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리뷰 고별대담 with 까막 : 무한도전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땡땡 : 안녕하세요
까막 : 안녕하세요
땡땡 : 사막에 떨궈놔도 모래 특집으로 좌담 하나 똑딱 만들어내는 만담 콤비의 편집장 땡땡
까막 : 까막입니다
땡땡 : 아, 오랜만입니다아. 좌담으로 만나는 건
까막 : 아니 우리 언제 모래 특집해요? <-
땡땡 : 아뇨;;; 말이 그렇다는 거죠
까막 : 언젠가 할 거면서;_;! <- 거짓말!!!! ;ㅁ;
땡땡 : 여러분 가정의 달 5월의 특집은 모래 특집 <- 어쨌거나... 우리 웹진 식구들이라면 한번씩은 다 들었던 '이 놈의 무한도전 리뷰를 언젠가는 그만 둬야지' 라던 말을 4월호에서 드디어 실현에 옮겼습니다.
까막 : 꿈은 이루어진다☆ ...가 아니라.
땡땡 : ;;;
까막 : 아쉽네요.
땡땡 : 사실 그만 두는 저로서도 아쉬움이 크긴 합니다. 그런데 첫째로는... 이 속도로 리뷰하다가는 절대로 못 따라잡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 사실 그렇잖아요;;;
까막 : 하긴 그래요[...] 편집장님이 남은 인생을 무한도전에 바치신다 치고 한 달에 네 편씩 리뷰하심 모를까...
땡땡 : 아니 제가 무슨 대동여지도 만든 김정호 선생도 아니고 <- 인생을 무한도전에 헌신;;; mbc에서 감사패도 하나 받은 적 없는데;;
제가 김정호 선생도 아니고
까막 : 뭐 저희가 연말에 진상 하나 드리면 되잖아요
땡땡 : 전 연말에 군에 가 있단 말입니다 (...)
까막 : 그 정도면 됐지 뭘 MBC에서 상까지... 아 소포 보낼게요 진상
땡땡 : ;;; 암튼, 그것도 그렇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제가 '예능프로그램의 미래' 라고 말했던 그 때 무한도전과 지금의 무한도전이 많이 달라졌단 생각이 들어서이기 때문이에요.
까막 : 많이 바뀌었죠.
땡땡 : 포맷 뿐만이 아니라, 그 양상이 많이 바뀌었어요.
까막 : 무한도전만큼 짧은 기간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프로그램이 없었죠
땡땡 : 특히나 최근에 불거진 표절 의혹은... 저 외에도 수많은 리뷰어들에게 반성을 불러일으키고 있지요.
까막 : 표절 의혹도 그렇고... 김태호피디의 자막도 논란이 있었죠.
땡땡 : 예컨데 방석을 머리에 두르고 쌍박쏭을 지어내는 부분을 놀라운 순발력이라고 칭송했던 저는, 그것과 경악할 정도로 흡사한 장면이 일본 쇼 프로그램에서 이미 선례가 있었단 걸 알고 할말을 잃었죠. 독자 여러분들께 면목이 없었습니다.
까막 : 아... 그거요. 저도 그 일본 프로그램 장면 캡쳐를 봤는데, 아마 쌍박송 할 때 무희들도 비슷했었죠?
땡땡 : 그것도 그렇거니와... 저 외에도 수많은 리뷰어들이 '빨리 친해지길 바래' 외의 표절 의혹을 받는 에피소드들을 칭찬한 바 있었잖아요.
까막 : 그쵸.
땡땡 : 이럴 때마다 강명석 평론가의 '제발 좀 보고 쓰라' 는 충고가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까막 : 그건 정말 뭐랄까... 기분이 이상했어요. '빨리 친해지길 바래' 표절 의혹은. 하하와 정형돈의 어색한 사이는 정말 실감이 났었달까요... 보통 쇼오락 프로그램에 설정이 존재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무한도전은 좀 다르다고 생각을 했었잖아요. 그런데 그 어색한 관계의 돌파구 같았던 에피소드가 표절이었다니까 어리둥절한 거죠.
땡땡 : 글쎄요... 일단 제작진들도 할 말들은 있겠죠. 뭐 세상 아래 새로운 것이 없고, 예능프로그램들의 성격이 비슷하면 비슷해보이는 에피소드도 있을 수 있다. 뭐 이런 말들요. 일리가 아주 없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하지만 그런 건 있지요. 무한도전이니만치 좀 표절이 없었으면 하는. 시청자들의 기대치랄까요
까막 : 무한도전 매니아들의 보내던 애정과 지지가 흔들릴만한 계기가 되었다고 봐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이번주 무한도전을 보겠지만 : P
땡땡 : 흠... 어떤 분들은 무한도전에 대한 언론의 '때리기' 에 대해서 꾸짖으면서, 무한도전에 대한 애정을 계속 표출해주셨는데, 저 같은 경우는 그래요. 언론이 무한도전에 대해서 지적하는 건 분명 옳은 일이지만, 그 전에 무한도전이 뭘 해도 칭찬하던 행태에 대해서 반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무한도전에 대한 기사를 쓰면 일단 클릭수가 올라가잖아요. 그게 수익으로 직결되고.
까막 : 맞아요.
땡땡 : 진짜 사랑한다면, 지적했었어야 하는 것들인데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저도 조금은 부끄러워요. 무비판적인 열광의 행렬에 동참한 거, 아니 앞장선 거 같아서.
까막 : 흐흐; 저도 그랬었죠.
땡땡 : 흠... '변했다' 라는 점들을 함께 짚어볼까요?
까막 : 그러도록 하지요.
땡땡 : 그... 저는 제 리뷰에선 무모한 도전 시절을 의도적으로 누락시켰어요. 물론 수많은 매니아들은 그 시절부터의 강력한 애정을 숨기지 않지만, 전 무한도전이 다른 프로그램들과의 차이점을 강하게 보였던 건 무리한 도전 시절 때부터라고 생각했거든요. 실내'극'이 시작되면서, 세트라는 좁은 공간을 제약이 아니라 무대로 활용하는 재기가 빛나던 시절이었습니다.
까막 : 세트 안에서 상상력을 펼치고 캐릭터를 구축하고...
땡땡 : 무한도전의 큰 특징인 캐릭터 코메디의 기반이 잡히던 시절이었죠?
까막 : 네. 박명수야 말할 것도 없고... 정형돈도 그렇죠.
땡땡 : 전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으로, 쇼프로그램 안에다가 실제 세계의 특성을 가미한 거를 꼽습니다. 실제 멤버들의 단점, 특징 같은 것들을 캐릭터에 적극 반영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쇼를 이끌어 낸 것 말입니다. 유재석의 '비디오', 박명수의 '중년, 무식'. 최근에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김병욱 PD의 시트콤의 성공비결과 비슷하죠.
까막 : 그쵸, 정준하의 식신 캐릭터라던가... 박해미도 실제 성격이 그렇게 시원시원하다고 하고
땡땡 : 김병욱은 예전부터, 실제 배우들의 특징을 캐릭터 성격 구축에 반영하는 거로 유명했죠. 박영규의 묘한 처세술이라거나, 홍리나의 소심함, 안재환의 능글능글함도 실제 성격의 반영이었잖아요.
까막 : 하이킥의 서민정이나 신지도 우리가 알고있는 그 사람들의 실제 이미지랑 크게 빗나가지 않죠.
땡땡 : 여담이지만, 요새 정선희의 정오의 희망곡에 목요일 게스트로 안재환이 고정이거든요. 어우, 얼마나 능글능글한지 정선희랑 이병진이 학을 떼요, 그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들이.
까막 : ;;;;
땡땡 : 아무튼, 곁가지 고만 치고; 그.... 또 제가 한 가지 더 꼽고 싶었던 것은 뭐냐면,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다 하자가 있는 캐릭들이라는 거죠 (...)
까막 : 하자 [...] 다들 흠 있는 캐릭터...;
하자있는 캐릭터 (...)
땡땡 : 보통 그 맘때 했던 예능 프로그램들에서는, 무한도전 멤버들이라면
까막 : 박명수야 호통 개그 이전의 거의 모든 개그맨으로서의 커리어가 놀림감;이 되고;
땡땡 : 예쁘고 키크고 잘생긴 선남선녀들의 짝짓기 사이사이에서 웃음을 주기 위해서 양념이나, 밑받침용 무채 역할을 했었을테죠. 실제로 X맨에선 자주 그랬었고요.
까막 : 비하용 캐릭터랄까요... 신정환처럼.
땡땡 : 그런데 여기선 못난 놈들이 자기 세계를 만들고, 그 못난 놈들이 왕을 하고, 잘난 놈이 게스트로 나와도 바보취급하고 호통으로 깔아뭉개서 자기들과 같은 층위로 끌어내리거든요. 그러니까, 보는 사람들이 위화감을 덜 느끼게 되는, 친근함의 효과가 분명 있었던 거 같아요. 왜냐면 시청자들의 절대다수가 감정이입하기 편한 스펙(...)들을 갖춘 사람들이기에;;
까막 : 허허;;; 무한도전은 호통을 치고 미운 소릴 해도 정이 가는 바보들의 세계였죠.
땡땡 : 그... 무한도전이 본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한게... 월드컵 특집 때부터였죠 아마?
까막 : 예. 세트 밖으로 자주 나오면서부터... 세트 밖에서도 좋은 편이 있었어요. 농촌 특집이나 가을 소풍 같은 거요.
땡땡 : 예, 그래도 월드컵 특집 때까지만 해도 나쁘진 않았어요
까막 : 어디서부터 예전과 틀어졌다고 생각하세요?
땡땡 : 음... 글쎄요. 정확하게 짚을 순 없지만... 제 생각에는 이 양반들이 '리얼리티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면서부터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한 거 같아요. 왜냐면, 예전에는 버라이어티에 리얼리티가 가미된 식이었는데 가면 갈 수록 리얼리티를 버라이어티의 틀 안에 가두려고 하다보니까 점점 인물군상들의 분열이 도드라지게 된 거죠.
까막 : 흠... 리얼리티와 버라이어티의 전복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땡땡 : 예. 예컨데, 최근에 정형돈의 도전을 아예 누락한 50회 방영분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을 그저 '오버' 라고 보기엔 그간 집요하게 정형돈에게 '어색하다'는 딱지를 붙여온 것에 대한 감정적인 불편함이라고 해석하는 게 옳을 거에요.
까막 : 석연치 않죠;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리고 그 후속 수습 기사 중 정형돈 상플 녹화 때문에 녹화를 아예 안 했다는 안 했다는 것도 있었구요. 여섯 명 다 해서 도전이 50씩 300인데; 정형돈만 빼고 녹화를 했네 어쩌네 하는 기사가 나오니까 불편하죠.
땡땡 : 마찬가지로, 잘 삐지는 정준하를 도발시키는 것이 어떤 웃음이 될 것인가 하는.
까막 : 정준하 몰래카메라는 보면서 저 소심하고 잘 삐지는 사람을 굳이 저렇게까지 몰아야할까 싶은 생각에; 재미가 없었어요. 그런 화제에 가장 취약한 정준하를 속임으로서 여섯 명으로부터 보통의 몰카보다 극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는 있었겠지만 그게 재미가 없거나 불편했다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봐요.
땡땡 : 그러니까, 뭐랄까. 누구 하나 더 잘 나고 못 난 거 없었던 여섯명 사이에서 점점 위계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불편함이 생기는데, 문제는 그게 세트장 밖으로 나와서까지 작용한다는거죠. 사실 그리고 무한도전을 계속 지켜본 사람이라면 더욱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게. 예전에 그... 2006년 만우절에 했었던 박명수 뻥카메라 있잖아요. 막내들이 막 난장피울 때 박명수가 역정내는 척 해서 분위기 싸해지는 거.
까막 : 네
땡땡 : 그런데 사실, 코메디언들이 웃기는 걸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일 뿐이지, 웃긴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어디까지 수위를 조절하느냐에 따라서 실제로 그런 일들이 생길 수도 있다는, 그 어떤 이면의 씁쓸함을 우리는 본 거죠 사실.
까막 : 그쵸. 실제로는 어떤 사람인지 알기 힘든 직업군에 속하는 사람들인데...
땡땡 : 김수로 이중 몰래카메라 때도 사실 그런 걸 봤고... 분위기 싸해질 때면 솔직히, 여섯명 다 정형돈 여섯명으로 돌변하잖아요. 누구 하나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정리할 엄두도 못 내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까막 : 그런 싸- 함을 보여줄 때마다 시청자로서 마음 편하게 감상할 기회가 조금씩 줄어들고요.
땡땡 : 문제는 부드럽게 받아 넘기기 위해서 아무리 심한 멘트를 날려도 상대방이 부드럽게 받아 넘기겠지 하는 안전핀이 더욱 더 날비린내나는 멘트를 토해내게 만든다는 거죠. 사실 박명수가 역정을 냈을 때의 상황은, 지금과 비교했을 땐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니거든요.
까막 : 그렇죠
땡땡 : 제가 칼럼 초기에도 말했지만, 유재석은 강호동이 아니거든요. 누구 하나를 바보 만들었다가 또 쫘악 띄워주고 누가 하나 너무 모나게 들고 일어났을 때 실력행사로 제압하고 하는 식의 진행은 못 해요.
까막 : 못 그러는 게 매력이면서도 단점이죠.
땡땡 : 문제는 유재석까지 편가르기, 비난, 매도 등의 일에 동참하는데 재미를 붙이기 시작하면서에요. 그거를 원상복구할 만한 파워가 없는 양반이, 자꾸만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쇼를 몰고 가니까
까막 : 유재석이 역정을 내고 어거지로 유재석을 잡아먹으려 드는; 박명수랑 호흡을 맞출 때라던가 각자 떠들고 노는 분위기를 말로 다듬어 수습할 때는 참 재미있고 노련한데... 농담처럼 1인자라고 하지만 정말 유재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네요. 전의 PD 인터뷰를 보니까 진행자 중 유재석이 가장 제작자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회의나 녹화에 참여한다고 하더군요.
땡땡 : 그러고 보면, 농담처럼 소비되긴 하지만 지금 무한도전의 맥을 가장 잘 짚어내는 건 어쩌면 거성일지도 몰라요
까막 : 그러게요.
땡땡 : 아, 점점 알게 모르게 그 전엔 무한도전이 워낙 하자가 있는 이들의 모임이었기에 흠이 안 되었던 점들이 '단점' 으로 치부되고 있다는 생각 안 드세요?
까막 : 그럴지도요
땡땡 : 정형돈이 어색하다는 게 처음엔 웃음을 주는 요소였는데 점점 비난의 대상이 되고, 그 비난이 박명수처럼 그냥 만인에 대해서 비난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유재석에겐 입 안의 혀처럼 살랑살랑하는 막내들의 입에서 나올 때. 그리고 다 같이 편을 먹고 정준하를 놀려먹을 때, PD마저 나이값을 하라는 식의 자막을 내보낼 때. 일방적으로 누구 편을 들고 하는 편가르기가 눈에 보일 때의 그 불편함.
까막 : 그리고 점점 비난을 받고 놀림당하는 축이 고정되고 있죠
땡땡 : 우리가 상상플러스에서 왜 이휘재나 탁재훈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는가를 한번 곰곰히 생각해봐야 해요. 그 사람들도 처음엔 웃자고 시작한 것이 관성이 되자 거의 무감각할 지경으로 정형돈에게 빈축을 줬잖아요. 그런 위계질서의 고정에서 오는 불쾌감이 대단하다고요.
까막 : 그쵸. 또 두 사람이 정형돈보다 연배도 위고 연예계 생활로도 선배이다 보니 그 위압감이 더해지기도 했던 것 같아요.
땡땡 : 제가 이 리뷰를 시작하면서, 미안하게도 하하에 대한 칭찬은 한톨도 한 적이 없는데 사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그랬던 거 같아요. 불화를 자꾸만 조장하는, 그리고 그것이 무감각하게 점점 더 강화되는. 흠... 이 쯤에서 적당히 체력 안배를 하고 캐릭터 구축의 시간을 가질 만한 고정 포맷을 좀 찾아야 할 거 같단 생각도 들긴 해요. 무한도전.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게... 하하나 정준하도 '아하' 의 시기를 거쳤잖아요.
까막 : 스튜디오에서 아하 게임을 할 때가 최상이었던 같아요. 최악까진 아니지만 지적해야할 헛점투성이였던 건 드라마도전?
땡땡 : 만약에 지금같이 뭐든지 닥치는 대로 하는 포맷일 때 투입이 되었다면 아마 하나로 융화되기가 어려웠을 거에요. 그런데 하하가 빠지게 되잖아요. 올해 안에...
까막 : 군대 가야죠. 그 부분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이... 하하가 빠지면 죽마고우 콤비나 거성네 회사 콤비도, 어색한 사이도, 유재석교도 없어지는 거니까.
땡땡 : 계속 새로운 멤버의 영입에 대한 시도랄까 하는 건 은근히 꾸준했어요.
까막 : 그쵸. 김현철이 있었던 월드컵 특집이 있었고... 지상렬도 진상 시상하러 한 번 나왔었고.
땡땡 : 김현철은 좀 그때 문제가 되는 발언을 했던가요
까막 : 네 욕도 하고... 지나쳤어요. 거성도 안하는 욕을 <- 김현철이 들어오면 더더거리는 거나 개그맨으로서의 커리어 자체가 개그 소재인 박명수랑 겹치고, 아둔한 걸로는 정준하랑 맞붙고 썰렁한 이미지는 최근의 정형돈과 비슷할 것 같아서...
땡땡 : 그렇죠. 그렇다고 지상렬을 넣으면 아마 유재석이 통제를 못 할 거에요.
까막 : 지상렬은 박명수과이기도 하지만 강호동과이기도 한 것 같아요. 지상렬이 마음 먹고 제압을 하려고 들면 박명수보다 파괴력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유재석이 욕을 볼 것 같습니다;;
땡땡 : 하하가 그러고보면 요 근래 한 서너달 동안 제법 컨셉들을 많이 구축했어요. 특히나 2007년 들어서 더욱.
까막 : 사생활 제보로 무한뉴스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도 하하였죠.
땡땡 : 흠... 하하 칭찬을 조금 해줘야 할 거 같아요. 제가 그간 하하에게 많이 인색했던 걸 생각하면 솔직히 전 별로 높게 평가하진 않았었는데 2007년도 들어서 보여주는 것들은 다 나쁘지 않아요. 무한재석교라거나
까막 : 하하가 무한도전에 들어와서 한 게 생각보다 많아요.
땡땡 : 그렇죠. 은근히 많죠.
까막 : 초반에 안혜경과의 열애로 사생활 폭로의 장을 연 것도 -본인이 의도한 게 아니었더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하하 덕이었구요.
땡땡 : 물론 저는 그 사생활 폭로를 그렇게 편한 심기로 보는 건 아닙니다만... : ) 하하는 사실 정준하랑 붙이는 것만 아니면 누구랑 붙여도 그럴싸하게 호흡이 나오죠. 무한재석교 / 같은 소속사 / 죽마고우 /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까막 : 하하가 버르장머리는 많이 없지만 그래도 최후의 귀염성은 지키는 막내 노릇을 해줬다고 할까요-
땡땡 : 물론 때로는 그 수위가 좀 많이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말썽꾸러기 막내 역할로 쇼에 활력을 불어넣은 공은 분명합니다. 저 역시 제 리뷰에서 좀 더 칭찬을 해줬어야 했고요. 아, 미처 리뷰 못 한 부분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언급 한번 해볼까요 그럼?
까막 : 그러죠
땡땡 : 전 이윤석이 학업 때문이었든, 무엇 때문이었든 무한도전에서 나간 게 못내 아쉬워요.
까막 : 전에도 무한도전 멤버 얘기를 할 때 나온 이름 중에 이윤석이 있었잖아요. 내내 아쉬운 이름...;_;
땡땡 : 물론 그 빈자리를 정준하가 멋지게 채워주긴 했지만요. 이윤석 본인이 무한도전에 대해서 얼마나 애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일설에는 개그맨보단 전문 MC로서의 자리를 더 노리기에 무한도전에 크게 미련은 없었을 거라고는 하는데 확실히 요새 은근히 실속있는 행보를 보이고는 있어요.
까막 : 괴물 캐릭터도 완소고, 아시다시피 저는 정준하를 좋아합니다만; 이윤석의 부실한 육체에 깃든 교활한 지식인의 스피릿 캐릭터가 있었다면 좀 더 다양한 색을 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땡땡 : 예, 말씀처럼 이윤석의 예의 바른 듯 비아냥거리는 듯한 풍모가 무한도전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부여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은 들어요. 그래서 하는 이야기지만, 하하가 군 문제로 하차한 후에 이윤석이 다시 들어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좀 해봅니다. 물론 교수에 방송진행에 무한도전까지 하는 건 좀 너무 빡빡한 스케쥴일 수도 있겠지만
까막 : 이윤석이 그럴 수 있다면 하하의 빈자리가 잘 채워지겠습니다만. 아, 정형돈과 정준하는 지금은 편을 붙어 쌍으로 뛰놀지만 초기에는 캐릭터가 겹친다는 인상을 줬어요. 거구로 놀림받고 식충이라는 소릴 듣는 거.
땡땡 : 그러고 보면 정준하가 처음에 등장할 땐 잘 생겼다면서 하하와 노홍철의 부러움을 샀다는 거, 참 충격적이죠? 돌아보면?
까막 : 맞아요. 정준하는 무한도전에서 괴물과 식신 캐릭터를 확고이 한 대신 본인의 미모를 져버렸어요... ;ㅁ;
땡땡 : ... 사심어린 발언 <- 미모라뇨;;; 독자분들께 사과하세요. (...)
까막 : 죄송합니다[...] 정준하가 그 멤버들 사이에 있었으니까 초기에 그런 소리라도 들었죠 <- 사심 뺀 정직의 소리
땡땡 : 그렇죠 (....) 유재석이 그랬더랬죠. '정준하씨, 이거 보세요. 저희 사이에 오시니까 잘 생겼단 말씀도 들으시잖아요
까막 : 무한도전에서 훤칠한 대접 받다 하이킥서 반백수식충이술먹으면괴물힘자랑세트 역을 받은 걸 보면[...]
땡땡 : 그렇죠. 동화된거죠 (....)
까막 : 근데 온 첫날도 잔치 국수 몇 초 안에 먹었더라 [...]
땡땡 : (...)
까막 : 정장 입고 나와서 하는 게 고작 국수 먹는 거냐는 하하의 비아냥이 떠오릅니다[...]
땡땡 : 사실 무한도전이 표절, 멤버구성의 식상함, 꾸준히 같은 컨셉 우려먹기 등등이 있어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우리는 막장이다' 라는 강력하지만 이상한 자부심과 함께.... '우리는 막장인가봐' 하는 소심함과 겸손이었죠.
까막 : 가진 게 없다는 초라한 자각과 그러니까 잃을 것도 없다는 자신감이 공존하는...
땡땡 : 그런데, 어느 순간 잃을 게 생겨버렸죠. 동시간대 시청률 1위.
까막 : 그걸 지키려다 지금처럼 엇나간 건지도.
땡땡 : 예... 사실 그럴수록 초심으로 꾸준함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계속 '더 자극적인 것' 으로 가면 결국 쌓아놓은 자산을 갉아먹는 것일 뿐일텐데... 글을 아무리 써도 잘 모르겠는 건 말입니다. 어디까지 불화를 조장하면 불쾌함 없이 웃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죠
까막 : 흠... 갈등을 빚는 인물 구도가 점점 고착화 되어가는 것에 대한 불쾌함이 시청자 개개인이 다를 테고... 불화로 주는 웃음의 빈도나 비율도 사실 까다로운 문제죠. 모두를 만족할 수는 없더라도, 프로그램 자체의 힘으로 수긍시키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죠. 우리가 불편함을 느끼기 전까지의 무한도전은 그런 편이었을 거에요. 요즘은 좀 지나친 거고..
땡땡 : 예전에 이경규씨가 그랬던 기억이 있어요. 웃기려다 보면 가끔 좀 수위를 오버하는 경우가 있다고. 그런데, 모르겠어요. 무한도전이 매력이 있었던 건 뭔가 계속 새로운 것을 하려고 했던 때보다는 익숙한 공식 안에서 캐릭터들을 계속 끊임없이 개발하던 시절이 더 좋았어요. 요새는 뭔가 계속 새로운 거에 도전하느라 기력은 기력대로 빠지고, 새로운 캐릭터라기보단 독한 발언들을 이끌어내서 자극을 주고, 무한이기주의 위주로만 부각시키고.
까막 : 변화만 있고 개발이 별로 없죠...
땡땡 : 그리고.. 전부터 계속 여기저기서 지적되고 있던 사안이긴 한데 무한도전 갱들이 놀러와 갱이고 또 하자고 갱이라는 점. 이거, 아마 앞으로도 은근히 약점으로 작용할 거에요.
무한도전 멤버들이 하자고 멤버들이고 하자고 멤버들이 무한도전 멤버들이고.
까막 : 유라인이라는 말까지 생기려고 하죠. 지겨워진다는 거... 예전 엑스맨에서 유재석 하하 박명수 셋만 비추면 영락없이 무한도전스러웠다는 걸 생각하면 그렇겠죠.
땡땡 : 앞으로 무한도전은 어떻게 될까요?
까막 : 한동안은 지금까지 구축한 캐릭터나 애청자들의 힘으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타 방송국의 다른 프로그램이 노골적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데도 휘둘리지 않고 있죠. 또 매니아들의 경우엔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멤버들 개인에 대한 애정으로까지 번졌잖아요. 게스트 나오는 거 안 반기고[...] 멤버들의 활동 범위가 늘어나면 그걸 또 소재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 무한도전의 인기 덕에 이영애같은 사람이 캐스팅되는 걸 보면 게스트들을 계속 써먹을 수도 있을 테고. 살펴보면 당분간 무한도전의 인기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 같기도 하죠. 관건은 그 상태가 얼마나 견고하게 오래 갈 수 있는가일 텐데... 사실 멤버 구성 자체가 큰 자극 중 하난데[...] 자꾸만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편하게 볼 수 있는 상태를 지나치는 걸로 보이기도 할 거에요.
땡땡 : 요즘의 무한도전이 더 재미있다고 믿는 분들은, 2005년 말부터 2006년 여름까지의 무한도전을 다시 한번 봐주시길 바랍니다. 적어도 이 리뷰의 필자였던 저는, 그 때가 무한도전의 황금기였다고 생각하거든요.
까막 : 요즘이 최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초기 무한도전에서 멤버들이 서로 캐릭터를 구축하며 자기들만의 오붓한 세계에서 사이좋게 인생 막차 타는 풍경을 보지 못한 분들이실 수도 있어요.
땡땡 : 늘 이야기하는 거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보는데 가장 좋은 거울은 여지껏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를 뒤돌아보는 거일 수 있으니까요.
까막 : 저희가 무한도전의 팬인 만큼 자꾸 기대하게 되고 더 잘해주길 바라는 게 무리는 아니겠지요. 예전의 좋은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 저거보다 잘 할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이 커서 매 주 보고 웃으면서도 마음에 걸려요.
땡땡 : 흠.... 사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번 주에도 보고 다음 주에도 보긴 하죠 (...) 아쉬워하면서도;; 아, 거성 360도 닭발 풍차돌리기 진짜;;;
까막 : 우리 거성공주님 필살기 또 개발;;;; 정형돈은 진짜 날렵하대요. 어쩜 그래요;
땡땡 : 전 진짜 무한도전에서 가장 본능적으로 프로그램이 나가야 할 방향을 읽어내는 건 박명수라고 생각해요.
까막 : 달리 거성이 아닌 거죠. 가끔은 유재석보다 빠른 거 같아요.
땡땡 : 360도 닭발 풍차돌리기라거나 거성체조 같은 건 사실 박명수 캐릭터가 아니면 그 정도의 힘이 붙기 어려워요. 보는 이의 혼을 빼놓는 어이없음을 척척 해치우는... 그리고 그 왜, 고무줄넘기 할때 정말 피를 토하는 듯한 절절한 괴성을 지르며 노래를 부르는...
까막 : ㅠ ㅠ 말개그 몸개그가 다 되어주시니까;;
땡땡 : 그리고 또 거성이 은근히 그 나이에 그 부실한 몸에도 불구하고 운동신경이 좋아요
까막 : ....팬심 작렬;;; 줄넘기 10개 하고 벌러덩 하는 그 양반이... 각종 무한 도전 종목에서 60대 평균치를 못 넘어준 그 사람이...
땡땡 : 아뇨. 체력 말고 운동신경이요. 예전에 월드컵 특집할 때도 손에서 공을 가지고 노는 폼이 예사롭지 않았고, 360도 닭발 풍차돌리기 같은 것도 쉬워보여도 은근히 어려운 거고
까막 : 아 그건 정말 어려워보이더라구요. 저는 땡님께서 말씀으로만 설명해주셨을 때 박명수가 팔다리를 쫙 핀다는 설명에서부터 웃었던 사람이지만;;; 영상을 실제로 보니... 제 기준에서 그건 기계체조 수준이더군요; 하하나 정준하, 정형돈이 의외로 몸개그 구사가 약한데 비해 박명수는 그게 자유자재인 것처럼 보여요. 부러 그런 캐릭터로 만들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땡땡 : 사실 그 분은 그냥 몸에서 힘 빼고 서 계셔도 개그죠.
까막 : 마비개그;
땡땡 : 눈에서 힘만 풀고 허공만 바라보셔도 그 자체로...
까막 : ...
땡땡 : 음… 마무리를 지어야 할 시간이 된 거 같네요. 사실은 이렇게 한참을 떠들고 있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무한도전은 늘 제 상상과는 조금씩 어긋나면서 발전해온 쇼고, 아마 앞으로도 제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가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전개의 방향이 쇠락이 아닌 발전이 되길 바랄 뿐이죠. 가장 중요한 건 어깨에 들어간 힘을 좀 빼는 거 같아요. 지금은 어깨에 힘이 좀 많이 들어간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까막 : 그렇지요. 우리가 그리워하던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것도 아니고 또 하자 투성이의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그들의 세계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해나가고 있던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참 좋겠죠.
땡땡 : 언제나처럼, 멤버들이 호흡을 맞춰서 쭉 나가주길 바랄 뿐이에요. 무한도전은 전무후무한 쇼였고, 지금도 유일무이한 쇼에요. 부디 지금까지 함께 했던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아우, 이제 한결 편해요. 더 이상 무한도전을 평가하는 입장이 아니라
까막 : 즐기실 수 있어서요?
땡땡 : 예. 그냥 예전처럼 마냥 즐길 수 있는 입장이 되어서
까막 : 흐, 팔자 피셨삼 <-
땡땡 : 후련합니다. 리뷰를 쓰면서 어느 순간 애증의 대상이 되었거든요. 무한도전이
까막 : 후후
땡땡 : 이 자리를 빌려서, 여운혁 CP. 김태호 PD 이하 전 무한도전 스탭들과,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여섯 남자들에게 감사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까막 : 저도요. 사랑해요♡
땡땡 : 그리고... 제 미욱한 칼럼을 지켜봐주신 무한도전 팬분들께도, DC무도갤러 분들도 늘 지켜봐주시는 거 은근히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 알아주시고. 그리고 누구보다도 든든한 아군인 CQ의 독자 가족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독자 여러분들 아니었으면 아마 처음 한 두회 쓰고 끝났을 거에요.
까막 : 저를 비롯해서 땡님 글을 읽으셨던 분들이라면 누구나 땡땡님의 무한도전에 대한 활화산같은 애정을 알고 계실 거에요. 그동안 수면 시간을 인간의 한계까지 몰아치시며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
땡땡 : 아닙니다. 더 썼었어야 하는데 ;ㅁ;
까막 : 그럼 더 쓰세요[...] <- 자비 없는 막님
땡땡 : ….야;;; <-
까막 : 까짓 거 일년 치 넘게 남았고만 <-
땡땡 : 오냐 그래 너 죽고 나 죽자 <-
까막 : 거 참 리뷰 제가 쓰나열 댁이 쓰시지 <-
땡땡 : 아무튼 앞으로도 좋은 글들로 또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까막 : 수고하셨어요.
땡땡 : 흠... 마지막은 여섯 남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그렇게 끝내보죠. 무한!
까막 : 도전!
땡땡 : 도전!
까막 : ....이걸 왜 따라하고 있나 잠깐 제 삶의 회의 <-
땡땡 : 원래 왜 CQ에 끌려오셨는가 부터가 막님 삶의 분기점 <-
지금 다짐 변치 말고, 부디 계속 건승하기를.
정리 | tintin
그 동안 ‘tintin의 시리즈 리뷰 : 무한도전’ 칼럼을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단한 식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한도전에 목숨을 걸었던 것도 아닌, 그냥 방구석에서 TV를 들여다보며 키득거리던 백수의 글에 쏟아진 관심과 찬사 치고는 참 과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담을 포함해서, 그간 참 주제넘게 이게 문제니 이건 줄여라, 저건 강점이니 비중을 늘려라 하며 감놔라 배놔라 말이 많았습니다. 저와 생각이 다른 분들도 계시고, '쟤는 왜 이 프로를 이렇게 삐딱하게 본다니?' 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적어도 토요일 6시 40분이면 TV 앞에 앉는다는 점에서 가끔은 우리가 가족이나 동창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조만간 새로운 지면에서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다들 평안하시길.
– tint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