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삶과 죽음/회화의 세계

[스크랩] 설치미술가 박이소의 작품들(덜 만든 것, 썰렁한 것이 좋다)

ddolappa 2008. 3. 6. 03:51

 

부산 시립미술관 옥외 전시장 철탑위에 설치된 초대형 작품/

개인이나 집단의 진정한 행복의 의미는 물론, 과연 그것들이 공존할 수 있는지를 묻는 심란함과 함께 자신의 삶과 가치관에 대한 반성의 메아리 생기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박이소(1957~2004/본명 박철호/2002년 에르메스 미술상 수상):스티로폼, 각목, 시멘트 같은

허술하고 값싼 물질을 작품 재료로 채택해서 그의 미술을 형상화 하는 것으로 유명한

설치 미술가/ ‘열심히 노력하여 재능을 꽃피우자’나 ‘우리는 행복해요’ 같은 상투화된 말들을

 통해서 그 말이 담고 있는 진실을 발화하는 것으로도..

 

"박이소의 작품은 허접한 물질과 속화된 언어를 외양으로 했지만, 그런 것들의 힘을 빌려 합리성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우리 평범한 사람의 인식에 즐거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베니스 비엔날레/각목, 대야, 물, 타일, 자갈, 콘크리트로 만든 작품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앞에 세워진 작품으로

각목으로 만든 사각틀이 서 있는 대야에는 물이 담겨져 있고, 각목의 한 부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26개의 각 국가관과 주제전시가 열리는 아르세날레 건물의 모형이 새겨져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82년 뉴욕으로 건너간 박이소는 12년간  ‘박모’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는데,  뉴욕주 예술재단기금과 연방예술기금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비주류 미술계를 흡수하는 대안 공간인 ‘마이너 인져리(Minor Injury)’를 직접 운영하며 제3세계 작가를 소개하는 활동을 펼쳤고 특히 한국인의 정체성과 전통의 실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형상화하는 작품 활동을 많이 했다고..

 

미국 사회의 문화적 주류로 성장할 수도 있었는데 1994년 돌연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미국의 사회분위기가 은연중에 자신에게 요구하던 복합문화주의, 소수민족, 이민자, 오리엔탈,

이국적인 것 같은 굴레의 한계를 벗어나고 싶어서 였다고 ..

 

 

 

 

 

베니스 비엔날레

 

박이소는 보다 보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 했다고..

 

  

 

  

 

2010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 10선

 

박이소는 80년대 뉴욕에서 문화적 소수자들을 위한 미술운동을 실천했으며,

90년대에 한국에 온 뒤 동시대 다른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던 작가로

그를 기점으로 그동안 한국 미술이 가슴으로 ‘느끼던’ 미술에서

언어로 ‘설명하는’ 미술로의 전환이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2010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 10선

 

 귀국후 박이소는 한국 사회의 날림성, 기저가 없는 문화적 배경에 대한 비판작업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예술적 삶과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중단하지 않았고, 처음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었을때는

특이하게 카탈로그에 평론가들의 대담을 실어 현대 미술을 엄청 까발렸다고...

 

 

 

 

2010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 1위-10위/자본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작품이라고..

 

 

 

 

 

Monumenta Me

 

박이소의 미술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미술처럼 긴장하고 보기를 강요하는 미술이 아닌 누구나 자유롭게 다가와 느낄 수 있는,

뭔가 다시 생각할 수 있게끔 반성하게 만드는 미술이었다는 평을 하는 사람도..

 

 

  

  

한국 종합예술학교 교수시절의 박이소는 단순히 현대 미술의 흐름이나 주류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 미술에 대한 포지셔닝을 날카롭고 통찰력있게 제시하는 실험적인 교육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미술이론에도 해박해서 미국 체류시절엔 포스터모더니즘 예술이론을

한국에 소개하기도 했다고..

 

 

 

 

필라야바다(Fallayavada)/2004

 

 "관객이 내 작품을 명료하게 이해해주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뒤죽박죽인 느낌, 애증의 양면성, 주저함이나 일관성 없는 것이 인간의 참모습에 가

까우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by 박이소) 

 

 

 

 

 끝까지 발전/1998

 

 박이소는  언제나 함축적으로 현대 미술의 방향을 제시하고 서양 사조들 가운데 우리는 어느 공간으로 나가야 하는가 등 언제나 한국 미술과 불합리한 시스템에 대해 고민했었다 다고...

 

 

 

 

Don't Look At Back(왼쪽: Vital Part. 가운데: 끝까지 발전, 오론쪽:정직성)/1998년 타이페이

비엔날레 출품작

 

"Vital Parts는 성장과 노력과 분배 같은 말들에 관계가 있고,
끝까지 발전은 건설과 개발과 목표 지향적 가치관 같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정직성은 보편성과 문화의 수출입 같은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 세 부분이 어떻게 의미적으로 관계가 있는지는 먼저 시각적인 느낌에서 찾아야 할 것 같은데
누가 봐도 대충대충 만들어진 분위기나 산업화, 도시화, 국제화 등으로 요약될 수 있는
근대적인 삶의 느낌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서두는 우리의 삶의 과정을 비판과 긍정의
차원이 뒤섞인 복잡한 심경으로 뒤돌아보면서 ... 앙상하고 헐렁하게 드러낸 것에서 연관이 있지

않을까요."(by 박이소)

 

 

 

 

 

무제/1998

 

"그 무언인가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 보스니아 같은 곳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인간의 잔혹함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나 자신의 무능함 나의
약함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의 위대함과 가소로움에 대해 자꾸 쌓이는 ‘
실존적 노여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살아가기만 해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소수의 인간들을 잠시나라 해방 시킬수 있는
그런 작품들을 앞으로 얼마나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분노,
정말 분노라기 보다는-그런 무게가 실린 감정보다는-차라리 짜증남이라고 할까,
되풀이되는 자기실망에서 비롯된 혐오와 그런 자신을 개혁하고 싶은 의지가 뒤엉킨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내가 새삼 귀뜸해 주지 않아도 그 누군가는 알고 있을 것이다.
정말로는 아무 이유가 없었다는 것을 "(by 박이소)

 

 

 

 

 

 

"숨쉬기 놀이:창문 열어 신선한 공기를 방안에 채운다. 편히 앉거나 눕는다.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것을 반복한다.
 집 보기 놀이:집은 천정, 바닥, 벽으로 구성되어있다. 천지인의 순서에 따라서 처음 한 시간
가량은 천정을 보고 한 시간은 바닥을 보고 다음은 벽을 본다.

배추벌레 놀이:의상을 연두색 계통으로 갖춘다. 푹신한 바닥을 확보한다.

누워서 이리뒹굴 저리뒹굴한다" (by 박이소/여가시간에 하는 일)

 

 

 

 

" 삶의 유한함과 덧없음을 깨우치는"

 

 

 

 

뒤를 돌아보지 마라/콘크리트, 철망, 철근으로 만든 작품

 

"뜰 수 없는 배, 경계를 떠도는 배는 작가의 자화상이자 관처럼 보인다"

 

 

 

 

 

 

광명쇼핑센터

 

 "배부르고 등 따스우면 심심하지 않은가.아이들이 숟가락으로 괜히 두드렸다 긁었다 던져봤다

하면서 놀이하는 행위가점차 지적으로 고도화된 철학적 게임이 된것이다.
그런 지적 유희 또는 엉뚱한 짓 하기, 황당한 꿈꾸기를 특히 즐기는 비정상적인 어른들을

사회안에서 포용하는 제도가 예술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은 그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면서

지루한 일상의 윤활유와 탈출구로 삼는다."(by 박이소)

 

 

 

 

 

 

" 대중의 일반적인 감성에서 보기에는 제 작품은 공들여 만든 것 같지도 않고,
비싼 재료를 쓰지도 않으며, 예쁘지도 않고, 정면에서 들이대는 메시지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론 사람마다 보기 나름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참 예쁘면서,
또 특유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부족함과 미완성을 긍정하면서
답답한 한계를 시원하게 넘어서려는 자포자기적인 희망같은 것.
우스꽝스러운 애들과 심각한 애들이 사이좋게 놀고 있는 장면 같은 거 ... "

 

 

 

 

드넓은 세상(Widde World Wide)/2003
  

" 나는 변혁이나 발언에는 관심이 없고,
 그보다는 실없는 농담과 시원한 하품, 삐긋 어긋나는 각도나 옆으로 새는 소리,
또는 썰렁함과 헛헛함의 메아리 같은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무제(샌 안토니오의 하늘)/2002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는 박이소는

아무것도 안하며서 바라본 천장은 종종 그의 상상속에서 하늘로 바뀌고

그 하늘이 상징하는 무한한 우주 속에서 한 존재로서 무력함과 막막함을 절감했다고..

 

"사람이 손이 닿지 않는 하늘은 언제나 열려 있으면 완벽하다.

 한편으로 언제나 비어 있는 동시에 언제나 가득 차 있다.

인간들이 언제나 무언가를 추구하고 노력하는것과는 달리 하늘은 언제가 거기 있다.

하늘은 아무 노력도 안하기 때문에 완벽한지도 모른다"(by 박이소)

 

 

 

'

 

 

오늘(Today)/2001

 

 박이소는  정해져 있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 줄줄 새는 것, 옆으로 빠지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고..

 

 

 

 

 

As an Escape/1998년 비닐·나무·형광등으로 만든 작품

 

"내가 차지하고 있는 신체공간에 대한 불안과 ‘
과거-현재-미래’의 시간성에 대한 저항을 자기 해체의 수단을 빌려서 해봤는지도 모른다. 

자해 행위가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해 행해지듯이 자기가 자신에게 가하는 매저키즘도
억눌린 새디즘 충동이 길을 못 찾다가 끝내는 굴절되어 나타나는 것 일 수 있다.
그러니까 나의 몸을 소재로 삼은 상태에서 시간과 공간의 속박에 잠시 반기를 들어본
저항적이나 결국은 소극적인 자학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by 박이소)

 

 

 

 

 

미확인 발광물체

 

" 미술'에서 버림받은 재료(예를 들어 합판, 시멘트, 비닐, 심지어 간장까지)를 가지고

작업하는 이유는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전통적인 재료로 무언가를

그리고 잘 만들어서 칭찬 받아 본 적이 별로 없어서 ...

그래서 재료에 대해 고정된 가치관이나 생각 자체가 거의 없다 시피 했던 것 같기도 하고 ...

또는 저의 냉소적인 성향, 씨니컬한 성격과 관련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많이 사용되어온 미술재료를 별 생각 없이 사용할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없을 때에도

공연히 진지해지고 심각해지는 함정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제도와 관습의  연장선상에

쉽게 줄서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재료를 더 사용하려고

특히 노력하는 것은 아니고 지금도 여전히 연필, 종이, 물감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저는 재료나 매체에 대해 특별히 신경 쓰지도 않고 관심도 없이 그냥 사용하는 편인데,

 나중에야 그런 방식을 썼다고 오히려 남들이 일깨워주는 것 같습니다." 

 

 

 

미확인 발광물체/사진 출처:cafe.naver.com/dawsons

 

"전구 불빛이 자아내는 시적 분위기는 위안이며, 설레임이자, 미래다"

 

 

 

 

 

 

 

무제/2002


"그 무언인가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 보스니아 같은 곳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인간의 잔혹함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나 자신의 무능함 나의
약함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의 위대함과 가소로움에 대해 자꾸 쌓이는 ‘
실존적 노여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살아가기만 해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소수의 인간들을 잠시나라 해방 시킬수 있는
그런 작품들을 앞으로 얼마나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분노,
정말 분노라기 보다는-그런 무게가 실린 감정보다는-차라리 짜증남이라고 할까,
되풀이되는 자기실망에서 비롯된 혐오와 그런 자신을 개혁하고 싶은 의지가 뒤엉킨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내가 새삼 귀뜸해 주지 않아도 그 누군가는 알고 있을 것이다.
정말로는 아무 이유가 없었다는 것을 "(by 박이소)

 

 

 

 

 

오른쪽:블랙홀 의자

"

"까만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블랙홀이라 우기면 조금 웃기지 않겠습니까?
또는 세상을 깔고 앉을 수도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의 의도라면,
어마어마하게 커다랗고 심각한 주제를 가지고 어처구니없이 바보 같은 농담을 하는 것인데 ...
농담을 하는 의도는 지루하고 답답하니까 조금 재미 있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요? "

 

 


 

 

무제(표류)를 위한 드로잉/2000

 

"편지를 담은 병이 바다를 떠돌다 결국 그 편지를 받을 사람에게 도착했다는 이야기,
또는 사연을 실어 보냈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 병이 떠다니는 위치를 알고 싶다는 쓸데없는 호기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사실 그 병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 알아야만 할 이유가 별로 없는데,

GPS를 장착해 그 위치를 추적하겠다는 생각은 쓸모 없는 지식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우리 인간들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배터리가 한정된 상태에서의 GPS를 장착한 이 병은 짧게는 2주, 길면 4주 정도는

신호를 보내 오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에는 자연스럽게 행방불명되는 것인데,

그것은 인간의 지식체계에서의 행방불명일 뿐, 여전히 그 병은 존재하며

 계속 어딘가를 떠다니고 있을 것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저의 예상일 뿐, 표류를 시작하고 나서 신호를 몇 번 보내온 후 금방

 신호가 끊기고 조기 행방불명이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2주 이상 정보를 얻으려고 생각했지만

그 병은 그런 인간의 계획과 통제마저도 우습게 생각한 것 같았습니다.

현실의 표류와 상상 안에서의 표류, 존재와 존재간의 소통 가능성과 또는 불가능성,
행방불명과 존재와 지식의 관계, 계획과 운명의 무상함 같은 것을 떠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멀리 나가는 바다 낚시 배를 얻어 타고 멕시코만 해류에 그것을 떨어뜨리고 나서
 그 곳의 바다 사진을 찍었습니다. "(by 박이소)

 


 

 

 

호모 아이텐트로푸스(Homo Identropus)/박이소의 자화상

 

SADI에서 함께 교수생활을 했던 박성환이란 작가는 “그의 재능은 시기할 수도 없었다”
고 털어놓으며서  액자에 원고지 한 장을 달랑 넣고 ‘창작자의 죽음’이란
제목이 붙은 박이소의  작품을 보고 가슴이 파이는 충격을 받았다고.. 

 

 

 

 

유엔탑-d

 

 "인간이 가장 고귀해지는 순간이 고차원의 유머를 구사하고 이해하는 때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유머가 우스갯소리나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고 믿는 듯 합니다.
가만히 있는 물건이나 미술작품도 시각적인 면에서 엄청나게 웃길 수 있다는 것을

별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미술을 고상하고 심각한 메시지의 전달로만 보려고 하지말고, 재미있게 살자고 하는 짓으로,
또는 시각적인 농담으로도 볼 수 있음을 감안해 주면 좋겠습니다."(by 박이소)

 

 

 

 

 

 

그냥 풀/1998

 

 박이소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 중의 하나가 ‘예술가란 누구인가’였는데,

자신의 정체성을 예술적 전통과의 맥락 속에서 고민했다고..

(나중엔 그 틀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발상과 실천을 강조했지만)


 

 

 

 

 전통(Tradition)/1989

 

 "항상 딜레바에 빠져 산다. 그래서인지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린다
해결책은 그때마다 도피하는 수밖에 "

 

 

 

 

 

"어쩌다가 사회 정치적 내용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제가 드러내고자 하는 세계의 면목은 전혀 명료하게 있지 않습니다. 인간이 어차피 알 수 없는
커다란 혼돈이 우리가 방문하는 이 물질세계의 본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업과 나와의 생산주체 관계는 닭-달걀 관계같이 별로 의미 없는 질문 같은데... "

 

 

 

 

 

쓰리 스타쑈(Three Star Show)/1994/커피, 콜라, 간장으로 그린 별

 

 "활동도 별로 없는 내가 평가를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카테고리로도 좀처럼
분류가 안 되는, 작품 경향을 말로 요약하기가 어려운 사람이 되고 싶다

백수건달이면서 미술을 취미활동으로 했으면 좋겠다. 작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안받으며
살고 싶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취미활동의 수준이 프로들을 능가하면서 유명해지고 작품도 팔려서

돈까지 잘 벌었으면 좋겠다."

 

 

 

 

 

 

Exotic-minority-Oriental(칼라 사진과 에나멜 페인트로 만든 작품)/1990

 

 박이소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 많이 힘들어 했다고 한다.
패가 갈리고 중간에서 좀 튄다 싶으면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회에 대한 절망,

이상한 편법이나 부조리를 보지 못 해 더더욱 신경쇠약과 통증으로 나중에는 자포자기까지 했었다고..

 

 

 

 

 

박이소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드물게 특별한 재능과 진지함으로 도드라졌던 작가로 

공식 석상에 작업복을 입고 나오고 누런 갱지로 명함을 만들어 나눠주는 등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것을 싫어했으며시작한 일은 철저하리만큼 완벽하게 처리하고

불의와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이었다고../2004년 작업실에서 47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었는데 미혼이었다.

 

 

"전공을 하면 작품이 나빠지는 것 같아요. 그 속에 갇혀버리는 것 같습니다.

전공하지 않은 사람 작품이 더 좋은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아마도 기준에 맞추려고 하다 보니

가능성 자체가 사장되는 게 아닐는지요.” (by 박이소)

 

 

 

 

 

박이소가 해석해서 쓴 빌리조엘의 'Honesty 가사/젤 좋아하는 노래였다고..

 

'정직성, 정말 외로운 그 말. 더러운 세상에서 어니스티, 너무 듣기 힘든 말. 너에게 듣고픈 바로 그 말'

 

 

"정직성'은 터무니없이 중요한 보편적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체성'이 발 디딜 틈이 거의 없는...

 

 사실 나는  가진 것이 별로 없다. 천재적인 재능이 샘솟듯 솟구치는 것도 아니고
생활비나 제작비 걱정하지 않고 마음대로 예술에 투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배경이 좋거나

부지런해서 영향력 있는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며 사교를 열심히 하지도 못하고

다만 한 가지 가능성이 있다면 정신력과 인내력으로 버티면서

꾸준히 노력하는 정도의 재주 밖에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그 능력이라도 새삼 확인해 보면서
그것이 아직 내게 남아 있다면 더욱 강화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끝난 뒤, 우리 모두의 삶은 한 순간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우리의 삶의 속도는 사실 떨어지는 물체의 속도만큼이나 빠르다. 삶의 무상함은

낙하의 속도와 관계가 있다." (by 박이소)

 

 

 

*박이소가 우리말로 번역해 직접 부른 '정직성'을 들을수 있는곳 <---클릭

 

 

  

 

 

 

브룩클린 다리 위를 밥솥을 줄에 매어 목에 걸고 끌고가는 퍼포먼스 사진

 

 

"제가 작품을 통해서 관심을 두고 있는 문제는 ... 사람으로서 사는 것이 너무 황당무계하고
무력하게 느껴지는 나머지 그런 감정을 직접 드러낼 때도 있고,

 세상의 엄청나게 큰 것들을 하찮게 다시 이야기 하는 방법으로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 어설픈 것과 쓰잘데 없는 것, 약한 것에 대한 동병상련적 애정 같은 것도 있는 것 같고 ...

또 오해와 알 수 없음이 주인인 것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의 막막함과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이루는 거대한 것의 초라함에 대한 관심도 있고 ...

 임시성이 주는 해방감도 좋아하고,

매사가 꼭 들어맞지 않아서 생기는 여유 같은 것도 좋아합니다.

이런 여러 느낌들과 함께 '현실'과 '미술'에 대한 헐렁하고도 미온적인 긍정의 정서 같은 것을

시각화 해보려는 시도라고도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작품 안에 우스꽝스러움과 진지함이 함께 있는,

 모호하면서도 즐거운 동네가 만들어지기를 원합니다. "

 

 "미술은 황당한 꿈꾸기"


 

 

*글은 박이소의 인터뷰 기사와 미디어 다음 등 여러 매체의 기사에서 발췌했음.
 

 

 

 

 

 

출처 : 숨어있기 좋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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