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무한도전 History-퀴즈의 달인

무한도전 History -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14회(2006.3.18.)

ddolappa 2008. 5. 14. 18:32
LONG 글의 나머지 부분을 쓰시면 됩니다. ARTICLE

무한도전 History -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14회(2006.3.18.)

 

 


잡초같은 생명력의 무한도전


2006년 5월 6일 '미셸위 특집'편으로 독립 프로그램이 된 무한도전은 2008년 4월 12일 '100회 특집'을 맞이했다. 그러나 무한도전 시즌2에 해당하는 '퀴즈의 달인' 시기만 하더라도 무한도전이 시즌3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또 그것이 100회를 넘길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20회 특집'편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당시 무한도전은 살아남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유재석의 말을 빌자면, 당시 무한도전은 예상수명 5회 정도로 진단이 내려진 상태였고 후속 프로그램을 고민하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20회까지 프로그램이 지속될 수 있었다는 것은 멤버들에게도 그리고 시청자들에게도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한 멤버들의 '눈물과 감동의 휴먼드라마'는 당시만 하더라도 소수의 시청자들만이 함께 누리는 기쁨이긴 했지만.


멤버들 중에서 특히 박명수는 감회가 남달랐을 법하다. 그는 '무(모)한 도전' 4회 '자연배수 VS 인간 물빼기'(05-05-14) 편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15회 '모기향 VS 인간 모기잡기'(05-07-30) 편을 끝으로 무한도전에서 퇴출을 당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박명수는 '무리한 도전' 5회 '낙엽 청소차 VS 인간 낙엽쓸기'(05-11-26) 편에서 작가들이 출연 연락을 하지 않았음에도 꿋꿋이 녹화에 참여하는 잡초같은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는 박명수는 자신의 말처럼 '제8의 전성기'를 무한도전과 함께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화려한 레드카펫을 본인들이 직접 깔기도 하고 말기도 하면서 걸어들어와야 했지만, 또한 무한도전 20회 특집을 기념하는 비, 성유리, 이정재, 이준기, 이영애, 현빈, 다니엘 헤니, 신화, 배용준, 한가인 등 쟁쟁한 스타들의 축하 메세지를 <섹션TV 연예통신 300회 특집>으로부터 자료협조를 받아 내보내야 했지만, 그들의 쇼는 박명수의 말처럼 그 순간부터 시작이었다.

 


꼴찌에게 갈채를


이 날 발표된 앙케트 설문조사에서 단연 화제의 중심은 박명수였다. '학창시절 공부를 가장 잘 했을 것 같은 멤버는?'이란 주제로 조사된 순위결과에서 박명수는 멤버들 중 꼴찌를 차지했지만 웃음 면에서는 단연 1등이었다.


박명수는 '과거에 공부 잘 하면 뭐 하냐고! 뭔 의미가 있냔 말이야!'라며 처음에는 학창시절 성적 공개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초등학교 1학년부터 비난에 소질이 있었다는 성적표의 기록에 그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양 손으로 가리고 부끄러웠는지 차마 얼굴조차 들지 못하고 만다.


박명수의 생활기록부


- 남의 잘못을 잘 이야기 함(1학년)

- 이해력이 좋으며 학습 참여도가 좋으나 끈기가 부족함(2학년)

- 참견이 많고 급우와 충돌 있음(5학년)

- 산수와 이해, 적용력이 대단히 부족하고 숙제도 거의 이행하지 않음(5학년)

- 천진하고 명랑하나 주관이 없고 나태하며 인내력이 크게 모자람(6학년)

- 소견이 좁고 경솔하며 나이에 맞는 행동을 못함(6학년)

- 특별활동(주산부) : 참여하나 기능 낮음


초등학생치고는 보기 드문 악평으로 가득한 그의 생활기록부는 선생님이 정말 작심하시고 쓰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개구장이 악동 박명수가 오죽했으면 그러셨을까 하는 마음도 갖게 한다. 처음에는 박장대소하던 멤버들조차 신랄한 평가가 이어지자 점차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게 된다. 노홍철은 박명수의 생활기록부를 유재석의 어깨 너머로 살펴보며 웃음기가 걷힌 표정으로 '장난 아니다'를 연발할 뿐 다른 말을 이어나가지 못한다. 박명수도 이런 반응을 눈치챘는 지 '제가 그때 부업을 했어요. 집안이 어려워 공병 주우러 다니고 그래서.'라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지만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보다 못한 박명수는 유재석으로부터 자신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본인이 직접 확인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칭찬을 발견한 듯 유재석에게 '왜 좋은 걸 안 해요?'라고 따져묻는다. 그러나 그 안에 대반전이 숨어 있을 줄이야! "이해력이 좋으며 학습 참여도가 좋으나 끈기가 부족함"


마침내 박명수는 선생님에게 참아왔던 분통을 터뜨리고 만다다. '집안이 어려운데 내가 끈기가 어떻게 있어? 선생님! 아니 먹고 살기 힘든데 끈기가 없는 게 잘못이예요?' 성적표에서 가장 좋은 평가가 '보통임'이니 박명수의 불만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박명수의 불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월등하게 우수한 성적을 보인 유재석, 마봉춘과 자신이 비교를 당하자 박명수는 보다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1. 유재석과 비교를 당하자

"내 거는 뭐야. 소견이 좁고, 경솔하며, 나이에 맞는 행동 못함. 아니 그럼 초등학교 6학년이 어디 가서 운전을 배워야 돼?"

"6학년때 담임선생님 너무 하신 거 아니예요? 애가 커가면서 발전하는 거지. 6학년때 내가 사법고시라도 준비해야 돼?"


#2. 학창시절 발표하는 친구 시비걸기 재연

- "야! 공부 잘 하는 티 좀 내지마. 네가 반장이면 다야!"

-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 네가 학교 분위기를 다 흐트려!"

- "선생님! 저도 한 학우잖아요! 선생님! 왜 저한테만 이러시는 거예요!"


#3. 마봉춘이 자신은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말하자

- "그러면 난 뭐야? 난 밑바닥이야?"


박명수는 자신과 극과 극인 학창시절을 보낸 마봉춘 아나운서의 학생기록부와 자신의 것을 비교하고는 '이게 환자지 학생이야! 날 병원에 보내 병원에!'라고 분통을 터뜨린다. 얄밉게도 노홍철은 자책을 하는 박명수를 위로하기는 커녕 '인생은 60부터예요. 그 때부터 잘 하세요.'라고 말해 박명수가 허탈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지지 않으면


이어 공개된 정형돈의 생활기록부의 평가 역시 박명수에 비해 양호한 편이나 결코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열심히 맡은 일은 하나 결과처리가 허술함'(1학년), '적극적이나 끈기가 약함'(3학년), '맡은 일을 스스로 잘하나 비협조적임'(4학년).


학창시절 정형돈에 대한 선생님들의 소견을 듣던 하하는 무척이나 신기한 듯 '무한도전(멤버들)은 다 비슷하구나'하며 감탄한다. 유재석 역시 '아니 어떻게 무한도전 팀은 다들 이럴까요?'라며 하하의 견해에 동의하고, 노홍철도 '우리 어렸을 때 만나도 이런 분위기였겠네 그럼'이라며 맞장구를 친다.


위에서 주고받는 멤버들의 대화 속에 생활기록부를 공개한 중요한 비밀이 담겨 있다. 그것은 멤버들의 어릴 적 모습에 대한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캐릭터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멤버들의 학창시절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생활기록부는 현재 그들이 무한도전이라는 쇼 오락에서 연기하는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만들어주는 동시에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연예인들의 성적표를 공개해왔던 기존의 방식과 차별화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쇼 오락 프로그램에서 생활기록부를 공개하는 목적은 그 연예인이 공부를 잘 했을 경우 그들의 뛰어남을 부각시키고, 그렇지 않을 경우 그들의 헛점을 드러내 친근감과 동시에 웃음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결국 1회용 이벤트에 불과한 것일 뿐 어린 시절에 대한 평가가 그 연예인의 캐릭터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거의 드문 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달랐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이 날 공개된 박명수의 생활기록부를 토대로 <TV동화 험난한 세상-어린 명수의 꿈>(퀴즈의 달인 21회)을 제작해서 시청자들이 박명수의 어린 시절 모습을 종합적으로 재구성하도록 돕기도 했다.


그리고 무한도전 멤버들이 어린 시절에도 유사한 분위기였다는 암시는 자연스럽게 그들이 어린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등장한 에피소드가 바로 '초등학교 특집', '가을소풍 특집', '가을 운동회 특집'과 같은 것들이다.


또한 '알코올 팔이 아기돼지 삼형제'가 등장하는 <무한도전이 새로 쓰는 동화 아기 돼지 삼형제>(42회)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이야기였다. 물론 여기에 '뉴질랜드 특집'에서 주고받은 '롤링페이퍼'에 등장하는 박명수의 생활기록부 이야기도 빼놓을 수는 없다.


이처럼 멤버들의 학창 시절 모습에 대한 폭로는 이후 무한도전이 풍성한 이야기거리를 엮어가는데 든든한 밑거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성적표 공개를 통해 비록 그들의 인간적 위신은 추락하게 되었겠지만 개그맨으로서 그들의 위상은 오히려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에피소드는 무한도전이라는 기름진 토양에 뿌려진 한 알의 밀알과 같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 편의 잘 짜여진 만담


이 날 유재석과 박명수는 마치 시퍼렇게 벼린 작두 위에 올라탄 무당처럼 신기에 가까운 입담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 중 하나가 박명수가 엉터리 영어를 말하면, 유재석이 이를 제 멋대로 통역하는 장면이다.


초등학교 시절 충격적인 선생님들의 평가로 잔뜩 의기소침해진 박명수는 될 대로 돼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게 된다.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하하는 동정론을 펼치며 다음주 앙케트는 박명수에게 유리한 주제로 선택하자고 제안하게 된다. 그래서 채택된 주제인 '방송을 가장 오래 할 것 같은 사람은?'이란 주제에 맞춰 박명수는 20년 후 자신의 모습을 재연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20년 후에 뉴스 앵커가 되어 있을 거라 생각을 하고 당시 의 엄기영 앵커의 성대모사를 하게 된다. 그가 전한 첫 뉴스는 박명수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인수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박명수의 이 멘트를 받아서 특파원 역할을 맡은 유재석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드디어 치킨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로 고쳐 전달한다. 그 후 그들은 실로 어처구니 없는 영어 대화를 주고받게 되는데, 잠깐 그 장면을 살펴보도록 하자.


- 박명수 : Ladies and Gentlemen! XX--XX Dancing!
- 유재석 : (통역) 사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 댄싱 경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군요.
- 박명수 : 아메리카 피플, 포 더 피플, 코리안 피플 셈셈. Would you like something drink?
- 유재석 : 어떤 음료를 드시겠냐고 여쭤보시면서, 그리고 짬짬이 미국풀, 한국풀, 여러가지 풀로 편지봉투를 붙이면서 여러가지 좋은 일에 모은 돈을 쓰시겠다고 선생님께서 계획을 하고 계십니다.
- 박명수 : What do you like something? [뭐 좀 드실래요?]
- 유재석 : I'm Coke.[콜라요] one Coke, please![콜라 한 잔 주세요.] CEO, 치킨CEO! onE COKE, please!
- 박명수 : Ice Coke?[얼음 든 걸로?] NO Ice, no 냉장고.[얼음 없어요. 냉장고도 없어요.]
- 유재석 : Ice go home.[얼음은 필요 없어요.] No Ice, only coke.[얼음 빼고 콜라만] 김 here! 김 빠진 거 안 돼고, 김 here![김 빠진 콜라는 싫어!]
- 박명수 : 생유!
- 유재석 : Where are you com from?[어디서 오셨어요?]
- 박명수 : ApGuJeung[압구정에서] Deep in the Night. All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 유재석 : 사장님께서는 짬 나는 시간에 '딥 인 더 나이트'란 클럽에서 DJ로도 활약하고 계십니다. 많은 분들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 박명수 : My three job. DJ, Entertainer, CEO and BINGO. Dog name BINGO. BINGO는 개 이름. My friend, best friend, BINGO.
- 유재석 : 세 가지 일을 하시지만, 본인의 머리는 그렇게 좋지 않다고, 머리는 빈 거[BINGO]라고 얘기하십니다.


이 장면은 박명수가 쏟아내는 엉터리 영어를 듣고 순간순간 한국어로 통역해내는 유재석의 재치와 순발력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피플'에서 '플'을 (종이를 붙일 때 사용하는)'풀'로 알아듣고 '미국풀, 한국풀'로 옮기고, 'BINGO'를 '(머리가)빈 거'로 풀어내고, 보다 고난도인 'All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을 '많은 분들 찾아주시길 바랍니다'로 통역하는 유재석의 말장난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대본조차 존재할 수 없는 이 장면을 유재석과 박명수가 순간적인 애드리브로만 이어가면서도 방송이 가능한 장면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보고도 믿기조차 어려운 사실이다.


이어진 장면에서 박명수는 유재석 못지 않은 입담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는 신체와 관련된 3글자 단어에서 유재석이 '왼손바닥'이라고 말해 어이없이 피박을 맞게 되자 다른 멤버들의 지식의 짧음을 꾸짖기 시작한다.


- 박명수 : 지금요 여러분이 수박 겉�기로 신체 외부만 본 거예요. (신체) 안으로 들어가면 할 게 많아요.
- 하하 : 안으로 들어가면 다 한 글자인데.... 간, 폐, 위.
- 홍철 : 3글자 뭐가 있어?
- 명수 : 십이지.
- 정형돈 : 장은 어디?
- 박명수 : 장은 빼줘야지. 원래 의학용어는 그거 빼요!
(자막 : 믿거나 말거나. 의학용어는 마지막 글자를 빼준다?)
- 하하 : 그럼 콩팥은 콩이예요?
- 노홍철 : 심장은 심이야?
- 정형돈 : 원래는 폐장이예요? 원래는 간장?
- 박명수 : 예. 그래서 간장약 그러잖아요. 폐장약 그래요?
- 노홍철 : 이상해. 말려들어!
- 박명수 : 히포크라테스가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 정형돈 : 위인데, 위장약 달라고 그러잖아. 야, 설득력있네!
(자막 : 희한하네.)


사람의 신체 안에 3글자 단어가 많으며 의학용어에서 마지막 글자는 뺀다는 박명수의 억지 주장에 나이 어린 동생들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반박하게 된다. 그러다가 점차 박명수의 화술에 빠져 동조하게 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S본부의 <웃찾사>의 인기 코너였던 '희한하네'를 연상시키는 자막이 화룡점정이 되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이 두 장면을 통해 유재석과 박명수 간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유재석이 매끈하고 유려한 언어 구사로 말장난의 재미를 만끽하게 한다면, 박명수는 부족한 지식, 억지 주장, 말실수 등을 통해 웃음을 주고 있다. 박명수가 어이없는 말실수로 1차적으로 웃음을 준 뒤 그 과정을 지켜보던 유재석은 박명수의 실수를 교정하거나 비웃으면서 또 다시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박명수가 매번 유재석에게 지적만 당하는 것은 아니다. 박명수는 유재석이 사소한 실수라도 저지르게 되면 거칠게 달려들어 호통을 치고 그의 약점을 폭로하며 유재석을 궁지에 빠뜨리는 과정에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처럼 박명수와 유재석은 일본 코미디의 보케(괴상한 짓을 하는 캐릭터)와 츠코미(보케의 행동에 대해 응수하는 캐릭터)의 관계로 볼 수 있다. 보케와 츠코미의 캐릭터들이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그들이 뛰어난 순발력과 재치있는 애드리브 구사능력을 지니고 있어야만 하는데, 박명수와 유재석은 정극 코미디를 통해 충실히 기본기를 익혀온 개그맨들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조건을 정확히 충족시키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보케와 츠코미 캐릭터를 번갈아 하면서 대화를 주고받으며 무한도전이 만들어내는 웃음의 큰 축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유재석은 '꺼꾸로 말해요 아하' 게임에서 MBC와 관련된 4글자 단어로 '고추짬뽕'을 선택해서 박명수와 말다툼을 벌이게 된다. 박명수는 구내식당에서 공채 15년차인 자기도 고추짬뽕을 먹어본 적이 없다며 유재석을 비난하고, 유재석은 주문을 시켜 먹을 수 있다고 맞선다.


- 박명수 : 안 와! 막아!
- 유재석 : 왜 막아요? 고추짬뽕 (MBC 안으로) 들여보내 줘요!
- 박명수 : 내가 막아!(X3) MBC는 치킨, 피자 이외 못 들어와!
- 유재석 : 이 보세요, 박명수씨! 고추짬뽕 엊그저께 제가 여기서 시켜먹었어....요!
- 박명수 : 어디 공채야?(X2)
- 유재석 : KBS 1991년 대학개그제 7깁니다. 왜요?
- 박명수 : 난 MBC 1993년 장려상(?) 받고 들어왔어!
- 유재석 : 제가 선배잖아요, 91년이예요.
- 박명수 : (담당PD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여기 담당PD보다 내가 선배야!
- 노홍철 : 나 시험 안 봤는데.
- 박명수 : 그러니까 네가 근본이 없지. 길바닥에서 마이크질 하다 들어왔잖아.
- 유재석 : 마이크질이 뭡니까?
- 박명수 : (유재석을 보며) MC질?
- 유재석 : MC질이 뭐예요? 그럼 박명수씨는 게스트질이예요?
- 박명수 : 맞아요.
- 유재석 : (박명수의 어이없는 대답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시청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조금 전에 제가 흥분했던 것 사과드립니다.
- 박명수 : 제가 또 제 위치를 망각하고, 저의 부적합한 행동 사과드립니다.
- 유재석 : (박명수에게) 제가 게스트질이라고 표현한 거 제가 일단 사과드립니다.
- 박명수 : 저도 듣고보니(?) 사과드리겠습니다.
- 유재석 : 무엇을 사과하시는 지 정확하게.
- 박명수 : (다시 호통을 치며) MC질 대신에 마음에 드는 거 뭘 해야 됩니까?
- 유재석 : MC질보다는 그냥 진행.
- 박명수 : 진행질 잘 하십시오.
- 유재석 : 박명수씨는 뭐?
- 박명수 : 저도 게스트니까 초대로.
- 유재석 : 앞으로도 계속 초대질 잘 해주시길.


확실히 유재석과 박명수는 같은 이야기라도 단어를 살짝 바꾼다든지 상황에 따라 언어를 변주해서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화술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의 이러한 만담 혹은 재담을 나는 앞에서 일본 코미디의 예를 통해 보케와 츠코미 간의 관계로 설명했지만 우리나라의 코미디 전통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빼어난 만담콤비들이 존재한다. 서영춘과 백금녀, 명진과 박응수, 양훈과 양석천, 장소팔과 고춘자 등이 그들이다.


현재는 비록 일본의 예능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보니 자연스레 우리의 코미디도 그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거부감 없이 일본의 코미디가 우리의 대중문화 안으로 수용될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단초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의 전통 안에 주어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잊혀진 우리의 코미디 전통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게 될 때, 유재석과 박명수의 개그콤비는 보케와 츠코미 간의 관계가 아니라 양훈과 양석천의 관계로도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악뚱 뚱토벤을 아시나요?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20회 특집'에서 박명수가 당시 엄기영 앵커를 성대모사한 장면을 보면 조금 놀라운 느낌이 들게 된다. 그 엄기영 앵커가 MBC 사장이 되어 무한도전 '100회 특집'에 출연할 줄 대체 누가 예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무한도전에 워낙 많은 사람들이 출연하거나 언급되다 보니 우연히 발생한 만남이었겠지만 한 사람이 방송국 앵커에서 사장이 되는 일과 4%도 안 되는 시청률 때문에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프로그램이 30%의 시청률을 넘는 인기 프로그램이 되는 일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을 생각해본다면 그 의미를 가볍게 생각할 수만은 없는 노릇 같다.


반면에 '악뚱 베토벤'은 시청자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장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건방진 뚱보' 이외에 별다른 캐릭터가 없었던 정형돈은 '퀴즈의 달인' 15회에서 베토벤을 흉내낸 '악뚱 뚱토벤'을 처음 선보이고 이번 방송에서 다시 등장시켰다. 아마도 나름 새로운 캐릭터라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정형돈을 기다리고 있던 새로운 캐릭터는 '악뚱 베토벤'이 아니라 '어색한 뚱보'였다. '뚱보', '어린 뚱보', '건방진 뚱보', '어색한 뚱보', '진상' 등 다른 무한도전 멤버들에 비해 캐릭터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 정형돈을 위해 잊혀졌던 그의 캐릭터 하나를 소개하며 이번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드디어 정준하가 마지막 정식 멤버로 무한도전에 탑승하게 되고, 방송 3사 예능 프로그램의 대통합이 이루어지는 역사적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물론 무한도전 멤버들의 이준기 따라잡기라는 다소 고통스러울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지만.

 

 

by ddolappa

 

 

 

 

감격스러운 20회 특집 오프닝

 

 

 

 

 

무한도전 100회 특집에서 엄기영 MBC 사장의 방문을 예고하는 장면

 

 

 

 

예나 지금이나 이상한 말을 늘어놓는 거성 박명수

 

 

 

 

 

 

한 편의 잘 짜여진 만담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 박명수와 유재석

 

 

 

 

 

 

정형돈의 잊혀진 캐릭터 "악뚱 뚱토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