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7> 자아를 찾아 떠난 무한도전의 인도 여행

ddolappa 2008. 2. 24. 09:26
LONG 글의 나머지 부분을 쓰시면 됩니다. ARTICLE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7> 자아를 찾아서 떠난 무한도전의 인도여행

 

 


무한도전의 다큐멘타리 찍기

 

 


김태호 PD는 지난 1월 인도로 촬영을 떠나기 직전에 한 인터뷰에서 <인도 특집>은 무한도전의 역사상 가장 심오한 주제인 "나란 무엇인가"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군 입대를 앞둔 하하가 무한도전 멤버들과 마지막으로 하는 이번 촬영(그의 실제적인 마지막 촬영은 "게릴라 콘서트"이지만)에서 하하가 무한도전에 처음으로 영입되어서 갈등을 겪으며 적응해나가는 과정을 압축해서 보여줄 예정이라는 계획도 언급했다.

 

 


내가 김태호 PD의 인터뷰 내용을 먼저 주지시키고 있는 까닭은 그 안에 이번 에피소드를 이해할 수 있는 핵심적인 실마리들이 암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에 내가 궁금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자아에 대한 성찰이라는 철학적 주제와 하하의 무한도전 적응기가 어떻게 한 에피소드 속에서 자연스럽게 융합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나는 <인도 특집>을 시청하면서 김태호 PD의 역량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그가 버라이어티 쇼에 다큐멘타리 형식을 차용하면서 앞에서 제기된 나의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 특집>은 하하가 나레이션을 담당하고 휴먼 다큐멘타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6mm 카메라를 사용하여 흡사 교양 다큐멘타리를 시청하고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런데 버라이어티 쇼에서는 드물게 사용되는 이러한 기법은 하하의 시점(Point of view)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의 행동과 그들이 벌이는 사건들을 조망하도록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하하 자신의 내적 성찰과 무한도전의 자기 반성을 연결시키고 있다. 그리고 무한도전 멤버들이 인도라는 낯선 나라에 도착해 부딪치게 되는 여러가지 어려운 난관들이 하하가 무한도전에 동료로 받아들여졌던 초창기에 겪어야 했던 여러 가지 갈등들과 오버랩되면서 자아 성찰이라는 무한도전의 주제와 하하의 무한도전 적응기가 서로 충돌없이 결합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무한도전이 이러한 형식을 통해 과연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가 하는 점이 될 것이다.

 

 


하하의 목소리

 

 


이번 에피소드는 하하가 2년 전 초겨울 무한도전 측의 섭외연락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되고 있다. 정확히 말해 하하는 2005년 12월 24일에 방영된 <크리스마스 특집> 편에서 무한도전의 멤버로 합류하게 된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무한도전이 이렇게 장수하는 프로그램이 될 지는 예상조차 할 수 없었고, 시청율 30%를 넘나드는 인기 프로그램이 될 지는 더더욱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단계였다. 마치 하하 자신이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무한도전 멤버들과 지금과 같은 한 가족이 될 지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 지점에서 하하가 무한도전에 들어와 적응하는 과정은 무한도전이 지금의 무한도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과 겹치게 된다. 그러니까 다큐멘타리 형식으로 촬영된 <인도 특집>은 하하 개인에게는 자신의 성장 과정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이겠지만, 무한도전이란 프로그램의 입장에서는 무한도전이 무모한 도전, 무리한 도전, 퀴즈의 달인을 거쳐 지금의 무한도전에 이르기까지의 발전 과정을 성찰하는 메타-이야기이다.

 


 

이번 에피소드가 무한도전의 "메타-이야기"인 까닭은 무한도전이 무한도전 자체를 반성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한도전의 인도 여행기 안에는 초창기 하하의 유행어나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 무한도전이 이미 보여주었던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들은 인기를 얻었던 아이템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한도전의 성찰적이고 자기 반영적 계기들을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인도 특집>은 <로망스 드라마 특집>, <이산 특집> 등에서 보여준 형식 실험을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 자체를 성찰하는 형식으로 재가공하고 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2"를 참조할 것)

 

 


우선 이번 에피소드를 하하의 자서전적 이야기로 해석해보도록 하자. 인도 특집은 하하가 무한도전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또한 "야 좀 그러지 좀 말자", "놓치고 싶지 않아", "내 잘 생긴 얼굴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와 같은 초기 하하의 캐릭터와 유행어들이 자막과 나레이션을 통해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이번 에피소드는 온전히 하하에게 헌정된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러나 김태호 PD의 배려 덕택에 하하가 나레이션을 맡은 데에는 또 다른 까닭이 숨겨져 있다. 그 이유는 하하가 자신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멤버들 하나하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장면들에서 그 의도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즉 하하의 나레이션은 무한도전의 인도 모험기를 하하의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허락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실제로 표현되고 있는 것은 무한도전 멤버들에 대한 하하의 사랑과 고마움이다.

 

 


이런 점에서 전편인 <게릴라 콘서트>가 하하에 대한 무한도전 멤버들의 사랑의 표현이었다면, 이번 에피소드는 멤버들에 대한 하하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비록 그의 관점에서 유재석은 "비위에 안 맞았더라도 방송을 위해서는 아무렇지 않게 먹었을 형"이자 멤버들의 심리 상태에 대해서 박사논문이라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노홍철은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고 복수를 할 만큼 영리하지만 그런 사실을 감추고 있는 응큼한 사기꾼이자 "예능계의 모차르트"로 표현되고 있지만 말이다.

 

 


나를 발견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

 

 


인생은 흔히 여행에 비유되곤 한다. 그 길이 어디에서 시작해서 또 언제 끝날 지 아무도 모른 채 우리는 길 위에서 태어나 다시 길 위에서 죽어야 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길을 걷고 있을 때만 살아 있는 존재들이고, 역으로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 역시 우리가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여행 혹은 모험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자체가 될 수 있으며, 우리의 자아 역시 고정된 어떤 것이 아니라 그 길 위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어떤 것일 것이다.

 

 


나는 바로 이런 점에서 "여행"이라는 동일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1박2일>에서 느낄 수 없는 무한도전만의 성숙함이 <인도 특집>에서 잘 나타나 있다고 본다. <1박2일>은 여행이란 모티브를 통해 현실을 낭만화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잃어버린 유년의 추억을 되살려 주고 있고, 또 그런 점에서 <1박2일>만이 지닌 버라이어티 쇼로서의 매력이 발산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경쾌한 즐거움을 위해 거세된 현실의 무게는 서른을 훌쩍 넘긴 은지원이 "은초딩"으로 불려야 할 만큼 프로그램을 유아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건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연예 오락 프로그램의 한 특징이기 때문에 <1박2일> 탓만 할 게 못 된다.

 

 


이에 반해 무한도전의 인도 여행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에 걸맞게 삶의 무거움을 여과없이 전달하고 있다. 여느 버라이어티 쇼와는 달리 화려한 델리 시내의 어두운 밤골목으로 찾아드는 무한도전 팀의 모습은 출연자가 납량특집이냐고 투정을 부릴 만큼 으슥한 인도의 뒷골목 풍경들과 그 곳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민중들의 모습을 그대로 화면에 담고 있다. 또한 샤워 시설조차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못한 허름한 여인숙이나 침낭에서 자야 할 만큼 더러운 침대, 그리고 세수조차 못해 기름으로 번들거리는 멤버들의 얼굴이나 그 위에 돋아난 까칠한 수염과 며칠동안 감기 못해 떡진 머리 등은 여행의 낭만을 전달하고 있다기 보다는 차라리 인생의 신산함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그와 같은 환경 속에서 유머와 재치를 잃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는데, 그 웃음은 비록 시청자들을 크게 소리내어 웃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가볍게 허허거리며 웃을 수는 있게 한다. 나는 바로 그 웃음소리에서 힘들지만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서 있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무한도전의 성숙함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웃음이야말로 그 동안 우리 코미디가 망각해왔던 어떤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나라 코미디가 시대를 좀 더 반영했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갈수록 시사 풍자 코미디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요. 단순히 버라이어티로 웃기고 말죠. 일본은 시사적인 코미디가 많아요. 정치, 경제, 사회 등 이슈를 가지고 웃기죠. 그런 프로그램 DVD가 엄청나게 많이 팔리기도 했어요. ‘우하하하’ 박장대소는 아니겠지만 ‘허허’ 그러면서 우리사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그런 코미디가 필요하죠.”(조혜련의 한 인터뷰 기사 중에서)

 

 


일본의 코미디와 한국의 코미디는 다룰 수 있는 소재나 표현방식 등 여러가지 면에서 서로 구분되지만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코미디가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웃음 뒤에 담긴 냉철한 현실인식과 통찰력은 웃음이라는 살을 지탱하고 있는 근육과 뼈이다. 조혜련의 말처럼 박장대소할 수는 없지만 웃음을 통해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진중한 코미디가 우리에게 부재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의 인도 여행기는 유재석의 말처럼 인생이란 무엇인가, 웃음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무한도전이 가야할 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모색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무한도전이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고 진흙탕 속에서 몸을 딩굴려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었다면, 그들은 이제 이 땅의 현실로 시선을 돌려서 몸을 낮추고 그 곳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가능성을 인도를 여행하는 무한도전의 접근방식이나 기획 의도에서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무한도전이 앞으로 제시하게 될 색다른 재미와 웃음을 시청자들이 여전히 즐겁게 받아들이게 될 지는 미지수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누구인가에서 우리는 누구인가로

 

 


<인도 특집>편은 다큐멘타리 형식이 사용되고 있다는 형식적 특성 외에 자기 반영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무한도전의 이러한 자기 성찰적 계기는 반복과 차이의 원리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우선 인도 특집은 <뉴질랜드 특집>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는 인트로에서 하하가 등을 돌리고 설산을 떠나는 장면이 삽입된 것이나 "일찍 일어나길 바래"를 다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뉴질랜드 여행이 중요한 반복대상이 되고 있는 까닭은 그 여행이 하하와 함께 했던 첫 해외촬영이었기 때문이다. 인도 여행이 하하와 하는 마지막 해외촬영이라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뉴질랜드 여행을 참조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인도 특집에서 하하가 얼굴에 손에 묻은 헤나를 무기로 멤버들과 옥신각신하는 장면에서 "절대권력 상꼬맹이", "이에 맞서는 자아 원정대", "위기에 빠진 진행의 제왕", "얌전히 호빗으로 돌아온 꼬마"와 같은 자막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자막들은 뉴질랜드 특집 3부작의 제목들(아이스 원정대, 두개의 탕, 쌩얼의 귀환)이 <반지의제왕>을 패러디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인도 특집>과 <뉴질랜드 특집> 간의 긴밀한 관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뉴질랜드 특집>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지상렬에게 전화를 걸었던 장면을 반복해서 유재석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실패하고 마는 장면 역시 빼놓을 수 없겠다.

 

 

 

 

그런데 인도 특집에서 주목할 점은 식사 장면이 2번이나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질랜드 특집에서는 컵라면 하나를 나누어 먹는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는데, 그건 추위와 육체적 피로 속에서도 작은 컵라면 하나로 서로 단결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인도 특집에서 "인도인의 삶이 담긴 카레와 난"을 먹는 식사 장면은 낯선 문화와의 만남을 표현하는 계기로 사용되고 있다. 선발대(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가 강한 향신료가 사용된 인도의 카레 맛에 당혹스러워 하는 장면은 후발대(유재석, 하하)가 선발대의 음모에도 불구하고 맛있게 식사하는 장면과 대비를 이루어 웃음을 주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취향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는 장면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차츰 인도 문화에 적응해가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모습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장면은 무한도전에 적응해 가는 하하의 모습으로도, 서로에게 적응해서 팀을 이루어가는 멤버들의 모습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계기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무한도전 멤버들이 잠이 들기 직전 셀프 카메라 형식으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지만, 이 질문은 마지막 자막에서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연 나는..... 아니 우리는 누구일까?"라는 마지막 자막은 그런 점에서 중요하다. 왜냐하면 <인도 특집>은 멤버들 각자의 자기 성찰 뿐만 아니라 무한도전 멤버들이 한 가족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핵심 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처럼 조금은 모자라고 어색한 사람들이 모여 한 가족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시청자들이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이유이다.

 

 

 

by ddolappa

 

 

뱀다리) 노홍철이 정형돈의 신의 손에 공격을 당하면서도 보여주는 참고 인내하는 모습은 내게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웬만한 건 웃어넘기는 돌+아이", "아파도 웃는 순수청년 홍철이"와 같은 자막들에서 이번 피습 사건에서 그가 보여준 인간미와 선량함을 충분히 연상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온 몸에 남은 상처들이야 시간이 지나면 아물겠지만, 그의 마음 속 깊이 새겨진 고통의 순간들은 두고두고 그를 괴롭힐 것만 같다.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지속적으로 그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낼 수 있는 팬들의 사랑이 아닐까. 그가 하루 빨리 몸도 마음도 추스려서, 다시 호쾌한 웃음을 웃을 수 있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