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대통령 기념사에 대한 감상 - 2008년 광복절, 광복은 없고 건국만 있었다
부제 : 대한민국 대통령이기를 거부한 이명박 대통령
오늘은 일제 치하에서 대한민국이 독립한, 기쁜 날임과 동시에 잊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한 날이다. 따라서 광복절이라는 날을 맞는 나의 심정은, 항상 그랬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다. 그리고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그것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역사를 배우고 일제 치하가 무엇인지, 광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고 본다.
그런 내가, 대한민국의 수장인 대통령의 연설문 전문을 보자 마자 짜증이 밀려 왔다. 말로는 광복 63주년 건국 60주년이라 했지만, 그 실상은 건국 60주년이라는 이름으로 광복이라는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사건과 반만년이라는 전통을 깡그리 깔아뭉갠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겉치레일망정, 오늘의 기념사는 대외적으로 공표되기를 '제63주년 광복절 및 건국 60주년 기념사'였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건국 60주년 혹은 60년이라는 말은 기념사를 통틀어 15회 이상 쓴 반면, 광복이란 말은 단 두 번밖에 나오지 않았으며, 그나마도 건국 60주년이라는 의미를 뒷받침하는 조연에 지나지 않았다. 기념사 중에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지금으로부터 63년 전 우리는 일제의 억압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였습니다...(중략)... 일본도 역사를 직시해서 불행했던 과거를 현재의 일로 되살리는 우를 결코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라는 대목만 빼면 완전히 건국 60주년의 의미만 강조한 기념사일 뿐이다.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논란을 의식했던 듯 임시정부 이야기를 언급했지만 그마저도 단 한 차례였고, 그나마도 "60년 전 오늘, 바로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선포되었습니다. 5천년 한민족의 역사가 임시정부와 광복을 거쳐 대한민국으로 계승되는 순간이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즉, 임시정부를 통한 독립운동을 광복과 대한민국을 낳은 '시작의 의미'가 아니라 건국 60년이라는, 지금의 집권세력들이 가진 시작의 의미의 '완성'을 위한 하나의 과정 정도로 여긴 것이며, 광복이라는 의미를 건국이라는 의미 강조를 위해 축소한 것이다. 광복의 의미를 부정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들으니 과연 이 자가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들었고, 대통령이 맞다는 사실을 직시하자 좀 끔찍했다.
언제나 느낀 것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모름지기 대통령으로서 가져야 할, 소위 말하는 기본 개념이라는 것이 매우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 도산 안창호씨 운운한 것이나 덴노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악수를 한 것, 그리고 보좌하는 이들의 해프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잘못 그려진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한 문제 같은 것. 이런 문제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계속 일어난다. 이유가 무엇일까? 간단하다. 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자신도 물론이거니와 그들을 보좌하는 위정자들은 물론이고, 여당인 한나라당의 행태를 보면 그들 전체가 국가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집단이라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태극기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음모론 운운하는 소리가 여당 내에서 나온다. 건국 60주년 행사라는 것도 넉 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기들 멋대로 밀어붙였다. 독도에 대해서도 분쟁지역으로 표시되었다가 겨우 되돌렸다고 그것을 외교의 승리네 어쩌네 하고 자화자찬하기에 급급하면서, 실제 주변국의 영토 관련 망언에 있어서 제대로 된 대책이나 균형감각 있는 자세를 견지한 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소고기에 대해서는 홍보로 45억을 쏟아붓고 한우보다 맛있다는 개소리를 하는 작자들이다. 이것이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과 그 곁의 위정자들과 한나라당이라는 자들이 해 놓은 행동이다. 그리고 그들은 건국 60년이라는 자화자찬을 통해 광복이라는 역사의 의미까지 자기들 입맛대로 축소하고, 부정하고 있다. 개념이 부족해도 이렇게 부족할까, 대한민국 사람이 맞는가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일이다.
자.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 보자. 그러면 지금 대한민국은 건국 60년이라는 이름을 자랑스러워 할, 그에 걸맞은 성공을 이루고 있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올해 이명박 정부가 나타나면서 나타나는 모습들을 보면 건국 60년을 자랑스러워 할 이유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고환율 정책의 실패로 인해 그렇잖아도 문제였던 고유가, 원자재 가격 인상분은 기업은 물론이고 서민들의 물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더욱 심하게 입혔다. 게다가 환율 방어도 안 되고 있다는 점은 더더욱 문제이다.
외교에 있어서는 이미 글로벌 호구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한심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의 주변국들에게 두들겨 맞은 것에 대해서는 일일이 설명하자면 - 찬송가의 구절에 나오는 것처럼 -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기록을 다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삽질이 켜켜이 쌓여 있다. 거기에 소고기 문제에 있어서는 그렇게도 '설거지' 운운하던 이 정부는 정작 러시아나 이라크를 비롯한 해외 유전에 있어서는 전 정권의 '설거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기존에 확보한 석유조차 얻지 못하는 사태를 낳았다.
그러고서 조중동 등을 통해 자신이 각 나라를 돌며 행하는 실익도 없는 행동들을 자원외교로 포장시키는 이 정부의 행동은 정말 가증스럽기 짝이 없을 뿐이고, 이런 글로벌 호구에 걸맞은 행동을 하면서 무슨 염치로 광복절 기념사에 "이제 우리도 국제사회에서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라는 말을 했는지 모를 일이다. 거기에 "평화유지군 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라는 말은 추가 파병이 있을 것이라는 말과 진배없는 이야기이니 또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밖에 나가서 시체주머니에 담겨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하는 일은 계속 벌어질 것 같다.
국민을 다스리는 행동에 있어서는 이미 원칙도 무엇도 없음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가에서는 MB지수가 물가의 오름을 선도하고 있고, 공기업을 팔아먹어 자신의 잇속을 차리고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을 나가라고 위협하는 깡패짓을 하였으며,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전 정권을 끌어당겨 핑계를 대고 있고, 낙선, 낙천자도 모자라 자신들이 정책 실패를 자인하면서 잘라 버린 인물들까지 다시 중용하는 등의 어이없는 행동들만 하고 있다.
그런데도 후안무치하게 나라의 꼴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오늘의 기념사에서는 '기본이 충실하지 않으면 사상누각일 뿐입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 부터 확고히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신뢰' 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아야 합니다.', ''법치' 도 확고히 하겠습니다.'라고 하였으니 이쯤 되면 쏟아지는 막말의 홍수가 거의 최루액 섞은 직사포 물대포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국민들의 비폭력적 의사표시인 '촛불'을 끄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 정부 위정자들의 막돼먹은 짓거리는 가히 공산주의 국가에서의 인권탄압을 방불케 하며 국민을 지켜야 하는 경찰은 경찰 내규까지 어긴 장비 사용도 모자라 검거자 한 명 당 포상금까지 거는 비인간적이고 비민주적인 행동을 하여 나라의 근간을 흔들고 위정자들의 충견이 되기를 자초했다. 정말이지 알고 싶은 게 한 가지 있는데, 무엇이냐면, 나는 이 나라가 정말 오늘의 대통령 말대로 '인권과 민주주의는 굳건히 뿌리를 내린'나라라면 색소 물대포에 최루액에 사복 체포전담조까지 투입하여 국민의 목소리를 막아야 될 이유가 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을 뿐이다.
이 반국가적이고 반민족적이고 반헌법적인 이명박 대통령의 기념사를 들으며 내가 더욱 분개하는 것은, 이러한 모든 문제의 근원은 결국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나는 찍지 않았'읍'니다'라고 주장하고 실제로 찍지 않았다 한들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국민들이 이런 문제가 있는 위정자들을 만든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이다.
과거 조선왕조 시대에는 변절한 위정자들과 힘 없고 깨이지 않은 관료들로 인해 국치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지금의 광복 63주년에 발생한 이런 문제는 전적으로 민족의식 없는 국민들과 도덕이 사라진 국민들의 선택에 의한 것이다. 뉴타운을 통해 우리도 땅부자로 땅땅거리며 살 수 있다는 달콤한 꿀에 현혹된 자들은 역사도 무엇도 없는 근본조차 불분명한 자들을 국회에 앉혔고, 지금의 경제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국민들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에 현혹되어 지금의 대통령을 뽑았다.
결국 그 결과는 어떠한가? IMF에 버금가는 경제 파탄을 단 반 년만에 완성했고, 주변국들에게는 광우병 인자가 있을 가능성이 다분한 병든 소고기만을 얻어 왔으며, 광복은 없고 건국만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낳았다. 그러나 국민들 중의 대다수는 반성할 줄을 모르고 자기 먹고 살기에 바쁘다는 이유로 지금의 현실과 마땅히 지켜져야 하는 순리를 외면하고 지역감정이나 레드 컴플렉스, '부패도 능력이다'와 같은 거짓된 패러다임에 갇혀 안주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노예 근성이라는 말을 해도 부족하지 않은, 민주주의가 어울리지 않는 형편없는 국민 의식이다. 아니, 민주주의의 의미는 고사하고 광복이라는 의미를, 나라가 왜 뺏겼으며 왜 다시 찾은 게 중요한지 아는 국민들인지 의심이 될 정도이다.
나는 소위 말하는 '국개론'이라는 말을 예나 지금이나 싫어하는데, 과거에는 국민을 개에 비유한다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면 지금은 국민과 개를 비교해 봤자 그것은 개에 대한 모독이 될 뿐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해도 이득이 될 게 없어서 싫어한다. 어쨌거나 분명한 사실은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말한다 한들, 소위 말하는 '자기 먹고 살기에 바쁜' 이기적인 국민들은 지금의 거짓된 위정자들의 기반이 되고 피와 살이 될 뿐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한 대한민국은 광복이 오기까지 목숨을 바친 조상님들 앞에 자랑스러운 나라는 고사하고, 부끄러운 나라밖에 되지 않을 것이며, 민주주의라는 것은 절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오늘, 희망의 불이 다시 밝아지려 하고 있다. 광복절의 의미는 하나 없이 건국이라는 자화자찬과 비아냥에 격분한 깨어 있는 국민들이 또 한 번의 독립운동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 달이 넘게 이어져 온 촛불이 오늘 의미있게 다시 타오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안위에만 힘쓰는 이들이나 지금의 정부가 하자는 대로 하면 자기 이익이 커지는 이들은 촛불이 무슨 독립운동이냐고 할 지 모르지만 헌법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거짓된 공권력이 활개치는 국가에 대항하는 것이야말로 제 2의 광복을 위한 독립운동이자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길거리에 개들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그 탐욕스러운 이빨에 물려 상처를 입고 어떤 이들은 힘들어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처음 촛불이 밝혀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바라 왔던 것처럼 오늘도 촛불을 드는 이들이 다치거나 죽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하늘에 빌어 본다.
적어도 거짓과 속임수로 점철된 대통령의 기념사처럼 국민을 기만하고 현혹시키기보다 지금의 현실을 바로 알고, 자기의 유익을 구하기보다는 단 한 때라도 자기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말과 글로, 행동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대로 깨어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광복의 의미가 아닐까. 나는 그래서 촛불을 든 이들은 진정 광복의 의미를 아는 이들이라 생각한다. 비록 광복으로 나라를 찾은지 63년이 되는 해에 또 다시 독립운동을 위해 길거리로 촛불을 들고 저항하러 나가야 한다는 현실이 서글프지만, 나는 촛불에서 희망을 찾고 내년 광복절에는 촛불을 들지 않아도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지고 싶다.
오늘은.
건국 60주년이 아니라 광복 63주년이다.
- The xian -
출처 :
<전문>李대통령 8·15 광복 63주년 건국60년 경축사
http://media.daum.net/politics/president/view.html?cateid=100012&newsid=20080815103107320&cp=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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