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무한도전 History-퀴즈의 달인

무한도전 History -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17회(2006.4.8.)

ddolappa 2008. 6. 6. 05:20
LONG 글의 나머지 부분을 쓰시면 됩니다. ARTICLE

무한도전 History -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17회(2006.4.8.)

 


평균나이 32.2세 솔로들의 잔치!


'블랙데이 특집'은 이문세 닮은 하하의 독창회로 화려하게 문을 열었다. 하하가 이문세의 '솔로예찬'을 단독으로 부르고, 박명수는 기타를, 노홍철은 봉고를, 유재석, 정준하, 정형돈은 브론즈를 각각 연주했다. 무대연출 또한 '블랙데이'답게 전체적으로 검은 색 바탕에, 붉은 색 액센트를 주어 깔끔하면서 세련된 느낌을 주도록 꾸며졌고, 중앙에 '봉춘 반점' 마크가 찍힌 자장면 그릇이 그려진 걸개그림이 외로운 솔로들의 영혼을 상징하듯 드리워져 있어 무대 콘셉트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당시만 해도 모두 솔로였던 멤버들이 연주하는 노래는 솔로 생활에 대한 예찬보다는 점점 지쳐만 가는 브론즈 세션들의 모습처럼 외롭고 궁상맞은 그들의 절박한 심정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었다. "봉사정신 투철한 그녀들 언젠가는 나타나겠죠?"라고 묻는 자막은 초콜릿을 받지도 못하고 사탕을 주지도 못한 채 홀로 쓸쓸히 자장면발을 억지로 삼켜야 했을 수많은 솔로 부대원들에게는 희망고문처럼 받아들여졌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특집이 방영된 후 얼마 되지 않아 박명수와 유재석은 새로운 사랑을 만나서 2008년에는 결혼에 골인하게 되고, 하하도 안혜경과의 열애 사실이 그 해 세상에 알려져 큰 화제가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게 사람의 운명인 것 같다. 더우기 유재석이 피앙세 나경은을 <무한도전>을 통해 만나게 되어 부부의 연을 맺게 되고, 박명수, 그의 매니저 정석권 실장, 정준하의 매니저 최종훈이 서로 비슷한 시기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을 보면 무한도전이 궁상맞은 노총각들의 집합소가 아니라 사랑의 명당 자리가 아닐까 한다. 혹시라도 사랑에 목마른 분들은 무한도전의 기운을 온 몸으로 느껴 보시길 바란다. 물론 그 효험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하지만 녹화 시작 1분전 '평균나이 32.2세'의 이 철없는 솔로들의 모습은 그리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주인공 역을 맡은 하하는 고개를 치켜들고 어느 각도가 이문세를 닮았냐고 계속해서 묻고, 내심 주인공 자리를 노렸던 박명수는 기타를 치며 큰 목소리로 이승철의 노래를 부르며 불만을 표출했다. 급기야 박명수는 조금이라도 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자꾸만 질문하는 하하에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만 해!"라며 버럭 호통을 쳤다.


눈치 빠른 유재석은 박명수의 의도를 금방 간파하고 "형, 왜 남이 재밌는 거 싫어해? 하하도 재밌게 좀 하려고 그러는 건데."라며 그를 나무랐다. 그러나 자신의 속내가 들켰다고 포기할 박명수가 아니었다. 그는 뻔뻔스럽게도 점점 더 하하의 곁으로 다가가 조금이라도 더 화면에 나오고 싶어하는 야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보다 못한 유재석이 다가와 제지를 해도 박명수는 연신 "기타 솔로가 나온다니까!"를 외치며 자신의 고집을 꺽으려 들지 않았다. 자막이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처럼 '사실 박사장 소원은 박명수 원맨밴드!'가 아니었을까.

 


가수 이수영이 무한도전을 방문한 까닭은?


립싱크 공연을 마치고 한 자리에 모인 멤버들은 유재석이 "무한-도전!"하고 외쳐도 악기 연주에 힘이 들었는지 제대로 따라하지도 않을 뿐더러 요즘처럼 무한도전 로그가 화면에 등장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유재석이 내뱉은 첫 마디는 특히 정준하를 울컥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저희들 모두 다 솔로죠! 정준하씨도 솔로가 되셨죠!" 정준하와 한 때 그의 연인이었던 조향기에게는 정말 미안하고 잔인한 일이지만, 앞으로 정준하가 "향기"라는 단어만 들어도 펄쩍 뛰어서 멤버들이 두고두고 약을 올리게 되는 첫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라는 것만 기억해 두도록 하자.


그러면서 유재석은 무한도전 솔로 부대로 위문공연을 온 여가수가 있다고 소개하며 멤버들의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 유재석 : 박명수씨와 약간의 스캔들이 일어날 뻔한....

- 노홍철 : (실망하며) 에이, 그럼 오나마나야!

- 유재석 : (노홍철에게) 그럼 어떤 분을 예상하세요?

- 노홍철 : 그거 뭐 나이 한 50쯤에 전혀 스캔들 나도 지장 없는.... 생활에.

- 박명수 : (어이가 없는 듯 웃으며) 내가 어디 양자 들어가니?

- 노홍철 : 연상 좋아하시잖아요! 연상! 40줄이시고.


꿩 잡는 데 매라는 속담이 있듯 치킨집 박사장을 잡는 데는 역시 퀵마우스 노홍철이었다. 그러나 이 황량한 솔로들을 찾아온 사람은 당시 7집 앨범 <Grace>로 한창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던 가수 이수영이었다. 그녀는 신곡 활동을 시작하며 애잔한 발라드로 심금을 젖시던 발라드 퀸의 모습을 버리고 그 동안 감추어왔던 개그의 피를 마구 분출시키고 있었던 터라 깃털을 얼굴에 두른 다소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무한도전의 무대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당시 이수영은 비극적 개인사가 압축된 신보 앨범을 내놓고, 그와는 상반되게도 <X맨>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따라서 그녀의 무한도전 출연 역시 그 연장선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녀는 유재석이 진행하던 <X맨>에서 코믹댄스도 추고, 절친한 친구 사이인 박경림과 '각자매'를 결성해서 전혀 꺼리김 없이 망가지기도 했고, 심지어 박명수와 커플이 되어 함께 게임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한도전 녹화날이 되어서야 겨우 연락처를 교환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는 박명수와 이수영 커플에게서 김종국과 윤은혜 커플이 주는 나름대로의 애틋한 감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수영이 솔직하게 말하고 있듯 그녀가 박명수와 친분을 쌓은 까닭은 자신이 팬 미팅을 하고 그럴 때 손쉽게 섭외를 하기 위한 수단 이상의 의미는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가수들은 가요 무대가 아닌 오락 프로그램을 자신들의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김종국의 3집 앨범 <제자리 걸음>이 소위 '대박'을 친 이유도 <X맨>에서 보여준 윤은혜와의 애정 모드가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브라이언은 <여걸6>나 <스타골든벨>에 출연할 때마다 환희의 모창을 해서 웃음을 주어야만 했고, '에픽하이'의 타블로, '더 빨강'의 배슬기, 이승기, 테이 등도 <야심만만>, <리얼로망스 연애편지>, <X맨> 등과 같은 오락프로그램에 고정 출연을 해서 자신들의 앨범을 어떤 방식으로든 홍보해야만 했다. 따지고 보면 하하도 '김종국 따라잡기'나 '하명국' 활동을 하며 대중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니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가수들이 이러한 기이한 생존 전략을 선택해야만 했던 데에는 방송국 제작진, 시청자들, 음반 제작자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았기 때문이다. 방송국 제작진은 새로운 앨범이나 영화를 들고나온 가수들이나 배우들을 출연시켜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고 싶어했고, 시청자들은 신비주의의 베일에 싸인 채 무게를 잡는 연예인들보다는 열심히 웃기고 망가지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 연예인들에 더 큰 호응을 보내기 시작했고, 음반 제작자들은 얼마 되지도 않고 시청률도 낮은 가요 프로그램보다는 대중의 주목을 보다 쉽게 받을 수 있는 오락 프로그램을 홍보 수단으로 더 선호했다. 그래서 이수영이 <X맨>에서 '슈퍼주니어'의 김기범이 등장하자 계속 커플로 활동했던 박명수를 버린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아무래도 아이돌 스타와 엮이는 것이 앨범 홍보에 더 도움이 되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한도전에 출연한 가수 이수영을 비난하거나 탓해서는 곤란하다. 너무 속 보이는 짓이라고 비난하기에는 가수들이 살아남기 위해 취할 수밖에 없었던 선택이었고, 또 그녀가 버라이어티 쇼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은 어떤 계산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아까울 만큼 예능적 감각이 빛난 것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증언하는 그녀 본래의 성격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이수영이 진단하는 무한도전 6명의 문제점


이수영이 등장하자 무한도전 멤버들은 누구나 쉽게 예상하고 있는 것처럼 그녀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어떻게든 그녀와 엮여보려 노력하기 시작한다. 하하는 고백할 것이 있다고 손을 번쩍 치켜들며 이수영과 자신은 "거의 죽고 못 사는 사이"라서 "서로가 서로를 하루라도 못 보면 굉장히 서운"하다고 말한다. "넌 내 마음 속의 장동건"이라며 하하의 미모를 흠모해왔던 정형돈마저 그 모습이 꼴사나웠는 지 "쟤 저런 거 보면 정말 헤퍼 보이지 않아요?"라고 힐난하게 된다.


이번엔 박명수가 나서서 "이수영씨의 체온을 느낀 사람이야!! 이수영씨 체온 느껴 봤어! 36.7도!"라며 <X맨>에서 그녀와의 커플임을 은근히 내세워보지만 예전 같지 않은 힘 빠진 호통개그를 구사해 오히려 노홍철로부터 "기 빠졌나보다! 내리막이다!(X2)"와 같은 역공을 당하게 된다. 게다가 이수영은 무한도전 녹화 당일날 박명수와 전화번호를 주고받은 이유가 팬 미팅 때 쉽게 섭외하기 위해서라고 말해 그를 웃음거리로 만든다.


비디오 청년 유재석도 "이런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저 이수영씨랑 통화해요."라고 말하며 이번 앨범도 출시되기 전 자신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수상히 여긴 하하는 그 말이 사실이냐며 이수영에게 묻자 유재석은 거부권과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다급하게 그녀의 입을 틀어막는다. 꼬투리를 잡은 박명수는 유재석에게 그러면 이번에 새로 나온 노래 'Grace'를 불러볼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유재석은 '눈물쯤은 흘려줘도 괜찮아'라는 가사를 "눈물 정돈 흘려줘도 괜찮아'라고 잘못 불러 이수영의 빈축을 사게 된다.


- 이수영 : (한숨을 길게 내쉬며) 여러분들이 이 지경이니까 다 혼잔 거예요!
                어떻게든 여자 게스트 하나 나오면 삐대가지고 친한 척 좀 해볼까!

- 박명수 : 그게 콘셉트야! 너 여기 칭찬 받으러 나왔니?

- 이수영 : (어이없다는 듯) 물에 바진 사람 살짝 구해줬더니 이제 와서 보따리 내놓으라고!
                정말 너무 하시네요.

- 박명수 : (호통을 치며) 물에 민 게 너야!
                네가 물에 빠뜨리고 네가 구해준 거 아냐?


이수영은 무한도전 멤버들의 대체적인 문제점이 여자들과 어떻게든 엮이려는 무모함과 화목하지 않은 분위기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나서 멤버들 각자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한다.


이수영은 정형돈에게 "제가 잘은 모르는 분이라 과감히 얘기는 못하겠지만"이라며 다소 어색하고 망설이는 듯한 태도를 처음에는 취했지만 과감히 이야기해달라는 그의 부탁에 "건방져요!"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유재석에게는 "신랑감으로서 많이들 얘기하시는...."이라고 말해 그의 기대감을 부풀린 후에 ".... 지 잘 모르겠지만"이라며 말을 바꿔 그를 실망의 늪에 빠뜨린다. 그러면서 이수영은 유재석의 문제는 그의 쌩얼이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그녀는 유재석의 쌩얼을 직접 체험해보기로 하는데, 결국 큰 충격을 감당하지 못한 채 "아흐"라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만다.


그녀가 하하의 문제점을 지적할 차례가 되자 하하가 먼저 그녀에게 도발해오기 시작한다.


- 하하 : 어디 한 번 거짓말 해봐!

- 이수영 : 저런 발칙함! 저런 맹랑함! 마치 모든 여인들이 자기에게 관심을 가질 거라는 말도 안 되는 환상!

- 정형돈 : 잘 생겼으니까 그럴 수 있지 않나?

- 유재석 : 저희들 내에서는 제일 잘 생겼거든요!

- 이수영 : (버럭 화를 내며) 그러니까 문제예요!

 


못 말리는 연예 초보들의 좌충우돌 도전기


무한도전 6인은 여자의 환심을 사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각자 이수영에게 예쁜 짓을 해보이기 시작한다. 먼저 살이 빠지고 6년만에 얼굴에 보조개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정형돈이 귀여운 표정을 지어 그녀의 호감을 사게 된다. 그러나 그 와중에 유재석은 '보조개'라는 말은 '버짐'으로 잘못 알아들어 구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준하는 심히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어 칭찬은 커녕 멤버들로부터 비난만 받고 이수영으로부터  평가 자체를 받지 못하는 불운을 겪게 된다.


하하는 단순한 표정 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여자와 데이트 후 헤어지는 상황을 연기하게 된다. 하하가 소개하는 '매력 100%, 효과 200%'의 방법이란 여자친구를 집 앞까지 바래다주고 그녀가 불러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한 쪽 손만 들어 인사를 하고 그냥 가버리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이수영은 "어우, 비호감(X2)"이라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자아도취에 빠진 하하는 매력있지 않냐며 항변해보지만 이수영은 "하하씨는 너무 너무 어려요!"라며 단호한 평가를 내린다.


그래도 하하의 그런 동작이 내심 멋져 보였던 유재석은 하하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며 자신있게 도전하게 된다. 유재석은 하하와 마찬가지로 등을 돌린 채 손가락 하나만 세워서 좌우를 흔든다. 그리고 그의 모습 뒤로 차인표와 신애라 주연의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의 주제곡이 잔잔하게 흐른다. 당연히 유재석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을 리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수영이 멤버들에게 직접 시범을 보여주기 위해 나선다. 떠나가고 있는 그녀의 등 뒤에서 누군가 "저기요!"하고 부르자 이수영은 갑자기 몸을 돌리며 "호!"하는 외침과 함께 우스꽝스러운 제스처를 취해서 큰 웃음을 주게 된다. 평소 조신한 모습에 애잔한 발라드를 불러왔던 그녀이기에 이런 반전은 더욱 커다란 충격을 주었던 것 같다. 그녀를 물끄럼이 쳐다보던 박명수의 한 마디는 어떤 핵심을 찌르고 있는 듯하다. "이거 안 해도 먹고 살 텐데."


이미 무한도전에 출연한 바 있는 이효리와 이수영을 비교해보면 이들의 차이점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이효리가 시종일관 버라이어티의 여왕다운 모습으로 무한도전 멤버들을 쥐락펴락 하며 군림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그들과 서스럼없이 어울리며 털털하고 수더분한 모습으로 다가왔다면, 이수영의 개그 수준은 아직 학예회보다 조금 더 나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수영의 개그 본능과 예능의 감은 그리 나쁜 편이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간혹 지나치게 튀려고 하다보니 전체적인 맥을 끊어놓을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기도 했다. 오죽하니 유재석이 상황극이 펼쳐질 때 몇 번에 걸쳐 그녀의 개인기를 자제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겠는가. 그런데 바로 이 점이 이효리와 이수영의 차이점이 아닐까.


하지만 6집 앨범을 발표한 이 후 오랫 동안의 공백기를 가졌던 이수영은 때로는 넘치는 의욕에 너무 앞질러 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무한도전에 출연해서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전체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효리의 경우 그녀의 강한 포스에 짓눌려 무한도전 멤버들이 간혹 제대로 기를 펴치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반면, 이수영은 좀 더 편안하게 다가와서인지 훨씬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증거는 바로 앙케트 발표 순서에서 멤버들이 이수영에게 보여주는 모습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킹콩 정준하와 가제트 박명수


순위 발표를 맡게 된 이수영은 누구라고 그러고 싶은 다음이 들게 하는 박명수에게 '뻥이야' 공격을 해서 골탕을 먹인다. 화가 난 박명수는 "이리와 결혼해! 내 여자야!"라고 호통을 치며 이수영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끌어내려 한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나서던 박명수는 하하의 '신의 손' 공격에 구석으로 나뒹굴게 되고 간신히 사태는 진압된다.


구석에서 '예전 M/V 주인공 포즈'를 취하고 누워 있던 박명수를 바라보던 유재석은 이덕화가 출연했던 유명한 속옷 광고를 떠올리게 되고 즉석에서 박명수 주연의 광고 한 편이 완성된다.


이수영은 이번에는 정준하에게 '뻥이야' 공격을 시도하게 되는데, 정준하는 그녀를 번쩍 들어 걸터매고는 "보쌈해서 내가 데리고 살래."라고 외치며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한다. 그러나 유재석의 말처럼 킹콩과 같은 그의 위세에 놀라 아무도 차마 이수영을 구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 어디선가 갑자기 형사 가제트 박명수가 나타나 그녀를 구하게 된다. 그러나 박명수는 이수영을 멋지게 구하고 나서 "괜찮'읍'니까?"라고 물어 도리어 스타일을 구기고 만다.

 


그들은 왜 면접 시험에 떨어질 수밖에 없었나


무한도전이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아기자기한 재미의 대부분은 멤버들의 순간적인 애드리브로 즉석에서 만들어지는 상황극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퀴즈의 달인'시절은 실내공간라는 제약된 공간 안에서만 멤버들이 활동을 하다보니 운동 에너지 소모량은 감소한 반면 말 에너지 소비량은 극대화되었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시기는 패션 모델 도전이나 댄스스포츠 도전과 같은 크고 화려한 대규모의 쇼를 펼쳐보일 수 없었던 대신에 알토란처럼 속이 제대로 여문 꽁트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게 했다.


시청자들이 면접을 잘 치룰 것 같은 멤버로 박명수를 선정하지 않은 첫 번째 이유는 "You face, Why"였다. 지난 주 하하가 스치듯 말한 이 짧은 영어 표현이 지닌 파괴력을 시청자들이 먼저 간파한 것이다. 그리고 유재석이 선정 반대 이유를 발표하자 박명수의 머리 위에서 노란색으로 깜박거리는 'Why'라는 영어 단어는 굳이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즉각적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선정 이유를 듣고 겸연쩍어 하던 박명수는 자신의 얼굴이 자연산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영어로 하고 싶었는 지 짧은 영어 실력을 최대한 발휘해 "Live face, no natural"이라고 말한다. 이 때 정준하가 끼여들어 박명수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튜닝 페이스"라고 깔끔하게 정리해낸다. 유재석의 '쌩얼'을 '주먹을 부르는 얼굴'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던 정준하는 지금과 달리 이 시기에는 정말 붙같은 애드리브를 쏟아냈던 것으로 보인다.


박명수가 선정될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들로는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며, 경솔하며, 소견이 좁아 남의 잘못만을 지적해 동료 간의 충돌이 많다'와 '출근은 하나 기능이 낮다'가 있었는데, 이러한 것들은 모두 학창시절 그의 생활기록부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한편 노홍철은 선정 반대 이유로 '입 냄새가 난다'라는 지적을 듣고 "맡아봤어?(X3)"라며 발끈한다. 그러나 얼굴을 맞대고 '물론이지' 게임을 벌였던 정준하가 나서서 "내가 맡아봤어!"라고 단호하게 말하자 곧바로 인정을 하고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기꾼 인상이다'라는 두 번째 이유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는 지 담당PD에게 달려나가 "방송에서 어떻게 된 거야!"라며 따져묻게 된다.


지난 주 몰래 카메라가 시청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던 지 하하에게는 '뻥 카메라를 보니 순수했다'는 좋은 선정 이유가 소개되었다. 그러나 하하가 평소에 즐겨 하던 말을 패러디한 반대 이유가 소개되 큰 웃음을 주었다. "미스 김 놓치고 싶지 않아! 미스 박까지는 괜찮아! 거짓말이라도 좋아! 미스 최는 아니야!" 여직원들을 매일같이 이렇게 괴롭히게 된다면 당연히 정상적인 업무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극


'가장 먼저 솔로를 탈출할 것 같은 멤버는?'이란 주제로 멤버들은 상황극을 선보였다. 상황극은 여자친구 이수영의 집을 방문해서 부모님으로부터 교재를 승낙받는 과정을 다루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인 열연을 펼친 것은 박명수였다. 그의 연기를 감상하기 이전에 다른 멤버들의 연기를 우선 살펴보도록 하자.


#1. 하하


- 박명수 : (나비 넥타이를 한 하하에게) 얘 웨이터니?
(하하와 이수영이 자리에 앉으려고 한다)
- 정준하 : (노브레인 시절 머리를 하고 앉아서 큰 소리로) 앉지마!
(자막 : 알고 보니 헬멧 '빡꾸'오빠)
- 박명수 : 이래 봬도 삼대독자야. 그래 뭐 하는 친구야?
- 하하 : DJ도 하고 있고요, 여러가지 업종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유재석 : (박명수에게) 여보, 그런데 DJ가 뭐야?
- 박명수 : DJ? 정치인인가 봐!


이 장면에서 정준하는 K본부 <개그콘서트>의 '집으로' 코너에서 개그맨 윤성호가 연기한 '빡구' 역할을 오랜 바보 연기 경력자답게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출발한 콩트는 박명수가 하하의 직업인 라디오 DJ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약자로 해석해서 큰 웃음을 주고 있다.


박명수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갑자기 뜬금없이 하하와 이수영에게 "그래 키스는 했어?"라는 질문을 던져 옆에서 조용히 물을 마시던 정준하가 웃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물을 내뿜게 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이랄까. 그 사건 덕택에 3대 독자였던 정준하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버지 박명수를 보던 정준하는 다시 '빡꾸'로 돌아가 "보지마!"를 연신 외치며 상황극은 마무리된다.


#2. 정형돈


- 유재석 : (노크를 하고 들어오는 정형돈 커플에게) 미안한데 우리 집은 커튼이네.
(정형돈은 큰 절로 인사를 해서 예의바른 청년이란 인상을 이수영의 부모님에게 주게 된다.)
- 유재석 : (첫 만남부터 개인기를 요구하며) 장기나 한 번 보여주게!
               우리집 가훈 안 보이나? 장기!
               잠깐 우리 수영이가 자네에게 일단 보여줄 거네.
(이수영이 일어나서 '따라와', '어서와', '이리와'와 같은 개그를 선보인다)
- 정형돈 : 오늘 이 자리를 위해서 마이클 잭슨 성대모사를 해보이겠습니다.
(그러나 숨이 넘어갈 듯한 정형돈의 잭슨 흉내에 모두 인상을 찌뿌린다)
유재석 : 저 미안한데 우리 좀 자야겠네.


결국 정형돈은 자격미달로 남사당패 가족으로부터 쫓겨나게 된다.


#3. 내 머리 밖의 헬멧 정준하


- 정준하 : 결혼 허락해주십시오.
- 유재석 : 그건 안 되네.
- 이수영 : 엄마 왜?
- 박명수 : 내가 엄마야!
- 유재석 : (놀라 박명수를 보며) 내가 아빠예요?
(자막 : 이제껏 둘 다 엄마 역할)


유재석은 박명수가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것을 보고 자신이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다시 부모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나서 유재석은 정준하에게 '방역차' 개인기를 부탁하게 된다. 유재석이 "언덕 나왔네"라며 상황을 던져주자 정준하는 더 큰 소리를 내서 언덕을 힘들게 올라가는 방역차 흉내를 낸다. 그러나 그 광경을 곁에서 지켜보던 박명수가 던진 냉소적인 한 마디에 상황은 종결된다. "그걸로 밥 먹고 살겠나?"


#4. 삼촌뻘 남친 박명수


#4-1. 재미 교포 출신의 박명수


- 유재석 : (박명수를 보자마자) 난 이 결혼 반대일세.
(자막 : 부모 마음 100% 공감)
- 이수영 : 아버지! 교포예요!
(자막 : 생김새와 달리 재미 교포 출신의 박명수)
- 유재석 : 교포? 아니 어디 교포인가?
- 박명수 : 로스 앤젤레스.
- 정준하 : You face, why?[얼굴이 왜 그 모양?]
               리얼 페이스?[생얼굴?] 튜닝 페이스?[만진 얼굴?]
- 박명수 : 노 노. 아이 튜닝.[쌍커풀 수술] 원 모어 트라이.[두 번 했음]


#4-2. 드디어 밝혀지는 박명수의 출신

- 이수영 : (갑자기 끼여들어 유학파 한국어를 구사하기 시작한다) 우리 남자 친구는...
- 유재석 : 수영아! 너는 쭉 마포에 살았어! 얘가 왜 이래 유학 한 번 보낸 적이 없는데.
(자막 : 혀만 혼자 미국생활?)
- 정준하 : 둘이 어디서 처음 만난 거야?
- 이수영 : (또 끼여들어 어설픈 남가주 영어를 구사한다)
- 정준하 : 너는 연변으로 유학 보냈는데 왜 영어를 하고 그러니?
(자막 : 딸의 실체 연변 유학생!)
- 박명수 : 연변 외국인 학교에서 만났어요.
(자막 : 둘 다 연변 유학생)
- 정준하 : (박명수에게) 너는 흑룡강 출신이니? 너는 어디 출신이니?
- 박명수 : 미시시피.(X2)
(자막 : 연변에 미시시피?)
- 박명수 : 마이 프렌드 허클베리핀.(X2)


#4-3. 출신지 확인 영어 능력 평가


- 유재석 : 오 수준이 꽤 되는 것 같은데 나와 영어로 대화해 보겠나?
(자막 : 출신지 확인 영어 능력 평가)
- 박명수 : 오브 코스
- 정준하 : Can I haver some drink?[음료수 좀 마실 수 있을까요?]
- 박명수 : Yes. O.K. [예, 그러세요.]
- 정형돈 : 그건 본인이 먹겠다는 얘기잖아요.
(자막 : 집주인이 묻고, 손님이 허락?)


#4-4. 재미교포 박명수의 정체는?


- 유재석 : 오해는 하지 말고 들어주게. 첫 번째 결혼인가?
(자막 :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이제야....)
- 박명수 : 오 마이 시크리트!(X2)
- 이수영 : 아버지, 저는 그런 거 상관없습니다. 저는 명수씨 정말로 정말로 좋아하'니'다.
(자막 : 사랑에 눈 먼 연변 유학생)
- 박명수 : (이수영을 가리키며)세컨드 와이프.[두 번째 부인]
               원 와이프 이멜다.[첫 번째 부인은 이멜다]
(자막 : 재미교포의 정체는 이혼남)
- 이수영 : (버럭 화를 내며) 이멜다 누구야! 거짓말 하고! 나밖에 없다더니!
(자막 : 사랑에 배신당한 연변 유학생)


#4-5. 충격적 진실


- 유재석 : 그런데 자네 고향은 어딘가?
(자막 : 다시 불거지는 출신지 의혹)
- 박명수 : 미시시피. 목화밭. 마이 선친 문익점.
- 유재석 : 선친은 문익점인데, 왜 자네는 박명수인가?
- 박명수 : 혼혈.
- 유재석 : 저, 수영아! 이 친구 미쳤구나!
(자막 : 어느 이혼남의 고백. 결혼하고 싶어 교포행세까지)


박명수의 상황극은 여러가지 사실들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우선 박명수는 그리 달변도 아니고 머리가 비상하게 똑똑한 사람도 아닌 것 같지만 확실히 뛰어난 개그 감각을 지닌 훌륭한 코미디언임을 알 수 있다. 순간순간 변화할 때마다 단 몇 마디의 말로써 상황 전체를 설명하며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될까.


그리고 이 장면은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같은 실력있는 개그맨들이 뭉쳤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축약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어디로 튈 지 모를 이야기의 맥을 잘 짚어나가면서 의미를 지닌 사건과 장면을 순간적으로 만들어내는 장관을 연출해낸다. 그런 점에서 정형돈, 노홍철, 하하가 변변한 역할조차 못한 채 이들의 대화를 넋을 놓고 구경만 하는 신세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아직 끊어질 듯 하면서도 이야기를 이어가는 재능이 아직까지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장면에서 자꾸만 자신의 개인기를 펼쳐보이려는 이수영을 자연스럽게 제압해서 콩트 안에 집중시키는 유재석과 정준하의 노련한 플레이 또한 칭찬할 만하다. 물론 이수영의 연변 사투리 개인기나 영어 억양이 섞인 부자연스러운 한국어를 모사하는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개인의 개인기만 부각되면 꽁트 자체가 연결되기 힘들기 때문에 자제가 필요한 것이다. 이경규가 개그맨들이 정통 코미디 프로에서 버라이어티로 넘어왔을 때 저지르기 쉬운 실수라고 지적했던 것을 이수영 역시 피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실수를 눈에 띄지 않게 덮어주며 또 다른 웃음의 계기로 전환시킬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같은 노련한 개그맨들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장면은 무한도전 멤버들의 영어에 대한 집착(?)과 같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엉터리 영어 개그를 꾸준히 시도해왔는데,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컴플렉스을 반영하며 동시에 '대한민국 평균 이하' 멤버들의 잘나 보이고 싶은 무의식적 욕구를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엉터리 영어로 서로 대화를 나누며 역설적으로 그러한 컴플렉스와 무의식적 욕구를 극복해나간다. 이 후 방영되는 '어학연수 특집'(39회)편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기획된 특집으로 볼 수 있다.

 


유재석, 그의 연인 마봉춘 그리고 한 때 그녀를 사랑했던 노홍철


유재석은 마봉춘이 삐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수영과 서로 인사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마봉춘이 유난히 다정한 목소리로 이수영과 인사를 나누자 멤버들은 짓궂게 그녀를 놀리기 시작한다. 정형돈은 그녀가 오버해서 인사를 한다고 타박을 하고, 유재석은 "더 밝게.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을 한다고 놀리고, 하하는 "끌리지 않는다 이거야"라며 약을 올린다. 마봉춘과 이수영이 같은 미용실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멤버들은 누가 더 예쁘냐고 질문을 해서 싸움을 붙이려 해보지만 그 역시 철없는 사내들의 수 낮은 장난일 뿐 그녀들은 좀처럼 걸려들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흥미로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진다. 유재석은 노홍철이 지난 주 녹화가 끝나고 마봉춘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실을 폭로한다. 노홍철은 화들짝 놀라며 그녀와의 아쉬운 전화통화 내용을 떠벌리기 시작한다. "왜요? 저도 남자잖아요.(X2) 왜? 난 사랑하면 안돼? 그런데 춘봉이 웃겨요. 나를 안 좋아해.(X2) 엄마마냥 예뻐해 주지 않더라고." 노홍철에 따르면 마봉춘에게 전화를 걸어 쉬는 날짜를 물어본 뒤 같이 식사나 하자고 말을 꺼냈는데, 그녀가 약속 핑계를 대며 자신을 피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슬아슬하면서도 웃음이 나오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결혼을 앞둔 유재석과 나경은 아나운서가 본격적으로 교제를 하기 시작한 것이 이 해 여름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따라서 그 전에 구체적인 말은 하지 않았어도 서로 교감을 주고받았을 시기가 분명할 텐데 눈치없게도 노홍철이 그 사이에 끼여들려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무한도전 내에서 목소리만 출연해서 신비한 존재로 남아 있던 마봉춘이 출연자와 전화번호도 주고 받고, 식사 약속에 퇴짜를 놓았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면 이 프로그램에서 그녀가 맡고 있는 역할 자체는 손상되어 버리고 만다. 물론 그 이전에 네티즌 수사대가 출동해서 마봉춘이 실은 M본부의 신입 아나운서 나경은이라는 사실과 그녀가 맡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밝혀진 후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노홍철과 마봉춘 간에 일어난 사건을 밝힌 이유는 두 가지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노홍철의 사례를 통해 무한도전 멤버들이 솔로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그들의 실제 사생활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려 했던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그리고 20대의 건장한 청년 노홍철이 지닌 이러한 '수컷'의 이미지는 '빨간 하이힐의 진실'편으로 이어지게 된다.


둘째, 그러나 이는 무한도전이 마봉춘이라는 카드를 장기적으로 사용할 계획이 없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낸 사례로 볼 수 있다. 목소리로만 존재하고 있는 마봉춘 아나운서라는 신비한 존재에게서 프로그램 스스로가 신비감을 박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출연자가 수작을 걸어볼 수 있고, 또 그것을 새침하게 거부하는 마봉춘은 평범한 20대 직장여성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 '얼음 공주' 노현정 아나운서가 내뿜는 아우라를 지니고 있지 못한 존재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무한도전은 <상상플러스>의 유산을 청산하고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향한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 시작한다.


이번 방송분에서는 특히 첫 번째 이유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노홍철의 마봉춘 대시 실패담을 들은 멤버들과 이수영은 연애에 서툰 그에게 여심을 얻는 비법을 전수하기 시작한다. 이수영은 "여심은 한 번 흔들림에 절대 꺽이지 않는다"며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박명수는 좋아하는 것을 보다 직설적으로 물어보라고 요구하며 실제적인 노하우(Know-how)를 노홍철에게 전수한다.


- 박명수 : 마봉춘씨, 경양식 어때? 옥수수 스프에.
- 마봉춘 : 네, 박명수씨 좋습니다.
- 박명수 : (의기양양 하게 노홍철에게 말한다) 여자들은 칼질하는 것을 좋아해.
- 노홍철 : (느끼한 말투로) 봉춘씨, 경양식?
               봉춘씨, 저 정말 봉춘씨.... 마음에 있어요. (소리는 내지 않고 자기 심장을 가리키며) 여기!
- 하하 : 더 이상하다. 그냥 평소대로 해. 더 나쁜 짓 할 것 같아.
- 이수영 : 징그러워. 징그러워.


연애코치 박명수의 교육이 나빴던 것인지 아니면 노홍철의 응용력이 형편 없었던 것인 지는 잘 구분할 수 없지만 노홍철의 구애방식은 곁에 있던 이수영마저 경기를 일으킬 만큼 더 악화된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박명수마저 마봉춘의 깜찍스러운 '뻥이야' 공격에 넋이 나가고 말게 되어 스승으로서의 체면을 구기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 박명수에게 남은 것은 악밖에 없다. "너 조심해, 마봉춘! 너 공채야? (심하게 손을 떨며) 내가 MBC 사장님과 선이 닿아 있어. 너 새벽 뉴스로 뺀다 내가. 너 4시에 나와야 돼. 인생 꺼꾸로 한 번 살아볼래? 새벽 4시 뉴스 만든다 내가!"

 


하하의 날개짓이 가져온 말들의 태풍


이 날 '꺼꾸로 말해요 아하' 게임에서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이 '박치는 소년' 대신 피박을 때리려 깜짝 등장했다. 무한도전 녹화장 옆 스튜디오에서 <레인보우 로망스>을 촬영하고 있던 그는 '블랙데이 특집'으로 꾸며진 무대와도 잘 어울리는 중국풍의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가 불과 20여 초만에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그 잠깐 동안 김희철은 회전문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버벅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어 짧지만 강한 웃음을 남겨주기도 했다.


그리고 자막에서도 흥미있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가령 '커플 4글자 단어'에서 박명수가 '손만잡자'라고 말하면 그 앞에 '띠용'이란 단어를 붙여 놀라움을 표현하고, 또 그가 '오만원만'이라고 말하면 '심하다'라는 단어를 덧붙여 게임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는 그를 나무랬다. 여기서 몇 가지 예를 더 살펴보도록 하자.


(입고싶다)'커플룩' - (하고싶다)'러브샷' - (못잊어)'첫키스' - (부끄러)'스킨십'


그러나 이 날 이 코너에서 가장 충격적인 단어들을 쏟아냈던 것은 박명수였다. 문장 형태로 진화한 '아하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커플 4글자' 단어에 '위산과다', '신용불량', '무전취식', '손만잡자', '오만원만'과 같은 단어들이 도대체 어떻게 포함되는 지는 이 지구상에서 아마 박명수밖에 모를 것 같다.


#1. '위산과다'


- 유재석 : 아니 위산과다가 왜 나와요? 커플이!
- 박명수 : 내가 내 여친이랑 술 먹고 뽀뽀라도 해보려고 막 마시다 보니 위산과다가 돼.
               (따지고 드는 유재석에게 호통을 치며) 여자 술 먹인 적 있어 없어? 여자 술 먹였지.(X2)
               (유재석의 따귀를 때리며) 예이, 나쁜 놈아! 어떻게 여자 술을 먹여!
- 유재석 : 아니 위산과다가 커플에 왜 나오냐구요!
               (분통을 터뜨리며) 내가 복수할 거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알았어!


#2. '신용불량'


- 유재석 : 커플인데 왜 신용불량이 나와요?
- 박명수 : 여자친구 생일날 선물을 사줘야 될 거 아니야. 여자친구가 비싼 백 사달라는데 어떻게 안 사줘?
               (호통을 치며) 사주다보면 돈 다 쓰고 (카드) 막히면 신용불량 되잖아!
               (유재석에게 따지며 묻는다) 여자친구 시계 사준 적 있어 없어? 시계 사주고 만난 적 있잖아!
               그 때 카드로 샀어? 뭐로 샀어? 그 때 인기 없었잖아!
- 유재석 : 카드 할부로 샀어요.
- 박명수 : 그 때 어려웠잖아. 한 번 더 어려우면 신용불량이야! 내 말이 틀려?(X2)


여기에서 유재석이 더욱 분통이 터지는 이유는 다른 멤버들과 박명수가 작당을 해서 그의 의견을 묵살시켜 버린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왠 만한 거 박명수씨는 다 되고 저는 왜 안돼요?"라며 울부짖는 유재석의 목소리는 남 골탕먹이는 일에는 단합이 잘 되던 무한도전에서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올 뿐이었다. 게다가 박명수가 유재석의 과거까지 들먹거리며 모든 덤터기를 그에게 씌우니 유재석으로서는 더욱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담합개그는 무한도전의 단골 아이템 중 하나이지만 특히 '수능특집' 편에서 박명수가 어설픈 몸짓만으로 '청룡열차'를 설명하던 포스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일이 이쯤 되자 다른 멤버들도 하나둘씩 어거지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게임의 빗장을 스스로 풀고버리고 거침없이 쏟아져내리는 그들의 말의 향연은 가히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성난 폭주 기관차 같았다.


'커플 4글자' 게임에서 노홍철은 "사랑에 눈이 멀면 아무 것도 안 보여!"라고 주장하며 어이없게도 '자유분방'이란 단어를 선택해 물의를 일으켰다. 오죽하니 김태호PD도 "자유분방하면 커플이 남아나?"하고 의문을 표시했을 정도다. 노홍철은 또 자기가 마지막으로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뻐드렁니였다며 '뻐드렁니'란 단어를 선택했지만, 죽마고우인 하하가 그 여자는 뻐드렁니는 아니었다고 반박해 사소한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와중에 정준하는 노홍철의 '자유분방'을 '자연분만'으로 잘못 알아듣고 '인공수정'이란 단어를 선택해서 유재석이 시청자에게 사과를 해야만 하기도 했다.


이러한 말장난의 묘미는 최대한 어울리지 않은 단어를 선택해서 그것을 합리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멤버들보다 박명수가 이런 부분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가 논리와 상관없는 주장을 평소에도 자주 펼쳐왔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박명수는 개인만이 알 수 있는 독특한 경험에서 나온 단어들, 그리고 알고 있지만 방송에서 차마 입 밖으로 끄집어낼 수 없는 말들을 그는 서스럼 없이 할 수 있는 '막말 캐릭터'였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박명수는 '무전취식'이라는 단어를 선택하고도 여자친구랑 여행을 갔는데 돈이 떨어졌지만 같이 있고 싶다면 무전취식이라도 해야한다고 우길 수 있었고, '손만잡자'라는 말을 내뱉고도 "딴 짓 안 하고 손만 잡자. 그게 잘못된 거야?"라고 당당하게 따져물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박명수는 유재석에게 "그럼 너는 손잡기 전에 뽀뽀해?"라고 묻고 그의 튀어나온 입을 지적하며  "이 친구는 손잡기 전에 입부터 들이대."라고 말하며 모든 책임을 유재석에게 전가시키고 자신은 유유히 빠져나오는 뻔뻔함을 보여주기만 하면 됐다.


여기에서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말들의 잔치를 잠시 감상해보도록 하자.


'무등탈래'(정준하) - '춤만추자'(노홍철) - '오빠믿지'(하하) - '내못믿나'(정형돈) - '못믿어요'(이수영) - '오만원만'(박명수) - '벌써갈래'(유재석) - '어쩔건대'(정준하) - '쉽지않아'(노홍철) - '죽지않아'(하하) - '난정말쉬워요'(정형돈)


말의 사슬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날 제10대 골든박의 주인공은 정형돈의 몫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서 밝혀두고 싶은 점은 '아하 게임'에 '어거지'라는 요소를 도입하고 이 날의 성대한 쇼를 펼칠 수 있는 물고를 튼 주인공은 바로 하하였다는 점이다. 그는 이미 '마장뚱', '조세핀', '하윤국', '형수님', '김기룡'처럼 게임과 무관한 요소들을 게임 안으로 끄집어들였고, 유재석은 이를 '착하면 인정'이란 룰을 만들어 공식적으로 인정해줌으로써 게임의 룰을 파괴시키는 룰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러한 룰 덕택에 박명수의 '케이티엑스'(KTX) 사건이나 이효리의 '에쵸티'(H.O.T.) 사건이 가능했던 것이고, 또 '아하 게임'이 문장 공격의 형태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날 박명수가 펄펄 날아다닐 수 있었던 발판도 사실은 하하가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하하는 말 많고 논란 많던 '커플 4글자'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벌인 '솔로 4글자' 게임에서 '곤충채집'이라는 단어를 선택해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을 추궁하는 유재석에게 "저는 솔로가 되면 혼자 돌아다녀요. 연예계의 파브르예요."라고 말해 교묘히 자신을 합리화시켰다. 그런데 박명수가 게임에서 보여주고 있는 기본 패턴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하하가 만들어놓은 모델이 복제와 자기 복제를 거치며 거침없는 카오스의 장이 열린 셈이다. 이처럼 하하의 작은 날개짓은 무한도전이란 태풍이 불어온다는 사실을 알리는 전조와 같은 것이었다. 만약 카오스 이론을 예능에 적용시켜본다면, 무한도전이야말로 그 이론에 가장 잘 들어맞는 그리고 그 이론을 가장 탁월하게 구현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by ddolappa

 

 

 


이수영이 게스트로 출연했던 '블랙데이 특집'편 사진 모음


http://tvzonebbs6.media.daum.net/griffin/do/talk/gallery/challenge/read?bbsId=S000054&articleId=9036&pageIndex=1&searchKey=subject&searchValue=


http://tvzonebbs6.media.daum.net/griffin/do/talk/gallery/challenge/read?bbsId=S000054&articleId=10066&pageIndex=1&searchKey=subject&searchValue=

 

 

 

1. 하하와 이문세. 하하는 이문세와 닮은 꼴로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하하는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텐텐클럽'에서 몇 차례에 걸쳐 이문세의 주옥같은 노래들을 열창하기도 했고, 고별 라디오 방송에서 "내가 이문세 아저씨처럼 훌륭한 DJ였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이문세는 하하에게 DJ의 롤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예능계에서 하하의 롤모델은 '무한재석교'의 교주 유재석이겠지만.

 

 

 

 

 

박명수의 '펀펀 라디오' DJ 입성을 축하하며 하하가 보낸 화환. 그 안에는 박명수를 자극하는 '하하의 텐텐 클럽 죽지않아'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박명수 역시 이에 지지 않고 하하에게 "훔쳐간 내 유행어 '죽지않아' 내놔. 교통방송에서 확보한 나의 20~30대 팬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라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2. 하명국. 하하는 에서 '김종국 따라잡기'를 시작하며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뒤를 이어서 하하, 박명수, 김종국이 모여 '하명국'이 결성되었다. 이들은 쉽게 식상해질 수 있는 오락프로그램의 성격을 보완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을 뿐 아니라 유동적인 조합을 끊임없이 만들어내 서로의 개성과 매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당시에는 '하명국', '지진테', '신천종'과 같은 '상생그룹들'이 예능계에서 유행했는데, 이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그리고 장기간 동안 합을 맞추어온 사람들이 웃음에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나마 인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물론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익숙해져버린다는 것은 식상함의 원천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3. 킹콩 정준하와 그에게 붙잡힌 미녀 이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