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3> 몸개그의 귀환

ddolappa 2008. 2. 5. 04:46
LONG 글의 나머지 부분을 ARTICLE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3> 몸개그의 귀환

 


26일 방영된 <베이징 올림픽 기계체조 특집> 편은 초창기 무한도전이 보여주었던 몸개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에피소드였다. 훈련으로 단련된 국가 대표 체조선수들의 근육질 몸과 대비되는 그들의 저질스러운 몸이야말로 개그를 위해 신이 창조한 최상의 선물이 아닌가 한다. 다만 몸 이곳저곳에 붙어있는 파스에서 인도에서 귀국하자 마자 촬영에 임해야했던 그들의 고단함과 피로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안쓰러울 따름이었다.

 


이번 편은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무한도전' 2008 베이징 올림픽 특집 프로젝트>가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는 의미와 함께 무한도전 제작진이 얼마나 재빠르게 시청자들의 의견을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었던 것 같다. <이산 특집>편에서 봇짐장수로 분한 박명수의 모습을 패러디한 네티즌들의 기발한 합성사진들을 프로그램 처음에 소개한 것이나 큰 논란이 되었던 박반장의 진행을 대폭 줄이고 다시 유재석이 전체적인 진행을 이끌도록 한 것이 그것이다. 소모적인 분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절한 대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놀라운 점은 24일에 촬영을 하고 26일에 방송되어야만 했던 짧은 편집기간에도 불구하고 비록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군데군데 있긴 했지만 재치있는 자막과 편집을 통해 평균 이상의 재미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특히 큰 웃음을 주었던 "지못미않", "So cool" 과 같은 자막들은 무한도전 제작진의 만만치 않은 내공을 충분히 느끼게 할 만한 것들이었다.

 


또한 전체적인 구성에 있어서도 나름대로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사전에 충실하게 준비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기계체조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 팔씨름과 유연성 훈련과 같은 준비운동 이후 링, 도마, 마루운동으로 이어지는 중요 종목 소개는 선수들의 시범과 이어지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몸개그를 통해 재미와 함게 기본적인 정보 전달에 비교적 충실했다고 보인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윈드 스윙, L자, 십(十)자 버티기, 트위스트, 백핸드 스프링과 같은 전문용어를 소개하거나 베이징 올림픽 체조 부분 금매달 경쟁 상대인 중국의 양웨이나 독일의 파비안 함뷔를 시청자들에게 주지시켜주는 모습은 이후에 무한도전에서 방영될 <2008 베이징 올림픽 프로젝트>를 충분히 기대해도 좋다는 인상을 주었다.

 


특히 링 종목 훈련 중 웃음을 주기 위해 시행된 바나나 따먹기 훈련에서 국가 대표 선수의 품위를 먼저 생각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모습에선 자신들을 낮추는 겸손한 태도와 국가대표선수들에 대한 존경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는 산사로 찾아가 스님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겠다며 스님을 조폭에 비유하며 희화화했던 모프로그램과 대조를 이루며 무한도전의 진정한 가치를 재확인시켜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반가웠던 점은 그 동안 방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던 노홍철이 특유의 뻣뻣하고 유연성 없는 몸으로 몸개그의 신동임을 다시 입증시켜주었다는 점이다. 이미 연예계의 거목들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를 제외하면, 무한도전을 통해 크게 성장한 정형돈, 하하에 비해 노홍철의 성장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는 "어쩌다 우연히 길바닥에서" 캐스팅된 노홍철의 이력 탓에 그가 노래, 연기, 춤, 꽁트와 같은 분야에서 제대로 된 훈련을 쌓지 못하고 개성있는 외모와 언행만으로 연예계에 입문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30%의 시청율을 넘어섰고 대한미국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는 무한도전에 대해 이미 성장의 포화점을 넘어섰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지만, 나는 오히려 아직 만개하지 않은 노홍철의 잠재력에 무한도전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이 놓여 있다고 본다. 그와 절친인 하하의 군입대는 무한도전 내에서 한 명의 뛰어난 멀티플레이어가 사라지게 된다는 점에서 프로그램 전체의 위기이지만 하하와 콤비플레이를 펼쳐왔던 노홍철이 실질적으로 가장 큰 위기를 맞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는 <댄스스포츠 특집> 편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특유의 성실함과 노력으로 극복했던 노홍철이기에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노홍철의 앞으로의 성장 여부는 노홍철 개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무한도전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새로운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김태호 PD는 앞으로 무한도전을 "사전제작"과 "이종교배"라는 전략에 따라 진행시킬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유사 프로그램들에 대한 차별화 전략이자 식상함과 소재고갈이라는 여론의 비난에 대한 무한도전의 대응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이번 에피소드가 비교적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전개될 무한도전의 행보를 낙관해도 좋을 것 같다.

 


by ddolap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