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무한도전 리뷰를 쓰게 되었나?
- 문제는 기자들이다.
1. 피디도 낚는 찌라시 기자들.
매 주말마다 무한도전을 다루는 기사들이 수없이 쏟아져왔고 그래서 그러한 기사들은 접하게 되면 아, 내일이 무한도전하는 날이지 하는 정도로 의례적인 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번 주말은 여느 주말과 달리 논쟁의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것 같다. 그 시작은 뉴스엔 조은별 기자가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의 인터뷰 기사를 쓰며 <김태호PD 발끈, 무한도전은 표절이고 라인업은 경쟁인가>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붙인데서 시작한다. 하지만 실제 인터뷰에서 김태호 피디는 표절 문제에 대한 부당한 문제 제기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을 뿐 직접적으로 <라인업>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꾸조차 하기 싫다. ‘무한도전’ 콘셉트 자체를 따라하는 국내 프로그램은 ‘무한도전’과 경쟁이라고 말하면서 단지 몇몇 장면이 비슷하다고 ‘무한도전’은 표절이라고 말한다. 나는 문제의 프로그램을 볼 시간조차 없다.” 문제는 김태호 피디의 인터뷰 기사에 라인업 담당 피디인 박상혁 피디가 발끈하며 라인업이 무한도전의 표절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시작되었다.(<'라인업' PD "'무한도전' 표절? 입증하라.">,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무한도전이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를 국내에 정착시키면서 그와 유사한 수많은 오락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박2일>, <라인업>, <무한걸스>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며, 무한도전이 보여주었던 독창적인 자막 사용 방식은 그후 수많은 오락 프로그램들에서 즐겨 차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김태호 피디가 말한 "'무한도전' 콘셉트 자체를 따라하는 국내 프로그램"이란 라인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유독 라인업 피디가 발끈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말처럼 라인업이 그렇게 떳떳히 내세울 만큼 독창성을 갖추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속담이 있듯이 라인업이 무한도전의 아류작이란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였을까?
라인업이 무한도전의 아류나 표절이 아니라는 라인업 피디의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장 1월 5일에 방영된 라인업을 보더라도 곳곳에서 무한도전에서 사용되었던 아이디어가 그대로 차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인업의 첫자막은 "무질서, 무개념, 무식"의 "3무 버라이어티 라인업"으로 시작하는데, 이와 유사한 자막은 이미 그 전날인 1월 4일에 방영된 무한걸스에서도 사용되었다. MBC 계열사인 에브리원(Every one)에서 방영되는 무한걸스는 공공연히 무한도전의 여성 버전임을 밝히고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서도 자신들이 "무개념, 무작정, 무례함"의 "3무 프로그램"임을 표방하고 있다. 이는 무한도전이 줄곧 "3D 오락프로그램"임을 주장해온 것에 대한 패러디들인 셈이다.
또한 박명수가 이미 보여주었던 "흑채 개그"를 김용만이 따라하거나(물론 김구라의 말에 의해서이긴 하지만), "평균연령 36세"와 같은 자막은 이미 무한도전에서 보았던 것들이다.
결국 라인업 피디의 말은 하루도 안 되서 거짓들로 판명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인업 피디가 그렇게 당당하게 혹은 뻔뻔스럽게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혹시 자신과 자신의 프로그램을 든든하게 지원해줄 기자들을 믿었기 때문은 아닐까?
2. 평형성을 상실한 기사들.
일단 이번주 무한도전이 방영된 직후 올라온 기사들의 제목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무한도전', 새해 첫방송부터 "식상하다" 네티즌 '실망감' >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원겸 기자)
<무한도전 '무료한 도전'?...'용궁특집'편 억지설정 눈살> (스포츠조선 김윤희 기자)
<치열한 소재경쟁…무한도전 vs 라인업. 무한도전 ‘동해 가스전 방문’, 라인업 ‘군부대 위문’ 식상함 vs 신선함, 시청자들 엇갈린 평가> (데일리안 이준목 기자)
<무한도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 (뉴스엔 박세연 기자)
무한도전에 대해 하나 같이 "식상하다", "억지설정이다", "초심을 잃었다" 등의 부정적 평가들 뿐이다. 그러나 어떠한 기사도 왜 식상한 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없을 뿐만 아니라 3년 넘게 방영된 무한도전에 대해 최근 들어 줄곧 따라다니던 비판들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그에 비해 라인업에 대해서는 비판기사 하나없이 한결 같이 칭찬일색일 뿐인 기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편 이날 방송된 '무한도전'은 SBS '라인업'과도 비교가 됐다. (.....) '라인업' 팀은 최전방을 지키는 국군장병을 찾아 장병들의 군화 100켤레를 깨끗이 닦는 등 연초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안겨줬다. 큰 줄기에선 '무한도전'을 압도한 셈이다.> (스포츠 조선 김윤희 기자)
<<라인업>은 최근 초창기의 캐릭터 쇼와 MC 서바이벌 형식을 탈피하여 시사성과 공익성을 강화한 ‘다큐멘터리형 버라이어쇼’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서해안 특집’편에서 ‘사찰 탐방’, ‘군부대 위문’으로 이어지는 최근 행보는 <무한도전>과의 비교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겠다는 <라인업>의 차별화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 (데일리안 이준목 기자)
<하지만 ‘라인업’은 상황이 다르다. 특히 최근 들어 제작진이 바뀌면서 성격과 코드를 달리해 시청자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 또한 ‘무한도전’의 오랜 방송으로 인한 소재고갈과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 일고 있는 진부함 논란 역시 ‘라인업’과 ‘무한도전’ 대결 판도에 새국면을 조성했다. 물론 5일 방송에서 보듯이 시청률은 25%대 9%대로 ‘무한도전’이 ‘라인업’을 크게 앞서 있다. 하지만 ‘라인업’의 새로운 시도는 점차 시청자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 (마이데일리 배국남 기자)
<SBS TV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이 창조적 모방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선발주자인 MBC TV의 ‘무한도전’을 모방해 출발했지만 창조적 모방 단계로 급속히 넘어가고 있다.> (OSEN 강희수 기자)
<5일 방송된 멤버들의 최전방의 체험과정은 새해 첫방송의 아이템으로 최적이었다. 분단상황 뿐만 아니라 군인들의 부모님 생각들이 절절하게 배어 나왔다. 특히 암투병으로 고생하지만 단 하루도 군대에 간 자식 걱정을 하지 않은 날이 없는 어머니가 군부대를 방문해 전방 근무를 하면서도 어머니를 늘 걱정하는 자식과 상봉하는 이벤트를 만들어 시청자의 눈시울을 적셨다. 감동과 재미를 함께 추구하는 성격전환이 ‘라인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마이데일리 배국남 기자)
여기에서 가장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것은 OSEN의 강희수 기자의 기사이다. 데이비드 베컴이 라인업에 출연하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기뻤는지 라인업이 "창조적 모방"을 하고 있다는 칭찬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방영도 안 된 방송을 두고 "창조적 모방" 운운하는 건 라인업의 광팬이 아닌 다음에야 기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특히 그동안 꾸준하게 무한도전을 비판해온 기사들을 작성해온 배국남 기자는 라인업이 오락성과 공익성을 함께 추구하는 "성격전환"("성전환"으로 읽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통해 금방이라도 무한도전을 앞지를 것을 예견하는(혹은 희망하는), 기사라기보다 프로그램 홍보 전단지 같은 "기사"를 썼다.
무한도전을 비판(정확히는 비난)하는 기사는 넘쳐나지만, 라인업에 대해서는 비판 하나 없이 칭찬일색 뿐인 기사들로 도배되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정말 무한도전이 진부하기 짝이 없고 허투루 만들어진 프로그램이기 때문일까? 그리고 라인업이 무안도전의 대안으로 거론될 만큼 정말 훌륭한 오락프로그램이기 때문일까?
이처럼 인터넷 언론들에 전방위 공격을 받고 있는 무한도전에 대해 박재덕 기자(조이뉴스24)와 남궁성우 기자(노컷뉴스)만이 적절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재덕 기자는 <무한도전이 '무한성공'이 아닌 이유>란 제하의 기사에서 <하지만 어떻게 매번 '무한도전'이 최고의 웃음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까. '무한도전'은 '무한도전'이지 '무한성공'이 아닌 것이다. 에피소드를 구성해 강약을 조절해가며 연결해가는 과정의 맛 또한 '무한도전'만의 매력이다. 게다가 이번 '용궁 특집'의 '가스전 상륙작전' 편은 새 기획의 기승전결 중 '기'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잠깐 스쳐간 다음주 예고편에서 시청자들은 이번 '기'로부터 파생해 채워져갈 '승'과 '전'을 예감하며 기대치를 높였다.>고 적고 있다. 그는 벌써 3년이 넘게 방영된 무한도전의 수 많은 에피소드들에 대해 일희일비하는 경박한 기사들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프로야구 선수도 10번 나와서 3번 정도 안타를 치면 3할대 타자로 높이 평가되는데, 무한도전의 무수한 에피소드들에서 "무한성공"만을 바라는 일부 기자들과 일부 시청자들의 태도는 결과에만 집착하는 태도일 뿐이다. 우리는 이미 <쉘 위 댄스 편>에서 꼴찌들이 전달하는 처절한 노력의 과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배우지 않았는가. 그 때 언론들은 1등 우선주의, 결과 제일주의에 사로잡힌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무한도전이 진지하게 성찰해보도록 하고 있다고 호들갑스럽게 떠들지 않았나. 그럼에도 언론들은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구태스러운 기준을 가지고 무한도전을 비판하고 있는 셈이다.
남궁성우 기자는 <산이 높아 골이 깊어진 '무한도전'>이란 기사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무한도전이 초심을 잃었다고 비난하는 기사들을 비판하고 있다.
<웃음 이상의 의미를 남기려는 의도가 있었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최근 댄스스포츠나 크리스마스 콘서트 같은 경우는 감동의 포인트를 인위적으로 넣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만드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그들의 땀과 열정 팀 웍 등이 자연스럽게 녹아났을 뿐이다. 하지만 언제 이 프로그램에서 웃음 이상의 의미를 찾았다고 초심을 찾으라고 하는지, 그것이 누구의 바램인지 무척 헷갈리는 지적이다.>
3. 무한도전 VS 라인업의 대결구도, 누구에게 이익인가?
안티팬 없기로 유명하던 무한도전에 대해 최근에 안티를 자청하는 팬들이 늘어난 현상이 걱정스러웠는지 손남원 기자(OSEN)는 <'무한도전', 왜 안티팬이 생길까?>라는 기사를 썼다. 그는 안티팬의 증가는 일종의 유명세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는데, 이는 현상을 올바르게 직시하지 못하고 내린 결론일 뿐이다. 그는 왜 무한도전에 안티팬이 증가했는가를 묻기 이전에, 또한 그것이 유명세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이전에, 왜 일부 기자들은 무한도전을 그토록 싫어하고 증오하는 기사를 써야했는가 하고 물었어야 했다.
라인업이라는 프로그램이 첫 회 방영을 시작할 때부터 동시간 대에 방영되는 무한도전을 의식하는 발언을 자막을 통해서 혹은 출연자들의 대화를 통해서 내보냈고, 기자들 또한 라인업이 무한도전과 유사한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한도전 VS 라인업의 대결구로로 몰고 갔다. 그러나 이러한 대결 구도는 정당한 것인가? 같은 시간대에 방영된다는 이유로 이들 간의 대결 구도가 성립한다면, 왜 스펀지는 이들의 경쟁 구도에 참여하지 못 하는가? 또한 포맷의 유사성 때문이라면 1박2일이나 무한걸스는 왜 비교대상이 되지 못하는가?
결국 기자들이 억지스럽게 몰고간 무한도전 대 라인업의 대결구도는 무한도전 팬 대 라인업 팬이 갈라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동시간 대에 방영되는 이 두 프로그램들의 팬들 간의 경쟁의식을 부추김으로써 이들간의 치졸한 감정싸움을 의도적으로 유발시키고 있다. 주말에 있었던 무한도전 피디와 라인업 피디 간의 언쟁 역시 기자들의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겨우 16회 방송되었고 태안 해안 봉사활동을 통해 겨우 한번 10%의 시청율을 넘었던 적이 있는 라인업이 과연 3년 넘게 방송되고 있는 무한도전의 대결상대가 될 만한 것인가? 그리고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지만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나간 1박2일처럼 확고한 제작의도나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아직 갖추지도 못한 라인업이 과연 기자들이 떠벌이는 만큼 무한도전에 견줄 만한 프로그램인 것인가?
라인업은 자막을 통해 자신들이 "B급 연예인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라고 밝히고 있는데, 오락성과 공익성을 겸비한 프로그램으로의 "성격전환"이란 기자들의 평가와는 도통 연결되지 않는다. 또한 무한도전은 댄스 스포츠에서 보여주듯 출연자들이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벅찬 감동을 던져 주고 있다면, 라인업은 이번 방송에서 보여주듯이 암투병으로 고생하는 사병의 어머니를 등장시킴으로써 감동을 전달하고자 한다. 이는 라인업이 프로그램 자체 내에서 출연자들을 통해 감동을 주려고 하기 보다는 태안 해안을 찾아가 봉사하는 식으로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소재거리들을 찾는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회의 어려운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고, 가슴아픈 사연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냉정하게 말해서 라인업이 전달하는 감동은 외부에서 이식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러한 프로그램 구성은 <느낌표!> 등을 비롯한 다른 프로그램들에서 이미 봤던 것이고, 따라서 라인업이 오락성과 공익성을 겸비한 새로운 형태의 오락프로그램이라는 기자들의 찬사는 거짓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비교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프로그램들을 억지로 연결시켜서 결국 이득을 얻는 것은 누구일까? 이미 20%가 넘는 시청율을 자랑하는 무한도전일까, 아니면 이제 막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라인업일까? 라인업은 무한도전과 대결구도를 펼침으로써 자신들을 대중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게 되고, 또한 라인업 팬 대 무한도전 팬 간에 감정 싸움을 부추김으로써 무한도전 안티팬을 양산하는 전략을 통해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즉 무한도전을 공격할수록 더욱 똘똘 뭉치는 무한도전 팬들은 두 프로그램들과 무관한 일반 시청자들에게 어떠한 비판에도 귀를 닫는 소위 "무한도전빠"처럼 보이게 되고, 프로그램 자체는 좋지만 팬들 때문에 싫어진다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그리고 지난 토요일 일부 무한도전팬들의 라인업 게시판 습격 사건은 그 단적인 예다.)
이미 이경규와 김용만이라는 두 명의 특급 엠씨를 투입하고도 무한도전과 붙어 참패한 경력이 있는 S본부가 무한도전 때문에 자꾸만 떨어져 가고 있는 광고 수익율을 놓고 볼 때 자꾸만 무한도전을 끌어내리기 위해 개싸움마저 마다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결국 그 싸움의 승자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S본부의 승리로 항상 끝날테니까.
4. 무한도전은 정말 식상한가?
최근 들어 무한도전이 식상해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그러나 그 원인이 무엇인지 한번 찬찬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무한도전과 유사한 아류작들의 범람.
무한도전은 실제 현실과 방송 현실 간의 경계를 허무는 획기적인 시도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를 국내에 정착시켰고, 그 이후 이를 따라하는 수많은 오락 프로들이 생겨났다. 즉 무한도전이라는 브렌드는 더 이상 무한도전의 것만이 아니라 보다 대중적인 것이 되었다. 따라서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더 이상 무한도전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게 되었고, 이미 다른 여타의 오락 프로그램들에서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는 포맷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무한도전은 3여년이란 방영 시간만큼 식상한 것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무한도전이 쌓은 성과이자 동시에 극복해야할 업보이다. 무한도전은 그 이전의 "외인구단"이나 "감개무량"과 같은 프로그램들을 계승하면서도 독창적이고 세련된 포맷으로 다듬어지게 되면서 "리얼 버라이어티 쇼"라는 포맷을 정착시켰다는 한국의 연예 오락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겼지만, 동시에 자신들이 오른 높이의 수준에서 곤두박칠처질 위기에 놓이게 된 셈이다. 따라서 무한도전은 그 이름에 걸맞게 또 다른 도전과 시도로서 이미 식상하게 느껴질 만큼 만연된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형식을 보다 새롭게 전개해야만 한다. 위기는 곧 기회인 만큼 지금의 위기는 말 그대로 무한 도전함으로써 극복해나갈 수밖에 없다.
둘째, 정형화된 캐릭터
무한도전에 출연하는 출연자들인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는 모두 개성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고, 이 캐릭터들 간의 충돌에서 빚어지는 웃음이 무한도전의 중요한 웃음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문제는 정형화된 캐릭터 덕택에 무한도전이 오늘날과 같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바탕이 되었지만, 동시에 시간이 흐를수록 진부해질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콘서트 형식의 개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순식간에 떴다가 또 몇 달도 채 안 되서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것에 비하면 벌써 2년 가까이 되어가는 무한도전의 캐릭터들은 정말 장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미묘하지만 출연자들은 꾸준히 자신들의 캐릭터를 변형하고 수정을 해왔다. <네 멋대로 해라>편에서 유재석이 박명수의 흉내를 낸 것은 유재석의 개그맨으로서의 재능을 발현한 것인 동시에 늘 사람좋게만 보이던 그에게서 박명수처럼 사악한(?) 성격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박명수는 호통 박명수에서 지금은 하찮은 형으로 더 많이 불려지고, 정준하는 알콜CEO나 식신에서 동네 바보형이라 불려진다. 정형돈은 어색한 뚱보에서 <네 멋대로 해라>, <쉘 위 댄스>편이나 <지피지기> 같은 프로그램에서 기획 능력 뿐만 아니라 진행 능력도 겸비한 재주많은 개그맨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하하는 "나름대로 잘 생긴" 단신 하하에서 석사 과정에 있으면서도 무식한 "석사 하하"나 작은 키를 아예 어린이로 치환시켜 "꼬마 하하"로 불리고, 노홍철은 "소녀떼"를 외치는 수다장이에서 저질댄스를 추는 "돌+아이"로 불리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무한도전의 출연진들은 꾸준한 캐릭터의 변화를 시도하면서 식상해질 수 있는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빈번한 방송 노출
그러나 문제는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이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무한도전에서 설정된 캐릭터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캐릭터의 소모가 빨라 진다는 점이다. 유재석이 진행하는 놀러와에 출연한 무한도전 팀은 놀러와를 순식간에 무한도전으로 만들었고, 강호동의 스타킹에 출연한 정준하는 식신 정준하였고, <지피지기>에 출연한 정준하와 하하는 유재석과 노홍철만 없는 무한도전으로 프로그램 자체를 바꾸어놓았다.
무한도전에서 구축된 캐릭터를 바탕으로 이들이 얻은 인기를 그대로 다른 프로그램들이 활용한다는 것은 잠깐의 시청율을 얻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일지 모른다. 또한 출연자들 역시 출연한 타 프로그램이 자신들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안다면 이미 잘 알려진 자신의 캐릭터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안일함이 요즘 들어 무한도전이 크게 비난받는 원인들 중 하나로 보인다. 우리는 무한밴드를 무한도전에서도 보고, 연말 연예대상에서도 또 보았다. 또 연말 가요대전에서도 무한도전 팀을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한때는 케이블 방송만 틀면 무한도전이 방영되곤 했는데, 아무리 재미있는 프로그램과 독창적인 캐릭터라고 할지라도 이정도면 식상함을 느끼게 될만 하지 않을까?
넷째, 무한도전의 소재 고갈?
무한도전은 지금껏 라인업과는 달리 이슈가 될 만한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서 억지스러운 웃음이나 감동을 만들어오지 않았다. <가을소풍>, <농촌특집>에서 볼 수 있듯이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던 일들이나 일상의 사물들을 우스꽝스럽게 비틀어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전달해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차츰 무한도전이 명성을 얻게 되고, 자연스럽게 미셸 위, 효도르, 앙리와 같은 국제적 스타들이 프로그램을 찾게 되었다. 따라서 기자들이 주장하듯 베컴이 무한도전이 아닌 라인업에 출연하게 된 것은 라인업의 승리도 아니고 무한도전의 패배도 아니다. 따라서 <무한도전’ ‘라인업’, 무한 아이템 경쟁 시대> (강희수 기자)나 <치열한 소재경쟁…무한도전 vs 라인업> (이준목 기자)와 같은 기사의 제목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쓰여진 기사들임에 분명하다.
가령 이번 <가스전 상륙작전>편만 하더라도, 무한도전은 평범할 수도 있었을 사건들을 재치있는 자막을 통해서 적지 않은 즐거움을 주고 있다. 헬기 탑승 전 작성하는 서약서를 노홍철이 반복해서 신체포기각서라고 주장하자 <위험한 화장실 스티커를 너무 열심히 읽은 듯>이란 자막이 나왔다. 또한 평소의 무한도전과 달리 콜라, 치킨, 족발에 2시간의 넉넉한 수면을 제공한 뒤 수면에서 40m가 넘는 높이의 바스켓으로 이동해서 가스전에 도착하자 잘 해준것이 다 속임수라며 격분하는 멤버들 위로 <꽁치잡이 배 탔던 선원 같은>이라 자막이 나왔다.
또한 진부하다는 평가와는 달리 이번 에피소드는 구조상 상당히 정교하게 짜여져 있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세심하게 관찰했다면 알 수 있다. 배를 타고 가는 "운수대통팀"(박명수, 정준하, 하하)과 헬기를 타고 가는 "지지리 재수팀"(유재석, 정형돈, 노홍철)이 나뉘고 배팀이 일방적인 환호를 울리자 <후훗... 배가 그렇게 좋은지?>, <배는 정말 행복할까?>와 같은 자막을 통해 후반부에 있을 반전을 암시했다. 또한 프로그램 전반부는 가스전을 찾아가는 과정 동안 멤버들 간의 토크에 중점을 두었고, 후반부는 바스켓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몸개그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웃음의 포인트가 배분되어 있다.
특히 버스를 타고 가며 유재석, 정형돈, 노홍철이 이야기를 나누며 끊임없이 배 팀과 교차편집을 통해 긴장감을 유발한 화면편집이나 "송혜교씨, 저에게 호감있으쎄요?"라고 묻는 정형돈의 얼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변형시켜 웃음을 유발한 장면 등은 무한도전의 중요한 웃음 포인트가 바로 제작진의 감각적인 편집 능력과 자막 센스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는 사소한 사건들조차 흥미진지한 것으로 만드는 무한도전의 출연진들의 재능과 제작진의 역량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김태호 피디가 무한도전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던 것은 결코 과장된 주장이 아니다.
그리고 이번 에피소드에서 이동하는 과정밖에 보여주지 않아 지루했다는 일부 언론의 평가 역시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여행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전부인 1박2일의 인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또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가 어떤 목표에 도달하는가가 중요한게 아니라 설정한 목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리얼한 웃음을 시청자들에게 던져주는 것이라 할 때, 기자들의 이런 비난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라는 장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쏟아내는 비난을 위한 비난일 뿐이다.
5. 무한도전의 미래
무한도전은 현재 큰 위기를 맞았고 그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찌라시 언론들의 경박하기 짝이 없는 작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한 프로그램이 동시간대 시청율을 독점하는 것이 못마땅한 이들이 아이템 개발은 하지 않고 공정하지 못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어떻게든 시청율을 빼앗아오겠다는 과욕이 요즘 주말마다 벌어지는 소동의 원인이 아닌가 한다. 덕분에 라인업이라는 프로에 관심조차 없었던 필자가 "무질서, 무개념, 무식"란 그 프로를 눈여겨 보기 시작했고, "무양심, 무자막센스, 무창조성"한 라인업 피디와 공정성과 정확성을 생명으로 하는 기자라는 타이틀을 내팽개친 찌라시 언론의 설레발에 아, 이래서 안티가 생겨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찌라시 기자들이 "빤스 벗고 밀어줘도" 10%도 안 되는 <라인업>의 시청율을 보며 내심 고소해하기도 했지만 씁쓸한 마음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무(모)한도전을 1회부터 시청하게 되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졌지만, 단 한번도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려본 적도 없고 나서서 무한도전 팬이라고 말해본 적도 없지만, 요즘 벌어지는 작태들을 보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이렇게 어줍지 않은 글까지 쓰게 되었다.
작년에 방영된 <스포츠 댄스> 편을 보며, 이들이라면 함께 늙어가면서까지 팬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동갑이기도 한 유재석 또한 팬들과 함께 늙어가는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의 이러한 바람은 어쩌면 대다수의 무한도전 팬들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일본에서는 10년이 넘게 방송되는 오락프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내심 부러워 한 적도 있는데, 그러한 일이 가능한 까닭은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합쳐져서 나온 결과일 것이다. 대중문화가 발전하려면 우선 우리의 대중문화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옳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정당한 질책과 비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저 시청율 경쟁에서 이겨보겠다고 양심도 없는 홍보성 기사를 써대며 소수의 시청자 의견을 다수의 그것인 양 왜곡시켜 보도하고, 적절한 분석도 없이 개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턱대고 비판하는 것은 비난을 위한 비난일 뿐이고 우리의 대중문화가 발전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무한도전이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해서 함께 늙어갈수 있는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태호 피디가 주장했던 것처럼 시즌제를 도입할 것을 전적으로 찬성한다. 우리나라의 오락 프로그램을 통틀어 아직까지 시도되지 않은 것들을 무한도전이 도전해왔기 때문에, 시즌제 또한 전혀 무리한 주장은 아닐 것이다. 물론 현재 잘 나가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방송국 입장에서는 잠시 쉬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겠지만, 무리하게 멤버들을 소진시켜서 황금을 낳는 거위를 죽게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출연진들과 제작진에게도 충분한 재충전의 기회를 주면, 보다 나은 모습을 방송에서 보여주게 될 테고 시청자들 또한 보다 나은 시청율과 사랑으로 답하리라 생각된다. 이미 무한도전은 치열한 토요일 오후 시간 대에서 한 번 결방 한 뒤에도 또 다시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또한 무한도전의 애청자들은 시비를 걸어오는 적대적 환경에 똑같은 반응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보인다. 차라리 무한도전을 통해 배운 사랑과 우정을 함께 나누며 무한도전의 이름으로 함께 실천해나가는 것이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 아닐까 한다. 무한도전은 왜 태안에 가지 않았는가 하고 누가 물어보기 전에 무한도전이란 이름을 걸고 애청자들이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면 무한도전 팀에 큰 힘이 되지 않을까.
개들도 짖다 힘들면 그만 둘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디어갈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서 꿋꿋하게 버텨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무한도전 화이팅, 그리고 무한도전 애청자분들도 모두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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