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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펌]tintin의 무한도전 리뷰 - 퀴즈의 달인 4회 리뷰

ddolappa 2008. 3. 5. 06:31

2006년 1월 7일 무한도전 (시즌2 Ep.10 - 퀴즈의 달인 4회)


필자의 건강 사정으로 인해 예정보다 이틀이나 공개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필자 Tintin 배상


<강력추천 토요일> 무한도전 시즌 2 (무리한 도전) Ep. 10 - 퀴즈의 달인 4회


방영일 : 2006년 1월 7일 (토)
진  행 : 유재석
패  널 : 박명수, 노홍철, 정형돈, 이윤석, 하하


줄거리 : 새해 첫 방송, 멤버들은 시청자들에게 큰 절로 인사한다. 오프닝 직후 본인이 가장 잘 생겼다고 우기는 하하. 갑자기 멤버들끼리 누가 더 잘 생겼나 논쟁에 불이 붙는다. 각자 본인이 잘 생겼다고 우기는 멤버들, 얼짱 순위를 즉석에서 매겨 그 자리에서 F4를 정하는데, 요다 유재석, ‘가장 귀여운 순위 1위’의 박명수... 과연 <무한도전> F4는 누구일까? 방송사상 최초 다윈의 진화론 재현! ‘KTX’는 3글자일까 5글자일까 언쟁이 오가는 가운데 오늘도 ‘아하’로 티격태격하는 멤버들은 여전하다. 마봉춘은 침묵을 깨고 유재석을 응원하고, 새로 등장한 미녀모델 군단의 힌트에 멤버들은 문제보다 힌트에 더 목을 매는데...


경제적인 편집. 폭발적인 웃음


지난 시간에 이어 멤버들은 또 새해 인사를 합니다. 연말, 연초, 설날까지 세 번에 걸쳐 새해 인사를 하게 되지요. 박명수가 유재석과 노홍철에게 ‘2년 남았다’, ‘6개월 남았다’고 말하자 이윤석이 ‘시한부 개그’라고 받아주는 것 보셨나요? 노홍철이 ‘하지만 저는 1년만에 형님 8년치를 벌었고...’라고 말하며 또 티격태격하는 이 1분 남짓 되는 사이에 각자의 캐릭터들이 드러나지요. 어이상실 적반하장 박사장, 브레인 이윤석, 박사장 킬러 노홍철. 이 날 오프닝은 폭발적인 웃음은 없어도 몹시 경제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강력추천 토요일>의 한꼭지였던 시절이라 ‘거꾸로 말해요 아하’ 오프닝만 두 번 나오게 됩니다. 프로그램 전체 시청률을 생각하면 흐름이 끊기는 걸 감안하더라도 코너들을 토막내서 붙여넣는 게 나았을 거에요. 물론 리뷰하는 입장에선 달갑지 않지만요. 첫 오프닝에서 미리 사전에 합을 맞췄던 건지 하하가 본인이 가장 잘 생겼다며 너스레를 떠는 장면도 흐름이 좀 튑니다. 즉석에서 했다고 말하기엔 살짝 호흡이 거친 편이에요. 저 혼자 주장하는 거지만 <무한도전>은 미리 합을 맞춘 것보다 즉석에서 좌충우돌하는 게 더 강한 웃음을 불러온다는 게 특징이거든요. 마봉춘 이야기에서 난데없이 외모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이 살짝 호흡이 거칠었던 걸 생각하면 프로그램에 외모지상주의를 반영하기 위해 무리해서 합을 짜놨다고 보는 게 옳을 거 같아요. 물론 방영시간을 고려해보면 경제적으로 편집하기 위해 흐름을 많이 끊었다고 추측해도 무방하겠지만요.


세 글자 나라 이름에서 박명수가 첫 박의 스타트를 끊는 것까지 보여주고 다른 코너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한 시간 정도 후에서야 본격적인 게임을 보게 됩니다. 맛뵈기로 10분 보여준 것치곤 참 많은 걸 보여줬어요. 그 10분 안에 박명수를 세트에 그려진 그림만도 못한 존재로 전락시키고, 자기들끼리 F4도 결성하고, 유재석을 요다로 만들기도 하고... 오늘날 가을 개편을 통해 더 화려해진 토요일 저녁 MBC 예능프로 라인업 중에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게 <무한도전>인 것처럼, 이 시절 <강력추천 토요일>의 시청률을 수비하는 일등공신은 <무한도전>이었습니다. 다른 코너라면 어영부영 농담따먹기만 하는 것으로 흘려보낼 수 있는 10분 동안 시청자들을 몇 번씩 들었다 놨다 하잖아요.


지옥이 있다면 여길까 - 드디어 외모지상주의의 문이 열리다


앞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오프닝에서부터 하하가 본인이 가장 잘 생겼다며 너스레를 떨면서 외모지상주의가 이번 회부터 폭발하기 시작합니다. 첫 10분 동안 하하가 1위라고 우기는 것과 박명수가 6위라고 인정하는 것에 대해 아무도 의의를 제기하지 않는 가운데 정형돈이 계속 추임새를 넣지요. 하하를 보고 ‘쟤 정말 안되겠다’라고 투덜거리거나, 과도한 메이크업을 하고 나온 노홍철을 보고 ‘머리만 보면 여자가 털 난 거 같아’라고 지적하기도 하죠. 이윤석이 ‘우리 목표는 죄다 3위’라고 말하자 ‘아니죠, 목표는 박명수씨보다 위죠’라고 말하는 것도 재치있었어요.


멤버들의 호흡이 두드러진 장면을 잠깐 살펴볼게요. 박명수의 외모를 평가하는 시간이 되자 하하가 ‘진짜 심각한게 뭔지 알아요? (박명수씨는) 저 뒤에 있는 만화(세트에 얼기설기 그려진 사람들 얼굴)보다 못 생겼어’라고 박명수의 가슴에 대못을 박죠. 박명수가 울컥하는 가운데 유재석이 수습하는 어조로 한번 더 강조를 하지요. ‘상당히 가슴아픈 얘기입니다. 평면적으로 그려진 만화보다도 이게...’ 하며 말 끝을 흐리는 유재석의 뒤를 이어 정형돈이 성토하는 듯한 말투로 피니시 블로우를 날립니다. ‘아니, 이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박명수씨는 9위입니다! 9위라구요’ 보통 예능프로그램에서 패널들이 툭툭 호흡을 끊어먹기도 하고 단순히 시청률을 고려해서 투입되기도 하는 거에 비해 <무한도전>은 신기할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 편입니다. 마음껏 폄하해도 아무도 의의를 제기하지 않을 얼굴의 소유자 박명수를 향해 멤버들은 마음놓고 신랄한 평가를 던지죠. 하지만 절묘한 호흡을 통해 자칫 기분 나쁠 수도 있는 언사들을 웃어넘길 수 있게 잘 포장해냅니다.


유재석 역시 외모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아니, 차라리 그걸 역이용한다고 생각해도 좋겠네요. 안경을 벗으면 더욱 심란해지는 외모의 소유자 유재석은 미간에 힘을 잔뜩 주고 ‘쌩얼’을 과시합니다. 놀림당하는 것이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개그맨에겐 되려 그게 재산이거든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요다’라고 놀리는 하하에게 힘을 실어주는 건 제작진입니다. 스타워즈 메인테마와 함께 요다의 얼굴과 유재석의 얼굴을 비교하는 그래픽을 띄워주는 장면에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기분이 묘해집니다.


멤버들이 각자 순위를 매겨서 결과를 집계하는 장면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집계방법이 심각하게 잘못 되었다는 겁니다. 현장 집계 결과를 존중하자면 하하/노홍철 – 정형돈 – 유재석 – 이윤석 – 박명수 순서지만 집계 방식이 한없이 주먹구구에요. 제대로 순위를 매기면 3.4.5위 순서가 뒤바뀌거든요. 누가 단 한번이라도 더 높은 순위에 올랐느냐를 기준으로 채점하니까 저런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단순한 실수일 수도 있지만, 발표자 정형돈이 스스로의 순위를 높이기 위해 저런 방식을 사용했는지도 모르죠. 저 안에서 외모 순위를 매기는 건 사실 별 의미가 없긴 하지만 평균 연령 32세의 저 사내들은 저 안에서만큼은 뒤지기 싫어하거든요. 제가 캡쳐화면을 참고자료 삼아서 다시 순위를 매겨봤어요. 1위는 6점, 6위는 1점씩 배점해서 점수를 모아보면 순위는 아래와 같아집니다.


순위  이름  총 점  평점 (6점 만점)


1위 하하 33 5.5
2위 노홍철 32 5.33
3위 유재석 18 3.0
4위 이윤석 17 2.83
5위 정형돈 16 2.66
6위 박명수 10 1.66


하긴, 큰 차이는 없어요. 3위에서 5위까지는 총점이 1점 차이 정도밖에 안 나죠. 어쨌거나 이 (잘못된) 순위는 나중에 더 폭발적인 웃음을 심어주게 되요. 그리고 한 동안 <무한도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던 시청자 앙케이트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지요. 폭발적인 웃음에 대해선 조금 있다가 얘기해볼게요.


떼쓰고 칭얼대는 하하의 억지


다시 한번 ‘아하’ 오프닝을 보여주고 나서 깍쟁이 마봉춘에게 멤버들은 말 좀 더 해보라고 채근합니다. 박명수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보고 싶어 죽겄다’라고 징징거리죠. 멤버들의 너스레 속에 마봉춘은 점점 실체보다 더 그리운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지난 리뷰에서 제가 마봉춘의 빈자리가 허전하다고 말씀드렸지만, 어찌 생각해보면 좋은 타이밍에 빠진 거에요. 멤버들을 직접 후려칠 수도 있는 노현정이나 백승주 아나운서와는 달리 마봉춘은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시시해질 것이 뻔하거든요. 얼굴없는 캐릭터들의 운명이죠. 궁금증을 먹고 자라니까요. 궁금증이 사라지는 순간 매력도 덩달아 사라질텐데 마봉춘이 계속 베일 뒤의 존재로 남은 건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하하가 영화제목 대기에서 에로영화 ‘형수님’을 대면서 잠시 소동이 일어납니다. 재미있는 건 유재석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아마 비디오 소년이라고 또 놀려댔겠지만, 하나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하하이기에 별일 없이 넘어간다는 겁니다. 주목해야 하는 건 억지를 부리는 하하입니다. 하하는 <무한도전>에 합류하면서 ‘아하’ 게임에 억지라는 요소를 도입합니다. 아버지 이름, 어머니 이름,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민간인 친구이름까지 가져다가 주제에 맞는 단어라고 우겨 대는데 덕분에 훗날 박명수가 ‘오만원만’, ‘신용불량’ 따위의 단어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들이밀 수 있게 되죠. <무한도전>을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인 유치찬란함에 이 억지는 큰 도움이 됩니다. 나이는 먹을 대로 먹은 건장한 사내들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광경이 <무한도전>의 매력이니까요. 어쨌거나 하하는 박을 맞게 되고, ‘저렇게 맞아도 멋지네’ 라고 띄워주는 정형돈에게서 패스를 받아 ‘잘 생긴 순서대로 앉자’고 제안합니다.


이제 환상적인 호흡을 감상하실 시간입니다. 이윤석이 ‘다윈의 진화론을 보는 거 같아’라고 말하자 정형돈이 보충 설명을 하고, 유재석이 직접 재현해보자고 제안하지요. 착착착 합이 맞아 떨어지며 이 사내들은 스스로의 존엄을 팔아 폭발적인 웃음을 삽니다. 방송 사상 최초 진화론 재현이라는 거창한 자막과 함께 노홍철은 가장 말단 박명수를 향해 ‘명수형! 서지마! 기어! 기어!’라고 외치지요. 크게 부연 설명을 할 필요를 못 느끼겠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순간이거든요. 잠시 짤방을 감상하시죠.


<무한도전> 진화론을 감상한 다음, 앞에서 말씀드렸던 하하의 억지가 또 작렬합니다. 아무리 주제어 없이 프리스타일이라지만 난데없이 자기 친구 이름 ‘김기룡’을 대는 건 좀 심하잖아요. 유재석은 즉석에서 ‘착하니까 인정’ 이라고 외치며 ‘아하’의 룰이자 <무한도전>의 공식을 만들어냅니다. 말이 좋아 ‘착하니까 인정’이지, 대놓고 억지를 인정해주겠다고 선언한 셈이에요. 뒤이어 유재석이 ‘떼제베’로 박을 맞자 박명수는 ‘KTX’도 되느냐고 묻지요. ‘케이티엑스’는 5글자지만 알파벳으로는 3글자잖아요. 헷갈릴 법도 하긴 한데, 그래도 저렇게 부득부득 우기는 건 단순무식 박사장 컨셉에 도움이 되기도 해요. 훗날 이효리 특집에선 이효리가 ‘H.O.T.’를 ‘에쵸티’라고 말하면 되지 않느냐고 우기면서 이런 착각을 반복합니다. 제가 굳이 첫 화부터 느린 호흡으로 하나 하나 리뷰하고 넘어가려는 건 이렇게 <무한도전>이 자기 반복과 자기 패러디를 통해서 더 강력한 웃음을 낳기 때문이에요. 앞에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가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가 크거든요.


또 0박과 피박파를 나누다보니 아하 신동 노홍철 대 나머지 멤버간의 스페셜 라운드가 벌어집니다. 근래 들어서 <무한도전>을 보시기 시작하신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이 때만 해도 순발력 덩어리인 노홍철은 속사포 같은 입심으로 아하 신동이란 호칭을 달고 살았죠. 박명수와 유재석을 속전속결로 물리친 노홍철은 3라운드에서 하하를 만납니다. 하하는 생각나는대로 공격단어를 뱉는데 실수로 자꾸만 서비스 단어만 던지게 되요. 굳이 사람이 모자라다거나 그런 건 아닐 거에요. 한번 입에 베기 시작하면 끝이 없거든요. 토마토, 일요일, 오디오, 역삼역, 장발장... 딱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5분 넘게 걸린 이윤석과의 혈전보다 하하의 어이없는 공격이 웃음의 강도만큼은 더 일품이었어요. 지긴 했지만 이윤석의 훌륭한 두뇌에 대해 반복해서 언급할 필요는 없겠죠? 아무리 봐도 멤버들 중 가장 상태가 나아보입니다. 물론 <무한도전>에서 유리한 조건은 아니지만요.


깍쟁이 마봉춘의 이례적인 응원을 받은 유재석이 질투어린 멤버들의 공격에 당하면서 이 날 ‘아하’는 쌍박없이 마무리됩니다.


들쭉 날쭉. 자리잡지 못한 코너의 좌충우돌 – 퀴즈의 달인


‘퀴즈의 달인’은 솔직히 크게 언급하고 싶지 않아요. 제작진들도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겠지만 그렇다고 시작한지 몇 번이나 됐다고 ‘방석라이더’ 컨셉을 폐기했는지 말이죠. UN보이즈들도 사라지고 대신에 미녀모델들을 불러왔는데, ‘여자만 보면 몸을 못 가누는’ 멤버들의 특징을 강조하는 것 외에는 별 효과 없는 변화였어요. 본인들도 민망해하는 게 눈에 역력한 사람들을 스튜디오에 불러놓아봤자 무슨 큰 재미가 있겠습니까. 멤버들의 무식함과 어거지를 강조하는 선에서 이 날의 ‘퀴즈의 달인’은 마무리됩니다.


그래도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갈게요. 좀처럼 불이 들어오지 않는 부저 덕분에 오락실에서나 볼 법한 버튼 긁기 기술이 등장합니다. 유년기 때 누가 오락실 꽤나 다녔을지 알 만하죠. 서로의 상품을 빼앗아올 수 있도록 룰을 개정하자 서로 서로를 견제하고 때로는 비굴하게 아부도 하는 등 웃을 거리가 없어진 건 아니에요. 특히나 참치 선물세트, 과자 세트 등이 각광을 받으면서 경기 중에 쩝쩝거리는 멤버들이 눈에 띄네요. 특히나 빼빼로 두 개를 젓가락 삼아 고추참치를 먹고 있는 박명수, 어떻게든 참치를 챙겨보려는 유재석의 불룩한 주머니는 참 귀여워요. 지난 시간에 이어서 ‘리리리자로 끝나는 말은’ 노래를 부르는 게 결승전이 됩니다. 조금이라도 망설이거나 박자가 틀리거나 하면 가차없이 틀린 것으로 취급하자 멤버들간엔 서로의 노래를 방해하려고 난리를 피우지요. 손목 위에 고추참치 캔을 올려놓고 ‘손목시계로 시간을 읽는다’ 고 말하는 유재석의 클로징 멘트와 함께 이 날 방송은 끝납니다. 이 날 방송분은 평균적으로는 임팩트가 약했던 편이지만 그래도 몇몇 폭발적인 순간들이 빛났던 회로 기록될 겁니다.


이번 회의 MOM (맨 오브 무한도전) : 정형돈, 하하


사실 이번 회는 어떤 한 명이 크게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기보단 전반적으로 팀플레이에 의존한 웃음이 촘촘히 자리했던 화라서 MOM을 뽑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만, 정형돈와 하하로 결정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제가 정형돈만 싸고 돈다고 편애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시더군요. 분명 제가 다른 개그맨들보다 정형돈을 더 편애하는 건 사실이지만, <무한도전> 안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무한도전> 멤버들은 한 명도 빼놓지 않고 과잉편애하고 있거든요. 객관적인 입장에서의 리뷰가 불가할 정도로 팬이지요. 그러니 이번 MOM 선정도 편파적인 기준에 의한 건 아닙니다. 정형돈은 이 시기 <무한도전>에서의 활약이 가장 뛰어났어요. 특히나 요새의 과도기와 비교해보면 이 때는 훨훨 날았죠. 유재석 같은 스타 플레이어는 아닐지언정 훌륭한 어시스트를 많이 보여줬거든요.


위에서 지적했던 정형돈의 지속적인 추임새 - ‘쟤 정말 큰일이다’, ‘머리만 보면 여자가 털난 거 같다’, ‘이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박명수씨는 9위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3위가 아니라 박명수씨보다 위죠’ – 는 정형돈 스스로를 돋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유머도 증폭시킵니다. 마봉춘이 박치는 소년과 동일인물이 아닐까 하는 말도 안되는 소동 중에서 ‘아니 그럼 이 분이 저희 중에 한 명을 좋아한단 말이에요?’라고 물어보는 순발력도 빛났고 말이죠. 마지막에 ‘리리리자로’ 노래로 결승을 가를 때 상품을 품고 도망가며 울부짖는 모습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하는 이 날 방송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어요. 하하가 잘 생겼다고 끊임없이 잘난 척을 하지 않았다면 외모지상주의에 빛나는 이번 화는 한결 힘이 빠졌을 겁니다. 생떼를 쓰며 ‘형수님’ 이나 ‘김기룡’ 같은 단어를 들이밀지 않았더라면 훗날 ‘아하’에서 억지 단어공격이 등장하기 어려웠을거에요. 아무리 단순무식 박명수가 핏대를 세운다 해도 앞에서 하하가 ‘착하니까 인정’이라는 식으로 한바탕 떼를 쓴 전력이 없었다면 억지 단어가 그렇게 자연스레 난무하진 않았겠죠. 노홍철과의 대결에서 계속 어이없는 공격으로 자멸하는 대목도 파괴적인 웃음을 불러왔습니다. 하하는 건방지고 어린 막내 캐릭터를 고수하며 유재석에게 ‘요다’라고도 말하고 박명수에게 ‘조용히 해 꼴지!’ 라고 호통을 치기도 하며 프로그램의 힘의 균형을 가지고 놉니다. 합류한지 3주만에 이렇게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시청자 입장에서 보기 편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그 점은 사실 <무한도전>멤버라면 누구나 그렇잖아요.


모자란 자들의 낙원, 도토리 키재기의 본산 <무한도전>


최근에 <무한도전> 멤버들은 이상봉 선생의 지휘 하에 2007 SS 서울 컬렉션 무대에 서면서 한풀이를 한 바 있습니다만, 사실 이렇게 심각하게 외모지상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자학적인 쇼프로그램도 드물어요. 이 날 이후 계속 되는 앙케이트에서 멤버들은 다른 곳에선 꿈도 못 꿀 ‘순정만화 주인공으로 어울릴 멤버’, ‘키스하고 싶은 입술’, ‘각선미가 아름다운 멤버’ 따위의 얼토당토 않은 순위를 매기기 시작해요. 다른 곳에서라면 별로 대단할 것 없을 이런 개그가 <무한도전>에서 폭발적으로 빛나는 건, <무한도전>이 선남선녀 간의 짝짓기로 가득하던 주말 버라이어티에서 드물게 ‘상태 불량’인 사람들만 모아놓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이에요. 유재석은 매거진t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식의 앙케이트가 사실은 콤플렉스의 극복이라고, 다른 프로그램이라면 이런 거 해볼 수나 있겠느냐고 말한 바 있었죠. 만약 <연애편지>나 <엑스맨>처럼 정말 잘 생긴 사람이 나와서 심하게 비교가 가능한 프로그램이라면 외모 비하가 자칫 기분나쁘게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얼굴에서만큼은 스스로 인생막장을 자처하는 <무한도전> 멤버들끼리라면 이런 자학-가학의 극단을 마음 놓고 오갈 수 있습니다. 그래봐야 도토리 키재기라는 걸 다들 알고 있으니까요. 멤버들의 자기비하와 남 험담은 다음 호에도 계속 됩니다. 다음 호에서 뵙죠. : )
 

출처 :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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