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배아복제… 어떻게 얼마나 열것인가
배아는 인간이냐 아니냐 존재론적 논쟁 많지만 복제행위 자체는
인간존엄 해치지 않아 美 툴리등 다수학자들은 선의의 목적 복제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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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공학은 ‘판도라의 상자’다. 배아복제는 기능이 손상된 장기(臟器)에 정상 세포를 이식하여 기능을 복원하는 기술개발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배아연구는 배아 파괴를 수반한다. 또 유전자 조작과 인간 복제로 진행될 수 있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철학적 논의에서는 생명존엄성 문제로부터 범죄를 위한 오·남용 가능성, 사회적·우생학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쟁점들이 제기되었다.
▲ 인간복제 가능성을 보여주는 그래픽(위)과 1998년 인간복제 실험중단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시위사진(아래)과의 합성. | |
배아연구의 인간적(즉 철학적) 정당성에 관해 제기되는 주제들은 대체로 배아나 개체 복제 행위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가 하는 인간 정체성에 관한 것과 복제기술의 오·남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윤리적인 문제와 우생학적 문제들에 대한 검토로 분류된다. 이러한 검토는 의무론적 관점과 결과론적 관점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 뉴질랜드의 한 환경단체가 만든 인간복제 반대 포스터. 유전공학 비판론자들은 이같은 '동물형 인간'의 출현도 가능하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 |
존엄성이나 정체성의 관점에서의 접근은 이런 한계를 가지는 반면, 다른 많은 학자들은 생명윤리적 논의는 비윤리적 오·남용이나 우생학적 문제 등 결과적으로 초래될 수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존엄성이나 인간의 도덕적 의무를 들어 제기되는 비판은 지난 수백 년 동안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기존의 신념과 관습에 모순되는 새로운 이론이나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제기되었던 것들과 대동소이하다. 시험관아기가 시도되었을 때, 지식인들 사이에 인간 존엄성을 해친다는 우려가 들끓었지만, 오늘날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툴리(M Tooley)를 비롯한 미국의 다수 학자들은 공리주의적이며 결과론적인 관점에서 보다 더 큰 선을 위한 일이라면 생명존엄성이 포기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윤리적 판단의 기준을 고통의 감지능력과 행복의 증대 여부로 보는 미국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자 싱어(P Singer) 교수는 신경이 미분화 상태에 있는 배아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므로 아직 인간이 아니며, 그 때문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배아 연구는 허용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싱어식의 논의가 논리적으로 정당하다 하더라도 연구 결과는 생명의 도구화, 상품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다양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사소한 방심이 결과적으로 엄청난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고 윤리적 관념에만 매몰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의료 현장 종사자는 복제 연구를 허용하는 것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항변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 복합성에 비추어 생명윤리 문제는 단순히 윤리학적으로만 다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학계·경제계·법조계 등 사회 각계의 전문가와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기술영향평가제도 같은 제도적 장치와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다. 현대 과학문명의 핫이슈인 인간 존엄성은 천부적인 특성으로서의 의미보다는 우리가 바람직한 목표설정과 책임있는 행동을 통해 만들어내야 하는 실천적인 과제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 김국태교수 | |
김국태 교수는 중앙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콘스탄츠대에서 과학철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호서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형이상학과 존재론’ 등이 있고 ‘칸트의 존엄성 개념에서 본 인간복제의 윤리성 문제’ 등 유전자기술과 인간복제로 인한 철학적 문제를 중심으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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