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14일 무한도전 (시즌2 Ep.11 - 퀴즈의 달인 5회)
앞으론 이런 일이 없겠다 말하면서 번번히 늦어 독자 여러분을 뵐 낯이 없습니다. 예정된 날짜보다 업데이트가 늦어져 대단히 죄송합니다.
송구한 마음으로, 필자 Tintin 드림
<강력추천 토요일> 무한도전 시즌 2 (무리한 도전) Ep. 11 - 퀴즈의 달인 5회
방영일 : 2006년 1월 14일 (토) 진 행 : 유재석 패 널 : 박명수, 노홍철, 정형돈, 이윤석, 하하
줄거리 : 작은 티격태격이 육탄전으로 번지는 것이 순식간인 이 곳은 언제나 정글인 무한도전. 치킨집 박사장님도 여자연예인의 대쉬를 받았다? 박사장님이 전격 공개하는 대하 연애서사시 '제주도의 깊고 푸른밤'!!
한편 '브라질', '두유' 등으로 시달려온 MC유는 방송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멤버들이 똘똘 뭉쳐 유재석을 궁지로 몰아넣는데... 믿었던 마봉춘마저 등을 돌리고 박치는 소년까지 유재석을 따돌리게 된 사연은? 더욱 더 뜨겁게 달아오른 머리가 좋아지는 게임, '거꾸로 말해요 아하'!!
'퀴즈의 달인'에서 전하는 특종! 북조선 방송원 박명수가 전하는 유재석의 새색시는 과연 누굴까? 한편 현진건의 '빈처'에 대한 박명수의 파격적인 해석에 모든 멤버들은 자지러지고, '재크와 콩나물'에 이르러선 녹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다들 뒤집어지는데... 이번 주 퀴즈의 달인은 누가 될 것인가. '퀴즈의 달인'!!
자화자찬과 육탄전이 판치는 정글 – 오프닝
어? CQ를 소개한 바 있다고? 채널 꺄뜨르..였으면 오죽이나 좋았겠습니까만은, 카리스마 지수 CQ가 무엇의 준말인가를 물어보는 퀴즈였군요. 실없는 농담으로 시작해봤습니다.
지난 호에서 마봉춘의 퇴장이 적절한 타이밍이었다고 말하는 리뷰를 올린 바로 그 날 유반장과 나경은 앵커(그렇습니다. 이제는 다들 아시죠? 마봉춘 앵커의 본명은 ‘나경은’입니다. 카타르 도하에 다녀온 그 아가씨 말입니다.)의 열애설이 기사화되었지요. 유재석이 사실은 여자를 사귀고 있다더라 하는 풍문이 나돌았던 시간에 비하자면 꽤나 늦게 발표가 된 편이에요. 오늘 리뷰할 화는 공교롭게도 유재석과 마봉춘 간의 핑크빛 무드가 제법 많이 눈에 띕니다. 물론 이 때는 사귀고 있을 때도 아니지만요. 천천히 뒤에서 살펴보도록 하지요.
시작부터 반응이 뜨겁다는 박명수와 자신이 가장 잘 생겼다는 하하의 너스레로 시작합니다. 요샌 방송이 대체로 멤버들간의 일상사로 풀어가고 있기에 방송의 긴장감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이 때만 해도 시작하고 2분이면 지난 주 하이라이트를 다 요약한 다음에도 몇 번을 웃깁니다. 정형돈이 ‘여자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멤버’를 뽑자고 하자 박명수는 ‘미인 박명수’라고 말하며 자신이 1위라고 우깁니다. 하하가 ‘가스박명수’ 아니냐고 면박을 주는 타이밍은 맥을 끊는 감이 살짝 있었지만, 박명수가 능숙하게 ‘미인은 배에 가스 안 차니? 미인 가스 찰 땐 박명수야’고 맞받아치며 호흡을 살려갑니다. 박명수가 여자 개그맨 후배에게 대쉬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자 다들 불신을 금치 못합니다. 박명수는 주변의 질타에 흥분해서 노홍철에게 ‘넌 어디서 뭐하던 놈이냐’ 라고 흥분하고요. 정형돈이 박명수의 연애담을 ‘제주도 촬영가서 넌 뭐하던 놈이야’ 라고 요약해주네요. 요즘 같아선 호응을 안 해줄 종류의 개그입니다만, 이때만 해도 이런 게 먹혔어요.
유재석의 개그에 아무도 호응 안 해주자 박명수가 ‘2년에서 2개월 줄어서 1년 8개월 남았다’고 기묘한 계산으로 선고를 내려주고, 본인은 신동엽이나 김용만 옆에 빌붙어가며 7년은 더 버틸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 날 방송의 오프닝을 힘있게 이끌어갑니다. 늘 티격태격하는 노홍철과 박명수의 육탄전으로 화려하게 방점을 찍은 이 날의 오프닝도 5,6분만에 벌어진 일이에요.
비디오 청년 유반장의 수난극 – 거꾸로 말해요 아하
이번 회는 유재석이 수난을 심하게 당한 회이기도 합니다. 늘 과묵한 마봉춘과 인사를 나누고, 마봉춘의 이름으로 간단한 농담따먹기를 한 차례 한 다음 세글자 영어단어로 첫 라운드를 돕니다. 박명수의 ‘색소폰’에 ‘폰세…’ 까지 말하고 여지없이 무너지는 유반장. 보고 있으면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박명수의 호통에 찍소리 못하고 박을 맞고는 다른 멤버들의 놀림에 격분하면서도 어쩔 줄 몰라하는 유재석의 모습은 저게 30대 중반의 남자가 맞나 싶을 정도에요.
이윤석과 노홍철의 집요한 놀림에 유재석은 ‘아니, 여러분은 성인물 안 보세요?’라고 말해서 화를 자초하고는 완전히 비디오 청년으로 낙인이 찍힙니다. 심지어 하하가 빨간색 방석을 들고 ‘야해요?’라고 물어보자 방석에 눈도 못 주고 안절부절하지요. 물론 자연인 유재석이 이렇게까지 쑥맥은 아닐 겁니다. 다만 방송에서 조금만 성적인 요소가 등장하면 맥을 못 추는 쑥맥 캐릭터가 먹힌다는 점을 정확하게 이해한 유재석의 오버액션이 주효하게 먹혔겠지요. 세상에 아무리 쑥맥이라도 빨간색 방석만 봐도 얼굴을 붉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멤버들의 집요한 담합과 공격에 유재석은 점점 휘말리기 시작합니다. 이 날 유재석에게 던져진 ‘부적절한’ 공격단어를 나열하면 이 사내가 참 힘든 하루를 보냈구나 하는 게 실감이 납니다. [색소폰, 란제리, 스타킹, 괄약근...] 화려하죠. 믿었던 마봉춘에게서도 버림받고, 박치는 소년까지 합세해서 자신을 따돌리는데 유재석은 ‘어차피 올해 토정비결에 나 올해 외롭다고 했어’라고 하며 안절부절 못 합니다. 지금 보면 참 우습죠. 토정비결에 외롭다는 사람이 결혼을 염두에 둔 열애의 한 가운데 있고 말이죠. ‘마봉춘은 유재석을 좋아하는 게 아니야!’라고 외치는 멤버들을 보고 있으면 입에서 나즈막하게 ‘좋아하는 거 맞아 이 바보들아;;;’라고 신음이 흘러나올 지경입니다. 여담이지만 그의 열애 선언에 격분한 여성팬들이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일단 CQ만 해도 뱀 푸시겠다고 캐나다 산간지방을 땅꾼이 되어 돌아다니고 계실 까막님이 계신 걸요.
전반적으로 이 날의 이합집산은 앞에서 보여준 것처럼 0박팀대 피박팀 구도가 아니라, 그 때 그 때 유리한 쪽에 붙으며 상대팀을 궁지에 몰아넣는 생존경쟁 같습니다. 유재석을 따돌리고, 박명수를 따돌리고, 나중엔 유재석과 박명수가 손을 잡으며 정신없이 팀이 갈리지요. 그 와중에 박명수는 성남에 사는 남씨 아가씨와의 연애담을 들려주며 사람들의 어이를 쏙 빼놓기까지 합니다. 이 사내들이 보여주는 온갖 몸개그와 순간 애드립을 일일히 거론하는 것도 사실 어려워요. 다 쓰자면 A4 스무장도 족히 넘어갈 겁니다. 부적절한 단어 공격에 하루 종일 시달린 유재석이 골든박을 맞으며 이 날의 ‘아하’가 마무리됩니다.
박사장님의 무식퍼레이드 – 퀴즈의 달인
여러분들도 제가 ‘퀴즈의 달인’에 대해서는 별로 거론하고 싶어하지 않는단 사실을 아실 거에요. 지난 주에 나왔던 미녀모델 힌트군단은 이번 회엔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유엔보이즈의 퇴장으로 정답을 알려주는 코너 포맷도 사라지고, 방석라이더 포맷도 사라지고, 방송 5주 째인데 컨셉이 매주 바뀝니다. 물론 멤버 각각의 무식함을 가장 잘 과시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시청자의 입장에선 별로 즐거운 일이 아니지요. 더구나 안정적인 리뷰를 양산해야 하는 리뷰어 입장에선 하나도 반가운 일이 아니에요.
그래도 좋은 장면들은 거론하는 게 좋겠죠? 정형돈의 ‘상상원정대’ 짤방을 유효하게 써먹으며 웃기기 시작하더니, 박명수의 화려한 무식함을 과시하며 뒤집어 놓습니다. ‘인어공주’가 안데르센의 작품이 아니라고 우기더니, 현진건의 ‘빈처’의 주제가 ‘아내가 빈 몸으로 오는 것보단 좀 돈을 들고 오는 게 좋다’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박명수는 무식함이 뻔뻔함과 비굴함과 특정 비율로 조합이 되면 얼마나 웃길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줍니다.
‘재크와 콩나물’에 이르러선 저런 상태로 37년을 살아왔다는 게 경이로울 지경입니다. 옆에서 ‘상식이 없나봐, 모든 기억이 없나봐’, ‘교육과정이 없나봐’, ‘사람이 눈치라도 있어야지요’ 라고 추임새를 넣어주는 어린 동생들 노홍철, 하하의 어시스트도 좋았습니다. 유재석의 애드립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도 노련한 맛이 묻어나는 대목이었습니다만, 박명수의 화려한 무식 퍼레이드엔 비할 바가 못 되었습니다.
‘퀴즈’의 요소에선 늘 그렇듯 정형돈과 이윤석의 활약이 돋보이던 오늘의 ‘퀴즈의 달인’은 다들 견제도 한번 하지 않은 박명수가 어부지리로 상품들을 다 챙겨 가면서 끝납니다. 견제 안 할 만도 하죠. 누가 박명수가 이기리라 생각했겠습니까.
의미심장한 징조들 – 유재석 & 마봉춘
이미 4회차에서 유재석에게만 ‘파이팅’을 외쳐주며 프로그램 안에서의 핑크빛 모드를 연출한 바 있던 마봉춘입니다만, 사실 이 때만 해도 연인 사이가 아니었기에 그다지 의미는 없어요. 다만 쇼의 잔재미를 더하기 위한 설정이었겠지요. 하지만 마치 이 둘이 열애에 빠질 거란 걸 알았다는 듯이, 이번 회엔 의미심장한 징조들이 자주 비칩니다.
네티즌들이 이미 지적했던 것처럼, ‘퀴즈의 달인’ 중에 박명수는 난데없이 북녘 앵커 흉내를 내면서 MC유의 결혼 소식을 전합니다. ‘남쪽 MC, MC유가 장가를 갑니다. 색시는 마봉춘이라고 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참 절묘합니다. 마치 두 사람의 열애를 예견한 것처럼 보이지요. 뭐 물론 멤버들이야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겠지만, 교제한지 4개월째라는 유재석의 말을 믿자면 이 때는 두 사람이 그저 방송 동료였을 시기니 그냥 농담이라고 봐도 될 거 같습니다. 그런데 유재석 표정이 묘합니다. 당황한 듯한 미소 뒤에 싫지 않은 표정이 숨겨져 있지요? 이런 순간을 잊지 않고 기억했던 네티즌들은 유재석-나경은 열애설이 보도되자 ‘무한도전은 이미 두 사람의 연애를 예견했다’라고 짤방을 퍼트렸습니다.
마봉춘이 ‘유재석씨, 쳇! 건전팀 파이팅!’이라고 외치는 장면은 지금 보면 연인들 간의 사랑싸움처럼 보이기도 해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마봉춘은 유재석을 좋아하는 게 아니야!’라고 환호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지금 보면 참 답답하죠. 전 리뷰를 위해 이 화를 다시 보면서 자꾸만 멤버들에게 다가가 ‘좋아하는게 맞아’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충동이 시달렸습니다. 한편 마봉춘이 발음이 꼬여서 실수했을 때도 가장 짓궂게 놀리는 것도 유재석인데요. 꼭 사내아이들이 좋아하는 여자애들에게 더 짓궂게 구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물론 이 때만 해도 연인 사이가 아니었으니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지만요. 이런 식으로 현실세계의 사실들과 연계해서 쇼를 보는 것도 잔재미가 될 수 있을겁니다.
이번 회의 MOM (맨 오브 무한도전) : 유재석, 박명수
MOM을 뽑는 건 늘 어렵습니다. 어느 한 명 밀리지 않는 단단한 앙상블을 자랑하는 <무한도전>이다보니 한 두명만 칭찬하고 넘어가기 참 그래요. 특히나 가장 화려한 입담과 몸을 아끼지 않는 활약을 펼치는 노홍철이 아직 한번도 MOM에 선정되지 못했다는 건 노홍철에게 미안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 회에도 노홍철을 선정하기엔 좀 아쉬운 지점이 있네요. 다음 회를 기대해보도록 하고, 이번 회의 MOM 선정 이유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하도록 하죠.
저번에도 MOM에 선정된 바 있지만, 박명수는 자기 말처럼 <무한도전>의 2인자입니다. 멤버들 모두가 나눠가진 상호비난과 무식, 견제와 극한 이기주의의 원천이기도 하지요. <무한도전>의 색깔을 정한 캐릭터인걸요. 박명수는 이 쇼에서 자신이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움직여야 웃길 수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합니다. 멤버 전원에게 비난을 나눠주고, 어이없는 농담으로 사람들의 넋을 빼놓고, 자신의 무식함을 만방에 과시하지요. 그러고 보면 박명수는 <무한도전>에서 참 가지가지로 웃깁니다. 얼굴로 웃기고, 몸짓으로 웃기고, 머리숱으로 웃기고, 성적표로 웃기고, 어린 시절 돌사진으로 웃기고... 유재석이 없는 <무한도전>도 존재할 수 없겠지만, 박명수가 없는 <무한도전> 역시 상상할 수 없어요.
이 날도 오프닝을 이끌어가는 힘의 원천은 박명수였습니다. 뻔뻔함과 안하무인, 정체불명의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박사장님은 윽박지름 뿐만이 아니라 동료들이 맥을 끊어먹은 순간에 유들유들하게 다시 호흡을 가져다 붙입니다. 부연하자면, 하하의 어시스트(가스 박명수)가 비교적 힘이 약했고, 유재석의 애드립(백사장)이 아무 호응이 없었을 때도 그 때 그 때 억지와 비난으로 흐름을 살려주지요. 본인이 어떤 식으로 말하는 게 웃긴지 정확하게 파악한 사람이 아니고선 보여주기 어려운 진풍경입니다. ‘아하’에서도 유재석에게 ‘색소폰’과 ‘괄약근’을 몰아주면서 궁지에 몰아 붙였고, 비교적 힘이 약한 코너인 ‘퀴즈의 달인’을 자신의 무식으로 도배하며 완전히 자기 페이스로 몰고가는데 성공한 박명수는 이 날의 MOM에 뽑혀 마땅합니다.
드디어 쇼의 호스트 유재석이 MOM에 선정되었는데요. 유재석의 경우 여지껏 쌩얼도 보여주고 쌍박송까지 즉석에서 지어내는 기염도 토했고, 쇼의 부드러운 진행을 조율하는 플레잉 코치로서의 면모를 보여줬지요. 하지만 워낙에 기대치가 큰 사람인 탓에 그간 MOM을 놓쳤습니다. 마치 우등생이 어지간히 좋은 성적을 받아오지 않으면 새삼스레 칭찬받기 어려운 것과 같은 원리랄까요. 하지만 이 날만큼은 반드시 칭찬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유재석은 자신의 캐릭터를 120% 활용해서 ‘아하’를 자기 페이스로 가져가는데 성공합니다. 멤버들의 가벼운 애드립에도 아낌없이 망가져주며 호응해준 유재석이 아니었다면 이 날 방송분의 재미는 한층 떨어졌을 겁니다. 격분하고, 분기탱천하고, 마봉춘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가 하면, 멤버들의 놀림에 아낌없이 놀아나주는 모습을 보세요. 하하가 빨간 방석을 들어보이며 ‘야해요?’라고 물었을 때 망설임없이 얼굴을 붉혀주는 저 호흡은 유재석의 내공을 잘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아무리 망가지고 자빠져가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야 하는 직업이라지만, 본인의 약점을 이렇게까지 후벼파는데 마냥 기분이 좋을 수만은 없을 겁니다. 자연인 유재석이 빨간색 방석을 보고 얼굴을 붉힐리는 없을 거에요. 하지만 자신의 캐릭터가 어느 지점에서 소구력을 지니는가 알고 있는 유재석은 사람들의 놀림을 감수합니다. <해피투게더>에서도 그랬고, <엑스맨>에서도 그랬고, <엠씨 대격돌>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유재석은 쇼의 재미를 위해서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신기한 건 그렇게 무참히 망가지면서도 늘 겸손하고 예의를 갖추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이 불쾌해할 선을 넘기는 일없이 호감과 비호감의 경계선을 정확히 지킨다는 겁니다. 그것이 유재석의 저력이고,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게 만든 비결이겠지요. 유재석에 대한 찬가는 쓰자면 끝이 없으니 이 정도로 줄이겠습니다.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전력으로 새로운 포맷에 대해 고민하라.
어떤 분들은 제가 리뷰하는 이 시기보다 요새가 더 웃긴다고 생각하실지도 몰라요. 하지만, 어느 정도 정해진 룰을 넘나들면서 파격을 시도하던 이 때와, 아예 룰 자체가 없이 멋대로 뛰노는 지금과는 웃음의 성격 자체가 다릅니다. 조롱하고 위반할 룰이 없는 파격은 통제가 안 되기 쉬우니까요. 전에도 지적한 바 있지만, 요새의 이들의 웃음은 이 때 쌓아둔 팀워크를 밑천으로 유지되는 거지요. 뭘 해도 웃길 수 있는 역량이 되는 사람들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그것도 언제 끝이 날지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특히나 요 근래 SS501이 출연한 편이나, 김태희가 출연한 에피소드의 경우는 멤버들 간의 응집력이 많이 떨어진 바 있죠. 게다가 정준하는 일일 시트콤, 영화, 뮤지컬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 덕에 자리를 비우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스물 여덟에 아직까지 군 미필인 하하도 언제까지나 <무한도전>과 함께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요. 당장엔 팬들의 반발이 있을지라도, 제작진들이 이 프로그램이 오래 가기를 바란다면 차츰 다른 멤버의 영입과 새로운 팀워크 고양책을 고민할 때가 되었단 소리에요.
최근 김태호 PD는 시청자들이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늙어가면서 이 사랑스러운 바보들을 친구처럼 오래 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죠. 하지만 시청률은 애청자들처럼 자상하지 않단 사실을 안다면 제작진들과 멤버들 모두 다시 한번 팀워크를 다질만한 컨셉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그건 지금이 아니면 늦을 거에요. 전 제가 쓰는 이 느릿느릿한 리뷰가 그들의 고민에 작은 길잡이가 될 수 있길 소망합니다. 과거는 미래에 대한 가장 좋은 참고서니까 말이죠. 다음 호에 뵙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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