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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펌]tintin의 무한도전 리뷰 - 퀴즈의 달인 3회 리뷰

ddolappa 2008. 3. 5. 06:31

2005년 12월 31일 무한도전 (시즌2 Ep.9 - 퀴즈의 달인 3회)


<강력추천 토요일> 무한도전 시즌 2 (무리한 도전) Ep. 9 - 퀴즈의 달인 3회


방영일 : 2005년 12월 31일 (토)
진  행 : 유재석
패  널 : 박명수, 노홍철, 정형돈, 이윤석, 하하


줄거리 : 2005년을 보내면서 무한도전 멤버들은 각자 새해 소망을 빌고 한 해 묵은 감정을 푸는 시간을 가진다. <거꾸로 말해요 아하>에서 유재석은 ‘브라질’에 이어 ‘두유’ 공격에 꼼짝없이 당해버린다. 박명수와 유재석은 번갈아가며 틀리며 서로에게 복수를 한다. 피박팀 vs 0박팀 구도는 계속 되는데, 유재석의 ‘갈비…’를 두고 이미 말한 단어인가 아닌가를 두고 아수라장을 만든다. 박명수는 남은 박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여박의 실마리를 마련하고, 계속 당하기만 한 유재석은 한 판만 더 하자고 애걸하며 ‘겹박’을 제안했다가 결국 본인이 당하고 만다.


2라운드 <방석 라이더>는 지난 주에 비해 난이도가 낮아지면서 방석을 가지고 얼마나 빨리 이동하느냐에 좌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형돈은 방석과 함께 빨리 이동하지 못해 다 맞춘 정답을 빼앗기기도 한다. <퀴즈의 달인> 1회 때 6위에서 2위까지 올라갔던 무관의 제왕 정형돈은 3라운드 <퀴즈의 달인>에서 다시 한번 6위에서 1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마침내 1등의 영광을 누린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여전한 관심사는 마봉춘이다. 마봉춘이 어떻게 생겼는지 추측해보기도 하고, 늘 같은 반응만 보이는 마봉춘이 컴퓨터가 아닐까 추측해보기도 하지만 마봉춘이 멘트를 읽다가 실수하자 다들 흥분해서 ‘봉춘씨도 완벽하진 않아’ 라고 기뻐한다.


새해라고 달라질쏘냐 - <거꾸로 말해요 아하>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방송답게 시청자들에게 그 간 보내 준 사랑에 감사를 표명하면서 방송은 시작됩니다. 원년 멤버로서 살아남은 스스로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는 노홍철과, 복식으로 새해 덕담을 던지는 박명수는 새해가 되도 한결같죠? 세트에 설치된 모형 종을 치면서 박명수는 장가 가기를, 노홍철은 견제와 이기주의로 가득한 무한도전 멤버들 사이의 진실된 형제애를, 이윤석은 본인의 인기가 올라가기를 기원합니다. 종소리는 둔탁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나름 간절한 소망들이에요. 특히나 이윤석의 소망만큼은 그냥 웃어 넘기기엔 안타까운 면이 있지요. 정형돈은 여전히 하려는 일마다 막히는군요. 그것도 나름의 캐릭터라 할 수 있으니 정형돈을 막는 유반장이 야속하다고는 못 할 거에요.


두 글자 단어로 시작한 첫 라운드에서 박명수의 ‘두유’ 공격에 유재석은 힘도 못 쓰고 무너집니다. 조금만 성적인 상상력을 불러오는 단어가 나오면 무너지는 유재석에게 ‘두유’는 쥐약이나 다름없습니다. ‘비데’나 ‘브라질’은 발음만 잘 하면 어떻게든 피해갈 수 있지만, ‘두유’는 거꾸로 뒤집어 말하는 순간 신체의 일부분이 되요. 피할 구석이 없지요. 어지간히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방송에서 그 단어를 말하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집에서 준비해온 거 아니냐’는 멤버들과 ‘준비는 무슨 준비냐, 아침에 집에서 마시고 온거다’라는 박명수의 갑론을박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게 유재석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남들 안 보는 곳에서 혼자 비디오를 위안삼아 보는 것 가지고 조금만 놀려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서 말문을 못 잇는 숫기없는 남자 이미지 말입니다. 애도 아니고 나이가 30대 중반인 신체 건장한 남자가 그러고 있으니 말 다 했죠. 멤버들이 놀리면 놀릴수록 사실 유재석의 이미지는 악화되는게 아니라 더 강력해집니다. 놀리는 사람도 당하는 사람도, 심지어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제작진들도 다들 알고 하는 일일 겁니다.


만신창이가 된 유재석은 ‘멕시코’로 박명수에게 보복을 합니다. 몇 차례 게임을 진행하면서 이 게임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누군지 대충 각이 나오지 않습니까? 박명수와 유재석은 <아하>의 블랙홀입니다. 게다가 절대 다른 상대를 노리지 않고 서로에게 보복전을 펼치는 데만 집중하잖아요. 서로 ‘두유’, ‘멕시코’, ‘세네갈’로 주고 받으며 보복전에만 집중하다보니 다른 멤버들은 자연스레 게임에 진력을 느낍니다. 이 때 유재석이 국면전환용으로 무슨 카드를 내밀었을지, 착실하게 이 리뷰를 따라오신 독자분들이라면 굳이 직접 동영상으로 확인 안 하셔도 추측하실 수 있을 거에요. 뭐긴 뭐겠어요. 쌍박이지.


초라하고 무의미한, 그래서 더욱 빛나는 유머감각


쌍박송과 함께 나날이 그 도를 더 해가는 여섯 남자의 막춤 한 마당이 벌어지고, 예상 외로 하하가 쌍박의 희생자가 됩니다. 그리고 또 한 차례의 춤사위. 이제 쌍박송에 맞춰 춤을 추는 건 서서히 그 이유를 불문하고 조건반사가 됩니다. 솔직하게, 도대체 이 춤과 난장판이 다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런 식의 아무 개연성도 의미도 없는 <무한도전>의 유머감각은 묘하게 우스타 쿄스케(일본의 만화작가. 대표작으로는 ‘멋지다! 마사루’와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가 있습니다)의 유머감각과 비슷하지 않나요? 어쨌든 이런 무의미한 유희 속에 난장판은 점차 무르익어갑니다.


피박팀 vs 0박팀 대결에서 박명수는 어거지를 부리면서 박을 피해갑니다. 조금 늦게 말했다고 때리려고 한 제작진들도 어거지긴 마찬가지지만요. 닭의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대형 닭 코스튬을 입고 나온 박치는 소년이 하필이면 닭집 사장 박명수에게 힘도 못 쓰고 당하자 다들 ‘역시 닭의 제왕’이라고 감탄합니다. 박명수의 닭집 사장 캐릭터가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죠. 반면 정형돈 vs 하하 에서 대결 양상이 팀 대전으로 변하자 옆에서 훈수 두다 말고 얼떨결에 교체되어 들어온 유재석은 ‘갈비…’까지 운을 뗐다가 촬영장에 파란을 불러옵니다. ‘갈비탕’은 이미 하하가 말했잖느냐며 박을 내려치려는 0박팀과 피박팀간의 난장판은 세트 전체를 가득 메우고 남아요. 도망가는 유재석, 잡으려는 노홍철과 정형돈, 벌칙 닭을 불러오려는 이윤석과 벌칙 닭을 퇴치하는 박명수가 이리 저리 얽히는 광경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입니다.


이 대목에서의 멤버들의 유머감각도 그렇지만 이 근사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잡아낸 제작진들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멤버들의 움직임을 집요하게 따라다니고, 때론 조감으로 내려다보는 카메라는 안 그래도 복잡한 난장판을 더 역동적으로 만들어줍니다. 급기야 고작 박 쪼가리를 들고 서로를 위협하는 멤버들을 스케치할 땐 아무 것도 아닌 상황을 엄청 진지하게 포장하면서 실소를 불러 일으킵니다. ‘형제끼리 박을 겨눈 슬픔의 현장’이라는 자막과 비장하기 짝이 없는 배경음악은 역으로 이 별 것 아닌 상황을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지요. 유재석은 ‘갈비찜’으로 위기를 모면하지만 그래봐야 3:0으로 0박팀이 승리합니다.


여박의 빌미가 된 박명수의 쪽박 사용도 거론해야겠죠? 말 한 마디 잘못한 유재석을 쪽박으로 내리치며 쪽박에 맛들인 박명수는 애꿎은 이윤석도 쪽박으로 후려치다가 배로 돌려받습니다. ‘쪽박’, ‘비상박’ 등의 이름으로 불리던 이 쪽박은 훗날 ‘여박’이라는 형태로 자리잡게 됩니다. 끝없는 공격성을 지닌 박명수의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이 소재를 발견하는 것도 쉽진 않았을 거에요. 반면 유재석은 억울하다며 한판만 더 하자고 애걸복걸하다가 결국 본인이 제안한 겹박을 본인이 맞고 맙니다. ‘겹박 어때요 겹박?’이라고 애걸하는 유재석에게 운을 맞춰 ‘어디서 협박이야?’이라고 받아치는 노홍철의 기민함도 놓치면 안됩니다. 어쨌거나 이 번외 라운드에 참여하지 않았던 박명수는 직접 닭 코스튬을 입고 나와서 겹박을 후려치고 즐거워합니다. 당하는 유반장, 날쌘돌이 노홍철, 닭집 박사장의 캐릭터들을 한번씩 부각시키며 <아하>가 끝납니다


점점 더 선명해지는 마봉춘, 점점 더 아수라장이 되는 <퀴즈의 달인>


<정답을 알려주는 퀴즈, 방석라이더>가 시작되자마자 멤버들은 마봉춘이 어떻게 생긴 사람인가 상상해보며 즐거워합니다. 앞에서도 ‘혹시 자동 응답 기계가 아닐까’ 하는 농담을 주고 받던 멤버들은 본인들이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으로 상상 속의 마봉춘 얼굴을 완성합니다. 계란형 얼굴, 긴 생머리, 별이 들어간 두 눈, 붉은 입술과 오똑한 코. 박명수는 그 와중에 뜬금없이 ‘집안이 좋아’라고 말해 좌중을 뒤집어놓죠. 유재석은 한술 더 떠 ‘마봉춘이 분명히 우리 중 한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멤버들의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덕분에 마봉춘 캐릭터는 점점 더 선명해지고 친근해집니다. 조금 뒤의 내용이지만, 3라운드에서 문제를 읽다가 혀가 꼬인 마봉춘이 ‘죄송합니다’ 라고 실수를 인정하자 멤버들은 인간적인 마봉춘의 면모에 환호하지요. 멤버들의 너스레 가득한 리액션에 힘입어 마봉춘의 캐릭터는 점점 더 선명해집니다.


잠시 마봉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죠. 마봉춘은 애당초 <상상플러스>의 노현정이나 백승주처럼 쇼의 주도권을 공유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실명도, 얼굴도 보여주지 않는 그녀는 노출빈도조차 적었죠. 그런 마봉춘의 캐릭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식으로 멤버들이 대신 나서서 캐릭터를 설정해주는 일이 필수였을 겁니다. 저는 더 이상 마봉춘이 등장하지 않는 <무한도전>이 가끔은 아쉽습니다. 마봉춘이 노현정처럼 본인의 개성으로 쇼프로그램의 색깔을 MC들과 함께 결정할 정도로 비중이 컸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무한도전>이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꾸준히 내조한 캐릭터였잖아요. 특히나 마봉춘이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아하를 하면서 ‘거꾸로’ 찬스를 사용해 승리를 거두는 대목은 통쾌하기까지 했죠. 글쎄요. 요즘은 마봉춘 없이도 잘 굴러가는 것 같고, 마봉춘이 참여할 건덕지가 없는 게 사실입니다만, 그래도 가끔은 그녀가 그립습니다. 저 혼자만 그런 건가요?


어쨌거나, 지난 주에 이어 UN 보이즈가 다시 등장합니다. UN 보이즈의 발음은 한결 정확해지고, 문제는 한결 더 쉬워졌어요. 첫번째 시간보다 오답이 나오는 빈도는 줄어들었습니다만, 문제는 얼마나 방석과 함께 빨리 이동하느냐가 답을 아느냐 모르느냐보다 더 큰 변수가 되어버렸다는 겁니다. 알량하게나마 정답을 유추하는 과정이 남아있던 지난 주와는 차원이 달라요. 예전에 유재석과 김제동이 <해피투게더> 시절 진행하던 <퀴즈! 속전속결! 꿇어∼yo!>와 비슷하죠? 진행방식도 그렇거니와, 지식보단 체력, 민첩성, 온갖가지 반칙플레이와 운이 필요한 난장판이라는 점에서도 아주 흡사합니다. 이 싸움에서 가장 불리한 사람은 정형돈입니다. 육중한 몸을 이끌고 가는 것까지는 좋다 이겁니다. 방석이 함께 딸려오지 않으면 정답을 맞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이 포맷에서 정형돈은 언제나 약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한테 핸디캡을 좀 주세요’라고 울부짖는 정형돈에게 유재석이 ‘우리가 다 핸디캡이에요’라고 대꾸하는 걸 보고 있으면 일견 잔인해보이기까지 합니다. 물론 앞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늘 당하는 캐릭터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하던 정형돈에게 그게 나쁜 일이라고만은 할 수 없겠지만요.


UN 보이즈의 4번째 멤버로 콜레트라는 여자가 등장하자 멤버들은 언제 마봉춘에게 관심이 있었냐는 듯 태도를 싹 바꿔 콜레트에게 열광합니다. 다 같이 콜레트에게 인사하는 와중에 정형돈과 유재석이 보여주는 작태(…)를 잠깐 옮겨볼까요?


- 하이, 알러뷰 쏘 머치
- 잠깐만, 지금 처음 뵙는데 뭐 ‘알러뷰’가 나와요.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고개를 돌려 콜레트에게) 아이 라이크 유


이 한없이 얄팍하고 속보이는 멤버들에게 이런 구애의 외침을 받는다고 한들 뭐가 그리 기쁘겠습니까… 이후로도 무한도전 멤버들은 한결같이 여자 게스트가 나오거나 전화연결이라도 된다 치면 차마 눈뜨고는 보기 힘든 아수라장을 펼칩니다. 콜레트 정도는 양반인 거에요. 아무튼, 이 점수들을 가지고 3라운드 – 1화에서 보여준 바 있던, 6위부터 1위까지 1대1 대결을 펼치는 포맷의 - <퀴즈의 달인>으로 넘어갑니다.


3라운드에선 지난 1화에서 6위에서 2위까지 한 호흡에 달려가는 기염을 토한 정형돈이 또 멋진 활약을 선보입니다. 2라운드에 비해선 비교적 얌전한 퀴즈쇼인지라 정형돈이 특유의 순발력과 재치를 발휘해 1위 자리를 노리는 곳까지 올라가는 건 거의 한 편의 드라마입니다. 꼴지인데다가 빈손으로 시작해서 결국 1위와 맞붙는 거잖아요. 문제의 카테고리는 대체로 무한도전 멤버들에 대한 분야로 한정이 되었으나 의외로 까다로운 편입니다. 구체적인 인명이나 수량을 정확하게 제시해야 하는 문제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준결승전에서 제시된 ‘연예계 선배들을 나이 순서대로 정렬하시오’ 같은 걸 단번에 맞추는 정형돈을 보고 있으면 ‘신내렸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와요. 박사 학위에 빛나는 예능계 대표 브레인 이윤석도 정형돈 앞에서는 빛이 바랩니다. 앞으로도 <퀴즈의 달인>에서 몇 차례는 더 나올 노래 ‘리리리자로 끝나는 말은’ 빨리 부르기를 결승으로 드디어 정형돈이 1위를 하면서 이 날 방송은 끝이 납니다.


이번 회의 MOM (맨 오브 무한도전) : 박명수


박명수를 보고 ‘안 웃긴다’, ‘윽박지르는 것 외엔 하는 것이 없다’라고 말하는 건 쉽습니다. 쌍꺼풀과 ‘우이씨’ 만으로 몇 년간 큰 건수 없이 버텨왔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아직도 박명수에 대해서 평가하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그런 탓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무한도전>만큼은 박명수가 없어서는 안 되는 프로그램이에요. 극한의 이기주의와 견제라는 <무한도전>의 색깔은 많은 부분 박명수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이라면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동시에 만인의 적이 되고 있지요. 정준하와 함께 벌이는 ‘아버지, 어머니 부부싸움’. 노홍철에 대한 꾸준한 견제. 심지어는 유재석에게 ‘너 때문에 내가 못 큰다’ 라고 투덜거리는 박명수는 다른 멤버들의 개그를 받아주고 그 색깔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요.


박명수가 이렇게 ‘잘’ 웃기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일까요? 저는 유재석이라는 파트너를 만나면서부터라고 생각합니다. 유재석은 박명수의 공격을 무난하게 받아주며 멍석을 깔아주지요. 무례하고 공격적인 개그를 일삼는 박명수와, 늘 정중하고 예의 바르지만 결코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 유재석은 근사하게 한 쌍을 이루지요. 게다가 두 사람 다 자학성 유머에 능한 편이니 서로의 개그를 증폭시켜주기도 합니다. <X-맨>,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무한도전>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함께 해오면서 박명수는 비로소 ‘대단히 웃기는 사람’ 반열에 들어섰어요.


이번 회에서 복식으로 ‘새해 복 많이 받아~요!’ 라고 새해 인사를 던질 때부터 박명수는 방송 초입부터 웃기려고 작심을 하고 나왔다는 걸 숨기지 않습니다. 방송 내내 후렴구처럼 ‘무슨 말만 하면 막으니…’라고 투덜거리면서 절망적인 개그감각에 대한 자조적인 개그를 던지던 박명수는, <아하> 첫 판에서부터 ‘두유’로 유재석을 침몰시킵니다. ‘브라질’이야 말이 꼬여서 웃긴 거였고 ‘비데’는 사실 이상할 것도 없는 단어였지만, ‘두유’만큼은 누가 봐도 작심하고 준비해 온 거란 걸 알 수 있어요. 그게 아니라고 하면 더 대단한 거죠. 유재석의 캐릭터를 정확하게 알고 공격단어를 던질 때는 회심의 미소도 숨기지 않습니다. 유재석의 말 실수를 잡아내며 ‘방송에서 너라니!’ 라고 벌컥하는 순간의 재치도 칭찬할 만 합니다.


<아하> 내내 벌칙 닭을 퇴치하기도 하고 직접 닭 코스튬을 입고 등장해 닭집 박사장 캐릭터를 각인시키는가 하면, 유재석의 ‘갈비…’ 사건의 한 가운데서 0박팀을 공격함으로써 만인에 대한 만인의 공격을 이끌어내고, 쪽박을 활용하여 여박의 가능성을 발굴해내고, 마봉춘에 대해 뜬금없이 ‘집안이 좋아’ 라고 말하면서 보는 이들까지 허탈하게 만들고... 이번 회에서 박명수는 말 그대로 종횡무진입니다. 더 놀라운 건 그러면서 다른 멤버들의 비중을 잡아먹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되려 다른 멤버들이 박명수의 개그에 화답하며 분위기는 더욱 상승하지요. 이번 회의 MOM은 박명수에게 돌아가야 마땅할 겁니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더 이상 특정 포맷에 얽메이지 않고 종횡무진하는 <무한도전>의 오늘을 보면서 <무한도전>의 과거에 대해 주석을 다는 일이 무슨 의미인가 하는 지적이 있습니다. ‘왜 <무한도전>인가?’라는 서문이 무색해질 정도로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무한도전>은 이제 고정된 포맷 없이 팀워크 하나로 오만가지 장르를 넘나드는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몰래카메라, 변칙 짝짓기 프로그램, 슬랩스틱쇼, 운동회식 코메디, 만담에 이르기까지 <무한도전>이 커버하지 못하는 장르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겁니다. 제작진들은 이런 <무한도전>의 장르를 <리얼 버라이어티 쇼>라고 정의하고 있지요. 시청률은 이미 동시간대 방송되는 토요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 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어요. 출연 예정 게스트 라인업만 훑어봐도 <무한도전>이 얼마나 거물이 되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처음 리뷰를 시작하던 시점과 많은 것들이 달라진 지금, 이 리뷰를 계속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전 아직 이 리뷰가 가지는 의미가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무한도전>의 원동력이 되는 멤버들 간의 팀워크는 분명 <거꾸로 말해요 아하>를 통해 다져진 거잖아요. 단순 육체노동에만 집중된 <무(모)한 도전>은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포맷이었습니다. 때문에 잦은 멤버교체와 게스트 초대 때문에 팀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드물었어요. 도전주제조차도 매주 바뀌었잖아요. 반면 어지간히 익숙해지지 않으면 함께 하기 어려운 <아하>는 매주 같은 포맷, 고정 멤버들로 진행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종종 불안하게 한 두명씩 교체되거나 게스트를 초대하는 일은 있었지만, 적어도 <무(모)한 도전>만큼 팀 구성이 흔들리진 않았잖아요. 덕분에 느긋한 호흡으로 소재를 탐색할 수 있었고, 그제서야 안정된 포맷 안에서 캐릭터끼리의 화학작용을 조율할 여유가 주어진 겁니다. 마치 강호동과 유재석의 호흡이 수많은 시도를 거쳐서 <쿵쿵따>에서야 비로소 조율되고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올 수 있었던 것처럼, 무한도전 멤버들의 캐릭터와 팀워크는 <아하>를 통해서 비로소 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겁니다.


고로 앞으로도 이 리뷰는 계속될 겁니다. 향후 각 화의 리뷰 분량과 속도의 변화가 있을 수는 있을 겁니다. 종종 넘겨뛰는 방영분도 생길 수 있겠죠. 그러나 리뷰 자체는 계속 될 겁니다. 순수한 아비규환의 세계를 펼쳐보임으로써 한국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을 바꾼 기념비적인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태동기를 분석하는 것은 <무한도전>의 오늘, 그리고 내일을 읽는 단서입니다.


 

출처 :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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