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무한도전 History-퀴즈의 달인

무한도전 History -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3회(2005.12.31.)

ddolappa 2008. 3. 5. 10:24
LONG 글의 나머지 부분을 쓰시면 됩니다. ARTICLE

무한도전 History -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3회(2005.12.31.)

 


평균 이하 여섯 남자들의 성장기


지난 주 "브라질" 해프닝으로 큰 수난을 겪어야만 했던 유재석이 이번 주에도 '꺼꾸로 말해요, 아하'게임에서 박명수가 작정하고 준비해온 공격용 단어인 "두유" 때문에 곤경에 빠지게 된다. 유재석은 "브라질"이라는 단어와 달리 꺼꾸로 말하면 직접적으로 성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두유"라는 단어를 차마 입 밖으로 꺼내놓지도 못하고 무척이나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그의 모습은 유재석이 "비디오 청년"이란 닉네임과 어울리지 않게 순수하고 숫기없는 남자라는 이미지를 강화시켜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유재석에게는 성인 비디오물에 호기심이 많은 남자라는 이미지와 그와 상반되는 순수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공존하고 있는데, 사실 이 두 이미지들은 서른 살이 넘은 성인 남자에게 어울린다기 보다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유재석이 <X-맨>이나 <무한도전> 등에서 촐랑거리며 장난을 치는 모습은 딱 그만한 연령대의 사내아이가 노는 모습과 흡사하다. 그런 점에서 그가 연예인들이 많이 출연하는 쇼 오락 프로에서 특히 강한 면모를 보이는 까닭은 그가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놀았던 추억에 특히 애착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감수성은 무한도전이 내세우는 "성장 버라이어티 로드쇼"란 캐치프레이즈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유재석은 무한도전의 혼이다.


이 시기에 무한도전의 다른 멤버들은 검색순위에서 항상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유재석의 명성에 약간은 주눅이 들거나 질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호시탐탐 1인자의 자리를 노리는 박명수를 비롯해서 다른 멤버들은 그와 격의없는 장난을 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생물학적 나이와 사회적 명성을 떠나서 모두 다 함께 뒤엉켜서 펼쳐보이는 시끌벅적한 난장이야말로 그 후로 무한도전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자리하게 된다. 이들이 이처럼 유치한 장난을 하더라도 유치해 보이지 않았던 까닭은 그들 모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미숙한 사내아이들이란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와 같은 이미지가 무한도전이 내세우는 B급 감수성이 대중적인 매력을 발산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멤버들 간의 힘의 균형이 깨지고 유재석이 너무나 독보적인 존재로 부각되거나 멤버들이 그에게 주눅이 들어 제대로 맞장구를 쳐주지 못할 때 장난질의 재미가 반감된다는 점에 있다. 이후 유재석이 이 시대 최고의 MC라는 명성을 부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짜증을 부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의식적으로 더욱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사실은 무한도전의 다른 멤버들과 신정환을 비교해 보면 보다 확실하게 드러난다.


유재석에 비해 전혀 모자람이 없는 순간적인 애드리브와 재치를 소유한 신정환이 유재석을 만났을 때 보여주는 시너지 효과는 가히 폭발적이다. 희대의 두 장난꾸러기들이 얼마나 엄청난 웃음을 만들어내는 지는 <옛날TV 따라잡기> 15회 "DJ다방 특집"이나 <기적의 승부사> 4회 "속초 야외 특집 2부"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물론 유재석과 박명수 콤비가 보여주는 웃음도 때로는 그에 못지 않지만 점점 식상해져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하하의 군 입대 이후 무한도전 멤버들 간의 조화와 균형이 깨지지 않는 선에서 그들이 보다 분발해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거나 새로운 멤버 영입을 통해 노쇠해져가는 무한도전에 활력을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평균 이하 여섯 남자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또 다른 장애물은 무한도전이 내세웠던 B급 감수성에 있다. 무한도전의 명성이 날로 높아갈수록 그리고 멤버들의 캐릭터가 점차 성장해갈수록 무한도전이 처음에 내세웠던 정서적 토대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누구인가"란 철학적 주제를 내세웠던 <인도 특집>이 재미가 없어졌다는 비난을 받았던 까닭 역시 무한도전의 B급 감수성에 이미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기호와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하하가 떠난 무한도전이 현재 겪고 있는 것은 일종의 성장통이라 할 수 있다. 무한도전의 성장 혹은 변화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시청자들이 따라갈 수 있도록 변화 속도의 완급을 현명하게 조절해야 한다. 


얼굴없는 미녀, 마봉춘


이때 당시 마봉춘이라는 별명을 가진 여성 아나운서를 등장시킨 건 다분히 <상상플러스>의 노현정을 의식한 결과였다. 그러나 단아하고 이지적인 외모의 노현정이 탁재훈을 비롯한 약간 모자란 출연자들의 머리를 때리며 공부하세요! 하고 외치거나 그들의 장난질에 어이없이 무너지며 웃음을 터뜨릴 때 시청자들에게 묘한 매력과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주었다면, 이름도 얼굴도 없이 목소리로만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에게 문제를 제출하는 마봉춘의 존재는 신비감 그 자체였다. 물론 발빠른 네티즌들에 의해 얼마 안 있어 그녀가 M본부의 신입인 나경은 아나운서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또 그 뒤로 얼마 안 되서 그녀가 유재석의 연인이라는 보다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졌지만 말이다.


그러나 아나운서들의 연예 오락 프로그램 출연이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이전에 목소리만 출연하는 여성 아나운서의 활용방식은 시청자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아나운서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당히 효과적인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성 아나운서를 활용하면서도 <상상플러스>와 차별화될 수 있었다는 점 역시 지적할 필요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무한도전이 점차 인기를 얻어갈 무렵 <상상플러스>의 MC들 역시 정답을 맞히지 못하는 데서 재미를 찾는 바보들의 행진을 펼쳐보임으로써 무한도전의 인기 요소를 흡수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그 때 당시의 무한도전과 상상플러스는 나눠쓰면서 풍족해지는 대한민국 연예 오락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들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이 날 역시 무한도전 멤버들은 마봉춘 아나운서를 놓고 여러가지 추측을 쏟아내며 그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박명수는 그녀가 자동응답기가 아닐까 추측을 하고, 멤버들 각자는 그녀의 얼굴을 상상해서 그림으로 형상화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만들어낸 마봉춘의 얼굴은 정형돈이 정확히 지적했듯이 코가 없다는 헛점이 있었다! 이날 유재석은 의미심장한 대사를 남기게 되는데, 그는 마봉춘 아나운서는 우리 중 하나를 좋아한다고 단언을 해서 다른 멤버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그러나 진실은 알고 있는 그대로이다.


캐릭터의 충돌은 사건을 만들어내고


무한도전 초기에 가장 개성적이면서도 분명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던 박명수는 끊임없이 다른 멤버들과 충돌을 일으킨다. 그런데 그가 벌이는 상황극을 통해 무한이기주의는 더욱 극심해지고 다른 멤버들의 캐릭터는 더욱 분명해지는 효과를 낳는다. 그는 유재석을 공격하기 위해 준비해온 단어인 "두유"를 놓고 벌이는 설전을 잠시 살펴보도록 하자.


- 유재석 : 그걸 나 보고 얘기하라는 거예요! 저 방송 그만 두게 하시려는 거예요?

- 노홍철 : MC자리 독차지하려고! 이상한 발언하게 해가지고! 모함! 모함! 모함!

- 자막 : (혹시 치킨집 사장님의 음모론?!)

- 박명수 : 뭐가 준비해온거야! 아침에 먹고 온 거지.

- 노홍철 : 와! 지능범이야! 지능범!


이때까지만 해도 노홍철은 버릇없게 박명수에게 대드는 캐릭터였고, 박명수는 방송 데뷔 1년 만에 인기를 얻는 노홍철을 질투하고 못마땅해 하는 캐릭터였다. M본부 공채출신인 박명수는 길바닥에서 우연히 캐스팅된 노홍철을 근본없는 놈이라고 비난하고, 노홍철은 박명수에게 형님이 8년 걸려 번 돈을 자신은 1년만에 벌었다고 자랑하며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박명수는 상대가 누구이든 자신보다 성공한 사람이거나 잘난 사람이면 가차없이 비난을 가한다. 그런 점에서 박명수는 유재석의 말처럼 한번에 4명과 동시에 싸우는 공격성을 드러내며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라는 무한 이기주의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캐릭터가 중요한 까닭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캐릭터는 그 자체의 매력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캐릭터들 간의 충돌은 사건을 만들어내고, 사건들은 다시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버라이어티쇼가 시트콤과 같은 극적 구조를 지닐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잘 다듬어진 캐릭터는 실제 상황과 부딪치면서 끊임없이 업데이트 됨으로써 콘서트 형식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캐릭터의 한시적 매력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리얼리티 쇼와 캐릭터 쇼가 무한도전에서 결합하게 되는 결정적 이유이자 리얼 버라이어티 쇼로서 무한도전이 개척한 업적이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은 <상상원정대>의 유산을 이어받고 있다. 그 이유는 <상상원정대>의 담당 PD가 김태호 PD였다는 단순한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상상원정대>에서 출연자들의 캐릭터화를 쇼 오락 프로그램에 끌어들이는 실험을 하고, 그 후 무한도전에서 이러한 실험을 보다 세분화시켜 진행을 함으로써 마침내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는 점에 있다. 그런 점에서 유재석과 김태호 PD의 만남은 역사적인 만남이 아닐 수 없는데, 그건 김태호 PD와의 만남을 통해 유재석이 과거 <외인구단>과 <감개무량> 등을 통해서 꾸준히 시도되어왔던 유재석 스타일의 버라이어티쇼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리얼리티 쇼와 버라이어티 쇼가 만남으로서 탄생한 리얼 버라이어티쇼 무한도전은 유재석과 김태호 PD의 합작품인 셈이다.


이 날의 베스트 명장면 - 갈비탕 사건


이 날도 변함없이 피박 팀 대 0박 팀의 대결이 이루어졌다. 치킨 집 사장 박명수는 작은 몸짓만으로 닭 분장을 한 채 자리의 머리를 때리러 온 박치는 소년을 퇴치함으로써 역시 닭의 제왕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 후 두 팀은 0박 팀의 대표 정형돈과 마지막 남은 피박 팀의 대표 하하가 대결을 펼치게 된다. 이 때 하하가 재치를 발휘하여 이미 패배해서 자신의 뒤에 서 있던 유재석의 손바닥을 터치하고, 유재석은 얼떨결에 하하를 대신해서 정형돈과 대결하게 된다. 문제는 유재석이 "갈비..."까지 운을 떼자 순간 상대팀에서 "갈비탕"은 이미 나온 단어라며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우기게 되고, 유재석은 아직 자신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무슨 소리냐며 도망을 다니기 시작한다. 이때 유재석과 같은 편이었던 박명수는 방석 공격을 비롯한 놀라운 공격성으로 적들을 퇴치하지만 유재석은 박을 맞고 쓰러지게 된다.


유재석이 박을 피하기 위해 도망다니고, 다른 멤버들이 그를 붙잡기 위해 쫓아다니며 세트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어놓는 장면도 재미있었지만, 보다 흥미로운 장면은 그 다음이다. 박을 맞고 쓰러진 유재석의 주위로 멤버들 모두는 박조각을 손에 쥐고 서로가 서로를 겨냥하는 긴박한 장면을 연출한다. 그리고 자막으로 마치 쉬리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며 너스레를 떤 후 장엄한 음악과 함께 "형제까지 박을 겨눈 슬픔의 현장"이란 자막이 등장한다. 또한 긴박한 카메라 연출을 통해 표현된 그들의 비장한 표정들은 상황이 심각해질 수록 더욱 커다란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반어적 표현 방식은 이후 무한도전의 중요한 웃음 장치로 사용된다. 가령 유재석이 멤버들의 괴롭힘에 고통스러워 몸부림치는 장면을 보여주며 "좋아죽는 메뚜기"라는 자막을 사용하거나, 박명수가 고통스러워 침까지 흘리는 장면을 "호강에 침까지 흘리시는 아버지"로 표현함으로써 극적 대비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세련된 자막의 언어는 이때부터 점차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by ddolap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