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무한도전 History-퀴즈의 달인

무한도전 History -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6회(2006.1.21.)

ddolappa 2008. 3. 26. 10:14
LONG 글의 나머지 부분을 쓰시면 됩니다. ARTICLE

무한도전 History -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6회(2006.1.21.)

 


초저예산의 심플한 무대세트


'퀴즈의 달인' 시기로 넘어오며 무한도전은 매회 특집이라는 컨셉트를 내세우게 된다. 크리스마스 특집, 연말 특집, 새해 특집, 특집 없는 특집을 거쳐 이번 회에는 할머니댁 특집을 컨셉트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말이 특집이지 초저예산 합판 세트 위에 그려진 상황을 묘사하는 그림만이 주어진 전부였다. 이번 방송분에서도 시골 사랑방 분위기를 나타내는 그림과 장롱 세트 위의 이부자리가 무대세트의 전부였다. 나중에는 무대 정면이 갈라지면서 삼바춤을 추는 무희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면서 등장할 수 있도록 개조되고, 화면 오른쪽에는 앙케트 설문 조사 결과를 알 수 있는 사진 액자를 걸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지만 초저예산의 심플한 무대세트는 이 시기 무한도전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소 궁핍해 보이는 이러한 세트는 무한도전이 내세우는 B급 감수성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했다. 쫄쫄이와 늘어난 내복이 유니폼이었던 사람들이 실내로 들어와 갑자기 '여걸 6'처럼 화려한 무대 세트 안에서 쇼를 펼치는 것만큼 이질적인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무한도전은 화려함을 추구하는 대신 내실을 기울이는 실용적인 노선을 선택했다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할 듯싶다.


우선 출연진 전원은 쫄쫄이를 벗어던지고 매회 깔끔한 정장 수트 차림으로 등장하게 된다. 비록 정장을 입고도 하는 짓은 여전히 유치하고 모자란 것이었지만 수트 의상은 무한도전의 마이너적 감성을 보완하는 완충제 역할을 하고 있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이 있듯이 격식을 갖추어 차려 입은 복식은 출연진들과 시청자들에게 무한도전이 난장쇼이긴 하지만 분명히 넘지 말아야할 선이 있음을 가리키는 기능을 한다. 아마도 그 선은 무한도전의 B급 감수성과 대한민국의 일반 시청자들이 만날 수 있는 최소한의 접점과도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소 성의없이 그려진 듯한 무대 그림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련된 미술적 감각이 발휘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군더더기 없이 상황을 전달하는 그림들은 미술의 미니멀리즘처럼 절제된 감성을 전달하며 무한도전의 비주류적 성격을 보완하는 동시에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이 펼치는 상황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이처럼 이 시기의 무한도전은 자신들이 표방하던 'B급 감수성'과 이를 보완할 '세련된 감각'을 결합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대중들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심플한 무대세트와 수트 정장이 형식적 소도구로 사용되었다면, 시청자 앙케트는 내용적 차원에서 도입된 장치였다.

 

 

시청자 설문 앙케트의 시작


'퀴즈의 달인' 6회에 처음으로 시청자 설문 결과가 발표되었다. 무한도전 내에서 최고의 얼짱이 누구인가 하는 주제였는데, 2주 전에 있었던 현장설문에서는 하하가 당당히 1위에 등극했다. 그러나 2만 여명이 참여한 시청자 앙케트 조사 결과, 노홍철이 무한도전 대표미남을 차지하게 되고, 2위 유재석, 3위 하하, 4위 이윤석이 그 뒤를 잇게 되었다.


시청자 설문 결과 발표는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멤버들이 별것도 아닌 것에 설레발을 치며 호들갑을 떨면서 긴장감을 유발하고, 유재석이 '뻥이야!'를 통해 잔뜩 긴장해 있는 출연진들에게 낚시질을 하며 골탕을 먹이게 된다. 그리고 순위가 발표되면, 지난 주의 발표 결과에 따라 걸려 있는 출연자의 사진을 땅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자신의 사진을 걸어놓는 사진 던지기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이 보내준 선정 이유를 발표하는 시간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이러한 구성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제시된 것이 아니라 쇼가 진행되며 차츰 완성되어 간다. 이번 방영분에서는 겨우 1단계만 그 모습을 선보이고 있을 뿐이다.


하하는 연신 '놓치고 싶지 않아', '삐뚤어질테다'라고 고함을 지르고, 현장투표 1위에서 3위로 내려앉자 '깡생수'를 마시며 '지나친 상실감에 현실부정'에 이르게 된다. 현장투표에 비해 순위가 급상승한 사람이 있다는 유재석의 이야기에 솔깃한 박명수는 거짓 '환희의 눈물'마저 흘려보지만 너무나 쉽게 유재석의 낚시질에 걸려들고 만다. 박명수는 만만한 상대로 인식했던 유재석이 2위를 차지하자 억울했는지,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 태어날 때, 2위 못했을 때 남자는 세 번 운다고 너스레를 떤다.


멤버들도 유재석이 얼짱 2위를 차지하자 축하는 커녕 모두 어이가 없다는 듯 행동을 하는데, 자막 역시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운 듯 '얼짱 선거관리위원회. 외계인들의 높은 투표율과 동정표의 대거 유입으로 유반장 2위 견인차!'라고 설명하고 있다.


내심 무한도전 내의 최고 얼짱이라고 자부해 왔던 하하가 유재석에게 순위가 뒤쳐지자 '요다가 어떻게 날 이겨?'라며 반발하고 나선다. 유재석은 '요다도 영화배우예요. 헐리우드 스타예요, 요다가'라며 변명한다. 하하는 내심 높은 순위를 기대하고 있던 박명수에게도 시비를 거는데 그의 넓은 이마를 황비홍에 빗대어 '언제부터 황비홍이 1위를 노렸어? 황비홍이 자기가 2위인 줄 알고 떨고 있잖아'라고 비아냥거린다.


지금 묘사되고 있는 몇몇 장면만 보더라도 설문조사의 목적과 의도가 비교적 분명히 드러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시청자 앙케트를 통해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구축되고, 이렇게 형성된 캐릭터에 따라 출연진 상호간의 관계가 보다 분명하게 나타나게 된다. 이후 계속된 설문조사를 유심히 살펴보게 되면, 방송에서 제시된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반응을 하고, 시청자 반응에 따라 출연진의 캐릭터가 형성되는 순환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멤버들 각자의 캐릭터가 구체적으로 다듬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무한도전의 캐릭터는 '캐릭터(Character)' 본래의 의미인 출연자의 실제 '성격'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 세계와 쇼 오락의 세계를 연결시켜주는 가교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유재석이 무한도전의 대기실 분위기를 묘사하며, 박명수는 인사 대신 '아하! 다 죽일거야!'라고 말을 하며 들어오고, 노홍철은 정형돈에게 '안녕하세요! 나쁜 형!'이라고 인사와 동시에 비난을 한다고 말할 때, 실제의 '성격'과 쇼 오락의 '캐릭터'는 구분할 수 없게 된다. 그런 점에서 시청자 설문 앙케트는 오늘날의 무한도전이 있게 한 초석이라 할 수 있다.

 


무한극장의 시작


'꺼꾸로 말해요 아하!' 게임에서 박명수는 이윤석의 '킥복서' 단어 공격을 '복길이'로 대답해서 벌칙을 받게 된다. 재미있는 건 박명수가 <왕의 남자>에서 이준기가 분한 '공길'을 착각해서 '복길이'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멤버들은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박명수를 비난하게 되는데, 노홍철은 '외화도 아니고 한국영화도 이해 못해!'라고 하고, 하하는 '한국영화도 자막이 들어가야 이해해!'라고 비난을 퍼부어서 '박명수 킬러들'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 이 때 박명수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뒤에 놓여져 있던 이부자리 소품을 이용해서 박 대신 베개로 때릴 것을 제안하게 된다. 그러나 박명수는 자기 꾀에 자기가 걸려 이불 멍석말이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그러나 이어진 게임에서 이번에는 유재석이 걸려들게 되고 멤버들에 의해 베개 타작을 당하게 된다. 멤버들은 '재석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하며 노래를 부르며 유재석을 둘러싸서 구타하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여박 OST의 시작이다. 이후 여러가지 노래들이 불려지게 되다가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이 부른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가 메인 테마곡으로 최종 결정된다.


유재석은 멤버들로부터 구타을 당한 후 둘둘 말린 이불을 젖히고 빠져나오게 되는데, 그 모습을 자막은 '번데기를 벗는 성난 메뚜기'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 모습은 또한 하하의 지적처럼 지구에 막 도착한 터미네이터의 모습과도 흡사했는데, 유재석의 모습을 영화 <터미네이터>의 한 장면과 합성을 해서 '돌아온 메뚜기 네이터'로 표현한 장면 역시 재미가 있다. 그런데 이처럼 소위 인터넷의 '합성 짤방'이라 불리는 패러디 문화를 무한도전이 적극 수용하는 모습은 무한도전의 B급 감수성의 원천이 인터넷 세대의 문화적 특성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동시에 인터넷 세대들이 무한도전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까닭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로 볼 수 있다. 무한도전의 <이산 특집>이 인터넷에 떠돌았던 합성 사진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그 후에 방영된 <기계체조 특집> 편에서 봇짐장수 '하찮은'의 패러디 사진들을 방송에 내보낸 것은 인터넷 문화와 공중파 방송이 어떻게 생산적인 피드백 관계에 놓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들이라 할 수 있다.


엉크러진 머리에 야성적인 모습으로 변해버린 유재석은 타개책으로 쌍박을 제안하지만 또 다시 벌칙을 받게 되는 불운을 겪게 된다. 그 뒤 멤버들은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갖은 후 다시 촬영에 임하게 된다. 다소 지쳐 있던 멤버들은 마봉춘 아나운서에게 위로의 응원을 해달라고 조르지만, 이번에도 마 아나운서는 유재석에게만 '재석씨! 화이팅!'하고 외쳐서 유재석은 질투심에 불타던 멤버들로부터 멍석말이를 당하게 된다.


노홍철이 '망나니 금발총각' 역할을 하고, 박명수가 '어사 박명수' 역할을 맡아서 멤버들의 사극놀이가 펼쳐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무한극장의 시작이다. 박명수는 멤버들에게 포박당한 유재석을 향해, '멀리 동구 밖으로 쫓아내버려! 일단 멍석말이 한 다음에 이 놈을 동구 밖으로 쫓기내 버려라!'라고 외치는데, 예나 지금이나 사극 대사가 전혀 입에 붙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재석은 죄인에서 지나가던 과객으로 변하기도 하고, 박명수는 어사 박명수에서 순식간에 마당쇠로 변하기도 하는데, 순간순간 변화하는 상황과 그에 따른 대사들은 상당한 수준의 애드리브와 순발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멤버들 중 유재석과 박명수가 단연 발군의 실력을 선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들 모두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정극 코미디에서 수련을 거치고 쇼 오락 프로그램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근본 없는' 노홍철이나 하하와는 출신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저력은 오늘날 유재석과 박명수가 진행하는 <해피투게더>의 '웃지마 토크'에서도 그 빛을 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한도전은 스웨덴에 포맷 수출 계약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수입자 측에서 형식 자체가 너무나 복잡한 쇼라는 사실을 깨닫고 포기할 정도로 변화무쌍함을 자랑한다. 그 안에는 몸개그라 불리는 슬랩스틱, 토크쇼, 만담, 꽁트, 춤, 노래, 연기 등 쇼 오락의 거의 모든 요소가 들어 있다. 이런 요소들을 상황에 맞게 끌어들여서 대중들이 즐길 만한 형태로 만들어내는 광경은 정말 경이롭다. 그들은 심지어 상대방에 의한 상한 기분조차 웃음으로 승화시키기도 하는데, 이번 방송분에서 그러한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무한도전의 섬세한 관찰자인 '땡땡(tintin)'이란 리뷰어의 다음글을 읽어보도록 하자.


"방송 중에 실제로 멤버들이 상처입기도 한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나오죠? 노홍철의 머리 스타일을 보며 ‘머리에다가 중국집을 매달고 다녀’라고 비난하자 노홍철은 멋쩍은 듯 머리를 흔듭니다. 유재석이 무릎을 툭툭 두들겨주자 노홍철은 작은 소리로 ‘괜찮아요’라고 말하죠. 실제로 <무한도전>의 2006년도 망년회 자리에서 멤버들은 방송에서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티격태격하면서 실제로 상처받기도 한다는 점을 고백했었는데요, 노홍철답지 않은 개미만한 목소리의 ‘괜찮아요’라는 한 마디는 이런 멤버들의 고충을 살필 수 있게 하는 대목입니다. 물론 잠시 가라앉을 뻔한 분위기를 유재석이 ‘괜찮아요가 아니라 형(박명수) 말 들으라구요’라고 뒤집습니다. 뻘쭘해하는 노홍철에게 정형돈이 ‘노홍철씨는 왜 박명수씨 말을 잘 안 듣습니까?’라고 물으며 끊길 뻔한 호흡을 다시 붙여주고요. 노홍철은 다시 기운을 차리며 ‘잘 안 들려요. 말을 또박 또박 못 해’라며 박사장 킬러로서의 면모를 과시하죠. ‘시동이 안 걸린 차 있잖아. 가스차인데 겨울차. 맨날 주차장이야. 인생이 파킹이야’라고 공격받자 ‘내가 그래서 팍(Park)명수야’라고 받아치는 박명수. 이 장면은 아무리 거푸 봐도 참 보기 좋아요. 살짝 마음이 상했던 노홍철을 위로하고, 끊어질 뻔한 호흡을 능수능란하게 이어붙이잖아요? 이 사람들의 친분을 짐작케 하고 노련미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죠."

 


박명수의 '화목론'의 등장


'꺼꾸로 말해요 아하!' 게임 이후 이어진 '퀴즈의 달인' 코너에서도 멤버들의 유치한 장난은 끝나지 않는다. '찐빵'이나 '군고구마'처럼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식품이 걸린 퀴즈는 항상 굶주려 있는 멤버들에게 음식을 걸고 대놓고 싸우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윤석이 첫 문제를 맞추고 획득한 군고구마를 유재석에게 나누어주자, 유재석의 고구마를 빼앗아 먹기 위해 정형돈과 박명수가 달려들게 된다. '꿀고구마를 두고 펼쳐지는 무림고수들의 스펙터클 대서사시'는 눈물없이 볼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지하다.


'돼지파 고수' 정형돈은 유재석의 손에 든 고구마를 향해 침을 뱉으며 달려들고, '치킨파 고수' 박명수는 손으로 낚아채서 빼앗아먹으려고 한다. 그러나 '단연코 돋보이는 유반장의 무예'는 고구마를 향해 달려든 승냥이떼들로부터 고구마를 지켜내서 자신의 애제자 노홍철의 입에 넣어주게 된다.


이어지는 게임에서 하하가 '찐빵'을 상품으로 획득하자 또 다시 아귀다툼이 벌어지게 된다. 모두 하하의 호빵을 얻어먹기 위해 몰려든 사이 박명수는 이교수네 꿀고구마를 몰래 서리해서 훔쳐먹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 유재석은 호빵 포장지를 겨우 구해 핥아먹게 된다. 이 때 정형돈이 자신의 피자맛 호빵 포장지와 유반장의 쑥맛 포장지를 바꾸어 먹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그러나 딜이 성사되지 않자 정형돈은 노홍철의 배려로 고구마를 얻게 되고, 고구마를 미끼로 유재석을 유혹하게 된다. 이 때 이들 사이에 매복해 있던 박명수가 달려들어, 고구마를 손으로 치게 되고, 이윤석은 자신의 자리까지 굴러온 고구마를 어부지리로 손에 넣게 된다.


유재석은 번번히 손에 넣었던 음식을 빼앗긴 것이 분하기도 하고 수치스러웠는지 다른 사람의 음식을 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은 먹는데 빠지지 않았을 뿐 먹은 것은 그렇제 많지 않다는 변명을 늘어놓게 된다. 이 때 박명수가 자신의 고향 사투리로 그런 것을 '헛것이 먹는다'고 한다고 설명하게 된다. 그러나 멤버들은 박명수의 말에 싸늘한 반응만 보이게 되자, 박명수는 뜬금없이 자신의 가정은 화목하지 않다고 주장하게 된다.


- 박명수 : 그래서 저희 집이 화목하지 않습니다. 저희 집은 가족끼리도 화목하지 않아요.
- 유재석 : 박명수씨 가족이 화목하시잖아요.
- 박명수 : 화목하지 않은 걸 화목하지 않다는데 왜 화목시키려 그래요?
- 유재석 : 제가 봤을 때는 화목하신 것 같은데....
- 박명수 : (버럭 화를 내며) 어떻게 안다고 말을 함부로 해요?


바로 이 장면이 두고두고 유재석을 괴롭히게 되는 박명수의 화목론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나 방송에 나와서는 자신의 가정이 화목한 척이라도 하는게 일반적인 상식이라면, 박명수는 이 상식을 뒤집어서 파괴적인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화목하지 않은 걸 화목하지 않다는데 왜 화목시키려 그래요?'라니? 주객이 전도되어도 한참이나 전도된 느낌이다. 급기야 박명수는 '퀴즈의 달인' <졸업 특집>에서 자신의 어머니에게마저 비난을 가하고, SS501이 출연한 <무한 소년체전 특집>에서 자신을 '악마의 아들'이라고 말해서 졸지에 자신의 아버지를 악마로 만들어버리게 된다. 박명수가 사소한 꼬투리를 잡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자 저항하던 유재석마저 '그래요, 우리 집 화목하지 않아요' 하고 인정해버리기도 한다.


호통을 치는 '막말 캐릭터' 박명수에게 상식이란 코미디를 위해 무시할 수도 있는 어떤 것처럼 보인다. '가정은 안락한 보금자리'라는 사회적 통념을 그가 전도시켰을 때, 그리고 그가 '화목론'의 덫에 걸려든 주위 동료들의 가정을 하나하나 파괴해 나갈 때, 그는 정말 악마적인 웃음을 생산해내는 불한당처럼 느껴지게 된다. 그럼에도 그의 말을 듣고 심리적인 저항없이 웃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까닭은 그가 힘도 없고 머리도 없는 '아버지'이자 '하찮은 형'이기 때문이다. 서로 상반되는 '호통 치는 막말 박명수'와 '하찮은 박명수'는 지킬과 하이드 박사처럼 박명수의 두 얼굴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의 자학적이면서도 위악적인 개그 스타일은 바로 이 두 측면에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악마의 아들' 박명수마저 파괴시킬 수 없는 영역이 있었는데, 그것은 '형수님'으로 표현되는 자신의 사랑이다. <인도 특집>에서 고백하고 있듯이 젊었을 때는 밥벌이에 바빠서 마흔이 다 되도록 변변한 연애 한번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는 박명수에게 찾아온 사랑은 그가 지켜내야만 할 어떤 것이다. 그가 세상에는 아무것도 지킬 것이 없다고 인식했을 때, 호통치는 박명수가 되어 파괴와 전복을 일삼았지만, 지켜야 할 사랑과 가정이 생기게 되면 그의 개그 스타일 역시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한도전 최초의 유부남이 되는 박명수는 그래서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인 개그맨이다. 그리고 그의 캐릭터 변화가 무한도전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하는 점 역시 우리가 조심스레 지켜봐야 할 대목 중 하나이다.

 


by ddolap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