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무한도전 History-퀴즈의 달인

무한도전 History -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11회(2006.2.25.)

ddolappa 2008. 5. 3. 00:28
LONG 글의 나머지 부분을 쓰시면 됩니다. ARTICLE

무한도전 History -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11회(2006.2.25.)

 


여왕의 귀환


무한도전은 그 오랜 역사와 명성만큼 수많은 스타들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차승원, 이범수, 차태현, 김수로, 조인성, 이영애, 최지우, 김태희 등 국내 스타들 뿐 아니라 샤라포바, 효도르, 앙리, 패리스 힐튼과 같은 해외 유명 스타들까지. 그런데 당신이라면 이들 중에서 누구를 최고의 게스트로 선택하겠는가? 그 답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의 선택 기준은 게스트와 무한도전 양측에 서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게스트는 무한도전을 통해 자신의 숨겨진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또 무한도전은 게스트의 인간적 매력을 쇼 오락의 즐거움으로 승화시켜야만 서로에게 '윈-윈'(Win-Win)이 성립될 수 있는 거래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최초의 게스트로 출연한 이효리는 성공적인 게스트라고 평가받아 마땅하다. 솔로 1집 '텐 미닛츠'(Ten Minutes)의 빅히트 이후 2년만에 '겟 차'(Get Ya)를 들고 컴백한 이효리는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섹시 디바'로서의 모습과 친근감 넘치는 '털털한 이효리'라는 그녀의 야누스적 매력을 무한도전에서 마음껏 발산하고 있기 때문이다.(이효리의 야누스적 매력: 참고 1) 물론 무한도전의 출연 이후 이효리는 '겟 차'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Do Something'의 표절이라는 시비에 휘말리게 되어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할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던 것이 유재석과 함께 진행을 했던 <해피투게더>였다는 점에서 가수 이효리와 예능인 이효리를 동시에 만날 수 있었던 무한도전의 컴백 무대는 그녀의 모든 매력을 감상할 수 있는 흥미로운 무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리뷰는 무한도전 '100회 특집'의 패러디 가사에 등장하는 '실패한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서 이효리가 아닌 야누스적 매력을 지닌 스타 게스트로서 이효리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그녀의 놀라운 예능적 감각이 무한도전에서 어떻게 발휘되고 있는가를 살피게 될 것이다.

 


그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이윤석이 빠진 '개성남 5인조 그룹 무한도전'은 이효리의 히트곡 '텐 미닛'에 맞춰 '전혀 섹시하지도 않고 전혀 파워풀하지도 않게'(No Sexy, No Powerful) 춤을 추며 오프닝을 연다. 당시만 해도 멤버들의 비중이 미미했던 터라 멤버가 한 명이 줄었다는 사실을 자막으로 반복해서 알려주지만 의외로 무신경하게 넘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멤버들은 하나같이 꽃단장을 하고 긴장과 흥분으로 뒤범벅이 된 채 가요계의 섹시 디바 이효리를 맞이할 채비를 한다. 쾌걸 조로 복장을 한 하하는 이효리를 '내 여자', '나의 절친'이라고 부르고, 박명수는 이효리에게 '효리야!'라고 부르자 그녀가 자신에게 90도로 인사를 한다며 허세를 부린다. 그러나 자신이 연예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이효리도 인정한 것이라는 박명수의 말을 그대로 인정하고 넘어갈 멤버들이 아니다. 하하는 '나이가 한참 많으니까 그런 거예요!'라고 하고, 노홍철은 '가까워지기 싫어서 거리감을 두는 거 잖아요, 형님!'이라고 말해 '제8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박명수의 체면을 구겨놓는다.


하지만 막상 이효리가 등장을 하자 '절친'이라는 하하는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 이효리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식은땀만 흘리고, 박명수는 오히려 이효리에게 배꼽인사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카메라는 녹화 시작전 대기실 풍경을 비추며 하하가 79년생 동갑인 이효리에게 '안녕'하고 편안하게 인사조차 못하고 지낸다는 사실을 전달한다. 이 광경을 예민의 '어느 작은 산골소년의 슬픈 사랑 이야기'란 노래로 서정적으로 표현해서 이효리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는 하하의 쑥스러움을 희화화 하고 있지만, 이는 동갑이더라도 스타와 비스타 간에는 엄격한 계층적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박명수와 개인 인사를 나누라는 유재석의 말에 이효리는 보다 직접적으로 그러한 현실을 증언한다. 이효리는 박명수를 직접 만난 지 4년 정도 된다면서 "제가 '텐 미닛' 활동할 때는 박명수씨가 그렇게 인기가 없었어요!"라고 말해 박명수의 가슴에 비수를 던진다. 그리고 그녀는 그 후로도 박명수를 만날 수 없었던 까닭이 쇼 프로그램에 나가서도 그를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서 두 차례나 박명수의 가슴에 화살이 꽂히게 만든다.


그 광경을 곁에서 지켜보던 유재석이 무한도전 멤버들의 어두웠던 시절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이 이효리라고 말하자 이효리는 '재석씨가 제일 어두웠죠!'라고 말하며 이번에는 유재석의 비화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녀는 8년전 핑클도 신인이었던 시절 유재석은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의 '60년을 이어라'라는 코너를 위해 24시간이나 걸려 통영에 도착해서 큰 가방 안에서 메뚜기 탈을 꺼내 쓰고 촬영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당시 자료 화면까지 준비를 해서 이효리의 말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처럼 이효리가 무한도전 멤버들의 어두웠던 과거를 폭로하고 면박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가 대한민국 연예계의 대표적인 섹시 아이콘이자 슈퍼스타인 이효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불쾌하지 않은 웃음으로 이어졌던 까닭은 '2% 부족한'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무한도전에서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유재석은 당시에도 다른 멤버들과 달리 이효리에 필적할 만한 최고의 연예인이었지만 그의 겸손한 성품과 무한도전의 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효리가 알고 있던 것은 멤버들의 어두웠던 과거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다소 거만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를 웃음을 잃지 않고 전달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녀가 그러한 태도를 취해야만 무한도전의 세계관이 더욱 선명하게 부각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락의 법칙을 전복시킨 새로운 형태의 쇼 오락


자막으로 이날의 관전 포인트라고 분명히 밝힐 만큼 '다크엔젤 이효리'와 '치킨집 박사장' 박명수는 사사건건 끝없는 신경전을 펼친다. 설문 결과 발표의 시상 도우미로 나선 이효리는 무려 3차례나 '뻥이야!' 공격을 해서 박명수를 잔뜩 약오르게 만든다. 그 때마다 박명수는 '새로운 미녀 명수 킬러'로 등장한 이효리를 향해 '다음 주에 옥주현을 불러. 옥주현은 이러지 않아!', '너 본명이 이효숙이지!', '너 내가 죽일거야!'라며 악담을 퍼붓지만 그녀는 박명수의 악담에 무덤덤해 한다. 오히려 이효리는 '재미있어요. 다른 프로그램 가면 띄어주기만 하는데 이렇게 비난 받으니까 좋아요!'라고까지 말을 한다. 그런데 그녀의 이 발언은 무한도전이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쇼 오락의 재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오락 프로그램들이 게스트 중심으로 진행되어 그 날 초대된 게스트를 띄워주기에 바빴다면, 무한도전은 이러한 관행을 뒤집어서 게스트가 다수의 진행자들에 동화되어야만 재미를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사실은 '꺼꾸로 말해요 아하'게임에서 박명수의 '탈랄라' 공격에 이효리가 걸려들게 되었을 때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효리가 박명수의 공격에 피박을 당할 상황에 이르자 화면은 갑자기 정지를 하고 '다른 프로그램이라면 이런 상황에서'라는 자막을 내보낸다. 그리고 멤버들이 '흑장미'를 외치는 목소리를 내보낸 후 '여기 무한도전에서는?' 하는 자막을 내보내 반전을 암시한다. 그 다음 정지해 있던 화면이 다시 움직이며 여지없이 이효리가 피박을 맞자 그녀를 위로해주기는 커녕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완전 축제 분위기', '대환희', '환희의 피박', '경축 효리의 첫 피박' 같은 자막들과 함께 베토벤의 교향곡 9번 4악장 '환희의 송가'를 배경음악으로 선택해서 축제라도 벌어진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심지어 박명수는 이효리에게 여박식마저 거행할 요량으로 여박을 집어들었다가 다른 멤버들에게 지적을 받고서야 여박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광경은 차태현이 게스트로 출연한 '알래스카 특집'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복면달호> 홍보를 위해 무한도전에 출연한 차태현에게 멤버들은 자신들은 게스트를 안 챙기기로 유명하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당부를 하게 된다. 그러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차태현도 처음에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차태현은 이내 그러한 무한도전의 세계에 적응을 해서 큰 활약을 하게 되고 그래서 하하가 빠진 이후에는 유력한 '제7의 멤버'로 거론되기도 했다.


첫 출연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이 기존의 쇼 오락과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이효리는 그런 점에서 쇼의 여왕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더우기 차태현 못지 않게 무한도전에 훌륭히 적응을 해서 멤버들을 쥐락펴락하며 웃음을 만들어내는 재능은 그녀가 왜 신동엽이나 유재석과 같은 당대 최고의 MC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여성 MC인지를 실감케 한다.

 


여자 박명수 이효리


멤버들은 이효리가 등장하기 전 그녀는 과연 누구의 손을 먼저 잡아줄까 내기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간파한 이효리는 손을 주머니에 넣고 등장을 해서 2년만의 컴백 무대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자신의 신곡 '겟 차'의 의미를 설명하며 유재석의 멱살을 붙잡고 '너를 갖겠다'라고 말해 멤버들의 질투를 유발하기도 하고, 가발에다 모자까지 쓰고 있어 땀을 비오듯 흘리는 하하의 이마를 직접 손으로 닦아줘서 내심 부러웠던 유재석이 땀을 흘리기 위해 억지로 조깅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천하의 이효리도 앙케트 순위에 목숨을 건 멤버들의 오버액션이 처음에는 낯설었던 것 같다. '놓치고 싶지 않아!', '거짓말이라도 좋아!'를 외치는 하하나 두 손을 꼭 붙잡고 괴상한 주문을 외우고 있는 다른 멤버들의 모습을 보며 이효리는 '어유, 이상해! 진짜!'라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내뱉게 된다. 하지만 박명수의 호통과 비난에도 빠르게 적응한 이효리는 박명수를 골탕먹이는 재미에 빠져들게 된다. '뻥이야!'에 맛이 들린 이효리는 박명수의 면전에서도 '뻥이야'를 외치고, 유재석과 상의하지 않고 마음대로 '뻥이야'를 외쳐서 멤버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이효리는 '뻥이야'로 박명수를 심하게 골려놓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색을 하며 '박명수씨는 어릴 때는 귀여운데. 3위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해 박명수에게 희망을 안겨준다. 비난과 칭찬 사이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한 박명수는 그녀의 말에 방금 전까지 속았던 일을 잊어버리고 '사람 괜찮네. 신보 내더니 사람 변했네'라며 어느덧 이효리의 칭찬을 늘어놓게 된다. 그러나 이 역시 박명수를 골탕 먹이기 위한 이효리의 술수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금방 드러난다. 


이효리의 '뻥이야'에 또 속은 박명수는 이번에는 사생결단이라도 내려는 듯 그녀의 두 팔목을 꽉 움켜쥔다. 그러나 이효리는 굴하지 않고 박명수의 목에 두른 휘장을 잡아당기며 오히려 그를 괴롭힌다. 박명수는 3번 연속이나 이효리에게 속은 게 분했는지 자리를 뜨지 못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눈으로 이효리를 노려본다. 이때 박명수의 눈빛은 그의 듀엣 앨범 <언발란스> 자켓 사진의 그것과 거의 흡사해서 서로 비교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참고 2)


유재석은 하하의 여박식을 거행하기 위해 하하가 쓰고 있던 모자를 벗겨 옆으로 던지게 된다. 이때 날아가던 모자를 박명수가 손을 뻗어 낚아채서 '효리 특집 묘기 한마당'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하하의 여박식을 마친 후 멤버들은 박명수에게 여박을 던져대며 다시 한 번 붙잡아보라고 요구하게 된다. 이때 정형돈이 '이런 식으로 해서 박명수씨를 내보낼 수도 있겠는데요'라고 하며 여박을 촬영장 세트 밖으로 던지게 된다. 박명수는 자신을 동네 강아지 훈련시키듯하는 정형돈을 응징하고 이제는 그만하자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 때 갑자기 이효리가 '허이'라고 외치며 여박을 던지자 박명수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무의식 중에 이효리가 던져주는 여박을 붙잡기 위해 손을 뻗게 된다. 이 장면에서도 이효리의 예능적 감각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효리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박장대소하는 멤버들을 향해 '그만해요. 어른을 왜 놀려요?'라고 새침하게 말해 마치 자신은 주동자가 아닌 양 행동을 해서 멤버들을 이중적으로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재치와 순발력으로 중무장한 이효리는 그러나 멤버들로부터 '여자 박명수'라는 달갑지 않은 타이틀을 부여받게 된다. 그녀는 3글자 공격단어로 'H.O.T'를 선택한 뒤 [에쵸티]라고 발음을 해서 일대 소란을 일으킨다. 이미 박명수는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새해특집' 편에서 'KTX'가 '떼제베', '신간센'과 마찬가지로 3글자 단어이니 3글자 공격단어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을 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효리는 그 때의 박명수와 마찬가지로 'H.O.T'를 공격단어로 선택해서 어거지를 부리고 있다는 점에서 멤버들로부터 '여자 박명수'로 불리게 된다. 이효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그 사실을 마치 모르고 있었다는 듯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예요?' 묻기까지 해서 멤버들의 반발을 무력화시키는 능청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이효리는 아무도 안 가르쳐 줬는데도 불구하고 박명수가 여박을 손에 쥐어주자 유재석의 머리에 대고 깨는 순발력을 보여주기도 하고, 여박을 때리고 문지르기까지 해서 박명수 못지 않은 공격본능을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박명수가 쳐놓은 화목론의 덫에 걸려 잠시 당황하기도 하고, 정형돈으로부터 첫 여박을 맞고 정신적 충격이 큰 듯 기묘한 웃음소리로 웃기도 하지만 그녀는 멤버들이 '이효리 대책 위원회'를 구성해야 할 만큼 시종일관 강력한 모습을 선보이며 멤버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효리는 멤버들에게 섹시한 '태엽 감기 춤'을 가르쳐주고 CF에서 표정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소개하며 슈퍼스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하지만 2% 부족한 그들과 어울려 게임을 하며 '털털한 이효리'로서의 친근한 '쌩얼'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이효리 특집' 편은 그녀의 모든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성공적인 게스트 섭외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by ddolappa

 


참고 1. [ t MAP] 이효리


http://www.magazinet.co.kr/Articles/article_view.php?mm=002004000&article_id=47695


참고 2. <언발란스> 시절 박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