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이란 무엇인가?
1. 편집의 의미와 역할
1)쇼트와 쇼트의 연결
영화는 여러 개의 쇼트를 찍고 그것을 이어 붙인 것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쇼트들을 이어 붙이는 행위 그것이 ‘편집’이다. 물론 이것은 단순한 물리적인 의미이다. 수많은 현대 영화들-특히 블록버스터 대규모 상업 영화들-에서 한 쇼트의 길이를 재본다면 우리는 그 길이가 엄청나게 짧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이렇게 짧은 쇼트끼리 연결시킨 것을 우리는 하나의 덩어리로 파악한다. 다시 말해, 짧은 쇼트들로 연결되어 있지만 별로 혼란스럽게 느끼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하나의 사건, 하나의 장면으로 이해한다.
이것은 편집이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즉, 영화를 만든다는 창조적인 입장에서 볼 때,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벌어지는 혹은 촬영된 장면을 한 편의 영화 영화로 ‘재편하는 주된 수단’이 편집인 것이다.
2)영화의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행위
서로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편집과정’을 통하여 연결될 때, 우리는 그 일을 동시에 일어난 일로 인식하고 그 때문에 태어나 죽는 과정을 단 2시간으로 압축하여 한 편의 영화로 보여진다고 하여도 관객들은 전혀 어색해 하지 않는다. 60년의 세월을 2시간동안, 10분의 시간을 2시간동안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영화 편집이다.
때문에 영화가 만들어낸 시간은 허구적이다. 하지만 영화는 편집이란 기술을 통하여 허구적인 시간을 관객들에게 사실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편집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영화 속에서 흘러가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우리가 실제로 생활하는 개념들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분명하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 관객은 영화속의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변화에 빠져들어 영화가 만들어내는 시간과 공간을 실제의 시간과 공간처럼 느끼고 익숙해한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영화 편집의 기술이란 관객들에게 현실에서 느끼는 것과 유사하게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내지만, 분명하게 영화만의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작업인 것이다.
3)감정을 만들어 내는 행위
그러나, 점차 다양한 매체를 접하게 되는 지금의 관객들에게 편집은 보다 감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모하고 있다. 즉, 현실에서 보이는 물리적 시공간이 아닌 개별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적인 시공간을 중심으로 편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수업 중간에 쉬는 10분의 시간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10분의 시간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휴식 시간의 10분은 짧게 느끼지만, 엘리베이터 앞의 10분은 길게 느껴질 것이다. 또한, 내가 침대에 누워있다고 할 때, 자기 방에서 누워있는 것과, 수술 후에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것은 다르다. 자신의 방에서는 익숙하고 편안하지만, 병원에 누워있는 것은 낮설고, 고통스러운 것이다.
즉, 똑같은 시간(10분)과 공간(침대)이라도 영화 속 등장인물의 상황에 따라 느리게 가는 시간과 빠르게 가는 시간이 있으며, 편안한 공간과 고통스런 공간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영화편집은 상황에 따라서 느리게 가는 시간,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표현하며, 답답하고 견디기 힘든 공간과 편안하고 안정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어떤 방식으로 촬영과 편집을 해나가느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사항이다. 즉, 시간의 연장과 축약 작업뿐만 아니라, 그 시간과 공간의 정서와 감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편집의 주된 기술이다.
2. 편집의 발전 과정
초기의 영화에는 편집의 개념이 없었다.
쁠랑 세깡스plan-sequence(one scene on cut)로서 촬영된 한 커트가 한 편의 영화였다. 초기의 영화는 약 1분 50초 길이의 짧은 장면을 보여주는 영화들이 였다. 그러나, 영화가 공개적으로 상영되면서 몇 편의 필름을 합해서 보여주게 되는 과정에서 필름과 필름을 이어 붙여놓을 필요가 있었다. 이것이 최초의 영화 편집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런 필름과 필름을 이어 붙이는 행위가 1910년대를 넘어서면서 대규모의 에산으로 제작되는 영화와 2시간 이상의 긴 영화들이 만들어지게 되면서 급격하게 변하게 된다. 초기 영화 편집의 기술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람은 미국의 데이비드 워크 그리피스이다. 그는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이 넘는 긴 영화들을 만들어내었고, 그 속에서 지금의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많은 편집 기법들을 선보이게 된다. 그는 페이드 인-아웃, 디졸브, 아이리스, 와이프들을 모두 사용했으며, 편집의 기본 원리인 연속편집, 교차편집, 주제적 편집 등을 만들어냈다.
그리피스의 이러한 편집 원리는 1920년대 러시아 영화 감독들에 의해 그들만의 편집 미학으로 발달하게 되는데, 푸도프킨의 구성적 편집과 에이젠슈타인의 변증법적 편집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몽타주 이론’으로 체계화되어 영하에 있어 편집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이렇게 완성된 여러 가지 편집 원리들은 이후 많은 실험을 거쳐 현대 영화의 다양한 형태로 변형, 발전하게 된다.
3. 편집의 형식적 분류
관객들은 이따금 영화가 여러 대의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하므로 편집이란 주어진 특정의 순간에 가장 잘 촬영되었다고 생각되는 쇼트를 골라내는 것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대부분의 영화 장면들은 한 대의 카메라만으로 촬영된다. 따라서 편집기사는 각기 다른 장면을 담고 있는 필름들을 모아 정리해야만 한다. 이 같은 작업을 쉽게 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연출가와 편집자들은 촬영기간 동안 편집 단계를 위한 계획을 미리 세워둔다. 각각의 쇼트들은 최종적으로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체계적으로 편집될 것인가를 분명히 구별되도록 촬영하는 것이다.
다음은 편집 시에 고려해야 할 편집의 형식적인 요소들이다.
1)조형성(graphic relation)
어떤 것이건 두 개의 쇼트를 연결시키는 편집은 각 쇼트간의 회화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유사한 것끼리 혹은 이질적인 것끼리 연결할 수 있다. 즉, 모든 미장센의 특성(조명,세트,의상,배우 등)과 대부분의 촬영기법적 특징(카메라의 움직임, 앵글 등)을 일치시키거나 대비시켜서 편집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쇼트의 회화적인 특징을 중심으로 편집하는 것을 조형적 연결의 편집이라 한다.
모든 영화는 이러한 조형적 유사성을 통해 쇼트를 연결시킬 수가 있으며, 영화의 통일감(혹은 완성도)은 ‘조형적 일치’를 통해 이를 성취한다. 예를 들어, 구로자와 아끼라의 <7인의 사무라이>에서, 사무라이들이 처음 마을에 도착한 후 비상 경보가 울리자 사무라이들이 그 출처를 추적하는데, 구로자와는 구도, 조명, 피사체의 움직임, 카메라 팬 등의 기법을 사용해 질주하는 6명의 사무라이들 모습을 역동적으로 연결시킨 6개의 쇼트로 묘사한다.
때때로 장면전환의 순간들 자체의 조형적 일치에 주목하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기도 한다. 리들리 스콧의 <에얼리언>에서는 디졸브가 리플리의 잠들어 있는 얼굴에서 지구의 곡선으로 조형적 일치가 되도록 한다.
물론, 편집이 조형적으로 똑같은 화면끼리 연결할 필요는 없다.
비연속적인 편집, 즉 화면과 화면의 대비를 보여주는 편집도 가능하다.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에서는 남부의 사막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있는 형제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형의 잡은 쇼트는 화면 오른쪽을 많이 비워둔데 반하여, 동생을 잡은 쇼트는 동생이 화면 중앙에 위치한다. 이러한 불일치는 두 사람간의 대화가 어색해지도록 만든다. 즉, 형의 쇼트에서 비어있는 공간은 그의 공허한 심리적 상황과 동생과의 거리감을 보여주고, 동생이 화면 중앙에서 형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형에 대한 집중과 다가서려는 마음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2)운율성(rhythmic relation)
모든 쇼트는 필연적으로 일정한 길이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화면 길이는 한 쇼트내에서 보여주는 내용이 무엇인가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운율적 관계를 고려하는 편집이란 프레임, 피트 등으로 계산되는 쇼트1과 쇼트2의 길이를 고려하면서 편집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각각의 커트의 길이를 편집자가 특별히 계산된 길이로 이어나갈 때, 각 쇼트들이 이어졌을 때 편집의 리듬감을 만들어내게 된다. 예를 들어, 4초 쇼트-> 8초 쇼트-> 16초 쇼트-> 32초 쇼트로 이어지거나, 10초 쇼트-> 8초 쇼트-> 6초 쇼트->4초 쇼트-> 2초 쇼트 등으로 점점 길어지는 리듬감이나 점점 짧아지는 리듬감을 만드는 편집을 말한다.
편집은 쇼트이 지속시간의 조절을 통해 운율적인 연속성을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해 준다.
편집자가 편집 리듬을 결정할 때는 미장센, 촬영 위치, 카메라의 움직임 그리고 전반적인 이야기의 맥락에서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운율적인 편집은 우리가 직관적으로 영화 작품의 템포나 페이스 혹은 호흡이라고 느끼는 것을 만드는 과정이다. 특정한 순간을 강조하기 위해 장면의 지속시간을 이용할 수 있으며, 반복적으로 같은 장면을 보여줄 수도 있다. <주먹이 운다>의 첫 번째 신인왕전에서 류승범이 다운을 당할 때, 카운터 펀치를 맞은 류승범의 얼굴에서 하얗게 페이드 아웃되고, 그 흰 화면이 2초간 보여진다. 이것은 류승범이 강력한 펀치를 맞았다는 충격적인 인상을 ‘정지된 흰 화면’ 속에서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면이다. 즉, 시간이 정지된 듯한 리듬 속에서 관객은 잠시 호흡을 멈추고 류승범이 받았을 충격을 느끼고, 뒤이어 보이는 링 바닥에 누워있는 류승범의 얼굴을 통해서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운율적 편집의 형태는 대부분의 대화 장면에서 보이는 것처럼, 대화하고(action shot) 반응하는 사람(reaction shot)에게 고르게 분배된다. 이런 쇼트의 연결, 각각의 쇼트가 비슷한 길이로 이어질 때 관객은 안정되고 정해진 박자를 따라 화면을 보게 된다. 반면에, 추격씬이나 격투씬에서 보여지는 점차 짧아지는 쇼트의 길이는 긴박감을 느끼게 한다.
3)공간성(spacial relation)
편집은 조형성과 리듬 조절뿐만 아니라 영화만의 허구적 공간을 만들어 낸다. 다시 말해서 편집을 통해 집에 있던 사람이 1초 후에 사무실에 있는 것이 가능하다. 또 한, 쇼트1에서 삼성동 지하철역에서 추격전을 벌이던 범인과 형사가 을지로입구역에서 나와 빌딩 숲의 추격전으로 이어져도 관객은 자연스럽게 그 쇼트들을 연결시켜서 보게 된다. 또 다른 예로, 쇼트1이 멋지게 연설하는 인물이고, 쇼트2가 무언가에 환호하는 군중이라면 관객은 인물의 연설에 환호하는 군중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 군중이 ‘전국노래자랑’의 관객이였건, ‘배용준의 등장에 환호한 일본 아줌마’였건 상관없이 그들이 한 공간에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이러한 영화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개념은 영화 초창기 소련의 레프 쿨레쇼프에 의해 구체적으로 연구되었었다. 그는 무언가를 쳐다보는 인물의 쇼트1과 ‘김이 나는 스프 그릇’-쇼트A, ‘죽어있는 여자’-쇼트B ‘책상 위에 있는 총’-쇼트C가 있을 때, 쇼트1+쇼트A, 쇼트1+쇼트B, 쇼트1+쇼트C 등의 서로 다른 쇼트를 연결했을 때 서로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이것을 체계화하여 편집기법으로 만들어냈고, 이를 ‘쿨레쇼프 효과’라 한다.
4) 시간성(temporal relation)
다른 영화 기법들과 마찬가지로 편집 역시 영화에 표현된 사건의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데, 특히 서사 영화에서 편집은 보통 플롯이나 스토리의 시간을 조절하도록 돕는다.
편집은 어떤 순서로든(심지어는 “박하사탕” “돌이킬수 없는”과 같은 역순) 시간의 연속성을 만들어 낸다. 또한 플롯으로 제시된 사건의 본래적인 지속시간을 변경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계단을 오르는 한 사내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어떤 편집자는 사건의 지속시간을 있는 그대로 제시하여 밑에서 꼭대기까지 오르는 모습을 전부 보여줄 수도 있고, 어떤 편집자는 생략 편집을 사용하여 밑에서 몇 걸음 오른 뒤에 바로 문앞에선 사내의 모습으로 연결할 수도 있으며, 또는 ‘커트 어웨이Cut Away’ 방법을 써서, 몇 계단을 오르는 남자 쇼트 다음에 아파트에서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의 장면을 보여주고, 아파트 문 앞에 서있는 남자를 보여줄 수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시간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깡패1이 깡패2를 주먹으로 치는 장면을 보여주고 나서, 다시 깡패2가 깡패1에 의해 맞는 장면을 또 보여줄 수도 있다. 이때, 우리는 같은 장면을 2번 보게 되면서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을 늘릴 수도 있다. 특히, 폭발 1분전에 시한폭탄을 해체를 시작해서 폭발 3초전에 마무리하는 장면 등에서 사건이 흘러간 시간은 1분이 안되지만 우리가 영화로 그 장면을 보는 시간은 5분이 넘는 경우를 흔하게 보게 된다.
이렇듯 편집을 이용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무한하다고 볼 수 있으며, 대게 일반적인 영화들은 순차적으로 사건이 벌어진 순서대로, 시간이 흘러간 순서대로 편집이 되어있다. 그러나, 보다 개성적인 화면의 연결과 관객들에게 새로운 긴장감을 유발하기 위한 다양한 편집 기법들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출처] 영화편집의 기법|작성자 리트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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