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그의 사상/미셸 푸코

[스크랩] 푸코,<감시와 처벌>(나남, 2003)

ddolappa 2008. 5. 16. 04:12

푸코는 1975년 <감시와 처벌>를 간행한다. <광기의 역사>가 광기를 만들어내는 서구 권력의 변이양상을 고찰한 것이라면, <감시와 처벌> 또한 형벌 제도의 변천을 통해 각 시대의 권력이 어떻게 개인을 통제하고 예속시켜왔는가를, 개인이 권력의 작용에 따라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연구했다. 푸코는 우선 18세기 후반 감옥 제도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일반화되면서 규율적인 사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주목한다. 그는 '감옥'을 규율적 권력이 행사되는 전형적인 예로 간주하면서, 이런 권력이 감옥 안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곧 '감옥'은 일종의 상징 권력이며, 이것은 사회 전체에 침투하고 있고, 현대 사회를 규율적 권력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형벌의 역사, 곧 감옥이 만들어지는 역사는 권력의 서로 다른 역사적 층위와 동일하다. 18세기의 형벌은 군주의 권력을 과시하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이때의 범죄자는 대중 앞에서 잔혹하게 처벌됨으로써 군주의 권력을 절대화시키고 공포를 만들었다. 이 같은 비인간적이고 비효율적인 제도는 18세기의 사회 변화와 함께 인도주의자들이 범죄에 대한 잔인한 폭력적 처형을 비판하고 사법부의 합리적 운용을 요구하면서 개량된다. 이들은 범죄의 정도에 따라 처벌을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다양한 범죄들을 분류, 항목화하고 그에 대응되는 적절한 처벌 정도와 형태가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하게 된다.

 

 

    권력과 지식의 밀회

    그러나 형벌이 인도주의적 관점에 따라 개량되었을지라도, 그것은 말 그대로 '개량'에 불과하다. 과거 형벌 제도에 남아 있는 권력의 작동은 여전히, 그리고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진행되기 때문이다. 현대에서는 잘 조직된 사법체계에 의해, 그리고 이러한 사법체계로만 범죄를 판단하고 객관적으로 처벌한다. 처벌은 군주의 권력에서 만인이 합의한 법치 권력으로 이동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법 체계의 촘촘한 그물망은 개인을 보다 체계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다. 푸코는 이러한 형벌 제도의 변화가 처벌에 대한 인도주의적이고 합리적인 '개량'으로써가 아닌, '더 잘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따라서 '신체에 대한 가혹하고 직접적인 처벌이 사법적 감금'으로 바뀐 것으로 이해한다. 물론 이것은 범죄자에 대한 평가, 규정, 판단들이 제도적으로 치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수반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바로 권력이 범죄에 바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권력은 반드시 자신의 폭력을 미화시키고, 절대적 선으로, 혹은 합리적 이성으로 변환시키기 위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지식'에 의해서만 권력의 보편성을 인정하고, 권력을 실행시킨다. 곧 권력은 지식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지식을 끝없이 확장해나감으로써 자신을 재생산한다.

 

 

    권력은 신체에 작용한다

    프랑스 대혁명을 전후로 절대 왕정의 형벌 체계는 감옥 제도로 바뀌게 된다. 감옥은 범죄자라는 위험하고 비정상적인 개인을 격리시켜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다. 감옥은 일종의 '교화-기계'이다. 감옥의 목적을 사형수를 제외한 범죄자를 교화시켜 정상인으로 만드는 것, 따라서 감옥은 개인에게 사회적으로 용인된 '일정한 작용'을 가하여 개인을 '권력이 요구하는 개체'로 만드는 장치가 된다. 이를 위해 엄격한 시간표가 만들어지고 모든 행위와 몸짓이 관찰되고 감시받으며, 그것이 기록된다. 현대에 와서 수감자의 신체는 철저한 계획표에 따라 길들여진다. 푸코는 이러한 권력의 구조가 인간의 신체에 작용하는 점에 주목한다.

    새로운 권력 구조는 인간의 신체를 권력이 작용할 수 있는 유용한 대상으로 만든다. 이러한 권력은 개인의 '신체에 대한 권력'이다. 권력은 단순히 억압하고 금지하는 방식만으로는 제대로 작용할 수 없다. 권력은 신체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를 특정한 목적에 맞도록 만들어내야 한다. 즉 권력은 신체를 길들인다. 푸코는 이것을 신체에 대한 '미시' 권력이라고 하였다.

    개인은 작업장, 병영, 감옥, 병원, 학교 등에서 다양한 강제 형식에 따라 특정한 방식으로 규율을 수행하도록 요구받고, 특정한 성격을 갖도록 강요당한다. 이때 개인의 신체는 규율에 의해 주체로 만들어지고, 훈련받고 형성되어 유용한 대상, 생산력이 된다. 그것은 경제적으로는 노동력을 지닌 대상이며, 정치적으로는 복종할 수 있도록 잘 훈련된 신체가 된다. 이러한 규율은 사회적 생산성과 정치적 안정을 증대하고 고양시킨다는 명목으로 개인을 효율적인 기계로 재구성하고 산출한다. 이렇게 해서 개인은 권력의 기술에 의해 그 대상이자 도구로 되고, 권력의 질서 안에 편입되어 정상화된다.

 

    주체는 권력의 산물 또는 그 효과에 불과하다

    규율은 신체에 작용한다. 규율은 개인을 권력이 작용하는 대상으로서뿐만 아니라 권력을 수행하는 수단으로 간주하는 권력의 테크놀로지이다. 이때 개인들은 권력의 대리인일 뿐 그 '주체'가 아니고, 권력의 산물 또는 효과일뿐이다. 푸코는 이러한 권력의 메커니즘이 하나의 '높은' 중심에 의해서가 아니라, 보다 '낮은' 지점과 주변부로부터, 지역적이고 국부적인 형식으로 광범하게 형성되어 모세 혈관처럼 사회에 퍼져 있다고 보았다.

 

    권력이 작용하는 장치: 위계 질서적 관찰과 사례

    푸코는 이러한 규율적 권력이 작용하는 다양한 장치를 지적했다. 먼저 권력은 개인들을 감시한다. 이를 위해 개인들은 권력이 잘 감시할 수 있도록 배치된다. 그는 이것을 "위계 질서적 관찰"이라고 했다. 이것은 일정한 위계 질서 아래 감시를 통해 생산과 통제를 통합하게 위한 것으로, 개인들을 감시 가능한 공간에 묶어두고, 그들을 잘 볼 수 있게 만든다. 이를테면 학교의 교실은 교사가 학생들을 모두 잘 관찰할 수 있도록 배치된다. 가령 교단에 있는 교사는 학생 하나하나를 잘 볼 수 있다. 이처럼 권력의 감시하는 '눈'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는다. 이 모델은 군대를 비롯해서 대규모 작업장이나 공장, 감옥, 학교, 노동자 기숙사 등에서 감시를 통해 통제하고, 효율성을 높이며, 그러한 공간적 구조를 통해 질서를 만든다. 이렇게 감시하는 권력은 '다양하고 자립적이며 익명의 권력'으로 조립된 그물망이다. 이 권력은 피라밋 형태의 조직의 상부나 특정한 중심,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떠한 그늘진 곳도 남겨두지 않는다. 그리고 폭력에 호소하지 않고 계산된 시선의 끊임없는 작용으로 기능한다.

    그런데 이것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것은 정상과 일탈을 구분하는 기준을 마련하여 일탈을 규제한다. 공장, 학교, 군대 등에서 미시적 형벌 제도는 다양한 일탈을 처벌한다. 즉 예를 들어 시간에 관한 일탈(지각, 결석, 업무 중단), 행위에 관한 일탈(부주의, 태만), 태도에 관한 일탈(무례, 반항), 언어에 관한 일탈(수다, 건방짐), 신체에 관한 일탈(버릇없는 자세, 적절치 않은 동작, 불결함), 성에 관한 일탈(불순, 음탕) 등을 처벌한다. 그래서 일상 행위의 가장 미세한 측면까지 문제삼는다. 이러한 정상적인 질서에 적응하지 않거나 반항하는 자들은 규율의 감시, 처벌, 교정의 대상이다. 그리고 유의할 것은 이러한 기준이 선악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선악은 권력이 제시한 기준에 들어맞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을 보편적인 규범으로 정의한 것일 뿐이다.

    푸코는 이 두 가지를 결합시킨 것이 검사라고 본다. 이것은 개인을 평가하는 것(예를 들어 학교에서 보는 시험 등)이고 그 내용은 기록된다. 그것은 개인의 가장 사소하고 미세한 것까지도 기록하여 그 개인을 '인식할 수 있는' 대상으로 산출한다. 이러한 방식은 개인을 '기록된 것'으로 붙잡아둔다. 그래서 개인들은 특정한 문서철의 한 항목으로 기록되고, 특정한 '사례'가 된다. 이것이 잘 이루어진 경우에 각 개인의 정보가 알아보기 쉽게 정리된 형태로 보관된다. 그 기록은 개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능하게 하고, 그것은 권력이 쉽게 그 개인을 장악하는 수단이 된다. 그 기록부는 개인이 잊은 외상값까지도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개인 자신보다 더 잘 그를 알고 있을 수도 있다.

 

    권력은 진리를 생산함으로써 작동한다

    푸코는 이와 관련해서 인간 과학이 탄생하고, 그것은 개인들을 인식론적 장 안에 적절하게 배치시킨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 과학은 개인들을 적절하게 파악하여 권력이 잘 작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알 수 있는 대상으로 구성한다. 과학적으로 정리되고 분류된 기록은 권력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개인을 길들이고, 유용하게 만드는 데 최대한 이바지한다. 푸코는 권력 관계가 기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담론의 생산과 축적, 유통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즉 권력은 '진리'를 생산함으로써 작용한다. 그는 이런 바탕에서 인간 과학과 권력의 공모 관계를 지적했다. 그는 권력이 지식의 전제 조건이며, 권력과 무관하거나 권력을 목표로 삼지 않는 '순수한' 지식은 있을 수 없다고 보았다. 즉 지식과 권력은 쌍둥이이며, 지식 자체가 권력이고 권력은 지식을 통해 작용한다. 권력에 아부하는 지식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며, 모든 지식이 권력을 숨기고 있다. 지식은 권력을 통해 실현된다.

 

    현대 권력의 작동 방식: 원형감옥

    푸코는 규율 사회의 총체적 감시 체계를 상징하는 예를 든다. 그는 감시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메커니즘의 예로 벤담에 의해 고안된 원형 감옥을 든다. 이것은 한가운데 감시탑이 높이 솟아 있고 그 주위에 원형으로 감방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감시탑에 있는 감시원은 죄수들을 항상 감시할 수 있지만 죄수들은 그 감시원을 볼 수 없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것은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권력' 형태화한 것이다. 중앙탑에서 감시자의 눈길은 항상 죄수를 감시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구조에서는 실제로 중앙탑의 감시자가 없는 경우에도 죄수들은 감시받는다고 여긴다. 즉 원형 감옥 자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주체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다. 수감자는 끊임없이 감시하는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결국 그는 스스로 권력의 요구에 따르고 규율에 복종한다. 그는 감시의 시선을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통제한다.

    푸코는 이러한 원형 감옥의 구조가 현대 사회에서 일반화되어 있다고 본다. 감시, 규율 메커니즘은 주변적이고 예외적인 개인들만을 대상으로 삼지 않고, 공장, 학교, 병원, 군대로, 즉 사회 전체로 확대되고 침투된다. 과거 권력의 중심이던 군주의 모습은 이제 원형 감옥의 중앙팁으로 대체되고, 개인들은 공개적인 처형장에서 고문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원형 감옥의 감시 대상이 된다. 그들은 고립되고 개인화되어, 감시받고 통제받고 조정된다. 그리고 이러한 감시는 개인들을 드러내지만 권력을 보이지 않게 한다.

    푸코는 권력이 신체에 작용하는 것이 사실은 정신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개인들은 자기 안에 권력의 감시하는 '눈'을 갖게 된다. 그들은 자신을 감시하는 감옥을 자기 영혼 속에 지니고 있다.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의 강제 노동 수용소를 가지고 있다. 그 수용소는 바로 우리 곁에 있다. 우리의 도시에, 병원에, 감옥에 있고 그것은 바로 여기, 즉 우리 머리 안에 있다." 이러한 주체는 학교, 병원, 교회, 군대, 감옥 등에서 길들여지고 훈련받고 통제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규율은 정상적이고 건강하고 온순하고 능력 있는, 즉 기준에 맞고 쓸모 있는 개인을 창조한다. 이때의 개인은 스스로가 형성한 권력의 기준을 자신의 '고유한' 기준으로 삼는다. 푸코는 개인들이 이러한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목차>

수형자의 신체
신체형의 호화로움
일반화한 처벌
형벌의 순화
순종적인 신체
바람직한 훈육방법
완전하고 준엄한 제도
위법행위와 범죄
감옥체계
일망 감시방법

출처 : text reading
글쓴이 : 여민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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