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나에게 잊는 법을 알려줄 수 없어."
- 퐁네프의 연인들 ((Les Amants Du Pont-Neuf) / 1991 / 레오까락스.
S#1. 알렉스 / Denis Lavant
그는 광대이다. 하지만 그는 절름발이다. 절름발이면서 광대인 그는, 절름발이면서도 광대짓을 좋아한다.
어느날 미셀이 그가 살고 있는 퐁네프 다리로 찾아온다. 절름발이 광대인 알렉스는 첫 눈에 미셀을 알아본다.
절룩 절룩, 그는 환상적인 묘기를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그녀를 웃게 해주고 싶은데 그는 절룩절룩, 절름발이다.
S#2. 미셀 / Juliette Binoche
그녀는 화가다. 하지만 점점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풍경이 하나씩 지워지고 있는데, 그녀는 기어코 그림을 그리고 싶어한다.
전부였던, 아니 그 이상이었을 남자에게 버려진 미셀. 아프다는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퐁네프 다리를 찾아온다.
저 건너편 부유한 블로뉴 숲에서 살던 미셀은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받은 자신을 용납할 수 없어, 그녀 스스로 그녀를 버린다.
퐁네프 다리는 아직 공사중이었고, 그 곳에서 그녀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절름발이 광대, 알렉스를 만나게 된다.
S#3. 알렉스와 미셀
- 알렉스 :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일 아침 하늘이 하얗다고 해줘. 그게 만일 나라면, 난 구름이 검다고 대답할거야.
그러면 서로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거야.
- 미 셀 : ..............................
- 미 셀 : ..............................
S#4. 클라우스 / Michael Gruber
알렉스, 알렉스, 다시는 저 여자가 여길 찾아오지 못하게 해.
사랑, 그런 건 애시당초 여기에 없었어.
사랑은 바람부는 다리 위에 있는게 아니라 포근한 침대에 있는거야.
지금 당장 저 여자를 좇아버려. 알겠어. 알렉스.
S#5. 복수.
미셀은 자신을 버린 남자의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문 구멍으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그 남자에게 총을 겨누고 고백한다.
"당신을 사랑해..... 탕!"
사랑해.
S#6. 퐁네프 다리.
아직 여기와 저기를 연결하지 못하는 다리. 섬처럼 단절되어버린 다리.
하지만 언젠가 공사가 끝나면, 다시 미라보 강물을 건너갈 수 있도록 이 곳에서 저 곳으로 데려줄 수 있을꺼란 희망을 가진다.
미셀의 복수가 끝나는 날, 사랑이 완성되어지고 퐁네프의 다리 위로 화려한 불꽃들이 쏘아진다.
절름발이 광대인 알렉스와 소경 화가인 미셀은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우리는 절대 떠나지 말자고 약속한다.
S#7. 사랑.
- 미 셀 : 너는 내 마지막 이미지가 될꺼야. 날 위해 모든 걸 크게 해줘. 점점 네가 멋있어 보여. 절대 나를 떠나면 안되.
알렉스가 그토록 기다리고 있던 하얀 하늘과 검은 구름이 다가오는 것일까?
" 내일 아침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하늘이 하얗다고 말하면 구름은 검다고 말해줘. 그러면 둘은 사랑하는거야."
S#8. 거짓말.
미셀의 눈은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묻히게 되어 이제는 형광등 불빛에도 서늘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
어느날 미셀은 자신의 눈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그리고 미셀은 처음 자신이 놓여 있었던 블로뉴 숲으로 돌아가려 한다.
- 미 셀 : 난 단 한번도 진심으로 너를 사랑한 적이 없어. 나를 잊어.
S#9. 진실.
알렉스는 미셀이 복수를 위해 사용했었던 총을 꺼내, 자신의 왼손을 쏜다.
"탕!"
"누구도 나에게 잊는 법을 알려줄 수 없어."
S#10. 나.
고등학교 1학년. 신문지 광고에 "神이 만든 영화"라며 대대적인 광고를 실었던 탓에 영웅본색의 주윤발 형님과 천녀유혼의 왕조현 누님을 최고로 사모하는 친구들을 데리고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아마도 그 날 내가 친구들보다 등치가 작았다면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친구들의 한 숨과 살기가 내 어깨를 위협적으로 두드리고 있는 동안 난 묘한 낯설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낯설음이 나를 이 영화 속에 머물게 했다.
지금도 내 대화명은 "절름발이 광대"이다. 스스로 알렉스의 분신이 되어버린 나는 "하얀 하늘과 검은 구름"을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레오 까락스의 신작이 곧 있으면 발표된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왜 나는 고등학교 1학년때 이 영화를 보고 미쳤을까? 분명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을텐데, 뭐가 좋다고 미쳐버렸을까? 그 때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그 때 이 영화에 미치지 않았다면, 그냥 친구들과 함께 한 숨을 쉬며 입 맛에 맞지 않는 영화였다며 쉽게 투덜거렸다면, 내 사랑은, 내 이십대는 달라졌을까?
그 날 이 영화를 보지 않고, 주윤발과 왕조현을 보러 갔었더라면 지금도 레드 제플린과 로이 부케넌을 알지 못하고, 김현과 기형도를 친구의 먼 친구쯤으로 여기며 살고 있었을 텐데... 그리고 단지 레오까락스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텐데...
"대상을 잃어버린 관심은 폭력이다."며 열망하던 감성들을 간신히 잠재우고 있지만 문득 문득, 퐁네프의 다리는 아직도 공사중일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아직도 정신차리지 못하는 나. 또 아프고 싶어하는 나는, 환장할 변태인가보다. (조심하세요~~)
"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일 아침 하늘이 하얗다고 해줘.
그게 만일 나라면, 난 구름이 검다고 대답할거야. 그러면 서로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거야.
si tu aimes quelqu'un demain, tu diras le ciel est blanc
si c'est moi que tu aimes je te dirai le nuage est noir comme ca on sera qu'on s'ai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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