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삶과 죽음/회화의 세계

[스크랩] 렘브란트의 대표작인 [야경] 이야기

ddolappa 2008. 3. 6. 03:23

 

 

 

렘브란트의 대표작인 [야경]과의 비교를 위해, 먼저 [틀프 박사의 해부] (1632년 작)를 보자.



렘브란트는 암스테르담 의사(醫師)조합의 주문을 받아 그린 이 단체초상화로 인기와 명성을 얻었다.

주문한 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사진관에서 찍은 단체기념사진처럼 얼굴이 꼭 닮게 골고루 예쁘게(?) 잘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 후에,
암스테르담 사수(射手)협회의 주문을 받아 그린 [야경] (1642년 작)은 인기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주문자들의 불평만 샀다.



누구는 앞쪽에 크게 잘 나오고 누구는 침침한 뒤쪽이나 구석에 얼굴이 조금밖에 안 나오는 식으로 불공평하게(?)

그려졌을 뿐만 아니라, 주문하지도 않은 웬 꼬마소녀까지 등장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후로 주문도 막히고 생활이 궁핍해진 걸로 전해진다.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생동감 있고 자연스러운 화면 구성에다 강한 명암의 대비로 마치 주인공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처럼 그려져 있어. 개개인의 인간성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과거의 초상화가 사진관에 앉아 찍은 사진이라면, 이 초상화는 야외 스냅사진과 같은 현장성이 두드러진다.

비록 당시엔 세속적 명성을 잃었지만, 기존의 형식적인 구성을 과감히 깨고 보다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었기에,

후세에 작품성 있는 미술사적 명작이자 대표작이 된 것이다.
물론 초상화 주인공들의 생존 시에는 기념사진식이라도 나름대로 가치가 있겠지만,
주인공들이 모두 죽고 난 먼 훗날에는 누구에게나 감명을 주는 작품성이 더 높게 평가 받는 것이리라.


그럼, 도대체 아무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소녀는 왜 그려넣었을까?

[야경] (소녀 부분)


우선, 꼬마소녀의 눈부신 흰옷이 시각적으로 강한 명암대비를 주어 화면을 생기를 불어 넣는 역할을 한다.

또 나이 들고 키 큰 어른 남자들만 있는 곳에 왜소한 어린 소녀가 끼임으로써 더 극적으로 대비된다.

꼬마소녀의 허리띠 부분을 자세히 보면, 닭처럼 보이는 흰 조류(鳥類)의 발이 묶여진 채 거꾸로 매달려 있는데,
이렇게 둘 다 하얀 소녀와 조류의 가벼우면서도 가냘픈 느낌은,
바로 앞에 위로 세워진 거무스름하게 묵직한 엽총을 든 강직한 남자와 강하게 대비된다.

당시 야경하는 남자들을 따라다니며 간식거리를 파는 소녀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게 풍속화가 아닌 단체초상화라는 점에서 볼 때,
작가가 화면 구성과 대비를 위해 의도적으로 넣은 듯하다

 

 

 

출처 : 화타 윤경재
글쓴이 : 화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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