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vs <무한도전>│멈추지 말고 도전하라, 그리고 웃겨라
[매거진t][2007-09-05 10:54]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은 누가 뭐래도 ‘무한도전팀’이 아닐까? 토요일이 지나고 나면 모두가 이번 주 방송된 무한도전 얘기를 하며 웃고, 그들이 만든 노래를 휴대폰 벨소리로 듣고, 그들이 낸 음반을 들으며 또 웃는다. 그뿐인가. TV에서는 주 117시간 <무한도전>을 재방송하고 이들과 관련된 기사가 매일 쏟아진다. <무한도전> 위기론이다, 아니다 많은 말들이 무성하지만 <무한도전>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예능프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주는 재미없었네’ ‘멤버 중 누가 누구와 만나네’ 류의 담론들이 넘쳐나는 이 때 <매거진t> 강명석 기획위원과 조지영 TV평론가가 과거와는 달라진 <무한도전>의 웃음의 원동력과 경쟁력에 대한 분석에 도전했다. / 편집자주
우리는 매주 <무한도전>을 시청하지 않아도, 그 주에 방영한 <무한도전>이 재미있는지 재미없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매주, 방영이 끝나기가 무섭게 관련된 뉴스 기사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본방의 시청률은 20%를 넘지 못하지만, 체감 시청률은 그보다 높다. 지금도 케이블 어디선가, 오락 채널이나 스포츠(!) 채널에서 반복적으로 <무한도전>을 방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더 이상 파헤칠 것이 없다 싶으면, 새로운 금광이 나타나곤 하는, <무한도전>의 생존법은 무엇인가?
<무한도전>의 유연한 리듬감과 든든한 근육
<무한도전>엔 특유한 리듬이 있다. 그 리듬은 일정하지는 않지만, 절묘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다. 마치 ‘강약약 중강 약약’ 같은 규칙적인 리듬처럼, 어떤 주는 ‘강’하게 재미있고, 어떤 주는 ‘약’하게 재미있다. 최근 ‘강’하게 웃겼던 아이템은 ‘서울 구경편’이었는데, 이것은 이전에 상대적으로 ‘약’했던 ‘실미도 특집편’에 대한 반동과도 같은 편성이다. ‘웃기지 않으면 살아 돌아갈 수 없다’ 던 실미도편은 과하다 싶은 몸개그의 남발로 과유불급의 이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비 오는 뻘밭에서 뒹구는 체험은, 사실 거슬러 올라가자면 ‘모내기 특집 편’에서는 좋은 호응을 얻었다. 비 내리는 논두렁을 야참 쟁반을 이고 ‘아무 이유없이’ 질주하던 여섯 남자들은 그야말로 눈물 나게 웃겼다. 사실 논두렁 질주편은, 방영 당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긴급하게 - 동네 이장님의 제안으로 - 만들어진 코너였다지만, 그 반응은 고심 끝에 기획한 내용들보다도 호응이 좋았다. 반면 관련 기획이나 비용은 틀림없이 더 많이 소요됐을 실미도의 얼차려 행진은 그 웃음의 파장이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웃음의 경계란 참으로 살얼음판이다.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고, 지나치게 몸 사리면 지루하기 그지없다. <무한도전>은 그 경계를, 거의 3할은 넘는 타율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무한도전>의 꾸준한 타율은, ‘변화’에서 나온다. 재미없다고 비난 받아도 변화하고, ‘과연 <무한도전>이다!’ 라고 찬사 받을 때도 변화한다. 모두가 칭찬했던 이상봉 패션쇼도, 모두가 의아했던 ‘드라마 특집’도 모두 변화가 낳았던 산물이다. 대중의 기호를 반발 정도 앞서가는 기획은 성공했고, 이미 성공했던 걸 한 번 더 갈까 싶은 건 어김없이 실패했다.
쌓여온 역사로 우리를 웃기는 희소성의 가치
‘무한 도전도 예전 같지 않다’는 힐난 섞인 평이 제법 힘을 얻고 있는 추세 같지만, <무한도전>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끊임없이 점검하고, 고쳐서 가고 있다. 스스로 ‘예능 막장’이라고 자학하는 자막이 심심찮게 등장하지만, <무한도전>은 매주 다른 아이템으로 찾아오는, 가장 신선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포맷과, 실험 정신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정해진 포맷이 없으니 어떻게 보면 매주 위기일수도 있지만, 그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든든한 근육은, 위기를 변화로 돌파해온 뚝심에 있다. 그래서 여전히, 이번 주엔 무슨 아이템이 나올까? 우리를 어떻게 웃겨줄까를 기대하게 만든다. 지난 주 ‘정형돈 PD’의 ‘체인지’ 가 준 웃음은 의미 심장했다. 유재석이 연기하는 박명수의 캐릭터에 웃음이 터진다면, 그것은 이미, <무한도전>의 유재석과 박명수 캐릭터에 그만큼 친숙해졌다는 반증이다. 지나온 히스토리가 쌓여서 오늘의 웃음을 만드는, 이 희소한 경험은, 마치 시트콤의 캐릭터에 정드는 그런 과정과도 유사하다. 캐릭터는 시간이 갈수록, 정이 들게, 그들이 매주 살아갈 세상의 미션과 아이템은 신선하게. <무한도전>의 양날의 전략은 아직도 여전히, 힘이 세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까지 ‘무한도전화’ 시킬 만큼.
글 조지영
모두 도전을 한다. KBS <해피 선데이>의 ‘하이파이브’는 온갖 직업에 도전하고, SBS <일요일이 좋다-옛날TV>는 과거의 인기 프로그램을 재연하며,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파일럿 코너 ‘불가능은 없다’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미션에 도전한다. 그런데 정작 MBC <무한도전>은 더 이상 후발주자들 같은 도전을 하지 않는다. ‘서울 구경’에서 6명의 멤버들이 대중교통으로 목적지까지 가는 것을 거창한 도전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과거보다 훨씬 더 세게 출연자들을 ‘리얼’한 도전으로 내민다. 과거 <무한도전>의 ‘리얼’은 쇼비즈니스 업계의 뒷얘기를 하거나, 패션쇼에 서기 직전 그들의 긴장감처럼 쇼 바깥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반면 지금 <무한도전>의 도전은 대중을 ‘진짜’로 웃겨야 하는 ‘쇼바이벌’이다.
큰웃음을 위한 6인의 무한경쟁
‘하나마나 행사’에서 그들은 오직 몸만으로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웃겨야 하고, 방송사에서 1박하는 ‘방송국에서의 하룻밤’의 진짜 도전은 그 시간동안 ‘큰 웃음’을 주는 것이다. 그들에게 과제 완수의 조건은 단 하나, 높은 시청률이다. 그래서 <무한도전>은 각각의 캐릭터를 강조하면서, 그들에게 끊임없이 ‘웃음 경쟁’을 부추긴다. 6명이 캐릭터별로 게임을 통해 경쟁하는 ‘미스코리아’와 ‘워터보이즈’, ‘개그 실미도’는 정해진 상황에서 누가 더 몸 개그를 잘하느냐는 도전이고, ‘강변북로 가요제’나 ‘서울 구경’등은 예능인으로서 6명의 종합적인 능력을 측정한다. ‘서울 구경’에서 가장 먼저 목적지에 도착한 팀은 하하와 정형돈이었지만, 방송 뒤 화제가 된 것은 지하철역에서 아주머니들을 위해 쇼를 했던 유재석과 박명수였다. 6명이 각자 6개의 코너를 연출하는 ‘네 멋대로 해라’에서 정형돈이 연출한 ‘체인지’가 각자의 캐릭터를 바꿔 연기하도록 한 것은 상징적이다.
과거 <무한도전>이 출연자의 실제 모습과 캐릭터의 구분을 모호하게 했다면, ‘체인지’는 그들의 캐릭터가 어느 정도 콘셉트였음을 인정하고, 콘셉트가 바뀌어도 웃기는 그들의 진짜 실력을 보여준다. 그것은 각각의 캐릭터가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개그 실미도’에서는 ‘외계소년’의 분장을 한 박명수가, ‘네 멋대로 해라’의 ‘체인지’에서는 박명수를 연기한 유재석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마치 아이돌 그룹이 일정 궤도에 오른 뒤 개별 활동을 통해 더 큰 인기를 모으듯,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경쟁을 통해 캐릭터를 부각시키고, 그 과정을 통해 각 캐릭터가 가진 영역을 넓혀나간다. 이 경쟁을 통해 박명수가 유재석을 위협할 수 있을 만큼 웃긴다면, 박명수의 ‘거성쇼’는 그 자체로 하나의 코너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네 멋대로 할 수 있지만 능력을 보여야 한다
<무모한 도전> 시절부터 <무한도전>이 계속 변화하면서 더 리얼하고, 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됐듯, <무한도전>은 멤버들의 ‘큰 웃음 만들기’라는 진검승부를 통해 더욱 리얼하고 치열한 도전의 세계로 나아간다. 자신의 현재를 정확히 반영해 프로그램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무한도전>이 여전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캐릭터들의 웃음 대결을 부각시키는 요즘의 <무한도전>은 6명의 능력 차이를 과거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슬랩스틱 코미디부터 버라이어티 쇼까지 모든 것을 경험한 유재석은 <무한도전>에서 코미디 연기, 진행, 대중과의 친화력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서 다른 멤버들을 압도한다. 이제 다른 출연자들은 유재석과 노골적으로 비교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들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박명수가 정말 ‘거성쇼’를 정말로 진행할 수 있을 만큼, 혹은 정형돈이 진행자로서의 소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스스로의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 과거의 도전이 눈에 보이는 성공과 실패가 있었던 것과 달리, 지금의 도전은 더 추상적이며, 대중의 냉정한 심판이 기다린다. 어쩌면 그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자유 그 자체가 콘셉트인 ‘네 멋대로 해라’는 그들의 현재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대신, 그들은 답도 스스로 찾아야 한다. 큰 웃음이라는 답을.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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