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사회에는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광우병이라는 이름의 유령이. 내가 광우병을 유령이라 부르고 있는 까닭은 그것의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연일 무수히 많은 언론들과 정부의 발표문들이 그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고 있고, 또 수많은 개인들이 그 문제에 대해 수많은 담론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의외로 정확한 의학적 지식이나 객관적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게 실정이다. 따라서 그것의 실체가 분명했던들 "광우병"이란 이름의 유령에 국민 전체가 공포에 사로잡혀 떨지도 않았을 테고, 또 그러한 공포심을 이용해 국민들을 정치적으로 선동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공포를 느끼고 있는 대상은 광우병인가 아니면 0.0001%라도 광우병의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아무런 대책없이 수입하기로 결정한 정부의 무능한 협상능력인가? 그리고 광우병이라는 단 한가지의 사안으로 인해 국민들이 분노해서 거리로 뛰쳐나오기 시작한 것인가 아니면 대운하, 의료보험 민영화, 영어몰입교육, 사교육 정책, 뉴타운 등등 새정부의 인수위 시절부터 계속 되어온 삽질에 가까운 정책들에 축적되어왔던 국민들의 분노가 광우병이 기폭제가 되어 폭발한 것인가?
10대 청소년까지 거리로 뛰쳐나오게 된 건 "경제 대통령"이라는 조작된 이미지의 베일이 벗겨짐에 따라 나날이 드러나고 있는 "그"의 거짓과 위선 그리고 무능력 때문이 아닌가. 그럼에도 아직도 경제발전과 성장이라는 주술에 사로잡혀 밀어붙이기식 논리가 통할 거라 생각하고, 그 동안 이룩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30년 전으로 되돌려 놓고 있는 오만한 태도와 자신들의 실수와 실책을 거짓말과 변명으로 은폐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는 그들이 여전히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업은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지만 국가는 그렇지 않다. 국가는 무엇보다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사회적 공공성을 먼저 생각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 단순한 사실을 망각한 채 국민을 자유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자꾸만 사지로 내몰고 있는 것이 현 정부가 내놓고 있는 정책들이다. 민영화를 통한 경쟁만이 국가,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발전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착각은 시장 원리에 대한 낙관주의에 근거한 환상일 분이다.
그러나 아담 스미스 등의 사람들이 생각했던 시장이란 종교에 대한 환상은 칼 마르크스를 비롯한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비판받아 왔던 것이 아닌가. 또한 현실 사회주의 국가의 완전한 붕괴 이후 도래한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낙관주의 역시 하루하루 악몽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작금의 미국의 경제적 상황이 충분히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현 정권이 권력을 잡을 수 있었던 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6,70년대의 박정희식 경제발전의 신화와 교묘히 등치시켜 국민들에게 헛된 환상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화된 역사적-경제적 환경은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그들이 약속했던 꿈들이 거짓으로 판명되자 그 동안 그들의 오만함과 무능력함을 묵묵히 참아왔던 국민들이 마침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언론이 군사독재시대의 망상에 빠져 왜곡보도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으려 하고 있으니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자, 이제는 논점을 분명히 하자. 광우병이라는 이름의 유령은 그 질병 자체가 공포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러한 유령이 출몰하게 만든 무능력한 정부와 그들의 치부를 감싸주기에 바쁜 보수언론의 추잡한 작태가 공포스러운 것이다. 그렇다면 투쟁의 목표 역시 미국에서 수입되어 오는 쇠고기가 아니라 위선과 거짓으로 국민들을 우롱하는 바로 "그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1. 출처 : 이글루스의 '게렉터'님의 블로그 '게렉터블로그'
광우병에 대하여 (상편)
http://gerecter.egloos.com/3731040
광우병에 대하여 (하편)
http://gerecter.egloos.com/3731157
2. "정부는 지금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122006
3. [진중권 칼럼]온 국민을 희생시킨 이명박 '등신외교'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40080505124327
'삶, 사람들 그리고 우리 > 삶의 편린들(개인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직 촛불을 끌 때가 아닙니다! (0) | 2008.07.14 |
---|---|
[세상읽기-2008.7.7]What a wonderful World (0) | 2008.07.07 |
[스크랩] 브레히트가 우리에게 남긴 짧은 우화 (0) | 2008.06.28 |
산성에 올라 민주주의의 하늘을 보다 (0) | 2008.06.11 |
이 시대의 두 어른 백낙청과 리영희 (0) | 2008.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