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넘는 공판을 지켜보다
벌써 일주일도 넘었지만...
지난 6월 24일, 교대역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법정 5층.
유명 배우 송일국을 ‘거짓 고소’한 혐의로 기소된 여성 기자의 무고죄 공판을 직접 지켜보게 되었다. 나 역시 가족의 송사 사건으로 중앙지방법원에 가게 되었고, 비슷한 사건을 다룬 다른 공판도 참관하던 중이었다.
워낙 잘 알려진 배우의 일이기도 하다 보니,(일단 좁은 복도에 노트북을 들고 기다리는 기자들의 모습, 송일국 송일국 하면서 어딘가 통화를 하고 있는 사람, 뭔가 색다른 상황...) 그래서 다른 재판보다 호기심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안 그랬으면 중간에 나와 버렸을지도...? 내가 참관한 다른 공판에 비해 시간이 정말 길었다. 10분 만에 끝나는 재판도 있건만 무려 5시간이나 넘게 진행되어, 중간에 기자들이 한숨을 쉬며 나갈 정도였다.)
물론 송일국은 없었다. 송일국은 이미 ‘폭행 혐의 없음’을 인정받은 상태이고, 검찰이 김순희 기자를 무고죄로 기소하여 재판 중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즉 송일국과 무관하게 ‘원고’는 검사고, 피고인은 김기자이다. 송일국이 기자를 고소한 민사 사건인 줄 알았는데, 이번 재판은 형사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에는 계속 송일국이 거론된다. 그 ‘무고죄’가 송일국과 관련된 일이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송일국이 마치 불미스러운 일을 한 것처럼 보도되는 것은 지금 상황으로서는 확실히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아직까지도 제목이나 검색어는 ‘기자의 무고’가 아니라 늘 ‘송일국 폭행’이다.) 법적 싸움에서 송일국이 진실하다 해도, 유명세로 인해 미디어 공간에서는 오해와 왜곡이 있고, 시간이 갈수록 다른 종류의 싸움과 논쟁에 휘말려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닿았다가 떼어내는 정도였다’라는 1줄 진술이 나오기까지
짤막한 기사들만 접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 과정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단순한 정보만 입력하게 된다. <실제>와 <짧은 인터넷 기사>의 차이는 여러 차원에서 상당한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매우매우 빨리빨리 살아야만 하는’슬픈 나라라고는 하나, 민감한 사건일수록 가급적‘더 느리고, 길고, 자세한 기사’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무리 길고 자세한 언어로 표현한다 해도 ‘실제와 언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든 언어 활동의 대전제이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즉석 뉴스들(흔히 '찌라시'라고 많이들 표현되는....)의 위험성보다는 나을 것이다.
개인적 견해로는, (아직 결말이 나지 않은 사건이고, 제3자의 의견은 의견일 뿐이며, 법원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지만)...
직접 지켜본 상황과 그동안 누적된 기사나 자료 등을 토대로 송일국이 결백하다고 생각한다.
5시간의 공판 과정만 보더라도, 여성 기자가 지나친 억지를 부린다는 생각과 자신의 감정에 기인하고 있다는 생각을 솔직히 지울 수 없었다. 상식으로 접근해도 쉽게 파악될 정도로...
(그러나 개인적 견해만 함부로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보충해서 뒤에 더 자세히 서술할 것이고, 앞으로도 관심을 가질 예정이다.)
일단 사전 지식 -> 송일국은 당시 결혼을 앞두고 기자들이 수시로 인터뷰를 요구하는 상황이었고, 공직자 신분이 될 예비 신부에게도 기자들이 접근을 자주 해 피신까지 시켜 두었던 상황이었다. 상견례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식 기자회견만 할 생각으로 인터뷰를 피하고 있었는데, 월간 여성 잡지 기자가 송일국 아파트로 밤늦게 찾아가 기다렸고, 송일국이 집에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고 사진기자와 함께 뒤따라가다가 현관 앞 계단에서 폭행당해 다쳤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것은 곧이어 송일국 폭행으로 기사화되었고, 두 사람의 송사사건으로 이어졌다.
1시간이 넘도록 집요하게 계속된 첫 번째 증인 진술. 바로 피고인 여기자와 함께 송일국의 집앞에 갔다는 사진 기자의 증언이었다. 언론에서는 그가 마치 결정적인 새로운 증언을 한 듯 짤막하게 보도했지만, 내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는...
‘사진 기자인 조씨는 사건 현장 3미터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는데, 치거나 부딪히는 것은 물론 송일국이 팔꿈치를 드는 것도 보지 못했고, 송일국은 전화 통화를 하며 계속 앞으로 진행하고 있었고, 곧이어 사진기자가 더 가까이 도착했을 때 송일국은 이미 문안에 들어가 있었고, 김순희 기자는 문 밖에 있었고, 만약 스쳤다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5초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있을 수 있었다고 보는데, 직접 보지 못해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취재 과정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정도의 상황이므로, 몸이 닿았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라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무리 없이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상당히 혼란스러운 과정을 거쳐 조씨는 진술을 바꾸었고 (검사가 여러 차례 다른 식으로 질문할 때 혼란스러워하며 대답을 늦추고 진술을 바꾸다가...) '김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송일국을 잡은 것이 맞고, 문 앞에 서 있는 김기자를 송일국이 밀치고 들어갔다'라는 말을 했다. (지금 기사를 보니 송일국은 이 부분을 '위증죄'로 고소할 예정이라 한다. 어떤 상황으로도 접촉이 없었다는 것이 송일국측의 강력한 주장이다.)
검사는 처음 김순희 기자가 폭행을 당했다고 초기에 진술했던 상황과 사진기자 조씨 진술이 일치하지 않아(정확한 장소나 부딪힌 상황 등의 혼란과 번복) 다시 "3미터 정도라면 충분히 상황을 바라볼 수 있으니 법정 중앙으로 나와 재연해보라"고 했다. 또 용어 사용에 있어서 계속 모호한 단서를 달자 판사와 검사는 ‘정확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된다’라고 주문했다.
사진 기자는 주로 예전에 본인 이름으로 제출한 공증 받은 진술서에 따라 질문을 받았다. 그런데 그것은 본인이 직접 쓴 것이 아니라, 피고인 김순희 기자가 쓰고 자신이 싸인한 것이라고 했다. 거기 나온 ‘밀쳤다, 몸싸움이 있었다’는 것은 정확한 사전적 표현이 아니라 ‘각도상 뒤에서 보기에 있을 수 있는 정도이고 취재 과정 중에 흔히 있는 정도’라고 단서를 달더니, 결국 적절한 단어가 아니라고 했고, 단어 사용에 있어 상당히 난처해했다. 잡은 것은 맞는데 밀친 것은 아니라고 하고, 몸싸움이나 실갱이라고도 할 수 없는데 맞을 수도 있었을지는 모른다고 했다.
일반인이 보기에 ‘꼬이는 말놀이’처럼 주고받으며 1시간 끝에 나온 결론이 결국 ‘그러면 <살짝 닿았다가 떼어내는 정도였다>로 진술하겠습니다’였는데, 그 증언 과정을 보며 뒤에서 설핏 웃는 방청객도 있었다.
어쨌든 나는 이 사건에 대해 그다지 잘 알지는 못했기 때문에 이 날 집에 돌아와서 관련 기사들을 틈틈이 찾아보았다. 뭐 일부러 찾아보기도 전에, 그 날 내가 목격한 법정의 일들이 메인 기사로 올라와 있었고. 여러 개 지난 기사들이 관련 기사로 묶여 있었다.
김순희 기자는 ‘어디에서 언제 어떻게 맞았다’는 진술을 법정에서도, 기사에서도 일관되게 말하고 있지 않다. 기사들을 전체적으로 다 읽어봐도, 다친 장소와 부상 정도에 대한 주장이 여러 번 바뀌고, 변명과 부연 설명이 많아 앞뒤 연결하기가 힘이 든다.
그래도 어쨌건‘휘두른 팔꿈치에 폭행을 당해 이빨을 다쳤다’는 것이 기자의 주장인데, 이것이 확실히 증명되어야 무고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기사들은 사진 기자 조씨의 마지막 문장을 근거로 '접촉이 있었다' 혹은 '맞을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를 기사에서 다루고 있었다.(송일국의 도덕성과 결부시켜 제목을 그럴 듯하게 뽑아서...) 그렇다면 기자들은 정말로 사건의 중요한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지나가는 일반인보다도 모르는 것일까?
결국 그럼 송일국 옷깃 사건인 거야?
이미 송일국은 옷깃도 닿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는데, 김순희 기자 입장에서는 폭행에 대한 무고를 밝히는 과정에서 ‘옷깃이 닿았을 수도 있었다’가 유일한 지푸라기인 것일까?
김기자는 쉬는 시간에 아는 기자로 보이는 다른 기자에게 ‘송일국이 옷깃도 안 닿았다고 했잖아. 그런데 사진 기자가 분명 닿았다고 했잖아. 누가 거짓말쟁이겠어?’하고 말했는데, 그 부분은 그대로 기사화되었다.
내가 돌아와서 함께 갔던 가족에게 ‘이건 송일국 옷깃 사건이네?’라며 농담 삼아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분명한 건, 현재 거짓말 혐의로 기소된 것은 김순희 기자이다. 남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야만 자신의 거짓말이 감춰지는 상황이긴 하다.)
‘맞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라는 애매한 표현을 들으며 사실 나는 '여자 기자와의 친분 때문인가, 아니면 본인의 고의가 섞인 것인가' 의문이 들었는데, 결국 이런 기사들이 나는구나.
정말로 그가 실제 두 눈으로 직접 본 것은 어디까지였을까. '옷깃이 정말로 닿았나요?'라는 질문을 마지막에 집요하게 던졌다면 그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 궁금했다.
사진 기자는 폭행을 본 상황을 결코 정확히 말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해서든지 ‘거리가 매우 가까웠으니까 닿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 주려 한 듯하다. 이것 때문에 송일국의 도덕성을 흠집내는 기사가 그 날 바로 나오는 것을 보면서 내가 제대로 판단한 것임을 알았다.
(확실히 이 사건이 아주 큰 이슈는 아닐지라도, 연예뉴스로서는 소위 ‘떡밥’이 분명해 보인다. 메인 뉴스로서 며칠 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거의 절반 이상은 여성 기자 쪽 입장에서 나온 기사이고, 송일국 쪽에서 ‘우리는 떳떳하다’며 기사를 낸 것은 수적으로는 극히 미미하다.
그리고 전자에 해당되는 내용이 더 자극적이다 보니 메인에 걸려 있고, 후자 쪽은 주로 다른 기사들에 묻혀 있다. 그 외에는 상황을 단편적으로 전달하는 기사들이거나, 마치 동등한 대결 양상인 것처럼 ‘양자 공방 몇 라운드~’이런 식으로 화젯거리를 만드는 경우다. 누군가를 ‘욕할 수 있는 기사’ 그것도 그 대상이 유명 연예인이라면 확실히 더 조회수가 높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보인다.
송일국 쪽에서는 본인 대신 변호사를 통한 최소한의 대응 외에는 아직 거의 하고 있지 않은 듯한데, 추측에 의한 부정적인 기사들이 더 쏟아져 나오기 전에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 좋겠지만, 몇 개월이 갈 만큼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오해와 의혹이 많아졌을 것이다.)
그럼 정말로 옷깃이 그토록 중요한 걸까? 실상 직접 증언을 들은 사람이라면, 사진기자가 증언한 수준의 ‘접촉’이 본인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스침’이거나 접촉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사실, 말로도 글로도 표현하기 힘든, 그야말로 공판 당시의 상황 맥락과 뉘앙스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여하튼 여성 기자가 주장하는 폭행이 일어나기는 힘든 상황이며, 만약 최대한 생각해도‘옷깃 정도의 수준’임을 이미 김기자 쪽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또 이것은 어디까지나 한 쪽의 주장, 즉 사진기자나 김순희 기자 쪽의 주장을 100프로 인정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말일 뿐, 송일국의 주장처럼 두 사람의 거리가 좀 더 있어서 ‘옷깃 스침’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법적 상식이 없어도 ‘옷깃’이라는 키워드가 ‘이빨을 다치는 폭행’과 연관이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무고이냐 아니냐를 가리는데 있어서 옷깃이 중요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 사건을 해당 기자가 ‘언플 싸움’으로 생각한다면 ‘옷깃’의 의미는 달라질 것이다. 송일국을 흠집 낼 수 있는 단서이고, 동정도 받을 수 있을 것이기에.
나의 관심사, 그리고 블로거 뉴스를 작성하기까지
어쨌거나 당사자들의 잘잘못은 법원에서 밝힐 문제이고 곧 결론이 난다고 하니, 그 때 최종적으로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사건의 결론보다 ‘과정’에 더 관심이 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민감하게 진행 중인 사건’을 다루는 각종 언론의 ‘보도 과정과 태도’ 그 자체에 더 관심이 있다.
기자들이 ‘재판 당사자’와 대중(네티즌)을 매개하는 입장에서 단편적인 기사로 특정 상황만 강조할 경우, 이미 그 자체가 사건 본질이나 진실을 왜곡하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는 어떻게든 희생자가 생긴다.
더 넓은 의미에서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고 때로는 악성 댓글까지 다는 네티즌 전체>가 희생되는 것이다. 기자들이 일방적으로 던져주는 그릇된 정보를 통해서 <내가 잘 모르는 사람> 혹은 <욕해서는 안 되는 사람>을 마구 욕하며 살고 있다고 할 때, 내 삶이 결코 온전하다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글을 내가 법정 체험을 한 당일에 빨리 올렸으면 더 좋았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즉석에서 자극적인 정보를 생산해야 하는 연예부 기자도 아니고, 이 사건을 보기 위해 그 공판을 일부러 보러 간 사람이 아니었기에 포스팅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내가 본 것을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그 이전 및 이후 기사들을 참고할 필요도 있었다.
나는 공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복도에서 노트북으로 기사를 날리는 인터넷 뉴스 기자들의 속도를 굳이 따라잡을 필요가 없었다. 만약 필요성을 느꼈다 해도 아마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 날 기사와 검색어들이 뜬 것을 보며, 또 상황을 모르면서 악성댓글을 다는 네티즌들을 보며....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라도 뭔가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무감을 느꼈지만, 급히 글을 쓰기에는 개인적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어쨌든 이 문제는 올해 1월 시작된 것으로 아는데, 이 문제에 관한 한 나는 그러한 즉석 정보를 단순히 컴퓨터 화면을 통해 접하는 수많은 네티즌 중에 하나였음을 밝혀둔다. 이런 사안으로 호기심과 관찰과 탐구를 겸하여 뉴스를 작성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내가 자유로운 ‘블로거’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거 하나는 자신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우리나라 뉴스 시스템 속에서 ‘짧고 빠르고 조회수가 높을 만한’ 기사를 송고해야 하는 몇 명의 연예부 기자들의 기사보다는..... 아니 그보다도 ‘그 날 법원에 오지도 않은 기자들’이 ‘남이 쓴 기사’를 보고 그대로 내보낸 간접 기사보다는 훨씬 생생하고 의미 있는 틈새 기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지방법원 법정은 매우 좁다. 그 좁은 ‘방청석’에 기자가 5-6명밖에 없었는데, 그들이 내보낸 십여 개의 기사가 한두 시간 안에 간접 뉴스로 확대되어 백여 개도 넘는 기사로 복제, 생산된 것을 보았다. 대부분의 뉴스들이 이런 과정을 거친다지만 연예 뉴스는 그 정도가 더 심한 듯하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는 앞으로 좀더 고민해 보아야 하겠다.)
사실 그 날 돌아와 인터넷의 분위기를 보며 동생과 함께 컴퓨터 앞에서 웃었다. 왜 함께 지켜본 기자들이 저렇게 기사를 쓸까? 탐구심이 발동했다.
기자가 많이 온 것도 아니었다. 끝까지 주의 깊게 메모하며 본 기자도 있고, 피고인인 김순희 기자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기자도 있었지만, 서너 명은 너무 재판이 길어졌다고 조용히 한숨을 쉬며 밖으로 나갔다. 과연 어떤 기사가 나올지 궁금할 정도였다. 그런데 나온 기사들을 보니 의외였다.
'내가 기자라면 이걸 기사화시키기는 애매하겠는걸.... 저건 대체 무슨 말인지....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애매한 증언을 기사로 내보낼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텐데 ....'라고 생각했던 것들만 모조리 골라서 기사로 나왔다. (연예부 기자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 직장에 입사하여 명함을 걸고 기사를 쓴다면 나도 어쩔 수 없을지 모른다. 하루에 수십 개 기사를 내보내는 기자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당사자들로서는 피를 말리고 있을 ‘재판’ 진행 내용이, 최소한의 걸러짐도 없이 함부로 네티즌에게 ‘일부’만 공개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단어’ 하나가 치명적일 수 있는 상태인데다, 그렇게 단순하게 다룰 만큼 쉬운 문제는 아닌 것이다. 기사 하나 보고 이 놈 저 놈, 이년 저년 욕하고 있는 네티즌들을 보면 때로 무서울 때가 있다. 대중문화평론이라는 이름으로 깊이 있는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많지만, 대체로 이 사건은 즉석 정보로 처리되고 있다. 그 날 기사를 내보낸 기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왜냐하면 이 글을 개인 자격으로 쓰는 나는 정말 여러 번 고민했기 때문이다.
내 글이야 그토록 많은 사람을 통해 읽혀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진행되고 있는 사건을 대중이 판단하는데 있어서 혹시라도 최소한의 정보가 된다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대중에게 상황을 전달하는 것은 기자들의 의무이기도 하겠으나, 적어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함께 주어야 한다.
한편, 당사자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이 사건은 나의 연구 주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단순한 옷깃 사건인지 모르겠으나, 나에겐 중요한 현상으로 다가온다. 이 사건 자체가 ‘폭행’이라는 단어 하나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것인데, 또다시 파생되는 기사들은 ‘조작’이니 ‘도덕성’이니 ‘맞았네 때렸네’하며, 자극적인 제목에서 ‘단어’와 ‘사람’을 연결시키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나로서도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사건 해결이 길어지는 이유와 여기자의 언론플레이, 그리고 잘못된 즉석 보도
내가 궁금했던 것.
한 쪽이 형사 피고인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양측이 팽팽한 싸움처럼 보이고, 사건이 상당히 길어져 마치 그 속에 엄청난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 이 사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ing'이므로,‘송일국 폭행’이라는 단어가 이슈가 된다면 그 반대편에는 ‘기자의 자작극’이라는 이슈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둘 다 자극적이기는 마찬가지고 미확인된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늘‘송일국’과 불미스러운 단어가 합쳐진다. 심지어는 여기자가 명예훼손으로 추가 기소를 당해도 ‘송일국 추가 기소’가 검색어가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위에서도 밝힌 인터넷 뉴스의 생산-소비 시스템이고, 또 하나는 여기자 쪽의 언플 양상이다.
분명한 것은 사건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연예인을 소재로 한 뉴스 보도’의 문제가 영향을 끼쳤고, 무고죄 관련 재판에서 기자가 시간을 끌 수 있게 된 상황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여기자가 정말로 입이든 이빨이든 다쳐서 송일국에게 ‘다쳤으니 사과해라, 아니면 고소하겠다’고 한 것인가, 아니면 취재에 응해 주지 않던 연예인에게 그러한 방식으로 ‘다쳤다’(='폭행 보도가 나가면 당신은 엄청난 손해이다'의 의미를 함축한 '다쳤다'....)고 함으로써 특종 기사 작성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인가....(나는 그 여성 기자가 결코 돈 때문에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무고죄 재판의 완결을 통해 법이 가리겠지만, 연예인이 ‘폭행 사건 연루’로 엄청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사건의 발단부터 예민한 ‘미디어 노출’의 문제가 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한편, 재판을 받는 피고인 자격으로 기자들을 불러놓고 여러 번 인터뷰를 한다든지, 혹은 그 날 내가 직접 목격했듯이, 법정에서조차 기자와 옆에 나란히 앉아 자기의 처지를 얘기하는 등의 방식으로 언론보도를 이렇게 많이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나도 가족의 문제로 골치가 아프지만, 과연 나와 같은 일반인들이라면 이런 일이 가능하겠는가? 또, 증인은 증인일 뿐인데, 우리 쪽 증인의 말을 누군가 보도해 준다고 생각하면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아마도, 해당기자가 월간지 연예면 기자라는 직업을 가졌고 이런 통로를 누구보다 잘 알지 않는다면 쉽게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다른 언론사의 연예부 기자들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그녀의 편을 들어주고 싶어서라기보다는(개인적 친분이 있어 보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므로...), 연예인의 불미스런 사건으로 제목을 달아 포털에 뉴스를 공급했을 때 화젯거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즉, 무고죄라는 큰 죄에서 어떻게든 벗어나야 하고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김순희 기자의 입장과 다른 연예부 기자들이 놓인 상황과는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확실히 피고 쪽에서는 분명 법적 싸움 외에 ‘기자들에게 어떻게 더 유리하게 보일 것인가’를 의식하고 있다. 예컨대 그 문제의 ‘옷깃’은 사실상 김기자 쪽에서 중요한 언플 수단이 되었으며, 기사들은 그것을 세밀하게 서술하지 않은 채 부분만 터뜨렸다. 그 옷깃 외에도 상황은 갈수록 더욱 커져서, 사진 기자 말대로라면 <5초 이내에 벌어진 상황>이 엄청난 단어들이 등장하는 굉장한 사건으로 비화되었다.
물론, 피고인 측에서 무고 혐의를 벗거나 감하기 위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혐의를 받을 때 자신을 적극적으로 변호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쪽이 ‘피고인의 입장에서 변호하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타당한 것일까? 그 변호 내용이 상대편 당사자에게 또다시 흠집이 되고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데 뉴스들이 이를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예를 들어 동영상 문제 등은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벌써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정말 억울하다면 이 정도 문제는 확실히 법적으로 증명될 것이다. ‘억울하다. cctv를 못 믿겠다. 송일국씨 옷깃이 정말 닿지 않았었나요?’라는 하소연이 언제까지 기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상대가 연예인이고 피고가 기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계속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판결 후에도 상처는 남을 수밖에 없지만 가능한 한 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
차후에 생각할 문제, 또 다른 의혹들
24일 공판 이후에 많은 기사들은 3번째 증인인 관리사무소 여직원의 진술을 다루며 ‘송일국 조작 의혹’을 제목으로 내세웠다. 그와 관련된 기사가 내가 본 포털에서만 50-100개는 되는 것 같다. 물론 90는 간접 기사이다. 5명 내외의 기자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이토록 많다니! 엄청난 번식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장면 역시 실제로 방청한 입장에서는 기사와 괴리가 있다. 지금 현재‘조작’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님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 옆에‘의혹’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이미 <즉석 합성어>를 만들어 버렸으니 어쩌겠는가. <폭행> 이라는 말 이상으로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단어이니 무척 위험하지만, 인터넷 뉴스의 세계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언젠가는 근절될 날이 있을까?)
지난 번 3차 공판은 내가 직접 보지 못했지만 송일국이 이 문제의 증인으로 나왔었다고 한다. 결백한 입장에서 동영상을 조작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증언한 것으로 안다. 내가 참석한 4차 공판만으로는, 사건 현장을 최초로 본 사람과 의사들의 증언이 있는데 동영상 조작이나 출입기록이 왜 문제가 되는지 논리적으로 연결시키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 부분은 내가 문외한이므로 함부로 말할 거리는 아닌 듯하다. 검찰에서 정확한 조사를 한다고 하니 그 때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봐야겠다.
내가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3번째 증인인 여직원이 첫 번째 사진기자 증언보다도 모호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경험자들은 알겠지만 법적 판결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술과 정확한 용어 사용’이다. 그러나‘언제 누가 기록을 지우는 것을 보았다’와 관련된 정확한 발언은 없었다. 있었다면 일종의 메모광인 내가 분명 그대로 메모했을 것이다.
인상에 남는 것은, ‘같은 아이 엄마로서 여기자가 거짓말을 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김순희 기자의 두 눈을 똑바로 보고 얘기했는데, 그 눈에서 거짓이 없다고 느꼈다’,‘저는 정말 궁금했습니다, 저는 정말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관리실 직원들이 이상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그 때는 관심이 없었는데, 나중에 보니 지워져 있었습니다’라는 다소 주관적인 발언들이었다. 그럴 듯한 상황인 것 같으면서도 ‘확실하게 내가 결정적인 단서를 가지고 있다’는 건 아니었고, ‘사람들이 영상을 보러 와서 2시간이나 나오지 않았는데 왜 그랬는지 의아했다’, ‘검찰이라고 말했다고 하는 걸 들었는데 검찰 사칭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 외에는 이미 수많은 관련 기사들에 단편적으로 나왔듯이, 파일이 지워져 있었던 문제, 동영상을 누가 와서 언제 확인했느냐의 문제를 언급했다.
한 가지 의문. 그녀가 증인석에 앉자마자 변호사 질문을 통해 했던 말,‘아이를 둔 엄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명제가 성립하는가? 이것을 전제로 증언을 시작했다면 큰 모순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녀의 발언은 분명 피고인 쪽에 힘을 실어준 것은 사실이다. 만약 법적으로 가려서 그녀의 추측이 진실로 밝혀진다면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고, 전혀 관계가 없는 불필요한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의 중요한 싸움인 ‘언플 싸움’에서는 이미 일차적으로 크게 기여했다.
나머지 증인들의 증언
혹시 이 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5시간이 넘는 재판 과정 중 어떤 것을 기사로 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아래 내용들은 거의 기사화되지 않았다. 특히 메인 기사로는 뜰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3번째 증인(출입기록삭제 및 조작 문제)과 1번째 증인의 발언(사진기자의 ‘맞았을 가능성 있다’)이 인터넷에 공급할 기사로서 훨씬 좋았기 때문일 것이며, 뭔가 더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3번째가 그 중에서도 더 유리하다. '송일국+조작'이라는 단어 연결로 눈에 띄는 이슈가 생기므로.... )
또 하나는, 3번째 증인까지 진술을 마쳤을 때 이미 저녁 식사 시간이 다 될 무렵이었고, 기자들 중 절반이 법정을 나갔다. 그래서인지 의사 2명의 진술은 결국 몇 줄 외에 기사화되지 못했다. 김순희 기자는 의사들 앞에서 가장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였고, 눈물도 흘렸다. 의사가 일반 진단서 6개월로 끊어준 것에 대해 김기자 쪽 변호인은, 병원의 책임이 무척 크며, 그것이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안 왔다고 책망했다.
(나는 마지막 증언 때 가장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것은 다분히 변호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인지도 모르지만, 과연 저렇게 말해도 될까? 그러면, 김기자의 무고죄가 인정될 경우 병원을 상대로 고소라고 하겠다는 것인가? )
진단서가 상해 1-2주였으면 과연 송일국에게 다쳤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인가? 폭행 관련 기사가 나지 않았을 것인가? 아니면 고소가 없었을 것인가? 상해 1-2주 진단서는 내가 아는 택시 기사가 어떤 병원에만 찾아가면 항시로 끊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내가 지나가는 어떤 사람한테 ‘나 상해 2주일 진단서 있으니까 폭행당한 것이 맞는 것 같다. 고소하겠다’라고 할 경우를 생각해 보자. 진단서 때문에 폭행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어떤 진단서든지 진단서가 무고에서 벗어나는 결정적인 단서는 되지 못할 것이다. 진단서의 내용에 대한 진실은 본인만이 알 것이다. 그것이 병원 책임이라고 한다면 의사들 입장에서는 많이 황당할 듯하다. 게다가 의사들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그것은 절대 잘못된 진단서가 아니었으며, 잘못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말했다.)
영동 세브란스 병원 치과 의사(구강악안면외과) C씨의 증언
(C씨 외에 다른 의사 1명도 따로 진술했는데, 의사 2명의 진술은 순서만 다를 뿐 거의 일치한다)
사건 당일날 밤 김순희씨가 응급실에 찾아왔을 때 처음으로 직접 진료했다.
*처음 김순희를 보았을 때 어떤 상황이었나?
-김순희는 누군가와 통화중이었다. 송일국의 매니저로 보이는 듯했다. 통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응급실에서 초진을 하고 X-레이를 찍으려고 했는데,(촬영은 3층 외래로 와야 해서 직원을 통해 3층으로 오라고 전달하고 그 쪽에서 기다렸는데) 환자가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엑스레이 촬영은 하지 못했다.
*환자는 무엇 때문에 병원에 왔다고 했나?
-송일국의 팔꿈치에 맞았는데 입주위가 아프다고 했다. 진찰 결과 응급적으로 처치할 사항이 없어서 보내드렸다. 이빨을 두드려보고 사진 반응을 해 보았으나 이상 없었다. (그 다음날 환자는 다시 내원하였고, 그 다음에도 여러 차례 다른 진료과로 내원하였다. 진단서의 종류도 각기 다른 것으로 끊어갔다.)
*환자가 어떤 통증을 호소하였나?
-위 앞니가 다 아프다고 했다. 그러나 감별진단을 할 수 없었다.
*감별진단이란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어디가 아프고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외상으로 까졌거나 찢어지면 의사는 치료, 소독, 1차 봉합 등의 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치아가 부러지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김순희 기자 관련 사건 초기 기사를 보면, 송일국측에 전화를 걸어 ‘이빨이 부러졌다’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입 안에 멍이나 상처가 있었나?
-없었다.
*왜 6개월짜리 일반 진단서를 끊어주었나?
-구강악안면외과의 경우 상해진단서는 교수님만이 끊을 수 있는데 당시 계시지 않았다. 외래로 신청해서 기다려야 한다고 했더니 환자가 매우 강하게 일반진단서라도 끊어가야겠다고 했다. 본인이 경찰서에 제출해야 한다고, 시간이 급하다고 했다. 일반진단서로는 치유기간 포함해서 6개월이 될 수 있지만, 상해진단서로는 1-2주 정도로밖에 끊어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차후에 환자가 방문했을 때 직접 설명했다.
*혹시 환자가 당시 상황을 과장했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는가? 즉, 환자의 상태와 환자의 말이 다르다고 생각했었나?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일반 6개월 진단서는 환자가 그 날 다쳐서가 아니라, 환자가 아프다는 진술을 했기 때문에 이전 병력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해 급히 끊어준 것이라 한다. 경찰제출용이라고 했으니 상해진단서로 끊어주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지만, 환자의 급한 요구로 인해 일단 일반진단서로 끊어준 것이다. 그 일반 진단의 내용은 '기왕증'이라는 증상이었고, 이것은 폭행과는 무관하다. 이에 김순희 기자측 변호인은 아무리 환자가 요구해도 상해진단서로 끊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2번째 증인, 송일국과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는 주민.
(5명의 증인 발언 중 가장 짧게 끝났다. 가벼운 상해인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2번째 증인의 발언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김기자가 ‘폭행’이나 ‘무거운 상해’라 표현될만한 심한 부상을 입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2008년 1월 17일 21시 13분 h아파트 1**동 1-2호 라인에서 김순희 기자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김기자 주장대로라면, 김기자는 이미 현관문 밖에서 송일국에게 부상을 당한 상태이고, 송일국은 먼저 현관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본인 집에 가 있다. 뒤이어서 기자가 주민을 따라 주민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까지 올라온 것. 재판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이 일어난 시각’보다는 뒤에 일어난 일이다.)
*엘리베이터에서 김기자와 나눈 대화 내용은?
-“송일국씨 여자 친구 본 적 있어요?”라고 물어서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김기자 얼굴에서 특이점이 있었나? - 전혀 없었다.
*입술에 피, 멍 등이 있었나? - 전혀 없었다.
*아프다고 말하거나 아픈 모습을 보였나? - 아니다.
*인상 착의를 기억하는가? - 베이지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화장을 하지 않고 있었다.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죠?(변호사) 옆에 서서 이야기했나요, 아니면 마주 보았나요?(검사 질문) (--> 검사와 변호사의 질문 형식이나 의도는 이렇게 늘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피고인 김기자 측은 ‘증인들 중 때리는 장면을 직접 본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맞지 않은 것도 아니다’라는 논리를 입증해야만 무고죄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질문 형식이 길고 단순하지 않다. 제3자들로서는 말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다.)
- 같은 방향으로 서 있었지만, 대화할 때는 마주 보았다. 웃으며 이야기했고, 다른 이상은 없었다.
일단 마무리..
연예인들은 적어도 미디어 공간 안에서는 기자보다 약자라는 것이 블로거의 생각이다. 같은 공인(公人)이라도 정치인들과는 다른 종류의 약점을 지닌다. 대체로 ‘보도 매체’의 이름을 걸고 나오는 인터넷 뉴스들은 선정적인 단어를 섞어 10-20줄의 짧은 기사로 작성된다. 이 기사들은 다른 간접 기사 및 스크랩 등을 통해 무한 복제되고, 네티즌의 지대한 관심을 받는다.
인터넷 공간에서 누군가 오해를 하고 한 사람을 우루루 몰아갈 때, 무명의 일반인이라 해도 그 파도를 막아내기 어렵다. 하물며 언론사 소속의 기자들이 날카로운 펜 혹은 노트북 타자판을 동원하여 연예인을 몰아가고 네티즌이 거기 합세하여 몰아갈 때, 그것을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조중동의 경우조차 ‘연예, 스포츠기사’만큼은 인터넷 신문사와 거의 성격이 다르지 않다. 인과관계를 생략한 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터뜨리고 난 후 ‘아니면 말고,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로 버티는 기자들의 펜대(모든 기자가 다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는, 현재 우리나라 뉴스 시스템에서는 <무언의 힘>이 될 수 있다. 또 그 뒤에는 기사의 제목과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뉴스 소비자들이 있다.
그러나, 역시 모든 네티즌들이 무비판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둔다...이 사건은 분명 그 발단부터 그 ‘무언의 힘’과 무관하지 않다. 비판적인 수용자들이 많아질수록 그 힘의 실체는 의미 있는 힘으로 남을 것이다.
(블로거 본인의 글입니다. 이미지 출처는 다음 입니다. 초상권 침해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사진은 싣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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