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팬덤 문화연구 : 그 과제와 전망
정 재 철(동신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Ⅰ. 팬, 팬클럽, 팬덤 문화
한국 사회에서 팬덤(fandom) 문화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1980 년대 중반 이후 팬덤 문화를 형성하는 구체적인 팬 공동체로서 가요계 스타였던 조용필을 중심으로 팬클럽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었고, 1990년대에 국내 문화산업 시장의 구조변화와 함께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PC통신 모임을 중심으로 팬클럽의 수가 폭발적 증가를 보여 왔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 팬클럽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소속 기획사나 관련 매체에서도 파악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또한 팬클럽의 규모·운영방식도 다양해졌고, 팬덤의 대상 역시 연예계 스타들뿐만 아니라, 스포츠 스타들, 심지어 스타성 정치인들에게까지 확대되어 팬덤의 성격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팬덤(fandom)은 이제 한국 사회의 뚜렷한 대중문화(popular culture) 현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팬덤 그리고 팬덤 문화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선 팬덤의 어원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영어 ‘fan’과 ‘dom’의 합성어인 ‘fandom’에서의 ‘fan’이란 말은 ‘fanatic’의 줄임말로서, ‘fan’의 본래 뜻은 교회에 속해 있거나 헌신적인 봉사자나 열성가를 의미하는 라틴어 ‘fanaticus’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팬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지나치고 오도된 열정’을 지칭하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말로 사용되어 왔다. 특히 19세기 후반 이후에 스포츠가 대중적인 여가 활동으로 자리잡게 되고 대중매체가 발달하면서 스포츠가 ‘하는 스포츠’에서 ‘보는 스포츠’, 즉 ‘미디어 스포츠’로 바뀌게 되면서 미디어에서도 ‘팬’이란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팬’의 의미는 급속히 확장되어 스포츠나 상업적 오락에 대해 열성적인 사람들을 지칭하게 되었다(Jenkins, 1992, p. 12).
또한 ‘팬(fan)’이라는 명사와 ‘집합적 관념 또는 한 사회의 습성이나 기질 따위를 대개 경멸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접미어인 ‘덤(dom)’을 합성한 용어인 ‘팬덤(fandom)’은 좁게는 팬의식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포괄적으로는 팬이라는 현상과 팬으로서의 의식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김창남, 1998, pp. 199∼200).
이러한 팬덤은 팬 공동체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팬클럽의 활동으로 사회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사실상, 팬들은 자신의 우상인 스타에 대한 동일시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를 심리적으로 원하며, 이를 통해 스타에 대한 동일시의 감정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이 수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팬클럽(fan club)인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팬클럽이란 한 사회 내에서 대중가수나 스포츠 스타처럼 특별한 가치나 지위를 갖는 우상에 대해 그의 팬들이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직접적으로 지원하며, 존경하고 숭배하기 위해 팬들에 의해 조직적이고 자발적으로 형성된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장갑선, 2000, p. 23).
사실상, 팬이란 본격적인 팬 혹은 팬덤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전 까지만 해도, 20세기 근대성의 기능장애 징후로, 자율의 결핍으로, 또는 공동체의 부재와 불완전한 정체성으로 인해 위로를 받으려는 현대인으로 인상 지워졌고, 이에 따라 팬덤은 사회 병리적인 현상으로 인식되어 왔다. 실제로 이를 반영하듯, 외화
그러나 팬덤 문화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들은 국내외 연구들에서 팬덤 문화의 생산성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되고 있다. 사실상, 서태지 팬클럽의 ‘대중음악개혁을위한연대모임’과의 문화실천운동, 한국 국가대표팀의 서포터이자 팬클럽인 ‘붉은 악마’가 축구 응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축구 문화 개선을 위한 실천적 활동, 정치인 노무현의 팬클럽인 ‘노사모’의 팬클럽 활동 등의 사례들은 팬덤 문화 연구에 대한 전반적인 재평가 작업의 필요성을 시사해 주고 있다.
Ⅱ. 생산되는 스포츠 스타
팬덤의 본질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타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규명해 볼 필요가 있다. 스포츠 스타는 영화나 텔레비전, 대중가요의 스타와 마찬가지로 자신들만의 팬을 확보하며 팬덤현상을 낳게 되기 때문이다. 스타 현상에 대한 기존 연구는 접근하는 방법에 따라 사회학적 관점, 기호학점 관점 그리고 문화적 관점으로 나뉘어진다. 스타 현상은 스타가 나타나는 사회적인 조건과 경제적인 맥락에서 분석하는 사회학적 접근 방식(King, 1985; Levy, 1990), 스타는 여러 종류의 미디어 텍스트들 속에서 구성된다고 보는 기호학적 관점(Dyer, 1982), 그리고 스타는 다양한 문화적 관행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스타를 소비하는 수용자들에 주목하는 문화적인 접근 방식(Reeves, 1985)이 있다. 이러한 스타 연구에 대한 각개의 접근 방식은 나름대로의 장점은 지니고 있지만 한계 역시 노정시키고 있다. 즉, 사회학적인 관점은 자본주의적 요소에 의해 스타가 만들어지는 요소들이 맺고 있는 특징과 그들간의 관계에는 주목하지 못하며, 스타 연구의 기호학적 관점은 스타 이미지 분석의 중심을 텍스트에 두고 있어 스타가 생산되는 사회 경제적 맥락을 간과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문화적 분석은 스타가 다양한 문화적 관행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특정 스타 이미지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시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정혜경, 1996).
따라서, 이러한 접근 방식들의 부분적인 한계를 극복하면서 스타의 생산과정을 스타의 생산과 소비를 함께 연관짓는 스타 시스템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스타의 등장은 한마디로 쇼 비즈니스의 스타 시스템과 일맥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이후 스타들의 경제적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문화자본의 이윤 창출의 효율성을 꾀하기 위해 안정적인 자본을 투입하여 전문적, 과학적으로 스타를 생산하고 체계적으로 스타를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사실상 스타 시스템은 문화 산물의 상품적 성공을 위해 전략적으로 이용된, 문화산업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행위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김호석, 1999).
일반적으로 스타 현상은 세 가지 부문이 상호 중첩되어 관련 맺는 과정에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스타가 출연하는 주요 텍스트, 스타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하고 유통시키는 보조 미디어이다. 둘째는 스타를 기획,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작용이며, 셋째는, 대중들에 의한 스타의 소비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세 가지 부분 중 스타 시스템의 주축이 되는 것은 보조 미디어와 매니지먼트를 통해 스타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하고 유통시키는 과정이다. 매니지먼트는 스타를 만들어 내는 전반적인 기획, 관리 과정을 총괄하고 있으며, 주요 텍스트의 스타 이미지는 고립적으로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보조 미디어(신문, 방송, 잡지 등)들2)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완성된다(정혜경, 1996, pp. 21∼22).
이러한 스타 시스템에 의한 스타 관리는 할리우드의 영화 산업에서부터 전략적으로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연예계 전반에 걸쳐 폭넓게 적용되고 있고, 스포츠 스타들 역시 스타 시스템에 의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사실상, 스포츠 산업에서의 스타는 일종의 고정적인 수요자로 기능하는 팬을 가지면서 수요의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기제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스타는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스포츠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실상, 스포츠 스타는 다른 대중문화 영역의 스타와는 달리 타율이나 골 수, 3점 슛 등 정확히 양화된 실력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또한 스포츠의 드라마와 같은 역동성과 생동감은 국내 광고 시장에 박세리, 박찬호에 이어 이승엽, 김미현, 박지은, 안정환과 같은 스포츠 스타들에게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대의 광고 효과를 보장하게 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스포츠 스타가 각광받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축구선수들은 경기장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열렬한 숭배를 받는 현대의 글래디에터(검투사)들이다.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과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호나우두(브라질)는 힘과 우아함을 겸비한 새로운 남성미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다.” -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
“축구는 이제 종교다. 축구선수들은 젊은 세대의 패션에까지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나 역시 스타 플레이어들에게서 영감을 받는다.” - 영국 패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크리스찬 디올)(중앙일보 2002. 5. 31.)
스포츠 스타들의 광고 모델 진출이 크게 늘고 있다. 광고 모델 시장에서 연예인을 제치고 최고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왜 기업들이 스포츠 스타를 광고 모델로 선호할까? 스포츠가 마치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처럼 역동적이며 예측 불허의 생동감을 주는 ‘새로운 미디어’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속적인 보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체 노출 빈도가 극대화되는 점도 큰 장점이다. 스포츠 스타들의 뛰어난 경기력이 바로 상품의 품질로 연결돼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주고, 소비욕망을 부추기는 효과가 있다(한겨레 신문, 2000. 01. 17.).
실제로, 스포츠 스타는 스포츠 마케팅을 위해 각종 쇼에 출연하고 방송 출연도 상당히 활발하다. 예를 들어, 유남규, 심권호, 정유진 등은 오락 프로그램의 인기 있는 초대 손님들이다. 일본에서는 오락 프로그램 출연진의 90% 이상이 스포츠 스타라고 한다. 또한 연예인들과 함께 기획사에 소속돼 있는 스포츠 스타들의 수도 상당하다. 유남규의 소속사인 싸이더스의 스포츠 사업 부문에는 양궁의 오교문, 스케이팅의 김윤만, 야구의 정수근 등 10여 명의 선수들이 관리를 받고 있다(대한매일, 2001. 07. 24.). 이와 같은 방식으로 스포츠 스타는 스포츠 마케팅에 의해 대중의 판타지에 맞는 정체성이나 이미지로 포장되며, 스포츠 스타들 역시 다른 대중문화 영역의 스타들처럼 문화상품의 일부로 존재하며, 소비대중의 욕망과 동일시를 조장하면서 소비된다.
스포츠 스타는 하나의 기호로, 이미지로 소비된다. 마이클 조던의 환상적인 드리볼과 플라잉 하이 덩크슛을 보며 감탄해 마지않지만, 정작 그를 하나의 신화적인 환상으로 과잉되게 우상화하는 것은 농구장과 연결된 문화자본의 이데올로기를 통해서이다… 스포츠는 이러한 스타들을 통한 문화 자본의 주관적 약속에 의해 일상적으로 소비된다(이동연, 1998).
사실상, 특정 스포츠나 스포츠 스타의 팬들은 그들의 우상인 스타와 일체감과 동일시를 느끼며, 상호간 정서적인 공감대를 유지한다. 그 결과 앞서 지적했던 것처럼, 팬들은 경기장의 고정 관객이 되고, 스포츠 스타가 모델이 된 광고의 제품을 소비하고, 스포츠 스타의 캐릭터를 소비하기도 한다. 또한 스포츠가 갖고 있는 이데올로기 혹은 스포츠 스타가 갖고 있는 이데올로기에 호명당하는 주체로 노출되기도 한다(김종화, 1998; 이동연, 1998; Andrews, 2001).3) 이상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기본적으로 스포츠 스타는 스타 연예산업에 의해서 만들어지며 문화산업의 스타 시스템에 의해 제조된 상품으로서 스타 이미지는 끊임없이 관리되며 대중에 의해서 소비된다.
전반적으로 대중문화의 정점에는 반드시 스타가 존재한다. 스타를 통해 그리고 스타를 중심으로 대중문화는 그 자체적인 생산과 재생산의 과정을 반복해 나간다. 사실상 대중문화의 핵인 스타가 있어야 팬도, 팬덤 문화도 존재하고, 마찬가지로 팬이 있어야 스타도 존재할 수 있다. 대중문화의 스타들은 앞서 지적한 것처럼,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 대중의 욕구를 이미지로 체현하고 독점한다. 또한 대중의 스타로 떠오른 자신들의 캐릭터를 통해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가치를 높이면서4) 정치, 사회, 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팬덤 역시 후기 산업사회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대중문화 현상으로, 팬덤은 한 사회의 대중문화 공간 속에서 형성되며, 대중문화가 위치하고 있는 경제적 맥락은 팬덤 문화의 물질적 조건으로 존재하게 된다.
Ⅲ. 스포츠 팬들의 문화수용 과정: 소비인가 생산인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대중문화로서의 팬덤 현상은 일차적으로 스타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문화산업에 의해 스타를 매개로 하여 생산된다. 그러나 이차적으로는 팬들의 문화수용 과정에서 팬덤은 팬덤 자체의 생산성을 창출한다. 사실상, 팬들의 스타 수용에 대한 접근 방식은 크게는 팬들의 문화수용 과정을 소비에 무게를 두는 관점과 이와 반대로 생산에 관심을 두는 관점으로 나뉘어진다. 팬덤을 소비 행위로 규정하는 시각에서는 팬덤은 스타나 대중매체를 통한 대리 만족이나 소비 욕망의 분출구로 간주한다. 그러나 팬덤 문화의 생산성을 긍정하는 접근 방법은 팬덤이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스타를 기호로서 소비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소비 행위 이면에 드리워진 생산적 행위를 중요시한다.
문화연구의 맥락에서 볼 때, 팬덤의 생산성에 주목하는 시각은 이데올로기, 재현, 의미 작용에 관련된 문제의식 속에서 진행되어 온 전통적인 영국의 문화연구에서 일정 부분 벗어난다. 그리고 비결정된 해독, 파편화된 능동적인 주체, 다의적인 문화상품 개념을 받아들인 포스트모던 이론을 수용하여 포스트모던 문화연구의 맥락 속에서 팬덤 문화연구를 수행한다. 이렇게 볼 때, 팬덤 문화연구에 대한 이론적 틀의 유형은 크게 보아 하위문화론 그리고 브르디외(Bourdieu, 1985)의 문화자본(cultural capital) 개념과 아비투스(habitus) 이론에 기대고 있는 피스크(Fiske, 1992)의 팬덤 문화론과 그로스버그(Grossberg, 1992)의 정서적 감수성(affective sensibility)에 기초하는 팬덤 문화론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 있진 않지만, 대부분 국내 팬덤 연구(강진숙, 1998a; 황완덕, 1999; 장갑선, 2000; 이동연, 2002; 김현정ㆍ원용진, 2002 등) 역시 이러한 이론적 틀의 연장선상에서 팬덤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대체로 피스크(Fiske, 1989/1996)의 대중문화론에 입각한 팬덤에 대한 입장은 낙관적이고 긍정적이다. 피스크는 팬이 일반 대중문화의 수용자와 다른 점은 팬덤은 수용 주체의 능동적인 자발성과 열정에서 시작되며, 선호하는 특정한 대상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열광적인 애정 표시 등을 통해 자기의 취향을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선택적으로 추구하는 집단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수용자 집단과는 달리 팬들이란 단순히 문화 수용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무언가에 참여하고 생산하고자 하는 욕구를 하나의 조직적인 형태로 결집시킨다고 믿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피스크(1992)5)는 팬덤이란 현상을 문화가 지배를 관철하는 과정에서 대중이 유일하게 힘을 얻을 수 있는 창조 행위이자 욕망의 실현으로 인식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피스크는 팬덤이 문화자본6)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 첫번째 이유는 지배문화 관행에 팬덤이 변화를 가할 수 있고, 두 번째는 문화생산 자본에 영향을 미쳐 방향을 바꿀 수 있으며, 세 번째는 기존 지배문화의 상징적 권력, 즉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든다.7) 특히 문화산업이 주도하고 있는 현대 대중문화에서 대중의 참여가 나름대로 보장되고 있는 팬그룹의 형성은 대중문화의 적극적인 변용이나 저항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pp. 146∼147).
이와 함께, 피스크는 팬덤의 생산성을 기호학적 생산성(semiotic productivity), 언술행위적 생산성(enunciative productivity), 텍스트적 생산성(textual productivity)의 세 가지로 범주화시킨다. 첫번째, 기호학적 생산성이란 텍스트 수용의 순간에서 이루어지는 의미의 생산이다. 예를 들어, 마돈나의 노래와 춤에 담긴 ‘성 해방’의 기호에서 새로운 여성의 사회적 정체성을 실험하는 팬들처럼, 문화상품의 기호학적 자원들에서 사회적 정체성과 사회적 체험의 의미를 생산하는 것이다. 두 번째, 언술행위적 생산성이란 팬들의 옷입기, 전시 등을 통한 의미의 발화를 말하며, 팬클럽의 회원들이 스타에 대한 정보를 통신상에서 다른 회원에게 제공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팬들은 팬덤을 강화하고 타인들과 구별지으며 사회적 정체성을 획득한다. 세 번째, 텍스트적 생산성은 팬덤의 안과 밖을 구별짓고 ‘공식 문화자본’과 차별 짓기 위해 팬들 사이에 배포되는 텍스트를 생산한다. 이를 통해, 팬 공동체의 문화 성향의 체계, 즉 아비투스를 팬들 자신에게 자체적으로 체화시킨다. 이와 같이, 피스크는 팬 개인이나 집단들의 행위를 단순한 소비로 간주하지 않고 생산성에 주목함으로써 팬덤의 미시적 실천행위들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Fiske, 1992).
피스크와는 달리 그로스버그(1992)는 팬덤과 대중문화를 설명하는 틀로서 정서(affect)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그로스버그가 이러한 개념을 받아들인 이유는 이념적인 차원처럼 정서적인 공간 역시 집합적으로 투쟁의 가능성을 억제하거나 가능하게 하는 그 자신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로스버그는 팬덤 문화에 있어서도 팬덤의 정서적 감수성(affective sensibility)을 중요시한다. 그로스버그는 다양한 범주의 팬이 나타나는 이유는 팬들마다 다양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팬이 문화적인 텍스트와 관계를 맺는 것은 정서를 통해서라고 본다. 정서는 생활의 느낌(feeling)으로서, 그 느낌이란 문화적인 효과에 의해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정서가 대중의 삶 속에서 에너지(energy)를 분배해 주는 근본이 되며, 사회적으로 어떠한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중이 연대하며 집합적으로 투쟁할 수 있는 자원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이러한 에너지의 분배 방식을 그로스버그는 정서경제(affective economy)라고 부르고 있다.
이상과 같이 피스크와 그로스버그가 이론화한 팬덤 문화의 생산성은 국내의 다양한 팬클럽들에서도 역시 사회적 의미를 갖는 문화실천 행위로서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팬클럽들은 통신상의 채팅과 팬클럽의 모임들을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의견을 개진하며, 출판과 통신망을 통해 그 결과물을 유통시킨다. 프로축구 팬클럽의 경우, 프랑스 월드컵 이후 주로 PC통신 동호회 회원들로 구성된 프로축구의 팬클럽인 ‘오빠 동아리’와 서포터스(supporters) 클럽은 사이버 공간을 통해 각종 신문 잡지에 난 축구 기사를 검색해 비판하고 인터넷을 통해 얻은 축구 정보를 올리고 있다. 스포츠 스타 팬클럽인 ‘축구사랑 동국나라’를 분석한 장경갑(2000)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팬들은 첫째, 개인적 차원에서 스포츠 스타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지식을 획득하고 활용하며, 스타와 동일시한다. 둘째, 집합적 수용 현상으로서는 정보를 교환하고, 회원끼리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구별짓기를 시도한다. 즉, 팬 집단은 팬덤 대상을 공유하지 않는 외부와의 차별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 정회원용 티셔츠를 제작하여 정체성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한다(장갑선, 2000, pp. 49∼55). 또한 다음과 같이 사회적으로 관심을 확대하기도 한다
스포츠 스타 팬클럽인 ‘축구사랑 동국나라’ 회원들은 단순히 이동국이 좋다는 개인적인 취향에서 출발해 점차 한국 축구 전반으로 관심을 확대해 나간다. 팬들은 자신의 스타와 축구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축구선수와 팀에 관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축구 경기장을 알고 축구 정책에 대해서도 안다… 축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팬들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비판적인 팬이 되기도 하고, 축구 정책이나 방향을 제시하는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팬이 되어간다(장갑선, 2000, p. 70).
이러한 경우는 국가대표팀 팬클럽인 ‘붉은 악마’의 경우에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비록 1998년의 한국 축구 환경 속에서이긴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동연(1998)의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붉은 악마’의 진정한 목소리는 다른 데 있다. 그것은 대단히 문화적이며 정치적인 것이다. 그들이 진정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축구 문화에 관한 것이다. ‘붉은 악마’라는 이름은 전용 구장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한국 축구 문화 환경에 새로운 원기를 불어넣고, 졸속 행정과 연고주의가 관행처럼 굳어 버린데다가, 장단기 마스터 플랜과 스포츠 문화적인 마인드가 부재한 한국 축구의 관료주의적 시스템을 해체시켜 버릴 초강력 바이러스로 등장하기를 바란 것이다… 그것은 잘못된 시스템과 억압적인 환경에 억눌려 있던 대중들 본래의 자유를 위한 문화적 카타르시스의 복원이며… (이동연, 1998, p. 244)
이와 같이 팬클럽 회원들은 피스크가 개념화한 팬들의 ‘텍스트적 생산성’ 차원에서 좀더 나아가서, 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과 의사소통을 하고 이들 단체들에 대해 비판도 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면서 ‘12번째 축구선수’로 자임하며 일반 팬들의 프로축구 참여를 촉구한다. 이들 축구 팬클럽의 경우 팬들에게 있어서 팀이나 선수는 더 이상 우상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이들에게 팬과 선수와의 관계는 동등한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고, 이러한 차원에서 축구 팬클럽 회원들은 스스로를 응원단이 아니라 서포터스라고 말한다. 축구 팬클럽 팬덤 문화 속에서, 팬들은 선수나 팀에 자신들의 희망을 요구할 수 있고 선수나 팀도 팬클럽의 요구나 건의사항을 무시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이 팬클럽 회원들은 명실공히 축구 경기의 12번째 선수가 되어 선수와 동일시를 이루고, 동시에 회원끼리는 완전한 집단 정체성을 형성한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피스크가 이론화한 팬클럽의 생산성 개념이 한국 사회에서 단순한 생산성 개념 이상인 문화실천적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입증해 준다.
사실상, 한국 사회에서 극단적인 몇몇 팬클럽을 제외하고는, 팬덤은 단지 스타의 동작과 스타일만을 따라하던 수동적인 객체에서 벗어나 스타의 사회적 동반자이자 행동의 전위대로서 하나의 거대한 문화적 수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제 팬클럽들은 1990년대 초반 전형적이었던 소위 10대 ‘오빠 부대’의 가요계 스타 따라다니기에서 벗어나 건강한 대중문화 만들기의 주체로 발전하며, 문화실천적 차원에서 활동하는 현상은 이제 축구 팬클럽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팬덤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5월 해체한 인기 그룹 젝스키스 팬들은 팬클럽이 해체된 후에도 팬클럽 회원들이 음악을 작사, 작곡, 연주는 물론 제작비까지 도맡아 전체 4곡이 담긴 음반을 만들어 회원끼리 공유했다. 또한 ‘서태지와 아이들’ 팬클럽은 이 그룹이 해체된 뒤에도 활동을 계속하며 음반 사전심의제 폐지에 기여했고, ‘문화 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와 연계해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8) 이에 더 나아가서, 정치인 팬클럽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0, 30대들이 인터넷을 통해 결집해서 정치인에 대한 팬클럽을 만들고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 실천운동을 벌이며 새로운 정치 문화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팬클럽들이 단순히 스타의 취향과 기호들을 선호하여 스타들을 소비하는 집단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타들이 만든 스타일과 취향들을 자신들의 선택과 기호에 맞게 재가공하면서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아비투스를 생산하며 독자적인 문화형식을 창출해 내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오늘날 팬덤 문화연구에 있어서 두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그 첫번째는, 이동연(2002)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팬덤 내부에 다양한 차이가 있고 인기 가수들의 팬클럽들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팬클럽들간에 적대관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팬덤의 자생적인 문화실천은 팬덤 문화의 선택적 연대를 가능케 하는 조건들을 마련해 준다. 또한 팬덤 조직들은 인원 조직력이나 결속력에 있어 상당한 운동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팬덤은 이제 대중문화를 움직이는 하나의 커다란 동력으로서 새로운 형태의 문화운동, 문화소비자 운동으로 이행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p. 185).
두 번째는, 일반적으로 팬덤이라는 현상이 사회의 주변적이고 힘없는 집단에게서 주로 나타나며, 성인보다는 청소년층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상류층보다는 중하류층에서 좀더 일반적이고 또 열광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축구 팬덤이나 인기 가수 팬덤의 경향성에서도 드러나는 것처럼, 오늘날의 많은 팬덤 현상이 하위문화론에서 파악하는 기존의 종속적 구조에 기인하는 저항성을 넘어서서 즐기기나 쾌락이 포함되는 문화적 실천으로 연구될 수 있는 특징들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로스버그의 문제틀을 받아들이면서 김현정과 원용진(2002, p. 258)9)이 서태지 팬클럽의 사례를 분석하면서 지적한 것처럼, ‘팬덤은 팬덤 내부의 허구적인 이데올로기나 외부의 사회구조에 의해 일방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자생적인 물질적 과정 속에서 형성되며, 외부의 구조에 의해 조작되기보다는 스스로 자신들의 행동과 선택을 결정’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축구 팬덤의 경우를 살펴보면, 팬들은 사회 구조적으로 형성된 이데올로기적 영향력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정서적 호감도에 의해 특정 팀이나 선수들을 팬덤 대상으로 선택하고 응원하면서 집단적 쾌락과 흥분을 즐긴다. 그리고 자기 팀 또는 선수의 행위에 자신의 의지와 감정을 투영시킨다. 축구 스타들이 경기장에서 연출하는 발리 슛과 오버 헤드 킥과 같은 절묘한 기술에 환호하며 팬들은 원초적 감정을 드러내고, 격렬하고 집합적인 응원을 통해 팬들 자신은 집단적인 정서적 연대를 구축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로스버그나 김현정과 원용진이 제안한 정서(affect)나 감수성(sensibility) 그리고 즐거움(pleasure)의 개념 등은 국내 상이한 팬덤 문화의 정치성을 보다 폭넓은 방식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 유용한 이론적 틀로 보여진다.
사실상, 팬덤은 스타를 옹호하고 집착하는 과정에서 팬들의 극단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이 나올 수도 있고, 다른 한편 문화실천가로서 여론을 형성할 수도 있는 이중성을 지닌다(이동연, 2002, pp. 186∼187). 또한 팬덤은 스타 시스템과 같은 강력한 상업문화 체제의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에, 팬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는 상당 부분 문화산업의 경제논리에 포섭되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팬들의 문화 수용은, 김창남(1998)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본질적으로 스타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문화산업의 자본 논리와 팬들의 적극적인 정체성 욕구가 만나 일정한 형태로 타협을 이루어 낸 문화형식이라 할 수 있다(pp. 203∼204).
이와 같은 맥락에서, 스포츠 팬덤 문화의 문화적인 분석 차원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들이 생산되고 비교적 자율적으로 소비되며, 그들 자신의 실질적인 활동 속에 통합됨으로써 삶의 경험 속에서 상품/형식을 재창출하는 것처럼, 팬덤 문화의 문화적인 활동도 문화 생산물들의 생산·유통·소비의 순환과정에서 연구될 필요가 있다(Johnson, 1996, p. 84).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첫째, 다양한 유형의 팬덤이 생산되는 사회적·이념적·경제적 조건과 문화적 생산 과정에 대한 연구, 둘째, 또한 기호체계로서의 스타 이데올로기에 대한 분석, 즉 텍스트화(textualization)된 기호로서의 스포츠와 스포츠 스타의 의미작용 분석, 셋째, 팬덤의 스포츠 스타 읽기(reading)와 팬덤의 구체적인 삶의 문화(lived culture) 속에 스타의 취향과 기호들이 전유되고 문화실천이 이루어지는 과정 역시 팬덤 문화연구가 병행해서 규명해야 할 연구 영역으로 남아 있다.
1) 사실상, 그 동안 한국사회에서도 청소년을 주축으로 하는 팬덤 현상이 자주 사회문제로 언론에 부각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 인기 가수 사이트에는 서로 다른 팬 클럽 회원끼리 온라인 상에서 그야말로 막말의 설전이 오가고, 온라인 밖인 현실사회에서 조차 일부 팬들이 경쟁 가수를 따르는 상대편 팬클럽 회원에게 테러와 독극물이 든 우편까지 우송해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다.
2) 현대의 스포츠는 미디어 스포츠로서 스포츠와 미디어는 공생적인 관계에 있다. 대중매체는 시청률 확보를 위해 특정 선수를 중심으로 스포츠를 보도한다. 대중매체는 광고와 프로그램 컨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하며, 스포츠는 중계권료 확보를 위해 대중매체를 필요로 한다. 또한 대중매체를 이용한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스포츠 스타는 스포츠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된다(장갑선, 2000, 1쪽). 이와 같이 스포츠와 미디어가 결합하면서 스포츠는 단순한 체육 행위를 벗어나 다양한 문화 경제적인 요인들과 결합하는 문화 소비재적 특성을 갖게된다.
3) 한 예로서 앤드류(Andrews, 2001, p. 44)는 미국의 농구 스타 조던이 포스트 레이건 시대의 미국이라는 맥락에서 특정 유형의 '강인한 남성적 신체'로서 보수적인 가정의 가치를 선전하고 신우익의 의제를 전파하는데 기여해 왔다고 분석한다. 또한 이동연(1998, 195쪽)은 스포츠가 민족의 대리물로, 자본의 상품으로, 이미지의 기표로 전환되면서 스포츠가 스포츠 밖에서 자신의 지배 효과를 생산한다고 지적한다.
4) 미국의 경우는 스포츠 스타 한사람과 그 캐릭터 하나의 값이 거대 기업 몇 개를 합친 것 보다 많을 정도로 스포츠 마케팅 및 캐릭터 사업이 발달되어 있다. 미국 프로골퍼인 스포츠 스타 타이거 우즈의 경우 2000년을 기준으로 지난해 우승 상금액은 700만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우즈의 진짜 수입원은 스폰서 계약과 광고출연이다. 우즈와 스폰서 계약을 한 나이키는 지난해 우즈가 5년간 모자, 골프화, 의류 등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9천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또한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뷰익의 경우, 지난해 우즈의 캐디 백에 자사 로고를 부착하는 조건으로 향후 5년간 2천 5백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국민일보, 2000-02-10).
5) 피스크(Fiske, 1989/1996)는 팬덤이란 산업사회의 대중문화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팬덤은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대량 분배된 오락의 레퍼토리 가운데에서 특정 연기자(연주나)나 서사체 혹은 장르를 선택하여 자신들의 문화 속에 수용하는 현상을 보인다... 팬덤은 지배적인 가치 체계에서 멸시받는 문화 형태들, 즉 팝 음악, 로맨스 소설, 만화, 헐리우드의 대중스타들(운동 선수의 경우에는 특히 남성들에게 호응을 얻는다는 점이 예외적이다)에 주로 연결된다. 그래서 팬덤은 종속적인 사람들의 문화 취향과 연관이 있다"고 본다(187쪽).
6) 팬덤문화는 대량의 소비구매 욕구를 가진 팬덤 주체들에 의해 '공식적인 문화자본'의 형태로 존재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팬들은 스타가 각인된 문화상품을 소유함으로써 스타를 매개로 한 상징적 자산의 힘을 행사함으로써 '상징적인 문화자본'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스포츠 스타에 대한 팬덤문화는 스포츠 스타가 나오는 경기장에 대규모로 몰려가 관중석을 메우고 기업은 기업대로 스타들을 모델로 하여 필사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 상징적인 문화자본의 형태는 월드컵 스타들의 패션이 우상화되면서 그들이 하면 유행이 되는 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7) 피스크(1992)는 팬들이 텍스트를 선택하고, 텍스트에 접근하는 방식과 해석의 형태는 지배문화와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지배문화에 의해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이라고 치부되는 팬덤에는 새로운 문화 즐기기의 양식이 있다는 것이다. 팬들은 자신을 일반 수용자가 아닌 팬으로 규정하는 과정에서 팬덤의 대상을 여러번 반복해서 보고 상세히 관찰하는 행위를 통해 점차 이야기 구성방식을 자신들의 통제하에 두며 팬 공동체의 선호된 해석을 실천하게 된다는 것이다.
8) 또한 작년에는 서태지 팬클럽 회원들이 주축이 된 '대중음악 바꾸기 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장소가 변경된 god 콘서트를 문제 삼으며 가수에 대한 사랑을 한단계 발전시켜 대중음악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성숙한 팬덤문화를 지향하고 있다(문화일보, 2001-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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