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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민불복종 : 법에 있어서 실천이성의 실현을 향하여!

ddolappa 2008. 5. 16. 04:12

시민불복종 : 법에 있어서 실천이성의 실현을 향하여!


  법에 있어서 실천이성은 곧 ‘차이’을 인정하고, 나와 다른 자를 ‘배려’하고, 그리고 '관용‘을 실천하는 자세이다. 이것이 ’동등한 인간존엄성의 원리‘가 함축하고 있는 바이다. 그렇다면 한 사회의 법이 이 원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경우에 ’악법도 법이다‘라는 표어를 되뇌면서 수수방관할 것인가?


소크라테스의 입장 : 무조건적 법복종의 의무?


  물론 그 근거는 희박하지만, 일반적으로 ‘악법도 법이다’라는 표어는 소크라테스가 말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우리는 법복종의 의무와 관련해서 플라톤이 저술한 대화편 <크리톤>과 <변명>에서 보이는 소크라테스의 입장을 살펴봄으로써 시민불복종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대화편 <변명>에서 사형선고를 앞두고 자신의 행위를 최후 변론하면서 소크라테스는 설사 법원이 철학을 포기할 것을 조건으로 석방하는 판결을 내린다고 할지라도 이를 거부할 것을 공개적으로 주장한다. 지혜를 사랑하고 덕을 추구하며, 이를 아테네 시민들에게 알리는 도덕철학적 활동은 신이 내린 명령이므로 “죽음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릇된(또는 부정의한)일에 관해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을 것이며 복종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소크라테스는 단호하게 선언하는 것이다.

  반면 <크리톤>에서의 소크라테스는 다르게 말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감옥에 갇힌 소크라테스에게 오랜 친구인 크리톤이 찾아와서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탈출을 권유한다. “소크라테스가 도망간다고 친구들이 위험에 빠지는 것도 아니며, 차라리 부당한 판결에 따라 죽기보다 망명을 해서 가정도 지키고, 철학적 활동도 계속해서 할 수 있다. 또한 애초에 재판에 출두하지 않고 도망가거나, 법정에서 자신의 철학적 신념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기보다 배심원들의 비위를 맞추는 타협적인 자세를 취했어야 했다.” 이때 소크라테스는 일단 다음과 같이 묻는다. “도주가 자신의 이익, 편리, 자신의 교육, 철학적 사상의 전파 등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과연 그 자체로 옳은 것인가?”

  이 물음 뒤에 펼쳐지는 소크라테스의 입장을 우리는 다음과 같이 새롭게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크리톤의 법의식은 개인의 이익, 평판, 우정 등에 비추어서 볼 때 감옥에서 도망가도 무방하다는 내용으로 집약된다. 이는 “법을 자신의 편리와 정실관계에 따라서 어길 수도 있다”는 법의식인데, 이를 우리는 ‘저차원의 법 불복종’이라고 부를 수 있다. 아마도 당시 아테네 시민들의 대부분이 이러한 저차원의 무법의식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에 반해서 국가의 법률과 명령을, 보다 높은 신의 명령, 도덕원리, 정의이념에 비추어서 심사숙고하여 판단한 후 내면의 확신에 따라 복종을 거부할 때를 ‘고차원의 법 불복종’이라고 부를 수 있다. <변명>에서의 소크라테스의 법률 불복종의식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양 불복종의 중간단계에 ‘법의 지배’원리가 위치하는데, 소크라테스는 ‘법의 지배’ 원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만일 누구나 다 ‘저차원의 법 불복종’ 의식을 가지고 법을 어긴다면 국가와 법체계는 혼란에 빠지고, 아테네의 민주제는 붕괴할 것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감옥에서 도망가면 크리톤이나 아테네 시민들이 이 행위를 ‘저차원의 법 불복종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할 것을 우려했을 것이며,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법 복종행위를 통해서 크리톤(암묵적으로는 아테네 시민들)을 저차원의 법 불복종 의식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서 ‘법의 지배’ 원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실천을 거쳐야만 비로소 ‘고차원의 법 불복종의 의식’의 단계에 들어설 수 있음을 깨우치고자 하지 않았을까?

  <변명>에서 재판부가 제시한 ‘철학포기 조건부 석방’(=‘전향서 작성 후 석방’)이라는 타협안을 소크라테스가 거부한 것도, 만일 석방된 후 이 타협안대로 산다면 스스로 참을 수 없는 위선적인 삶을 영위하는 셈이 되고, 석방된 후 이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자신의 철학적 입장을 개진한다면, 이는 ‘저차원의 법 불복종’ 상태(편의에 따라 법을 준수하거나 법을 위반함)에 불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는 소크라테스의 도덕적 신념에 어긋나는 행위였을 것이다. 그리고 <변명>에서 재판부의 철학포기 명령은 소크라테스에게는 공공선에 반하여 타인에게까지 부정의를 행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반면 <크리톤>에서 사형으로서 독배를 명령한 것은 소크라테스 개인에게는 부당한 요구이지만 다른 시민들에게 부정의한 행위를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소크라테스는 ‘공공선을 침해하고 타인에게 큰 손해를 입히는 부정의를 저지를 것을 명령하는 법’에 대해서는 그 피해가 자신에게 올지라도 이를 기꺼이 감수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소크라테스의 입장은 “(가)시민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부정의한 행위를 할 것을 명령하는 법과 (나) 공공선을 침해하는 부정의한 행위를 할 것을 명령하는 법에 대해서는 불복종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당한 법 불복종의 기준


  정당한 법 불복종, 즉 시민불복종 행위는 정부가 국가의 헌법을 이루는 중요한 원리들과 시민들의 자유를 체계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중대하게 침해할 경우, 시민들이 그 부정의에 항의하기 위하여 그 정부가 제정하는 부정의한 법률들을 공개적으로 위반하는 행동들을 일컫는다. 어떤 법률불복종 행위가 시민 불복종의 행위에 해당하려면 그 불복종 행위의 의미가 명백하고, 공공선을 회복하려는 진지함이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이때 시민불복종 행위는 국가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부정의로부터 국가를 보호하는 결과를 낳는다

  <변명>에서 철학 포기 명령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거부는 그 거부행위가 공개적이며, 타당한 도덕적 최고원리에 비추어서 진지하고 설득력이 있으며, 시민의 덕성을 함양함으로써 국가를 유지케 하고 번영케 한다는 공공선의 목적에 합당하므로, 시민불복종에 해당될 것이다. 반면 <크리톤>에서 크리톤이 권했던 도망행위라는 법 불복종은 공개적이지 않고 은밀하며, 그 의미가 공공선의 회복에 비추어 볼 때 명백하지 않으며 설득력이 없으므로 게다가 도망의 원리를 모든 사람이 취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는 국가공동체의 붕괴로 나타나므로 시민불복종의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입장에서 나타난 법 불복종의 유형과 의미를 다음과 같이 표로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법 불복종의 유형과 의미]

 

      저차원의 법 불복종

      고차원의 법 불복종

법을

위반하거나

준수하는

동기

개인적 이익, 가족상황, 야심,

정실관계

헌법의 기초를 이루고 그 해석의 지침이 되는 정의이념, 공공선

나타나는

행동양태

은밀한 위반, 타인의 법 준수행위를 이용하거나 편승하여 자기이익만을 챙기는 ‘무임승차 행위’

타당한 근거에 선 공개적 비판, 민주사회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국가 및 법률들의 부정의에 항거하기 위한 공개적인 항의로서의 법위반

법률을

위반했을 때

발생하는

결과에 대한

반응

자신에게 돌아올 법 불복종의 결과로 자신에게 돌아올 손해를 회피하거나 모면, 최소화하려고 함

공개적인 법 불복종의 결과로 돌아오는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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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ext reading
글쓴이 : 여민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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