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TEO PD

[스크랩] [무도가족]피디저널 두번째 김태호피디 인터뷰

ddolappa 2008. 4. 19. 11:47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지금 고민 중이다. 그것은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기도 하고, 자신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그 고민들을 원고지 몇 매의 기사에 담기란 어쩌면 무리였다. 그래서 〈김태호 PD가 말하는 ‘무한도전’ 100회〉에 이어 두 번째 기사를 준비했다.

같은 포맷에 게스트만 바뀌는 스튜디오 버라이어티에서 같은 출연자를 매주 다른 포맷과 아이템에 던져놓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 〈무한도전〉을 창조했고, 〈무한도전〉으로 ‘회사원’이 아닌 ‘셀러브리티’가 됐으며, 다시 〈무한도전〉 때문에 뜨겁게 고민하고 있는 김태호 PD. 그의 고민은 곧 현재 예능 프로그램들이 놓여 있는 지점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100회를 맞은 지금, “앞으로 많은 욕과 비판과 싸워야 하고, 몇 번의 경사를 겪어내야” 또 다른 100회를 맞을 수 있다는 김태호 PD는 “하하가 올 때까진 어떻게든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매년 이맘때면 비집고 나오는, 떠나고 싶은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위기설’을 퍼뜨리는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도.

여전히 일주일에 이틀만 집에 들어가고, 이런 생활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 “집에 있다”고 둘러댄다는 김태호 PD와 나눈 이야기들이다. 

1. 〈무한도전〉에 관하여-“‘리얼 버라이어티’를 만들었으면, 틀을 깨는 것도 우리 역할이다”

-〈무한도전〉으로 2년 반이 훨씬 지났다. 돌아보면 어떤가.

(골똘히 생각하며)되게 짧았다. 한주 한주는 되게 길었지만. 어쩔 때는 내 생활이, 내가 없는 거 같아서 속상할 때도 있었는데, 앞으로도 바뀔 거라고 생각 안 한다. 원래는 6개월 정도 쉬면서 미국으로 프로그램 연수를 갈까 했다. 미국은 과연 어떤 시스템에서 일을 할까.  가서 좋은 게 있으면 돈을 주고서라도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항상 예능은 포맷이 하나 나오면 다 같이 가고 또 같이 망하고, 그러지 않나. 이런 걸 반복하는 게 너무 싫었다. 지금 만약 〈무한도전〉 때문에 ‘리얼 버라이어티’가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이런 틀을 깨는 것도 우리의 역할인 것 같다. 그런 방법들을 찾아보고 싶어서 미국에서 무보수로라도 일하려고 원서도 내고 그랬다. 여름쯤 도전해봐야지 했었는데, 지금 상황으로선 안 될 거 같다.

-3주 연속 방송된 ‘인도편’으로 시청률이 많이 떨어졌는데.

‘인도편’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아예 편집을 외주에 맡겼다. 시스템을 한번 바꿔볼까 싶어서. 그런데 호흡이 다르더라. 우리가 감수를 했는데 손으로 직접 대는 게 아니니까 느낌이 다르더라.

   
▲ <무한도전> 김태호 PD
그때 5월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종종 이렇게 하는데, 작년 여름에도 납량특집을 준비하다가 겨울에 벅차겠다 싶어서 12월 방송을 준비했다. 9월~10월엔 일부러 소프트한 걸 하면서. 이번에도 3월엔 소프트한 걸 했고, 100회 이후로는 한참 당겨야 할 타이밍인 것 같다. 조금 전에도 6월 방송에 대해 회의하다 나왔다. 12월에 나갈 방송도 조금 찍어둔 게 있다. 

항상 골치 아픈 게 그 주 방송만 채우고 싶은데, 매주 포맷이 같은 게 아니니까 많게는 8개에서 적게는 4개까지 동시에 준비를 하곤 한다. 그러다가 지금 3년째다 보니 지치는 기간이 보인다. 힘들고 그런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바이오리듬이 처지는 때가 9~10월, 3~4월 딱 그때다. 이때는 욕심 부리지 않고 소프트하게 가려고 한다. 그런데 기사들이 막 나오니까, 오기가 생겨서 한꺼번에 우르르 확 하기도 한다.

-〈무한도전〉이 위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기사를 보니까 곧 있으면 부고 기사가 나겠더라. 우리가 내부적으로 느끼는 게 아닌데, 오히려 외부에서 압력을 준다. 우리가 왜 꼭 예능 1등을 해야 하고, 시청률 30%를 깨야 하나. 오히려 우리는 그런 부담 없이 일했는데, 밖에서 그걸 강요하고 반성해라 그런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토요일에 20% 넘은 것도 대단한 거 아닌가. 

가끔 속상할 때도 있다. 위기라는 기사가 나면 그게 하나의 팩트(fact)가 돼버린다. 그리고 그 팩트에서 또 다른 사실을 낳고 또 다른 생각을 낳는다. 〈무한도전〉이란 이름을 가지고 과소비가 되는 거다. 우리가 갖고 있는 이미지랑 전혀 딴판인 이미지를 만들어 놓는다. 요즘 정말 심각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결국 프로그램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시청자들이 바라는 기대가 충족되지 않아서일까.

기대치는 각각 다르다. 마이너리티 느낌이 없다고들 하시는데, 우리가 마이너리티만 가기에 저희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너무 많으니까, 이 분들에게만 손을 흔들어 줄 순 없는 거다. 이쪽도 흔들어주고 저쪽도 흔들어주고, 신경 쓴다고 쓰는데, 이쪽에선 이쪽대로 아쉬워하는 거 같다.

우리가 3년이나 했는데, 잘하면 과연 관심 속에 끝날지, 지금처럼 폭발적이진 않더라도 〈전원일기〉처럼 장수하면서 길게 갈지. 정말 올해가 중요한 때인 것 같다. 끝까지 꾸준히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멤버들이 지금 40대를 바라보는 나이인데, 체력적인 한계가 올 수 있고 실생활 문제나 결혼 문제에 부딪힐 수 있는데, 이런 걸 잘 넘겨야 그 다음도 잘 넘을 거 같다. 지금 흔들리면 안 된다. 우리의 가장 큰 경쟁자는 〈무한도전〉이다.

2. 〈무한도전〉과 김태호 PD에 관하여-“나 때문에 〈무한도전〉이 흔들릴까 걱정이다”

-한 프로그램을 한 PD가 쭉 하는 경우는 드물다. 〈무한도전〉은 다른데. MBC 내부에서 김태호 PD가 아니면 안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건가.

그건 아닐 거 같다. 오히려 그게 더 닫힌 생각인 거 같다. 처음엔 이런 생각을 했다. 멤버들이 경력도 있고 하니까 〈베스트극장〉처럼 해야지, 생각했다. 1년씩 PD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거다. 원래는 파일럿 형태로 생각하고 진행해 왔는데, 지금 나와 프로그램의 연결고리가 너무 단단한 것처럼 생각을 한다. 나는 지금도 누가 후배가 와서 또 다르게 바꿔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제일 많이 고민하는 거는, 내 바이오리듬과 프로그램의 바이오리듬하고 따라간다는 거다. 어쩔 땐 겁이 난다. 이러다 내가 슬럼프에 빠지거나 개인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흔들리면 같이 흔들리는 느낌이 나니까 무섭더라. 그래서 멤버들에게도 내가 오히려 프로그램에 악영향을 주는 상황이 생기지 않겠냐고 얘기한다. 그런 게 솔직히 겁나고, 스트레스가 된다.

-〈무한도전〉을 떠날 수도 있다는 뜻인가.

일단은 하하가 돌아올 때까지 하고 싶은데, 그때까지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내가 할지, 〈일요일 일요일 밤에〉처럼 이름만 남고 다른 구성이 될지 모르겠다. 정체된 느낌이 싫다. 지금 하하가 빠진 상황에서 우리는 무척 흥분돼 있는데, 하하가 빠져서 좋다는 게 아니라, 뭔가 또 다른 변화를 줄 수 있을 거 같아서다. 그렇다고 서두르진 않을 거다. 누가 들어올 수도 있고 이렇게 갈 수도 있는 거고, PD가 바뀔 수도 있는 거고, 형식이 바뀔 수도 있는 거니까. 우린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라 흐름을 본다. 그래서 요즘 재미있다.

100회 특집 촬영할 때 미국에서 기자와 PD들이 왔는데, 그들이 ‘너희는 6개월 방송하고  6개월은 재방송하냐’고 묻더라. 그래서 ‘매주 방송한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더라. 어떻게 그렇게 하냐며. ‘대한민국 모든 PD들이 그런다’고 얘기하면서 시청률도 얘기하니까 ‘미국의 슈퍼볼 시청률이 매주 나오는데, 넌 돈 되게 많이 벌겠다’고 했다. 작년에 미국에서 누가 왔을 때도 ‘넌 대문에서 현관까지 차타고 다니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말했다. “월급쟁인데요.”

-억울하진 않나? 〈무한도전〉이 MBC의 효자 프로그램 아닌가.

아직 어린데 뭐. 예전에 점을 봤는데 돈이 안 모이고 새나간다고 하더라. 그래서 돈 욕심은 크게 없다.

   
▲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사진에서 맨 오른쪽) ⓒMBC
-MBC뿐 아니라 케이블에서도 엄청나게 재방송돼서 수익이 꽤 됐을 거다.

지금은 많이 줄였다. 2년 동안 항의를 해서 지금 재방송은 30회인가 40회 밖에 안 할 거다. 그게 시청률에 힘 받을 때는 좋긴 하지만, 멤버들을 소모시키고 생명력을 짧게 하는 거지 않나. 당장 수익에 눈이 멀어서. 소모되는 게 싫어서 오히려 내가 적극적으로 막았다.

-자체 제작한 ‘무한도전 달력’도 엄청난 인기였는데.

항상 기회가 되면 많이 돌려 드리려고 한다. 올해도 돌려드릴 것들을 찾고 있다. 멤버들도 〈무한도전〉을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경제적인 이익도 많이 봤으니까, 그런 것들을 돌려드리려는 거다.

3. 김태호에 관하여-“나는 회사원이지 셀러브리티가 아니다”

-2년 반을 쉬지 않고 달려왔으니 많이 지쳤겠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우울증이 있었다. 난 도대체 뭘까. 어떻게 보면 내가 내 등에 짐을 지워놨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야 항상 있다. 도전하는 재미를 보면 어떨까. 사진, 디자인에 대한 생각도 해봤고, 별 생각 다해봤다. 서른 살 됐을 때도 크게 고민했는데, 미국 디자인 회사에 원서를 내기도 했다.

어찌 보면 방송이 적성이 아닌 것도 같다. 방송이 프로그램만 생각하면 되는 게 아니라 관계를 따져야 하는데, 그런 게 스트레스다. 난 프로그램을 재밌게 만들고 싶은건데, 관계에 대해 누가 간섭을 하거나 하면 그게 너무 힘들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난 한계가 여기구나, 이 직업은 내 적성에 안 맞아, 이런 생각도 든다.

막 ‘무한도전 김태호 PD’ 이렇게 기사 나오는 것도 불만이다. 나는 회사원이지 셀러브리티나 연예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어쩔 땐 매주 방송에 제가 비친다고, 출연 욕심이 있냐고 하는데, 녹화할 때는 나도 너무 재미있으니까 점점 다가가게 되는 거다. 그러면 카메라 감독님이 ‘뒤로 빠져’ 이러시고. 중간에 멤버들에게 이런 말을 치면 어떨까 하고 던지면 멤버들도 바로 맞받아쳐서 얘길 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엔 내 말을 딱 빼면 매끄럽지가 않다. 내가 꼭 한 회에 한 번씩 출연하고 싶은 것처럼 생각하시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또 가끔 극장에 가면 알아보시기도 하는데 그 역시 불편하다.

-내성적인 성격인가.
 
원래 안 그랬는데 군대 가서 좀 변했다. 군대 가서 하도 많이 맞고, 대화할 사람이 없어서. 사람 많은데 있으면 멀미도 하고 그런다. 정적인 캐릭터로 좀 바뀐 편이다.

어제 친구가 그런 질문을 하더라. ‘너는 프로그램이 재미있어서 하니, 다른 사람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하니?’ 그 말을 듣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느끼는 재미는 똑같은데, 그것에 대한 부담이 늘었고, 또 내가 뿌리치고 안 한다고 했을 때 당한 사람들의 느낌은 어떨까란 생각을 만만치 않게 하고 있더라.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갈등이 있다.

-취미생활을 할 시간은 있나.

요즘 제일 고민이 많은 게 나에 대한 시간이 너무 없다는 거다. 그래도 다행히 후배가 한명 더 늘고 해서, 토요일 새벽에 테이프를 넘기면 자막은 내가 안 하고 감수만 한다. 그래서 토요일과 일요일에 시간이 생겨서 DJ 하는 걸 배우려고 한다. 사진도 좀 해보고 싶다. 작년엔 첼로나 피아노를 하고 싶었고. 아직 어린데 정체돼 있으면 안 되지.

 

출저 피디저널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5397

대한민국에 이런 피디가 많이 생겼으면 하네요..시청률에 얽매여 대세나 따라가는 피디가 아닌..


 

출처 :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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