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분석철학의 탄생: G.E.무어와 L. 비트겐슈타인(1873-1958년)
그때 세계에서는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발발
1943년: 모스크바에서 미, 영, 소 3국 외상회의 열림
비트겐슈타인
지금은 인문 계통의 철학이 영국에서는 옥스퍼드 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언어분석을 이끌어온 초창기의 철학자들은 자연과학의 선도역할을 해온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일어났다. 러셀이 그러했는가 하면, G. E. 무어와 비트겐슈타인도 케임브리지의 교수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다 같이 과학적 지식을 뒷받침받고 있었기 때문에 확실성 있는 철학이론을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무어(G.E. Moore, 1873-1958)는 과거부터 전통적으로 받아 들여온 철학을 배제하고 새로운 철학의 필요를 느꼈다. 새로운 실재론을 택한 셈이나, 그의 중요한 업적은 철학의 새로운 영역을 지식을 형성하고 있는 언어문제에서 취급하자는 관점이었다.
언어의 잘못과 불필요한 조작 때문에 우리의 지식이 바른길을 잃고 지적인 낭비에 빠지는 일이 너무 심했다. 경험의 영역만큼의 지식이 있고, 그 지식은 언어적 점증을 거쳐 정확하고 새로운 관념을 창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그 방법을 제시해주었다는 점보다는 '윤리학 원론(Principia Ethica)'에서 실제로 검증해 보여주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문교부의 도움을 얻어 처음 번역해 내놓은 철학책이 바로 이 '윤리학 원론'이었다. 연세대의 정석해 교수가 그 책임을 졌었다. 그는 이 책에서 '선 이란 무엇인가?'를 취급하면서 과거부터 통례적으로 취급해온 관념들을 구분, 분석, 정리하여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갔고, 그 방법으로는 언어적 분석을 적응시켰다. 그래서 그런 방법이 점차 전 철학계로 번지면서 오늘의 영국적인 분석철학을 창출해 내놓은 것이다.
미국의 철학자들은 같은 언어를 분석함에서도 논리적 실증주의를 택해 언어의 과학화와 논리적 재구성을 강조했으나, 영국의 철학자들은 일상언어의 정리와 분석을 통해 명료성을 찾게 되었는데, 이는 무어와 같은 철학자들의 영향이었다. 영국인들은 분석철학이란 언어의 교통정리를 하는 일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우리의 관념과 지식이 사회를 이끌어가며 정당한 표현과 지적 위상을 갖추려면 생각의 표상인 언어의 정리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상식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으며, 철학을 목적 삼기보다는 철학을 생활과 일치에서 삶을 이끌어 올리는 동반자로 취급하는 영국적 성격을 연 학문의 길이었다. 사실 무어가 그 책에서 지적해준 몇 가지 원리와 내용은 상당히 많은 학자가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한때 우리가 영국에 가 철학강의에 참여하면 철학자 대부분이 언어분석을 중심으로 학술적 토론을 전개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비하면 비트겐슈타인은 좀 더 다른 철학적 방향을 택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출생으로 영국 철학자가 된 사람이다. 러셀과 같은 철학 방향을 택했으나, 러셀이 자연 과학적 이론을 철학적 논리주의로 전개한 데 비해 비트겐슈타인은 언어 그 자체를 연구하는 것이 진정한 철학으로 가는 길이라고 믿었다. 그는 처음에 미국에 있는 철학자들과 같이 논리실증주의를 택했으나, 마침내는 언어의 분석이 철학의 과제라고 자신의 철학적 길을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본다면 비트겐슈타인은 영국과 미국의 철학적 교량을 놓은 공로자라고 볼 수도 있다. 최근에 와서는 영국학자들보다도 미국 철학자들이 더 큰 관심을 비트겐슈타인에게 쏟는 까닭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분석철학은 수많은 철학자를 탄생시켰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영미 철학을 강의하고 있는 대부분 철학자가 이들의 후계자들로부터 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남아있다. 서양어의 철학적 정리나 분석은 그들에 의해 가능할 수 있으나, 그 방법을 어떻게 동양적이며 한국적인 언어분석에 적용시키는가이다. 또 언어분석 그 자체로 철학 임무를 다 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철학 본래의 요구와 기대는 여전히 남은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들이다. 과학성을 가진 언어는 쉽게 정리, 분석, 검증될 수 있으나, 실천철학의 분야는 언어보다도 행위나 삶 자체가 앞서는 경우가 있으며, 종교적인 신비주의나 예술적인 영역의 문제들은 소외시켜도 되는가가 문제로 남는다. 언어의 실재, 언어와 형이상학의 문제는 새로운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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