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Focus |국방부 禁書 《나쁜 사마리아인들》 저자 장하준 교수
기사입력 2008-08-28 06:03
●“금융 중심 신자유주의 버리고 투자·기술개발·인력양성에 힘써야”
최근 국방부 금서 목록에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올라 화제다. 저자는 현재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로 있는 장하준 교수. 뮈르달 상과 레온티에프 상을 수상해 세계적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고 있는 그의 저서가 70~80년대나 있을 법한 금서로 지정된 것이다.
<이코노믹 리뷰>는 지난 2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조찬강연회를 마친 그를 만나 이에 대한 심경과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물었다.
▶Q 최근 교수님의 저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국방부 금서로 지정됐다. 느낌이 궁금하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 덕에 책이 잘 팔리고 있다고 들었다. 아직도 그런 금서라는 개념이 있다는 것이 당황스럽다. 뭐라고 해석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Q 세계 경제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해 위기로 치닫고 있다. 대공황 이후 가장 큰 위기라는 평가인데.
세계 거시경제 전문가들이 그렇게 판단하고 있고 저 또한 이에 동의한다. 현 상황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처음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경제권이 다 불황이다. 오일쇼크 때는 문제가 기름값 뿐 이었지만, 지금은 금융과 부동산시장이 복합적으로 꼬여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 영국, 스페인 등이다. 70년대 오일쇼크 때보다 불안요인이 더 많다는 점에서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라는 진단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Q 최근 조지 소로스도 재귀성 이론을 내세우며 신자유주의 경제관을 다시 한번 비판하고 나섰다. 교수님도 《사다리 걷어차기》 이후 꾸준히 신자유주의 경제관을 지적함으로써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소로스는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철학 이론과 관련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것보다도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지난 20여 년 동안 금융이 과잉발달했다. 물론 금융이 발전해야 경제에 피가 돌고 활력소가 되겠지만 말이다. 너무 과잉발달하다보니 금융논리에 의해 움직여왔다. 실물보다는 자산시장의 영향력이 커짐 에 따라 여러 가지 불안요인이 많이 생겼다. 그런 점에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소로스뿐 아니라 레이건 대통령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지냈던 볼컨 등 금융시장의 핵심적 인물들이 이미 다 지적한 사항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금융자본주의가 실패한 것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Q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이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단기적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다만 장기적으로 지나친 금융 중심의 신자유주의를 버리고 실물투자를 회복시키고 연구개발과 인력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물론 왕도라는 것은 없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도 회복하기 힘들 것이다.
▶Q 친기업정책을 표방한 MB노믹스에 대해 친대기업정책이라는 비판이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친기업의 정의라는 것이 무엇인가부터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은행들을 무방비 상태로 놔둔다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중소기업에 대출을 안 할 것이다. 이 경우 은행입장에서는 친기업적일지 모르지만 중기입장에서는 그 이상 반기업적인 정책이 없는 것이다.
MB정부의 친기업이라는 정의도 정확히 무엇인지 봐야한다. 친대기업정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산업자본보다는 금융자본을 더 선호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 볼 수 있다.
특히 금산분리 해제의 경우 흔히 걱정하는 것이 제조업체들이 금융기관을 사금고화 하는 것 아닌가 인데, 제가 보기에 더 큰 문제는 (금융기관을) 인수함으로써 제조업체들이 금융자본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금산분리 문제가 단순히 친대기업적 정책이라기보다는 대기업들의 금융자본화를 돕는 정책으로 본다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간 대립 속에서 정부가 결국 금융자본의 손을 들어주는 셈인 것이다.
▶Q 교수님은 경제 운용에 있어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예를 들면 현 정부가 개입한 환율정책에서 보듯 정부 정책 실패는 큰 손해를 야기한다.
환율은 사실 어렵다. 정권 초기에 원화 저평가 정책으로 가면서 비판받았고 지금은 고평가한다고 하니 비판받고 있다. 정답이 없다.
올 초 원화 저평가했을 때도 경상수지가 적자였다. 어떻게 보면 더 저평가시켜 수출을 늘렸어야 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환율이라는 것은 수출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물가에도 작용한다. 물가부담이 너무 컸다.
환율정책에 대한 비판을 할 때도 수출이나 물가 등 다양한 요인에 밸런스를 갖고 평가해 그래도 이게 낫지 않느냐고 주장해야 한다. 너무 한쪽 방향에서만 비판해왔다.
기본적으로 환율이라는 것을 정부가 관리하는 것이 옳다고 보지만 지금은 회의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거에 환율이 통제가 가능했던 것은 자본통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자본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가 환율을 관리할 수 없다.
▶Q MB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의견은.
민영화는 흑묘백묘론으로 접근해야 한다. (민영화를) 해야 맞는 경우가 있고 수도나 전기 등 공공성이 높은 것은 안 해야 맞다.
공기업 또한 각자의 경영문제 근원이 다르다. 예를 들어 한전의 경우 사기업이 하듯 전기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었다면 엄청난 이익을 냈을 기업이다.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문제는 가격을 못 올리게 억제하는 것이지 한전이 국영기업이라는 것 자체가 문제되지 않는다.
다른 경우는 기본적으로 괜찮은 기업인데 사장을 잘못 임명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는 사장을 바꾸면 된다. 한편 구조적으로 공기업이 맞지 않는 기업이 있다면 민영화가 맞을 것 이다.
이런 식으로 개별적으로 가야 한다. 지금 정부의 논조는 일단 민영화가 대세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Q 한국 금융에 있어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부정책이 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 관치금융의 추억이 아직 생생한 가운데 정부가 이를 불식시키면서 금융권에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민주적인 정부가 투명한 규칙을 갖는다면 관치금융을 하는 게 맞다. 필요한 곳을 규제하라고 정부를 뽑아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관치금융이 문제됐던 것은 룰이라는 것이 명확치 않고 너무 자의적이었다.
예를 들어 명백한 규칙을 갖고 기업대출을 50% 이상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면 그건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 또 실제로도 그렇게 해야 한다. 1990년대 초 은행대출의 90% 이상이 기업대출이었다. 지금은 40%도 안 된다. 과거에는 너무 높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기업대출이) 너무 낮다. 그 밸런스를 맞춰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Q MB가 대통령이 된 것은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여망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100여 일이 넘는 촛불집회에서 보듯 MB정부 에 대한 실망감과 신뢰성이 크게 하락한 것 같다. 경제정책을 비롯해 MB정부에 해 줄 말이 있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세계경제가 추락하기 시작하는 등 운도 따라 주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MB정부의 경제정책 비전이라는 것도 규제완화, 민영화 등 소위 푸는 것 외에는 별게 없어 보인다. 연구개발(R&D), 생산적인 노동시장의 개혁 등 장기비전이 없다.
경제정책의 내용을 떠나서도 쇠고기 사태에서 보여주듯 운영 스타일 자체가 현 국민수준과 기대에 맞지 않는 것이 너무 많았다. 상황은 어려운데 뚜렷한 정책도 없고 운영스타일도 그렇다 보니 결과적으로 성과도 좋지 않고 국민신뢰도 떨어진 것 같다.
▶Q 끝으로 해 줄 말씀은.
앞서 말했듯 경제정책에 왕도는 없지만 계속 투자하고, 기술개발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것밖에 없다. 정확히 어떤 방식을 쓰느냐는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토론을 통해서 형성돼야 할 것이다.
문제는 모든 시스템이 장기적이고 생산적인 투자보다는 금융자산 운용이나 단기 이윤에 치중해 있다.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 은행규제, 기업정책, 노동시 장, 연구개발지원 등 전 분야에 걸쳐 바꿔야 할 시스템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남현 기자 (nhkim@ermedia.net)
|Profile|1963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이래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3년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상, 2005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상을 최연소로 수상했다. 저서로는 《사다리 걷어차기》, 《개혁의 덫》, 《쾌도난마 한국 경제》, 《국가의 역할》,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등이 있다. |
출처 : 보험비교카페『나에게 맞는 보험을 쉽게 찾는 공간』
글쓴이 : 푸른늑대 원글보기
메모 :
'시사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펌글] 정태인-장하준 대담① 한국 경제의 미래를 논하다 (0) | 2008.09.04 |
---|---|
[스크랩]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교수 인터뷰 기사 (0) | 2008.09.04 |
[스크랩] 세계 경제 ‘불황의 파도’ 높진 않지만 오래 갈듯 (0) | 2008.09.04 |
[스크랩] 장하준 교수, “규제보다 경제활력이 더 중요” (0) | 2008.09.04 |
[스크랩] 강만수 (0) | 2008.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