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께 '엄친아' 한분을 소개합니다.
by 괴수
[출처] http://www.pgr21.com/zboard4/zboard.php?id=freedom&page=1&sn1=&divpage=2&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7346
안녕하세요. 이 닉네임으로는 처음 글을 써 보는 '괴수'입니다.
오늘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한명의 '엄친아'를 소개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름은 더스틴 카터이고 나이는 18살입니다. 미국 오하이오주 힐스보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며 학교 레슬링부의 선수입니다. 3학년 동안 42승 4패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으며 학창시절 마지막 대회를 오하이오주 대표 선수권 8강을 끝으로 마쳤습니다. 미남형의 얼굴에 어여쁜 체조선수 애인이 있으며 밝은 성격으로 친구들에게도 인기 만점입니다.
이쯤 되면 왜 이 친구가 '엄친아'인지 궁금해 하실 분이 있을 듯 합니다. 위의 설명만 들으면 그저 운동 좀 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일 뿐인데 말이죠. 그 이유를 알려면 이 청년의 5살 시절로 돌아가야 합니다.
유난이 고집이 있고 활달한 성격의 5살, 더스틴 카터군은 갑자기 40도의 고열을 일으키며 병원으로 이송 됩니다. 혈류에 박테리아가 감염되는 병을 얻었고 곧바로 몸의 말초부위들이 썩어들기 시작 합니다. 그는 죽음의 위기에 놓여 있었고 의료진들은 그런 그를 3번이나 기적적으로 살려 냅니다. 하지만 썩어들어가기 시작한 감염 된 팔과 다리는 점점 그를 빠져나오기 힘든 죽음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의 부모님들은 자식을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려 놓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조차 사치가 되었습니다. 깊은 아픔을 감수하고 그들은 의료진들에게 더스틴 카터군의 팔과 다리를 절반 이상 절단 해 줄 것을 부탁합니다.
팔과 다리가 절단 된 이후 더스틴 카터군은 소파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늘 tv를 보고 군것질을 합니다. 그때 그의 아버지 러스 카터씨는 찢어지는 가슴의 아픔을 뒤로하고 한가지 결심을 합니다. 자식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그때부터 아버지의 자식 길들이기는 시작 됩니다. 그가 생활의 사소한 부분까지 스스로 하도록 유도 했습니다. 매우 냉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지만 결코 자식에게 화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두 부자들의 끝없는 인내심 싸움이 시작 된 것이지요.
그렇게 2년이 지나 더스틴은 화장실을 혼자가게 되었습니다.
이제 18살이 된 그로 다시 돌아 옵니다. 그는 혼자 밥을 먹습니다. 시험때는 반이 이상 잘려나간 팔을 환상적으로 이용해 주관식 답도 척척 써 냅니다. 교실을 옮길때는 남들 뛰는 속도 만큼 기어다니며, 친구들과 놀러 다닐때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친구들에게 등을 빌려주길 요청 합니다. 그의 친구들은 누구라도 할 것 없이 등을 빌려주려 합니다. 친구들은 그를 팔다리가 없는 수퍼히어로 '토르소맨(몸통인간)'이라고 부릅니다.
그는 큰 부자가 아닙니다. 뛰어난 스포츠 스타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누구도 함부러 이루지 못한 최고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성공담을 듣고 싶어 더스틴을 강의에 초청합니다.
인생의 성공은 무엇일까요. 저는 삶을 향한 건강한 의지라고 봅니다. 누구는 쉽게 생각하겠지만 이 의지를 지키기 위해 뼈를 깍고 피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혹은 스스로 좋은 삶을 산다고 느끼다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저 역시 예전엔 좋은 환경에 살았고 이 환경은 계속 될 것이며 난 언제나 풍족하고 건강할 것이라 착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IMF를 통해 그런 환경은 모래성 처럼 무너졌고 잠시 방황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 전 더스틴 카터군에게 비교하면 무척이나 초라하지만 그래도 약간의 용기와 미천한 노력을 통해서 삶의 의지를 이어 갈 수 있었습니다.
가끔 전 누구보다 눈에 보이는 성공을 위해 속물이 되고 싶은 유혹에 빠져 듭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더스틴 군과 같은 우리주위의 삶의 건강한 의지만으로 전진하는 사람들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곤 합니다. 물론 전 훌륭한 사람은 아닙니다. 착한 사람은 더더욱 아닙니다. 하지만 덕분에 최소한의 양심은 지키고 살고 있다며 때때로 안심 합니다.
찬란한 인생, 성공적인 삶은 무엇일까요? 누구나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없고 그래서 결론도 다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 세상이, 사회가 말하는 흔한 성공의 공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뒤돌아 봤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만의 삶의 건강한 의지는 무엇인가요?
**토르소맨 더스틴군의 이야기는 2008년 7월 13일 밤 8시에 하는 KBS1tv 일요스페셜을 통해 방송되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검색해서 찾아 보시길 바랍니다. 다시보기 아마 2주동안 무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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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지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더 상냥하지고 친절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그건 이곳 사람들이 길거리를 걷다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먼저 "죄송합니다!"(Entschuldigung) 라고 말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도 뒷사람을 위해 문을 붙잡아주는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게 뭐 대수로운 것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상에서 경험하게 되는 그런 친절함, 예의, 상대에 대한 배려를 무의식적으로 체득한 채 지내다가 막상 한국에 오면 외국에서 익혀온 그런 좋은 습관들을 지속적으로 지켜나가기 어려운 경우를 종종 체험하게 된다.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이 참으로 무색하게 느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또 한가지는 장애우에 대한 시선이다. 길을 걷다보면 의외로 신체가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을 자주 지나치게 되는데, 아무도 그들을 특별한 시선으로 주목하지 않고 또 아무도 그들의 존재를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버스나 지하철도 장애우가 탄 휠체어가 올라탈 수 있도록 완벽한 장치를 마련해 두었을 뿐 아니라 그들이 올라타기 위해 약간의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싫은 내색은 커녕 누구나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물론 동정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일도 없다. 그들은 공동체에 함께 살고 있는, 약간 몸이 불편한 동료일 뿐이기 때문이다.
만일 한국에서 자신의 자녀의 짝꿍이 장애우라고 한다면 부모들은 어떤 태도를 보이게 될까? 만약 식당이나 술집에 들어가서 그들이 앉아 있는 옆자리만 비어 있다고 한다면 아무 꺼리낌 없이 그 자리에 앉으려 할까?
더스틴 카터와 같은 이야기는 사실 미디어가 다루기 좋아하는 소재거리 중 하나이기 때문에 흔한 이야기 중 하나일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인물을 소개할 때마다 그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고, 또 가족을 비롯한 주변사람들이 그들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역경을 견디어야 했는가에만 촛점을 맞추다보니, 제도적인 차원에서의 지원 문제나 그들을 수용하는 사회적 환경의 문제는 망각되기 쉽다.
이런 미담사례나 인간 승리 이야기를 통해 건강한 육신을 가지고 살아가면서도 정작 그들보다 치열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를 삼는 것도 좋고, 장애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 시키는 것도 좋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일은 우리 사회의 타자들이라 할 수 있는 노인, 여성, 아이, 장애우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 아닐까. 선진국이란 물질적으로만 풍요로운 사회가 아니라 사회적 타자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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