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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펌]tintin의 무한도전 리뷰 - 퀴즈의 달인 6회 리뷰

ddolappa 2008. 3. 5. 06:33

2006년 1월 21일 무한도전 (시즌2 Ep.12 - 퀴즈의 달인 6회)


<강력추천 토요일> 무한도전 시즌 2  Ep. 12 - 퀴즈의 달인 6회


방영일 : 2006년 1월 21일 (토)
진  행 : 유재석
패  널 : 박명수, 노홍철, 정형돈, 이윤석, 하하


줄거리 : 겨울방학 할머니 댁 방문! 할머니 집으로 꾸며진 세트 안에서 방송을 꾸리는 <무한도전>은 오프닝부터 실수 연발. 말은 꼬이고 발음은 새고 악담이 난무하는 와중에 드디어 2만여 네티즌들이 투표한 얼짱순위 결과가 발표된다. 과연 1위는 누구? 이번 주는 더 충격적인 ‘애완동물로 키우고 싶은 연예인’ 순위에 도전하는 멤버들. 과연 이런 무모한 일을 시청자들이 식사하는 시간에 방송해도 되는 것일까? 멤버들은 할머니 댁의 두툼한 솜이불과 베개를 보고 박 대신 멍석말이를 벌칙으로 삼고, 이번에도 유재석은 만인의 공격대상이 되어 말도 못할 수모를 겪게 되는데... 난데없는 꽁트 <무한극장>이 등장하고, 박사장과 노홍철 간의 공방전은 오늘도 계속 된다.


한편, 군고구마를 먹기 위해 무예를 선보이는 유재석과, ‘본토발음’과 ‘묵음’에 이상하게 집착하는 멤버들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퀴즈의 달인>. 겨울 새참을 먹기 위해 이합집산하는 와중에 퀴즈는 간 곳이 없다. 박명수의 ‘화목론’이 불러온 충격에 이어 정답을 먼저 맞추기 위해 몸을 날려 박사장의 입술을 훔치는 이윤석의 투혼이 빛나는 <무한도전>!!.


어딘가 좀 많이 모자란 사람들, 본격적인 아수라장 – 오프닝 / 앙케이트


명색이 지적능력향상 프로그램이라는데, 시작부터 멤버들은 빈틈을 아낌없이 과시합니다. ‘머리가 좋아지면 마봉춘이 내 마누라’라는 할머니댁 가훈을 보고 박명수가 ‘30분 더 공부하면 네 와이프가 더 예뻐지다’라고 현재형의 이상한 문법구조를 선보이는가 하면, 유재석이 ‘퀴즈도 키드지만’이라며 발음을 흘립니다. 이를 지적하는 정형돈에게 박명수는 ‘어린 뚱보, 너도 곧 늙은 뚱보 돼’라며 악담을 날리죠. 우리야 뭐 이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이란 걸 익히 알고 있기에 즐겁게 보지만, 초창기 <무한도전>을 싫어하던 분들의 반감은 바로 이런 점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서로 헐뜯고 비난하는가 하면 나이는 먹을 대로 먹은 사람들이 기초학력도 없어 보이는 듯한 행각을 일삼으니, 이런 식의 과격한 유머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무한도전>에 애정을 쉽게 주지 못 하셨어요. 대표적으로는 저희 어머니가 그런 분이시죠. 아직도 필자의 어머니는 유재석과 나경은의 열애설에 ‘나경은이 아깝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시고, 제가 <무한도전>을 보고 있으면 가열차게 채널을 <스펀지>로 돌리시는 분이세요. 아들이 <무한도전> 폐인이란 사실을 늘 안타까워 하시고요.


1분 20여초만에 무식과 비난을 가볍게 선보이고 곧바로 네티즌들의 얼짱순위 투표결과로 넘어갑니다. 스스로 ‘이 안에서 얼짱순위를 뽑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점을 숨기지 않는 이 자학적인 순위발표는 참 요란스러워요. 극한의 이기주의와 ‘내가 너보단 낫다’는 아귀다툼이 공존하는 이 순위발표는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 될 건데요. ‘놓치고 싶지 않아! 삐뚤어질테다!’를 외치는 하하와 늘 순위권 상승을 꿈꾸는 박명수, 박명수보단 순위가 높기를 간절히 바라는 멤버과 그런 멤버들을 놀리는 유재석의 심리극이 매주 똑 같은 풍경으로 반복됩니다.


사실 이 날은 시작에 불과했기에 이 정도로 끝났죠, 보통 이 난장판은 심리전, 육탄전을 넘어서 도를 넘어선 비난과 자기과시로 도배가 됩니다. 이 날도 뭐 얌전한 건 아니지만요. 박명수의 ‘남자는 세 번 운다’ 재담과 노홍철의 ‘제발’ 타령, 유재석의 시간 끌기 등등이 어우러져 별 것도 아닌 일을 박진감 넘치게 스케치해내는 제작진들의 노하우도 볼 만 해요. 의외로 – 사실 전 의외라 생각하지 않지만 – 3위에 그치자 급격하게 삐뚤어지면서 남들을 비난하는 하하도 주목하세요. 버릇없는 이미지를 강하게 밀어부치는 하하는 이 캐릭터로 <무한도전>의 위 아래 없는 분위기를 유지하고, 나아가 건방진 캐릭터 정형돈의 캐릭터까지 잠식합니다. 노골적인 편가르기의 바람을 불러온 것도 사실 하하에요. 박명수와 정형돈을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친구 노홍철과 함께 유재석 ‘위인님’ 라인에 서는 하하의 캐릭터는 <무한도전>의 색깔을 정의내리는 데 중요한 캐릭터입니다.


모자라서 웃기고, 망가져서 웃기고, 상처받아도 웃기고 - 거꾸로 말해요 아하


본격적인 ‘아하’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지난 방송분에서 ‘비디오 청년’으로 낙인찍힌 유재석의 수난 스토리가 간결하게 나옵니다. 어머니가 집에서 문을 못 닫게 한다는 눈물어린 고백 이후 곧바로 게임에 들어가는데요. 지능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명심하세요. 여러분은 <무한도전> 리뷰를 읽고 계시고, 여기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말은 머리가 좋단 이야기가 아니라 정확하게 반대의 의미입니다.) 하하가 초반 연속으로 박을 맞습니다. 박의 제왕 박명수가 웬 일인가 싶을 무렵, 박명수가 ‘킥복서’를 제대로 못 뒤집어 ‘복길이’라고 말하며 좌중을 뒤집어놓죠. 그나마 그 ‘복길’도 영화 <왕의 남자>의 ‘공길’ 배역 이름을 잘못 기억해서 나온 실수라고 해명하면서 ‘한국영화도 이해를 못 하나봐’라는 비아냥을 삽니다.


박명수가 ‘박도 아낄 겸 베개로 때리자’고 제안을 하고 첫 바퀴를 도네요. 그리고 자신의 노래 ‘탈랄라’를 못 뒤집어서 멍석말이를 당하지요. 자신이 제안한 벌칙을 자신이 당하고 나자 악에 받친 박명수는 ‘이번 판은 베개 말고 각목으로 해’라고 제안합니다. 다음 판의 희생자는 유재석인데요. 베개 매질에 다들 자비가 없습니다. 퍽퍽하고 강타하는 소리가 제법 살벌합니다. 한 판 더 하자고 조르는 유재석을 모두들 무시하며 이부자리를 일사분란하게 정리하는 멤버들을 보면, 유재석이 이 <무한도전> 팀을 이끌어가는 방식은 모두의 밥이 되는 것이라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합니다. 참 희한하죠? 모두의 밥이 되고 끝까지 망가지는 방법으로 리더가 된다는 건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박명수에게 X침까지 당하고 만신창이가 되어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유재석은 몸을 추스리고 어떻게든 힘을 내보려고 하지만, 매번 마봉춘의 응원을 독차지하는 탓에 멤버들의 질시를 사고 난데없이 주리를 틀립니다. <무한도전>이 종종 선보이는 실내 꽁트의 시작이죠. <무한극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수 차례 배역을 바꿔가며 죄인을 고문하고 사극흉내를 내는 데, 박명수는 계속 대사를 질질 흘립니다. ‘네가 마시는 안주는 백성의 살이다’라는 둥, ‘당장 저 놈을 동구 밖으로 쫓기내버려라’라는 둥. 저희 비공식 고문위원 렉스님은 ‘박명수의 무식이 고맙다’고 말씀하시는데, 저 역시 그렇습니다. 어쩜 이렇게까지 사람이 모자랄까요. 지금이야 그냥 그러려니 하지만, 처음에 박명수가 어린 시절 사진을 공개하고 학창시절 성적표를 공개할 때 저는 ‘이 사람이 도대체 어디까지 갈 것인가’하며 경이로워 했었더랬죠. 끝까지 본인이 주인공을 하려는 야욕을 숨기지 않던 박명수는, 하하가 베개를 던져주며 ‘마당쇠야, 마당을 쓸어라’고 말하자 단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베개로 바닥을 쓸면서 ‘예, 마님’이라고 받아줍니다. 하하의 순발력도 좋지만, 후배의 애드립을 곧바로 받아서 늘어진 호흡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박명수는 정말 칭찬이 아깝지 않습니다. 아무리 생각이 없어 보여도 15년차 개그맨이라는 (방송 당시는 14년차) 관록은 무시할 수 없어요.


방송 중에 실제로 멤버들이 상처입기도 한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나오죠? 노홍철의 머리 스타일을 보며 ‘머리에다가 중국집을 매달고 다녀’라고 비난하자 노홍철은 멋쩍은 듯 머리를 흔듭니다. 유재석이 무릎을 툭툭 두들겨주자 노홍철은 작은 소리로 ‘괜찮아요’라고 말하죠. 실제로 <무한도전>의 2006년도 망년회 자리에서 멤버들은 방송에서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티격태격하면서 실제로 상처받기도 한다는 점을 고백했었는데요, 노홍철답지 않은 개미만한 목소리의 ‘괜찮아요’라는 한 마디는 이런 멤버들의 고충을 살필 수 있게 하는 대목입니다. 물론 잠시 가라앉을 뻔한 분위기를 유재석이 ‘괜찮아요가 아니라 형(박명수) 말 들으라구요’라고 뒤집습니다. 뻘쭘해하는 노홍철에게 정형돈이 ‘노홍철씨는 왜 박명수씨 말을 잘 안 듣습니까?’라고 물으며 끊길 뻔한 호흡을 다시 붙여주고요. 노홍철은 다시 기운을 차리며 ‘잘 안 들려요. 말을 또박 또박 못 해’라며 박사장 킬러로서의 면모를 과시하죠. ‘시동이 안 걸린 차 있잖아. 가스차인데 겨울차. 맨날 주차장이야. 인생이 파킹이야’라고 공격받자 ‘내가 그래서 팍(Park)명수야’라고 받아치는 박명수. 이 장면은 아무리 거푸 봐도 참 보기 좋아요. 살짝 마음이 상했던 노홍철을 위로하고, 끊어질 뻔한 호흡을 능수능란하게 이어붙이잖아요? 이 사람들의 친분을 짐작케 하고 노련미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죠. 어쨌거나 유재석이 쌍박을 맞으며 이 날의 ‘아하’는 끝납니다.


시도는 다 좋았지만, 힘이 약한 걸 어떻게 해 – ‘퀴즈의 달인’ 마지막회


먹을 것으로 상품을 바꾸고 어떻게든 뭔가 더 먹어보려고 노력하는 주접을 선보이는 코너 ‘퀴즈의 달인’. 지난 시간에 비해서는 좀 더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죠. 특히나 추운 겨울밤 생각나는 군고구마, 호빵 등으로 어필하는 이 날의 방송분은 빈 속에 보면 괴로울 정도에요. 샛노란 군고구마를 들고 ‘꿀고구마네요’, ‘아니요, 군고구마에요’라는 유재석과 정형돈이 얄미울 지경입니다. 진담이에요. 자기는 의기양양하게 군고구마 껍질을 벗기면서, 박명수가 어떻게 해서든 한 입이라도 얻어 먹어보고자 ‘동고동락을 같이 하지 않았습니까’, ‘생로병사를 같이 했잖아요’ 라고 이윤석에게 빌붙을 때마다 ‘동고동락은 제가 한 겁니다’, ‘생로병사는 KBS 프로그램이죠’라고 말하며 사지로 몰아넣는 유재석, 정말 얄미워요. 유재석은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가를 보여주겠다며 약올리다가 빼앗길 거 같자 갑자기 무술 고수처럼 요리조리 고구마를 빼돌리며 한 입씩 베어먹습니다. ‘퀴즈의 달인’은 이처럼 어느 새 퀴즈 자체에서 오는 재미는 없고, 그 속에서 어떻게 멤버들이 웃기는가에 집중합니다. 이것만 따로 보면 나쁘지 않지만, ‘거꾸로 말해요 아하’의 강력한 웃음에 미치지 못해요. 그래서 정작 타이틀이었으면서 나중에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 거겠지만요. 그래서 오늘은 이 코너 구박 좀 덜 하겠습니다. 이번 시간이 마지막이었거든요. (엉엉)


영어 발음 때문에 고생하는 멤버들에 대한 조소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Seeing is Believing’을 제대로 발음 못 해서 버벅대는 것도 모자라, 멀쩡한 s 발음을 th 발음으로 바꿔놓고선 ‘묵음이잖아! 뜨(th)!’라고 버럭 버럭 우기는 박명수를 보고 있으면 한국의 영어 교육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어떻게든 자신은 번데기(θ) 발음을 하고 있노라고 과시하기 위해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혀를 집어넣고 침을 질질 흘리는 이 사람들을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런 점이 시청자들의 반응을 극과 극으로 갈랐던 거겠죠. 요즘 선보이는 때밀기니 뭐니, 다 이 때의 과격함에는 미치지 못해요. 영어에 강한 노홍철, 박사 개그맨 이윤석, 똘똘하기론 남부럽지 않은 정형돈이 다 간발의 차이로 정답을 놓치는 사이, 하하가 날쎄게 정답을 채갑니다. 상품은 호빵이고, 역시나 다들 빌붙기 시작합니다. 나중에 호빵 포장지만 간신히 건져서 앞니로 긁어먹는 정형돈과 유재석이 참 애처롭죠. 저 두 사람 나이를 합치면 예순이 훌쩍 넘는데... 거 참;;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화목한 거야? – 박사장의 ‘화목론’의 대두


‘헛것이 먹는다’는 어머니의 사투리 표현을 사용해서 애드립을 쳤던 박명수는, 반응이 좋지 않자 난데없이 ‘그래서 저희 집이 화목하지 않습니다’라고 국면 전환을 합니다. 참 독해요, 이런 걸 계산하고 내뱉는 말은 아닐텐데. 본능적으로 어떻게 해야 자신이 웃기는지를 파악하는 것까진 좋다 이겁니다. 갑자기 집안의 화목을 팔아서 사람들을 웃기는 저 감각은 칭찬해야 하는건지 안타깝게 생각해야 하는건지 모를 정도에요. 유재석이 방문을 잠그는지 아닌지 따지면서 툭하면 튀어나오는 ‘가정화목론’의 화살이 오늘은 박명수 본인에게로 날아갑니다. 유재석이 옆에서 ‘에이, 박명수씨네 가정이 화목하시잖아요’라고 말하자 불후의 명대사가 튀어나옵니다. ‘아니 화목하지 않은 걸 화목하지 않다는데 왜 화목시키려고 그래요?’ 한술 더 떠서 ‘어떻게 (우리집 사정을) 안다고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해요?’라고 보는 이를 넉다운시키는 이 절정의 개그는 정말 타임캡슐에 넣어서 후세에 전달해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곧 있으면 아버지 적금 타시면 그때 화목해질 거니까 화목할 때 화목하다고 말하란 말이야!’라고 화를 내는 박명수는, 가족이 화목하다고 덕담을 건내는 사람에게 화를 버럭 내면서 우리가 갖고 있던 ‘안 좋은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은 것이다’라는 상식을 대번에 날려버립니다.


이렇게 금기를 넘나들 때 웃음은 더욱 통쾌해지죠. 이런 파괴적인 개그를 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아요. 호통과 무례함으로 무장한 캐릭터의 박명수는 그런 점에서 한국 예능인들 중 아주 유리한 위치에 서 있습니다. 비슷한 캐릭터로 승부를 보는 지상렬과도 묘하게 다르죠. 지상렬이 사용하는 껄렁껄렁한 국영문혼용체의 말투와 위협적인 덩치에 비해서 박명수는 부실한 몸과 전형적인 ‘위기의 중년’의 언어를 가지고 있거든요. 권위를 세우려 하지만 결코 권위를 지니지 못한 말투잖아요. 이런 사람이 툭하면 반사회적인 발언을 일삼고, 시쳇말로 ‘깽판’을 치며, 모든 사람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것을 보면서 보는 사람들마저 무의식 중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박명수의 캐릭터가 그렇게 큰 거부반응을 사지 않는 이유는, 박명수의 캐릭터가 실질적인 위협이 못 되는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권위도 없고 능력도 없는 중년의 말을 누가 듣겠어요? 그런 이유로, 남을 비웃으면서도 스스로 비웃음을 사는 이중적인 캐릭터를 고수하고 있는 박명수의 가능성은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한국 코메디도 점점 금기에서 조금씩 벗어나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거든요. 아닌 거 같다고요? 에이, 이 때만 해도 ‘타 방송’이라고 자막을 내보내던 <무한도전>이 요새 어떤지 보세요. 대놓고 <스펀지>를 흉내내고 ‘생활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너스레를 떨잖아요. 이런 거, 불과 1년 전에는 벌벌 떨면서 못했던 거라니깐요.


화려하고 과감한 작별인사


이쯤 해서 본편에 대한 언급을 줄이려 했지만, 기어코 한 단락을 더 쓰게 만드는 대목이 있어서 이렇게 쓰게 되네요. 이 날을 마지막으로 끝난 ‘퀴즈의 달인’의 마지막은 아주 화려하게 끝납니다. 그간 고수해왔던 ‘리리리자로 끝나는 말은’ 노래로 가리던 결승전이 난이도를 바짝 높여서 돌아왔거든요. ‘나비야’ 멜로디에 맞춰서 ‘얼룩송아지’ 노래를 부르는 악마적 난이도의 결승입니다. 헷갈릴 수 밖에 없어요. 두 노래 다 전 국민이 알고 있지만, 가사 따로 멜로디 따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가사와 멜로디를 함께 직관적으로 외우는 동요의 특성 상 이렇게 두 곡을 섞어서 부르라고 하면 머릿속에서 배배 꼬이게 됩니다. 안 믿겨지면 직접 한번 ‘나비야’ 멜로디에 맞춰서 불러보세요. 아마 쉽지는 않을 겁니다. 멤버들이라고 다르겠어요? 다들 멜로디도, 가사도 어느 것 하나 일관되게 유지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엄마 소도 얼룩말’이라는 정체불명의 가사가 튀어나오기까지 합니다. 한참을 헤매다가 이제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성공적으로 노래를 끝마치려고 하면? 어김없이 다른 멤버들이 다가와서 입을 틀어막고 간지럽히며 방해를 하죠. 당연한 일입니다. 결승전 한 판에서만 이겨도 승자가 되는 기형적인 구조니까요. 더군다나 다른 프로그램도 아니고 <무한도전>이잖습니까. 페어플레이를 기대하면 안 되죠.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습니다. 일단 말없이 짤방을 보시죠.


쑥나물님, 이 커플은 어떻게 봐야 하는걸까요 (...)


우승을 위한 집념이 얼마나 강했으면... (먼산) 아무튼 이렇게 몸을 던져 박명수를 막은 이윤석은 그 노력에 부끄럽지 않은 승자가 됩니다. 이로서 '퀴즈의 달인' 마지막 우승자는 이윤석이 됩니다. 이 날 방영분으로 보나, '퀴즈의 달인' 전체로 보나 가장 강렬하고, 화려하며 과감한 작별인사가 아닐 수 없어요. 무엇보다 이런 일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점잖은 이윤석이 했다는 것이 가장 충격입니다.


이번 회의 MOM (맨 오브 무한도전) : 박명수


다른 회차였으면 선정 이유를 구구절절하게 썼겠지만, 이번 회에선 박명수의 활약상에 대해 앞에서 상세하게 묘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날 박명수가 보여준 '화목론' 앞에서 더 이상의 선정 이유를 논하는 건 사족이지요.


날이 갈 수록 더욱 심화되는 수라의 장 - 초심을 잃지 말기를


이 날을 기점으로 <무한극장>식의 꽁트가 쭉 이어집니다. 쇼의 색깔을 더 다양하게 만드는 기점이 되었죠. 순위 발표의 아수라장도 이제 갓 시작입니다. 이 때부터 <무한도전>은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참혹한 지경의 아수라장으로 가는 먼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이 사람들의 파괴적인 개그가 절정에 달했던 시절이죠. 매번 리뷰 마지막 부분에서 '지금의 <무한도전>은 더 새로워져야 한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해왔던 저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으렵니다. 2006년 <무한도전> 망년회에서 유재석은 '지금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면서 예전의 멤버들 - 김성수, 이윤석, 조혜련 등등 - 을 거론하며 고마움을 표시했어요. 이윤석의 하차를 못내 아쉬워하던 저로서는, 유재석이 잊지 않고 거론해줬다는 사실만으로도 뭔가 보상받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 날 방영분에서는 심지어 멤버 6명의 데뷔 시절 자료화면까지 나왔었죠? 눈뜨고 보기 민망한 유재석의 어설픈 댄스와, 지금보다 더 느끼하고 더 부담스럽던 노홍철의 모습에 저 역시 배를 잡고 뒹굴었습니다. 새빨개진 얼굴로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 멤버들에게 쓴소리를 하기엔 조금 야박하단 생각이 드네요. 적어도 오늘은 말입니다. 이 사람들이 자기가 시작했던 바로 그 지점을 잊지 않는다면, <무한도전>은 앞으로도 오랜 시간 지금처럼 사랑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음... 저 역시 저의 이 보잘 것 없는 리뷰가 <무한도전>의 충실한 입문서가 되고, 나아가 이 프로그램의 착실한 기록서가 될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아야지요. 다음 호에서 뵙지요. : )


 

출처 :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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