 강화와 유럽 경제부를 요청하고 있으니까요.


하네스 코흐: 사회주의당이 위기의 탈출구를 마련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울리히 벡: 그렇진 않습니다. 복권된 사회주의당이 문제의 핵심이랄 수 있습니다. 이 정당은 민족국가로 회귀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금융시장을 규제할 새로운 초국가적 정치를 필요로 합니다. 아탁(Attac)의 세계화 비판론자들같은 시민운동들은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했지만, 그들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기에는 너무나 힘이 약한 상태입니다.


하네스 코흐: 은행과 시민들의 저축예금에 대한 현재의 뚜렷한 보장책들은 국가가 실천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위기가 오히려 새로운 신뢰를 창출해내지는 않을까요?


울리히 벡: 우리가 심연의 바닥에 이미 도착했는 지는 현재 아무도 모릅니다. 전지구적인 위기의식 속에, 여하튼 막아야만 하는 파국의 예감 안에 새로운 권력정치의 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경제가 민주주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경제를 지배하도록 장기간 동안 관철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이 짧지만 절호의 기회를 그대로 놓쳐버려서는 안됩니다. 은행 섹터에 대한 통제뿐만 아니라 초국가적 프레임 내에서 공정한 조세정책과 복지의 보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네스 코흐: 자본주의의 유럽대륙의 변종인 사회복지적 시장경제가 앵글로색슨 모델보다 더 훌륭하게 조절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울리히 벡: 아닙니다. 사회복지적 시장경제 모델 역시 민족국가주의 사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독일에서도 시장에 대한 믿음이 모든 다른 착안점들을 누르고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하네스 코흐: 평등이라는 오랜 이념이 미래에 다시 중요하게 될까요?


울리히 벡: 여하튼 상대적인 평등이 보다 중요해지겠지요. 손실은 사회화하고 이윤은 사유화하는 대신 은행 관리자와 중역들도 그들의 실수와 그들이 입힌 손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면 국제적으로도 평등이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겠지요. 브라질, 인도 그리고 중국처럼 발전하고 있는 개도국들이 보다 많은 발언권을 요구하고 있고 얻게 될 것입니다.

 

 

인터뷰 날짜 : 17.10.2008
실린곳 : Märkische Allemeine
인터뷰어 : Hannes Koch

 

 

출처 : http://www.maerkischeallgemeine.de/cms/beitrag/11335887/485072/Der_Soziologe_Ulrich_Beck_gibt_den_Politikern_die.html#

 


translated by ddolap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