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10>무한도전은 힘이 세다

ddolappa 2008. 3. 16. 11:58
LONG 글의 나머지 부분을 쓰시면 됩니다. ARTICLE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10> 무한도전은 힘이 세다

 

 


새로운 질서의 도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박반장의 시대가 가고, 재신임 투표를 통해 유반장의 시대가 왔다. 사실 박명수는 그 기간동안 말이 반장이었지 무한도전의 실질적인 진행은 여전히 유재석이 계속해서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박반장의 재임기간 내내 숱한 논란이 일었던 까닭은 유재석이 무한도전 내에서 갖고 있는 상징적이고 실제적인 지위 때문이었다.

 


유재석이 누구인가. 현존하는 최고의 MC들 중 하나이며, 2005년 4월 23일 무한도전이 '무모한 도전'이란 이름으로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딛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거의 4년 내내 무한도전을 이끌어온 리더 아닌가.

 


개성 강하고 시끌벅적한 멤버들을 아우르면서 꽁트, 스탠딩 개그, 몸개그, 춤, 노래 등 버라이어티의 모든 요소들이 혼합된 무한도전을 진행할 수 있는 MC는 사실 무한도전 내에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예능계 내에서 유재석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박명수의 실권은 그의 진행 능력을 떠나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박반장의 시대는 어떤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도대체 어떤 의도에서 박명수는 반장이 되었던 것이며, 유재석의 반장 복귀는 또한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2006년 5월 6일 <미셸 위 특집>으로 시작된 무한도전 시즌3는 조만간 100회를 맞이하게 된다. 멤버 구성에서도 하하의 군입대로 인해 6인 체제에서 5인 체제로 변화했다. 위 두 가지 사실들은 결국 하나의 요구로 요약될 수 있는데, 그건 무한도전이 어떤 이유에서이든 변화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변화는 기존 질서의 파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멤버들 중 유재석 체제를 위협할 만한 가장 적대적인 인물은 누구였을까? 자칭 '악마의 아들'인 박명수보다 더 적합한 인물이 또 있었을까?

 


결국 박명수 정권의 등장은 무한도전이 다가올 변화를 맞이하려는 강한 몸부림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무한도전의 기존 질서가 붕괴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멤버들의 관계 속에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야만 변화의 방향성이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

 


한 달여간의 하하와의 이별의식을 끝내고 무관의 유재석이 남겨진 4인의 리더로 복귀한 것은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멤버들에게도 박반장의 집권기간은 무한도전이 변화를 맞이하는 준비기간으로 받아들여졌는데, 가령 정형돈이 하하가 빠진 이후 자신은 오른쪽 끝에 설까 아니면 왼쪽 끝에 설까를 고민한다고 말하는 장면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방송분에서는 변화한 무한도전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었던 한 회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달라졌고, 앞으로 달라져야 할 것인가? 오늘의 리뷰는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해보도록 하자.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

 


이번 에피소드의 첫 장면은 재신임 투표로 시작했다. 기호 1번 '쿵잔치당' 유재석, 기호 2번 '열린머리당' 박명수, 기호 3번 '우리지민당' 정준하, 기호 4번 '창조어색당' 정형돈, 기호 5번 '치루치루당' 노홍철, 기호 6번 '부재자당' 하동훈이 열띤 경쟁을 벌인 가운데, 유재석이 일방적인 득표수를 기록하며 새로운 반장에 선출되었다.

 


하하의 빈 자리가 유난히 눈에 띄었던 선거에서 흥미로운 점은 정준하가 '간신 최고봉'으로 등극하고, 노홍철의 깐죽거림이 극에 달했다는 점이다. 정준하는 평소 유재석에게 충성을 다하는 노홍철과 하하를 '간신', '쭉정이'로 부르곤 했는데, 이제 그가 하하를 대신해서 간신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노홍철 역시 이죽거리는데 능통한 캐릭터였지만 이번 방송만큼 최강의 구강개그를 선보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이 둘의 역할 변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에게서 하하가 떠맡고 있던 역할들을 대신하려는 노력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홍철은 피습 사건으로 인한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퇴원한 직후 임한 무한도전 촬영에서 유난히 과장된 몸짓과 말개그를 선보여주었다. 그런데 그의 과장된 연기에서는 자신의 고통을 숨기고 시청자들을 안심시키려는 그만의 배려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자신이 당한 테러를 '인기의 척도'라고 떠벌이는 '16기통 엔진을 장착한 퀵마우스'의 사내가 유달리 크고 넓게 느껴졌다면 나만의 착각일까. 또한 그런 노홍철의 흡족해 하는 모습을 "그 어떤 대스타보다 많이 맞은 돌+아이"로 표현한 자막은 슬픔과 고통조차 웃음으로 승화시켜버리는 노홍철의 힘이자 무한도전의 저력을 느끼게 했다.

 


더우기 그가 '아는 형님'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은 '사고 그 이후 세상 무서울 게 없는 돌+아이'라는 자막만큼 거침이 없어 보였다. 평소 노홍철은 다른 연예인들의 아버지들이나 방송국 국장님에게도 '형님'이라고 서슴지 않고 불러왔다는 점에서 현직 대통령을 '아는 형님'이라고 표현한 것은 비하의 의미가 아니라 그의 어법상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장면만으로도 그가 새로운 정권에 줄대기를 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억측을 해왔던 여론은 불식되었을거라 생각한다.

 


사실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현대사회에서 공동체의 대표로서 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말은 대통령이 봉건시대의 왕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이기 때문에 존경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선출한 대표이기 때문에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즉 대통령은 능력, 학식, 재산, 출신계급, 인간적인 됨됨이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직능 때문에 국민들이 존경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유신 독재시대가 아니라 대명천지한 민주주의 시대를 살고 있으니 '아는 형님'이라는 표현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강.부.자와 고.소.영.을 사랑하실 만큼 젊은 감각의 소유자이시니 노홍철의 발언정도는 너그럽게 웃으면서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물론 그 밑에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 동안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할 만큼 미미한 역할을 했던 정준하 역시 점차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불같은 애드리브'를 하게 해달라는 그의 바람과는 달리 '불같은 맥끊기'로 멤버들의 구박을 받아야만 했던 그였지만, 조인성이라는 청춘스타를 무한도전에 출연시킨 것만으로도 계약연장 이야기가 오고갈 만큼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스타를 파트 타임으로 돌리는 오락 프로그램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조인성의 등장으로 세워져 있던 하하의 입간판이 곧바로 폐기처분되는 장면을 보면서 역시 무한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마음이야 그렇지 않겠지만 자신의 고민거리조차 툭 터놓고 인정하고 시청자들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자세야말로 오늘날의 무한도전이 존재할 수 있었던 힘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까 현재의 무한도전이 5인 체제이니 빠른 시일 내에 제 7의 멤버를 영입해서 6인 체제로 만드는 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5인이든 6이이든 무한도전 자체가 겪고 있는 변화의 과정에 동참을 해서 함께 방향을 모색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하'가 없다면 그가 없는 무한도전에서 새로운 재미와 즐거움을 찾으면 된다. 굳이 하하를 대신할 만한 인물을 찾아야만 한다는 생각만큼 우스운 것도 없지 싶다. 왜냐하면 하하를 대신할 인물은 하하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엄마 친구 아들 조인성의 재발견

 


그 동안 무한도전을 거쳐간 국내 스타들은 수없이 많다. 그런데 이영애나 김태희 같은 대부분의 여성 스타들은 무한도전 멤버들이 범접할 수 없는 여신이나 공주와 같은 컨셉트로 출연했다면, 남자 스타들은 차승원이나 차태현의 경우처럼 멤버들과 하나가 되어 망가져야만 주목을 받아왔다. 무비스타로서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서 멤버들을 몰래카메라로 속였던 김수로 편이 재미가 덜하다는 반응을 얻었던 까닭 역시 이런 패턴에 대한 반증일 수 있다.

 


그런데 오락 프로그램에서 '망가진다'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망가진다'는 건 스타가 지니고 있었던 아우라가 벗겨지고, 대중들이 알지 못했던 그의 새로운 모습이 발견된다는 것을 뜻하는데, 그것이 왜 '망가진다'고 표현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스타들이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하도록 만드는 광고사들의 편향된 선호도가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 얼굴을 내밀지 않더라도 고액의 광고료만으로 살아가고 있는 몇몇 CF 스타들을 생각해보자.

 


또한 오락 프로그램 출연을 '망가진다'고 표현하는 데에는 대중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일종의 폄하적 선입견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된다. 그러나 국내의 오락 프로그램에는 자주 출연하지 않는 스타들이 일본 등지의 외국에서는 국내에서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곤 한다는 점에서 이런 원칙이 일관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진정한 프로라면 오락 프로그램에서 요구하는 규칙에 따라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프로의 자세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여줄 때, 스타로서의 신비감은 약간 손상될 지언정 그보다 더 큰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으니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메이크업도 하지 않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수수하게 등장한 조인성은 '엄마 친구 아들' 이전에 '프로'로서 내게 먼저 다가왔다. 영화배우는 촬영이 없으면 한가롭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모습이나, 자신은 섭외하기 '쉬운놈'이라며 농담을 던지는 장면 또는 '미국으로 관광 가는 김태희 작가'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는 훈훈한 매너는 그의 인간적 매력을 충분히 느끼게 했다.

 


또한 박명수가 일일 게스트인 조인성에게 툭! 툭! 대사를 끊고 들어와야 한다며 충고를 하자, '괜찮으시겠어요. 아니, 아버지 화내실까봐'하며 은근히 박명수를 골리는 장면이나, '오늘 오게 된 게스트 조인성입니다'라는 인사에 게스트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멤버들의 말을 받아서 '조만간 고정될 것 같은 조인성입니다'하고 정정해서 말하는 순발력과 재치는 시트콤에서 다져온 그의 내공을 짐작케 했다.

 


촬영 도중 힘이 들어 짜증을 부리거나 몸은 비틀거리면서도 계속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쿨한 모습마저도 가히 조인성의 재발견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었던 것 같다. 조인성은 마침내 복근훈련에서 박명수와 짝을 이루어 '개그콤비 수와 성'을 결성하게 되었는데, 그들의 합작품인 '행위예술 작품명 천당과 지옥'은 '지옥에서 갓 돌아온 듯한' 박명수의 얼굴과 훤칠한 조인성의 얼굴이 대조를 이루어 '인간 미모의 양극단을 표현한 작품'이란 작품해설이 붙게 되었다. 이 장면을 이날의 베스트 명장면으로 꼽으려 했지만 정형돈의 '족발슬램'이 워낙 막강해서 안타깝게도 2위에 그치고 말았다.

 

 


선수들의 끼와 재능이 재미를 더했다

 


무한도전은 올해 <'무한도전' 2008 베이징 올림픽 특집 프로젝트>을 야심차게 계획한 바 있고, 그 첫 시험의 무대로 '베이징 올림픽 기계체조 특집'을 이미 방영했다. 그런데 이번 '레슬링 특집'의 경우 그 전보다 한층 더 재미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연예인 못지 않은 끼와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해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외모만큼이나 개성 넘치고 생기 넘치는 선수들의 언행은 프로그램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던 같다.

 


이처럼 선수들이 편안하게 방송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무한도전 멤버들과 사전에 충분한 교감을 나누었던 것에서도 한 가지 이유를 꼽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방송을 유심히 보면 멤버들이 선수들의 이름을 사석에서처럼 편하게 부르는 장면이 자주 보이곤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방송 환경에 낯선 선수들이 주눅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무한도전이 계획한 프로젝트의 성공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번 끼와 재능이 넘치는 선수들이 출연할 수 없는 일이라면, 시청자들이 그들에게서 최소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하고 소외된 종목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아직 방영이 되지 않은 분량이 남아 있는 다음 주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by ddolap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