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삶과 죽음/회화의 세계

[스크랩]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_기획특별전 리히텐슈타인박물관 명품전 전시리뷰 [2015 블로그기자 김혜지]

ddolappa 2016. 8. 30. 00:06



<기획특별전 리히텐슈타인박물관 명품전 전시리뷰>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



2015.12.12 - 2016.04.10 (17주간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2015년 12월 12일부터 2016년 4월 10일까지 기획특별전의 일환으로 <리히텐슈타인박물관명품전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전시를 개최합니다이번 전시는 대표적인 루벤스 컬렉션이자 유럽 최고의 왕립박물관 중 하나인 리히텐슈타인박물관 소장품 약 120여점을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전시입니다.

 


[사진1.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 관장과 요한 크라프트너 리히텐슈타인 왕실컬렉션 관장]

 

 이번 전시는 리히텐슈타인이 소장하고 있는 유럽의 최고 미술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특히 바두츠-빈 리히텐슈타인 왕실컬렉션 관장인 요한 크라프트너가 오래전부터 한국에 와서 머물면서 이번 전시의 작품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배치하고 관리했다고 합니다유럽의 학예사의 정성과 손길이 닿은 이번 전시에서 유럽미술의 발전과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전시입니다.


[사진2. 회화성모와 아기 예수, 1650년경파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1617-1682)

/조각 성모마리아 흉상, 1670년경도메니코 귀디(1625-1701)]

 

 회화와 조각을 함께 비교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저는 불교조각을 공부하면서도 그 기원을 회화에서 찾는 공부를 종종 하기도 했는데 사실 서양미술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서양예술에서는 대다수가 회화컬렉션과 조각컬렉션을 분리해서 배우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흥미롭게 보았던 것은 바로 이 성모마리아상 입니다회화와 조각 모두 17C 중후기의 작품으로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었습니다때문에 당시 회화와 조각에서 추구하던 성모마리아의 모습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당시 사실적으로 모습을 그리려던 예술계의 분위기에서 두 작품 모두 굉장히 사실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리히텐슈타인 박물관의 관장님께서 작품 하나하나 배치하는데 있어 굉장히 신경을 썼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러한 배치도 그러한 과정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진3. unknown,Interior of a shop dealing in Chinese export goods템페라, 1680-1700, V&A 소장출처 google]


[사진4. 수집가의 갤러리, 1640년경코르넬리스 더발리외르 1(1607-1671)]


 17세기 유럽은 활발한 해상무역과 부의 증가로 귀족들은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지위가 높은 귀족층이나 부유한 상인계층은 자신들의 흥미에 따라 각종 진귀한 물건과 예술품으로 방을 채우게 됩니다이는 서양의 회화나 조각작품도 마찬가지 입니다방의 벽면을 꽉 채우고 로비에도 예술품을 배치하는데 이는 오늘날 박물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쿤스트 캄머'입니다.


[사진5. 쿤스트캄머 형식으로 꾸며진 전시장 내부]

 

 이번 전시는 곳곳에 재미있는 요소가 많습니다이 전시실은 쿤스트캄머 형식으로 꾸민 곳이라 합니다. 17세기 유럽의 부호층이 배열했던 것처럼 전시장을 꾸몄습니다벽지와 카페트를 통해 마치 편안한 방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듭니다벽면에는 각종 회화작품과 도자기책상캐비넷이 놓여있고 카페트에는 마치 유럽의 어떠한 가문의 문양을 보는 것 같은 장식이 있습니다.


[사진6. 해설을 맡은 백승미 학예연구사]


 전시를 보는 내내 풍부한 설명과 해설을 해주신 백승미 학예연구사님 입니다특히 이 방에 대해서 굉장히 흥미롭게 이야기 해주셨고 더불어 캐비넷에 대해서도 당시 유럽의 유행코드와 함께 설명을 해주셨습니다캐비넷에는 각종 회화장식이 되어 있고 또한 여기 저기 작은 물건을 숨길 수 있는 숨은 공간이 있다고 합니다.


[사진7. 변경 가능한 사무용 책상, 1780/1795년경다비트 뢴트겐]


 17-18C 유럽사회는 각종 철학과 지식이 발달하던 시기입니다궁정에서는 책상을 많이 사용하였는데 위의 사무용 책상은 18C에 제작된 것입니다특히 다비트 뢴트겐의 작품을 가장 좋아했던 것은 러시아의 예술을 부흥시킨 예카트리나 여제였습니다그녀의 유명한 예술사랑과 전폭적인 지지로 유럽 사회에서 다비트 뢴트겐의 책상이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사진8. 랑발 공작부인마리 테레즈의 초상, 1788]


 책상의 바로 위에는 마리 테레즈의 초상이 있습니다그녀는 책상 앞에 앉아있는 모습입니다의자와 발 받침대가 함께 있어 그녀가 편안 자세로 앉을 수 있도록 해 두었습니다또한 책상위에 각종 물건들을 통해 그녀가 이러한 책상을 실제로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이번 전시에서는 이렇게 곳곳에 실물과 회화작품을 함께 배치해서 상상하는 즐거움을 더욱 극대화 시키고 있습니다박물관학을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유익한 전시입니다.

 

[사진9. 역대 리히텐슈타인 대공 초상화]


 1부가 끝나는 길목에는 리히텐슈타인 역대 대공의 초상화가 있습니다또한 전대 대공인 프란츠 요제프 2세와 현 대공인 한스 아담 2세 내외의 사진도 함께 있어 왕실박물관의 성격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초상화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저번 전시였던 '폴란드천년의 예술'에서도 초상화에 가문의 문장을 함께 그리는데 리히텐슈타인 또한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서양미술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몇차례 반복되었지만 매번 다른 국가와 박물관이기에 이러한 초상화의 형태나 구도를 비교하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일인 듯 싶습니다.


[사진10. 리히텐슈타인 도시 지도]

 

 1부에서 2부로 넘어가는 부분에 있는 리히텐슈타인 지도입니다그림 옆에는 주소가 함께 있는데 현재도 구글에 주소를 치면 실제 장소가 나온다고 하네요그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품고 그 역사를 유지하고 지켜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11. 전시 2 초입부]


[사진12. 클라라 세레나 루벤스의 초상, 1616페터르 파울 루벤스목판 위 캔버스에 유채]

 

 2부에서는 루벤스의 작품과 그의 영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전시 초입부에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은 '클라라 세레나 루벤스의 초상'입니다이번 전시의 포스터로도 쓰인 작품입니다이 작품은 루벤스가 개인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사랑하던 어린 딸의 모습입니다어린 소녀의 천진난만한 얼굴 표정그리고 발갛게 달아오른 볼마치 아기 천사의 얼굴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가 그토록 사랑하던 클라라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 작품은 루벤스가 개인적으로 그린 것이기에 캔버스의 상태나물감의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 합니다때문에 보존처리에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고 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한국 전시에서 볼 수 있어 무척 좋은 기회라 생각합니다.


[사진13.루벤스의 제자들이 그린 작품이 있는 전시실]


 루벤스는 루벤스 본인이 활동한 작품도 있었지만 그가 초안을 짜고 제자들이 그림을 그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그래서일까요특정 분야에서는 그의 제자 중에는 후대에 그보다 더 뛰어나다고 하는 제자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사진14. 안토니 반다이크(1599-1641)가 그린 초상화]


[사진15. 젊은 남자의 초상, 1620, 안토니 반다이크]


 안토니 반다이크는 루벤스의 제자로 초상화에 능했던 인물입니다특히 그의 초상화는 인물을 눈에 띄게 하고 더불어 청렴하게 느끼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이러한 그의 재능은 주로 영국쪽에서 환호했던 것으로 보입니다후에 영국 귀족들에게 초청되어 초상화 작업을 할 정도로 이름을 떨쳤던 안토니 반다이크의 작품 여섯점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사진16. 바다의 선물, 1640/1650, 야코프 요르단스 &프란스 스네이데르스]

 

 이 작품은 야코프 요르단스와 프란스 스네이데르스가 함께 작업한 작품입니다인물들의 생동감 넘치는 표현과 대조적으로 그들이 잡은 물고기는 모두 죽어 있는 상태입니다이는 17세기 활발한 수산업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합니다이렇게 개인 작업이 아닌 두 제자가 작업을 나누어 하기도 했습니다.


[사진17. 어른이 노래하면 아이는 파이프를 분다, 1644야코프 요르단스]

 

[사진18. 사진17 확대장면]

 

 야코프 요르단스는 루벤스의 또다른 제자로 그는 주로 이러한 생활풍속에 능통했던 것으로 보입니다대다수 그의 작품을 보게 되면 인물의 얼굴이 발갛게 홍조가 올라와 있습니다이는 루벤스의 영향이 있었을 것입니다그리고 인물의 표정을 익살스럽게 나타내기도 하고 사실적으로도 표현하여 당시 회화 세계가 추구하던 부분과도 어느정도 일치하는 경향이 보입니다.


[사진19. 루벤스가 그린신화의 내용을 담은 회화가 있는 전시실]


[사진20. 아기 에리크토니오스의 발견, 1616피터르 파울 루벤스]


[사진21. 죄악과 죽음에 승리한 그리스도, 1615/1622, 피터르 파울 루벤스]

 루벤스는 주로 대작을 많이 그렸는데 그 주제는 신화가 주를 이루었습니다이러한 그의 그림 주제와 화풍그의 실력은 당시 절대왕정으로 나아가던 유럽의 상황과 맞물리게 됩니다유럽의 군주들은 이러한 루벤스의 그림에 환호하였고 그의 작품을 전폭적으로 후원하였습니다그의 그림은 후대에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며 그가 다루었던 소재들 또한 꾸준히 사랑받게 됩니다.


[사진22.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키우스 무스(1630), 릭토르들을 보내는 데키우스 무스(1640), 태피스트리피터르 파울 루벤스]

 

 루벤스는 다재다능한 인물이었습니다. 6개 국어를 할 줄 아는 외교관이었고그림을 그리는 화가였으며심지어 태피스트리도 가능했다고 합니다그의 외가가 대대로 태피스트리를 제작하던 집안으로 루벤스는 어린 시절부터 태피스트리와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전시장의 한켠에 걸린 두 태피스트리는 데키우스 무스를 소재로 한 6개 연작 중 2개의 작품입니다실제로 루벤스가 제작한 것은 아니지만초안부터 기획 전반을 루벤스가 직접 지시했다고 합니다.


[사진23. 17세기 네덜란드 회화 전시실]


[사진24. 산이 있는 풍경, 1620년경요스 더몸퍼르]


 루벤스의 대작을 살펴보게 된 이후에는 다소 잔잔한 작품들을 만나게 됩니다바로 17세기 네덜란드 작품들입니다이 시기 유럽의 회화는 이탈리아와 같은 남부 유럽이 아닌 네덜란드와 같은 북부 유럽이 중심이 됩니다특히 사실적인 정물화나 풍경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또한 왕정이 소유하던 큰 그림이 아닌부유한 상인층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자 하는 작품들의 선호도가 급상승합니다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 시기에는 작은 회화 작품이 많이 등장하게 됩니다.


[사진25. 브뤼헐 집안의 작품을 전시한 전시실] 


 플랑드르의 거증 피터르 브뤼헐 1세를 시작으로 그의 아들인 피터르 브뤼헐 2얀 브뤼헐 1이후 얀 브뤼헐 2세로 이어지는 브뤼헐 가문은 대를 이어 수많은 화가를 배출한 플랑들의 대표적인 예술 가문으로 그들만의 독특한 풍경화와 풍속화를 그리게 됩니다.


[사진26. 죽음의 승리, 1620년경얀 브뤼헐 2]


[사진27. 사진26 확대장면]


 해골은 중세 이후부터 중요한 소재로써 회화에 많이 등장하게 됩니다. 14세기부터 전염병과 콜레라가 창궐하면서 해골은 죽음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소재입니다때문에 해골의 등장은 작품을 전체적으로 어둡게 하는 경우가 만흡니다그런데 얀 브뤼헬의 작품에 등장하는 해골은 무척이나 생동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그에 반해 산자의 표정은 두려움과 공포로 질려 있는 모습입니다브뤼헬 가문 특유의 회화 작품인 듯 싶습니다.


[사진28. 사랑의 정원, 1632/1634, 피터르 파울 루벤스]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는 루벤스가 남긴 판화작품이 있습니다이 작품의 주제는 앙투안 와토를 포함한 후세 예술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이 작품은 1666년 스페인 펠리페 4세의 재산 품목에 등록된 것으로 보아 펠리페 4세가 루벤스로부터 구입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53세였던 루벤스는 안트베르펜 상인의 딸 헬레나 푸르망과 재혼하게 되는데 그녀의 나이는 겨우 16살이었다고 합니다이 작품은 1632년에 완성하게 되는데 당시 결혼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았고 루벤스는 그녀를 무척이나 사랑했다고 합니다헬레나는 결혼 이후 루벤스의 작품에 종종 등장하며 그림의 구석에는 루벤스의 얼굴도 등장한다고 합니다.


[사진29. 1620년 편지내용]

 

 루벤스가 주고받은 편지의 수는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이번 전시에서는 그중 몇몇 편지를 추려서 시기에 따라 편지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저는 루벤스의 생애를 살펴보다가 그의 나이 43살에 쓴 편지의 구절이 무척이나 와 닿았습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무척이나 잘 알았고 이를 가장 적합하게 사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이러한 그의 생각과 안목은 이후 그가 제자들을 길러냈고그러한 그의 생각과 재능은 이후 유럽의 예술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뮤지컬의 여왕, '옥주현'씨가 전시 해설사로 오디오 가이드 녹음작업에 참여했다고 합니다이번 겨울리히텐슈타인 박물관에서 엄선한 120여점의 작품들과 17C를 대표하는 화가루벤스의 작품을 감상하고더불어 풍부한 감성이 느껴지는 옥주현씨의 목소리를 통해 차가운 겨울을 조금은 즐겁게 보내보는 건 어떠할까요.



글, 사진. 2015 블로그기자단 김혜지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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