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딱딱한 신화학에 대한 책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처럼 중국의 신화들을 적어 놓은 책이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자주 읽고 자료도 많은 편이라 익숙한데 동양신화는
그렇지 못하다. 좀 다른 이야기들을 알고 싶은 욕심에 마음먹고 책방에 갔
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책제목만 훑어보기를 거의 한 시간 정도 한 뒤
에 찾아낸 책이 바로 <중국신화전설>이다. 얇지 않은 책이두 권이나 돼서
부담스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상당히 재미있다.
아득한 역사의 저편, 하늘과 땅과 바다가 세계의 전부였던 시절, 인류는
그 세계에 대한 강렬한 두려움과 호기심에서 수많은 신을 만들어냈다. 그
리고 신과 인간이 어울려 이루어내는 그 이야기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와 각 민족의 신화가 되었다. 서양의 역사와 문학, 철학 속에 그리스
신화가 녹아 있다면, 동양에는 중국 신화가 자리잡고 있다. 멀지 않은 나
라지만 땅덩어리가 커서인지 이야기를 생각해낸 발상도 우리나라와 다르
게 굉장히 크다. 어느 한 지역이나 사물에 국한된 아기자기한 우리나라 전
설에 비해 중국의 것은 온 세상뿐만 아니라 우주까지 관심의 범위를 넓히
고 있다. 온갖 기괴한 신과 동물들, 불의의 권력에 대항하는 반항적인 영
웅들, 불꽃 튀는 신들의 전쟁,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 중간중간 미물들에게
보이는 다사로운 관심까지 참으로 다양하고 현란하다. 특히 인간의 탄생
과 관련된 여신 여와의 인간 창조는 기독교의 여호와의 그것과 비슷하게
흙으로 인간을 빚었다고 한다. 여와의 발음이 여호와나 최초의 여자인 하
와와 비슷한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인간이 만들어지는 것이 동서를 막론
하고 흙이 매개체가 되는 보면 신기하기 그지없다.
대홍수나 인류의 조상 등 우리나라나 일본, 베트남 등지에도 같은 신화들
이 존재한다는 것이 참 흥미롭다.
그 중에서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하늘에 열 개의 태양이 떠 있어서 너무나 뜨거워 사람들이 다 죽게 되었
대. 동방 천제 (참고로 중국신화에서 천제는 다섯이나 된다.) 제준은 활을
아주 잘 쏘는 천신 예를 땅으로 보냈어. 예는 아홉 개의 태양을 맞춰서 떨
어뜨렸대. 그런데 그 태양들이 제준의 아들들인 거야. 제준은 자신의 아들
들 때문에 사람들이 다 죽을까봐 그런 명령을 내린 거지. 하지만 막상 자
기 아들 아홉 명이 죽고 나자 예에게 미운 마음이 든 거야. 그래서 제준의
노염을 산 예는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고 아내 항아와 인간 세상에 살면서
조금씩 인간이 되어 갔지. 그러나 인간이 되면서 ‘죽음’이 두려워진 예는
땅에서라도 영원히 살기 위해 서왕모에게서 불사약을 얻었어. 그런데 다
시 신이 되고 싶은 아내 항아가 예를 배신하고 남편 몫까지 다 마셔버렸
대. 그리고 월궁으로 도망가버렸지. 하지만 달에는 일년 내내 약만 찧는
토끼와 선도를 배우다 잘못을 저질러 달로 쫓겨온 오강이라는 자와 벌로
그가 아무리 베어내도 금방 아물어버려 쓰러지지 않는 계수나무뿐. 다시
신이 되었지만 영원한 외로움과 후회 속에서 살게 된 항아. 그래서 이런
시가 생겼지.
항아가 월궁에서
후회하네.
푸른 하늘에서 밤마다.
천제의 명으로 땅에 왔으나 천제의 냉대로 돌아가지 못했고, 사랑하는 여
인 복비와는 가슴 아픈 이별뿐이었으며 아내에게 배신당하고, 결국 가장
아끼던 제자 봉몽에게 죽임을 당한 영웅,
산이 무너지듯 쓰러져간 예.
중국신화 중 가장 불쌍한 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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