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무한도전 History-퀴즈의 달인

무한도전 History -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15회(2006.3.25.)

ddolappa 2008. 6. 14. 19:22

무한도전 History -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15회(2006.3.25.)

 

 

무한도전행 기차에 올라탄 마지막 승객


'봉춘리 MT 특집'편에서 비어 있던 무한도전 멤버쉽의 한 자리가 드디어 채워지게 된다. 그 자리는 MT후발대로 등장한 '식신' 정준하의 몫이었다. 2003년 M본부의 <코미디 하우스>에서 '노브레인 서바이버'로 그해 '방송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 및 인기상을 수상한 이후 주로 드라마와 영화계에서 활동을 해왔던 정준하가 이처럼 무한도전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유재석의 권유 때문이었다.


정준하의 등장은 여러가지 점에서 잘 계산된 쇼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우선 2년만에 컴백하는 특급 게스트인 이효리를 섭외해서 대중의 관심을 그녀에게 집중시켜 이윤석의 빈 자리를 눈에 띄지 않게 하고, 게스트로 잘 출연하지 않았던 이경규를 내세운 '비난특집'을 방영해서 큰 반향을 일으킨 뒤, 게스트의 신분으로 무한도전을 방문한 정준하의 출연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하지만 정준하에 대한 정교한 캐릭터화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준비되어 왔다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식신', '알콜CEO', '헬멧', '뚱보', '술에 물 타기', '쉽게 삐치는 성격', 일본과의 인연,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캐릭터, 인맥이 넒은 사람 등은 이후 무한도전 멤버로서 정준하를 특징짓는 대표적인 특징들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단 한 회 방송분에서 모두 쏟아져나왔다는 사실은 그가 평범한 게스트가 아니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첫 출연에 이처럼 다양한 특징들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무한도전이 이윤석이 아닌 정준하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개성 강한 무한도전 멤버들 속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은 매력을 발산하는 인물을 만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한도전에서 정준하가 보여주고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파란만장한 삶에 대한 사전 지식을 어느 정도 필요로 한다.

 


그의 인생이 궁금하다


대학을 진학해 좋은 직장을 갖는 것이 목표였던 정준하는 4수를 하고도 대학 진학에 실패해 M본부에서 소품 나르는 일을 우연히 시작하게 된다. 한 때는 <경찰청 사람들>의 FD를 맡아 일을 하기도 했지만, 그가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1993년 개그맨 이휘재의 매니저 신분으로서였다. 개그맨을 웃기는 매니저라는 소문이 나면서 1994년 <테마극장>에 단역으로 출연한 것이 그의 첫 데뷔 무대였다.


하지만 장미빛 미래로 가득할 줄 알았던 그의 연기 생활은 결코 녹록치 못했다. 공채가 아닌 특채라는 이유로 동료 개그맨들 중에는 그와 개그를 하기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고, 캐스팅이 되었다가 돌연 취소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박명수가 정준하에게 '근본이 없다'고 비난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공채 출신도 출연 기회를 잡기가 어려운데 특채 출신이 자신들의 일거리를 빼앗아 간다는 피해의식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코미디언 실장을 맡고 있었던 박명수가 대외적 이유에서라도 정준하와 친분관계를 맺기는 어려웠으리라는 사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까 박명수와 정준하의 갈등 이면에는 연예계 이면의 현실적 갈등이 잠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긴장관계는 나중에 '주간 시트콤 수와 하'의 아버지와 어머지의 관계로 보다 희극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래서 정준하가 부업으로 시작한 것이 포장마차 사업이었다. 1997년 연예인 포장마차 1호점으로 큰 성공을 거둔 정준하는 방송에서보다 사업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된다. 이 점에서 정준하는 박명수와 마찬가지로 수입이 불규칙한 연예계 생활의 보완책으로 상당수의 연예인들이 부업을 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알콜 CEO' 혹은 '치킨 CEO'와 같은 별명들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연예인들의 부업을 방송에 내보낼 경우 그것은 언제든지 간접 광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정준하가 '알라스카 특집' 편에서 '시바스대갈'이란 별명이 방영된 이후 광고된 술의 매출이 올랐다고 자랑스럽게 말한 것은 그 단적인 예라 하겠다. 그러니까 연예계의 현실을 오락 프로에서 사용할 경우 그것은 오락에 긴장감을 유발하는 작용을 하면서도 광고라는 대가를 부차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또한 이후 발생한 정준하의 단란주점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위법한 일이 현실에서 발생하게 될 경우 그것에 의존하던 허구의 세계 자체도 완전히 폐기되어야 할 정도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아무튼 정준하는 1998년 M본부의 <여기는 코미디 본부>에 출연하게 되면서 개그맨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그 후 <오늘밤 좋은 밤>, <좋은 친구들>, <생방송 코미디쇼>, <코미디 하우스> 등에도 출연하지만 뚜렷한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래도 정준하의 다른 재능보다 그의 먹는 재능을 높이 산 한 PD가 그를 리포터로 발탁해서 일본에서 촬영을 하던 중 16년 동안 일본인 60명 정도만이 성공을 하고 스모 선수들조차 실패를 한 만두 2.5Kg를 1시간 안에 먹기에 성공한 것이 오늘날 정준하가 '식신'이라 불리는 계기를 제공한 사건이었다.


2003년 정준하는 표영호, 문천식 등과 함께 출연한 <노브레인 서바이버>가 소위 '대박'을 치면서 '개그계의 개업떡', '독한 맛에 6주' 등의 별명을 떼어버리게 된다. '개그계의 개업떡'은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이 생길 때마다 얼굴을 비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고, '독한 맛에 6주'는 독한 맛에 써보지만 6주 후면 프로그램이 없어지거나 본인이 퇴출당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개그맨으로 주가를 높이던 정준하는 2004년 S본부의 <장길산>과 M본부의 <황태자의 첫사랑>에 동시 출연하며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당시 정준하가 맡았던 배역들은 지금과 달리 바보 캐릭터가 아니라 여자 주인공을 괴롭히는 건달이나 깡패 역이 대부분이었던 점이 흥미롭다. M본부의 <회전목마>에서 여주인공 수애를 겁탈하는 역할이 대표적이다.


특히 <장길산>에서 정준하는 장길산의 친구이자 소두령인 이갑송 역을 맡아 원래는 88kg 정도였던 체중을 110kg까지 늘려야 했는데, 그 이후로 유지되고 있는 0.1t의 몸무게와 평소에는 온순하다가 음식 앞에서 거침없는 식탐을 드러내는 모습 때문에 그는 '괴물 준하'로 불리게 된다. 그리고 <무한도전>에서 정준하는 늘 바쁜 척하지만 실은 드라마와 영화계에서 비중없는 조연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폭로되어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개그맨에서 연기자로 전업을 하는 과정에서 정준하는 나름 상처를 받았던 것 같다. "그건 저를 두번 죽이는 거예요", "안 좋은 추억이 있어요"와 같은 멘트를 통해 정준하를 스타덤에 올려주었던 <노브레인 서바이버>가 자신과의 상의도 없이 개편을 하게 되자 그는 M본부의 예능국에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코너가 폐지되며 정준하와 그의 파트너 문천식 역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졌다.


2005년 이동욱의 팬미팅에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문천식은 "인기는 거품이라는 걸 느꼈다"며 한탄을 금치 못했고, 함께 있던 정준하는 언론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노출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더우기 정준하는 6년간 자신과 연인관계였던 조향기와 헤어지며 결별의 아픔을 달래야했기 때문에 방송을 쉬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으리라 짐작된다.


이러한 상태의 정준하를 설득해서 <무한도전>에 출연시켜 제3의 전성기를 열어준 사람이 바로 유재석이다. 유재석은 정준하와 함께 연예인 야구단 <한>에 참여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S본부의 <반전드라마>에서도 호흡을 맞추어왔다. 그는 오랜 시간 정준하를 지켜보며 그의 연기 재능이나 2% 부족한 모습, 넘치는 파워 등이 무한도전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 줄 것이라 판단을 했던 것 같고 그의 예상은 어느 정도 적중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정준하는 <무한도전>과 함께 성장을 거듭하며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뮤지컬 <풀몬티> 등에도 출연해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더우기 '형돈아 놀자!' 편에서 보여준 마음씨 넓은 형의 모습은 그에게 '훈남' 이미지를 선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침없이 성장하던 그의 질주는 적어도 무한도전 내에서는 "그 사건" 이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 사건"이 발생한 직후 방영된 '김연아 특집' 편을 내가 단 한 번도 복습을 하지 않았던 이유도, 리뷰에서 정준하에 대한 언급을 되도록 자제하고 있는 이유도, 김태호 PD와 M본부의 결정을 내가 아직도 수긍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 이후로 지금껏 정확한 해명을 들을 수 없는 "그 사건" 때문이다.


만일 그가 무한도전에 출연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을 지금처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재능과 노력 여하에 따라 재활의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자숙과 반성의 기간을 거치지 않고 계속해서 방송에 출연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과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여받고 울먹거리며 '억울한 사건' 운운하는 추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따라서 연예인 정준하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삶은 무한도전의 명예를 더럽힌 피의 대가로 얻은 제2의 삶일 뿐이다. 상식 수준의 도덕적 요구를 조롱거리로 만들고 되찾은 삶이니 그 삶의 가치를 정준하 스스로가 인간으로서 그리고 연예인으로서 입증해주길 바랄 뿐이다.

 


알콜CEO VS 치킨CEO


정준하가 MT후발대로 모습을 드러내자 박명수를 제외한 전 출연진이 '식신'을 외치며 그에게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무(모)한도전' 21회 '고공에서 60초 세기'편(05-09-10)에 출연하여 12초에 우동 한 그릇을 먹어치운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당시 무한도전에서 잠시 하차 중이었던 박명수는 정준하를 '식신'이라 불르는 이유를 다른 멤버에게 설명받고 난 후에야 이해를 하고 "너 때문에 내가 짤렸어!"라며 호통을 치게 된다.


이처럼 박명수가 정준하를 경계하는 데에는 위기상황에서 더욱 팽배하는 무한이기주의와 초대손님에게도 늘 보여주는 전투준비태세와 같은 무한도전식의 생존 방식이 작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채 출신과 특채 출신 간의 알력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박명수가 같은 특채 출신인 정준하와 노홍철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다. 박명수는 <놀러와> 등에서 자신이 예전에 정준하에게 차갑게 대했던 이유가 개인적으로 그가 싫어서라기보다는 개그맨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던 실장이란 신분 때문에 그랬다고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반면에 박명수는 당시 <놀러와>에 함께 출연하고 있었던 노홍철과는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심지어 자신의 뮤직 비디오에 출연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같은 특채 출신이지만 상황 자체도 변했고, 비슷한 연배인 정준하와 달리 나이 어린 동생인 노홍철을 경쟁자로 인식할 필요도 없었고, 무엇보다 노홍철과 같은 4차원 캐릭터가 대중들의 인기를 얻자 그로부터 무엇인가 이득을 얻을 게 있다는 얇팍한 계산(?)이 박명수의 태도를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정준하의 모습은 기존의 무한도전 멤버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어떤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는 "준하야, 버라이어티 프로가 많이 바뀌었어! 적응을 못할 거야! 한 주만 하고 가!"라며 문전박대하는 박명수에게 "어차피 초대 소님이라 오늘만 하고 갈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라고 대답할 만큼 자신감에 넘쳤고, '근본이 없다'고 비난하는 박명수에게 다가가 말없이 내려다 보는 것만으로 그를 침묵시킬 수 있을 만큼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철없는 막내들인 하하와 노홍철이 그를 보고 잘 생기고 멋있다고 칭찬을 할 만큼 키나 외모도 준수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정형돈의 캐릭터 '건방진 뚱보'를 왜소하게 만들 만큼 눈에 띄는 체격을 갖고 있었고, 박명수의 온갖 협박에도 "비굴하게 살고 싶진 않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그를 외모순위 6위에 지목해서 '6개월을 기다려온 진정한 남성상'이란 자막이 등장할 만큼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명수의 치킨 사업이 현실에서는 상당한 수익을 그에게 안겨 주고 있음에도 연예계에서 성공하지 못한 연예인이 먹고 살기 위해 해야만 하는 궁색맞은 부업이라는 이미지로 박명수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었다면, 정준하의 알콜 사업은 굳이 연예계에 목숨을 걸 필요가 없을 만큼 부를 축적한 건실한 청년실업가로서의 그의 이미지를 포장해주는 장치로 사용되고 있었다. 여기에 '노브레인 서바이버'로 정준하가 누렸던 과거의 명성이나 이후 예능계가 아닌 영화계에서 주로 활동을 했던 점 역시 그를 2% 부족한 무한도전 멤버들과 차별화시켰던 요소들이었다.

 


너 술에 물 타지?


그럼에도 정준하가 무한도전의 정식 멤버로 받아들여 지게 된 계기는 그를 포장하던 화려한 이미지들이 하나 둘씩 벗겨지며 초라한 그 실체가 여실히 드러나게 되면서부터였다.


'알콜 CEO'라 불리지만 자그마한 주점을 운영하는 것에 불과하고(물론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덩치가 멤버들 중 가장 크지만 가장 소심한데다 잘 삐치는 사람이고, 힘이 제일 세지만 동시에 다른 멤버들이 쉽게 속일 수 있을 만큼 멍청한 사람이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꼭 필요한 사람인 것처럼 자랑을 해왔지만 실상은 초라한 단역 배우에 불과하고, 헤어진 옛 애인 때문에 아직도 가슴 아파하는 사람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델들과 고기를 먹을 만큼 바람둥이 기질이 농후한 사람이라는 사실 등이 폭로되며 정준하는 무한도전에서 웃음을 주기 시작한다.


여기에 그가 자랑하는 화려한 인맥을 동원해서 이종범, 이다해, 권상우, 소지섭 등을 목소리로 무한도전에 출연시킨 것이나 조인성의 출연을 성사시킨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개그우먼 김미진과 짜고 영화배우 이영애 흉내를 내서 다른 멤버들을 속인 사건은 그가 무한도전에 자리를 잡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정준하가 캐릭터를 잡아가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은 재미있게도 유재석이 아니라 박명수였다. 그는 정준하의 큰 머리를 자꾸 '헬멧'이라고 약올려 무려 3차례나 헬멧을 착용한 정준하의 모습이 방영되도록 했다. 또한 박명수는 '노브레인' 시절 정준하의 모습을 어설프게 흉내를 내서 시청자들이 그의 옛 모습을 상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첫 출연에 점잔을 빼는 정준하의 실체를 벗기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또 한 명은 바로 노홍철이었다. 그는 정준하와 S본부 <X-맨>의 인기코너인 '당연하지!'를 패러디한 '물론이지!' 게임을 하며 여러가지 자극적인 멘트로 그의 신경을 강하게 자극시켜 놓는다.


특히 "너의 가게에서 술을 마시면 잘 안 취하더라. 너 술에 물 타지?"와 같은 질문은 잘 참아오던 정준하를 폭발시킨 결정적인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듣자마자 정준하는 마시던 물을 내뿜고 박명수를 가리키며 "나 물타서 팔고, 이 인간 병든 닭 팔아!"라고 말해 화가 나서 내뱉은 박명수의 욕설이 모두 묵음 처리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하하는 "야, 임마! 상도덕이 있지 내가! 애들이 먹는데 병든 닭 쓰겠니?"하며 말하는 박명수에게서 그가 진짜로 화가 났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거칠어진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노력한다. "명수형 닭 아니래. 비둘기래. 서울역에서 비둘기 잡잖아."


노홍철과 하하의 노력 덕분에 그 이후로 박명수는 닭 대신 비둘기를 파는 '치킨CEO'가 되었고, 정준하는 술에 물을 타서 파는 '알콜CEO'가 되었다. 그리고 박명수와 정준하 역시 때로는 경쟁관계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협력관계를 맺기도 했는데, 가령 다음주에 등장하는 '치킨 & 드링크' 주식회사의 요절복통 신입사원 채용기는 이 두 사람들을 함께 묶을 수 있었기 때문에 등장할 수 있었던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박명수의 성공시대


앙케트 조사에서 만년 꼴지를 도맡았던 박명수가 20년 후에도 방송활동을 할 것은 같은 멤버 1위에 당당히 뽑히게 된다. 제작진은 지난 주에 발표된 박명수의 학창 시절 성적표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애니메이션 <TV동화 험난한 세상 : 어린 명수의 꿈>을 방영해서 시청자들이 그 감격스러운 순간을 함께 하도록 하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어린 명수와 공병 모티브는 2008년 5월에 방영된 '무한도전 창작 동요제'(105회) 편에서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한도전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1위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박명수를 위해 또 다시 긴급 기자회견이 열리게 된다.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박명수와 유재석은 또 엉터리 영어 대화를 주고받아 웃음을 주고 있다.


- 박명수 : I'm korean famous comedian.[저는 유명한 한국 코미디언입니다] Continue.[(인기는) 계속됩니다]

- 유재석 : 한국의 유명한 코미디언 권디뉴씨.


이들간의 기발한 말장난은 당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배우 이준기의 석류음료CF를 박명수가 따라부르는 장면에서도 빛을 발한다.


- 박명수 : 미인은 명수를 좋아해. 거울 속의 명수는 귀여워. 미인은 - (갑자기 이승철 톤으로 목소리가 바뀌며) 오우, 베이베.

- 유재석 : 밖으로 -

- 박명수 : 나가버리고 -

- 유재석 : 명수는 -

- 박명수 : 끝이 났지만 -

- 유재석 : 이제는 -

- 박명수 : 부르지 않으리?

(자막 : 섭외 끝?)


최근에 여러 방송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박명수와 유재석 개그콤비의 재능은 이 시기부터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예전에 비해 순발력과 입담 능력이 일취월장한 박명수의 성장은 놀라울 따름인데, 개인적으로는 그가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그의 라디오 진행에서 찾고 싶다. 이경실이 언젠가 언급했던 것처럼 박명수는 TV방송에서 자신을 불러주지 않을 동안 라디오를 진행하며 꾸준히 내공을 쌓아왔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당시 축적된 경험이 유재석과 이처럼 합을 맞출 수 있을 정도의 애드리브 실력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나이 마흔을 바라보는 박명수는 아직 성장 중인 코미디언이다. 코미디계의 큰 별 이주일이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의 나이 40이었다. 그에 비하면 박명수는 비교적 일찍 자신의 재능을 발견했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뒤늦게 시작한 진행자에 대한 도전에서 아직 큰 수확을 거두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가 무명을 극복해왔듯이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당면한 난관을 헤쳐가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가 끊임없이 도전을 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짜증나. 이 프로그램 재미없어!"


유재석은 새로운 게스트인 정준하에게 인사를 하라며 마봉춘 아나운서를 종용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오직 유재석에게 대답을 할 뿐이었다. 그 순간 하하는 "짜증나. 이 프로그램 재미없어!"라는 말을 내뱉고 자신도 어이가 없는 듯 너털 웃음을 짓는다.


그런데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재미가 없으면 재미있는 척이라도 해야하는 것이 기존 예능의 법칙이었다면, 하하의 저 발언은 그런 법칙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 자체가 새로운 웃음의 법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한 장면이라 하겠다.


그래서 하하의 발언은 무한도전의 자기 비판적 시각이자 외부적 시각의 내재화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무한도전의 개성적인 자막이 하는 역할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김태호 PD가 시청자들이라면 멤버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라고 상상을 해서 자막을 쓴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러한 언급 역시 하하가 우연히 폭로하고 있는 무한도전의 비밀에 속한 것이다.


다시 말해 무한도전의 내부 안에는 언제나 무한도전의 외부가 도사리고 앉아 내부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감시하고 조롱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반대로 내부의 세계는 무한도전이란 쇼 오락의 바깥 세계를 끌어들여 논평을 가하고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무한도전의 내부에 있는 것이기도 때문에 현실적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안과 밖이 이어진 이 기이한 뫼비우스적 구조야말로 '리얼 버라이어티 쇼'로서 무한도전이 개척한 업적 중 하나이다.


바로 이러한 구조 덕택에 무한도전에서는 무한도전 바깥의 풍경들 즉, 한국의 정치적 상황, 미국이나 일본의 인기 드라마, 개봉 중인 영화들, 인터넷에서 떠도는 유행어들, 심지어 경쟁 프로그램들에 대해서조차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상황이나 과정 자체를 폭로하며 제작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러한 외부의 요소들이 비밀로 남아 있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소재들이 언급될 때에는 반드시 무한도전식으로 변형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대상의 인기에 영합하는 단순한 따라하기로 폄하될 수도 없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이준기 신드롬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잘 생긴 남자들이 등장하는 광고 CF를 패러디하거나 MT에 와서 하는 게임이라는 명목으로 방송 3사의 인기 프로그램들에서 선보였던 게임들을 무차별적으로 함께 해볼 수 있었던 것 역시 무한도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잡아라 쥐돌이'를 '잡아라 벼멸구'로 바꾸고 '당연하지!'를 '물론이지!'로 바꿔서 해보고 재미가 없으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재미있는 다른 게임을 찾아볼 수 있는 재기발랄함과 솔직함이 무한도전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상대 프로그램의 포맷이나 아이템을 그대로 베껴쓰고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아닐까.

 


그곳에는 어처구니가 산다


박명수가 설문조사 1위 기념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어, 일어, 태국어,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모습은 어처구니가 없다. 그가 하는 말은 모두 엉터리지만 그 점을 비판하거나 그의 말을 못 알아듣는 사람은 놀랍게도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박명수를 "준비된 한류 스타! 아직은 하류 스타!"라고 표현하는 자막도 어처구니가 없다. 두 수식어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황금돼지해 특집'편(42회)에서 '무한도전 멤버들도 한류 스타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100분 토론까지 벌인 것을 보면 무한도전이 어처구니 없는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 분명한 것 같다. 게다가 '일본 특집'이라 불리는 '입조심 특집'편(73회)에서는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한류 스타로서의 입지를 확인하는 시간까지 갖기도 했으니 이러한 추측이 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또 다른 어처구니 없는 장면은 이 날 따라 털실로 머리를 장식하고 온 노홍철이 수북하게 빠진 방석털을 자기의 머리털로 착각하고 있는 장면이다. 다른 멤버들도 처음에는 '너 털갈이 하냐?'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점차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노홍철을 위로해주는 장면은 그 어처구니 없음에 슬며시 웃음이 배어나온다. 게다가 잔뜩 겁을 집어먹고 떨어진 방석털을 주워서 연신 자신의 머리에 붙이며 '요즘 개편이라 신경 쓸 게 많아서'라며 변명을 하는 노홍철을 보면 참 순진한 친구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람의 머리털이 그 정도로 빠지면 박명수에 앞서서 노홍철이 먼저 대머리 신세가 될 것이 분명한데 출연진들 중 누구 하나 그 점을 지적하는 사람없이 노홍철을 걱정하고 있는 광경이라니!


그러더니 이번에는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정형돈이 '청량리'라는 단어로 하하를 공격하고, 하하는 '리량청'이라고 정확히 발음을 한 뒤 '이촌동'이라는 공격단어를 선택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MT관련 3글자'란 주제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체 '이촌동'과 MT는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하하는 예전부터 유명인과 관련된 이름 대기 게임에서 '하윤국'(자신의 아버지 성함)을 선택하기도 하고, 포장마차와 관련된 주제어를 제시해야 하는 게임에서 소주를 즐기는 외국인들인 '조세핀'이나 '마장뚱'을 대기도 했으니 멤버들도 '이촌동' 정도는 하하의 어처구니 없음에 비추어 애교 수준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제작진도 게임을 중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는 녹화 당시에 아무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넘어갔을 공산이 크다. 무한도전 녹화장에 어처구니가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질 까닭이 없지 않은가! 모두의 혼을 쏙 빼놓는 그 어처구니의 이름은 아마도 빅재미라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by ddolappa

 

 

 

1. 식신 정준하의 등장.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2. 정준하가 식신이라 불리는 이유. '무(모)한도전' 21회(05-09-10) '고공에서 60초 세기'편에 출연한 모습.

 

 

3. 정준하와 일본과의 인연은 이후 '입조심 특집 - 일본 편'이 등장하는 간접적 계기가 된다. 물론 그 직접적인 이유는 그 당시에 일본에서 벌어진 팬 사인회에 참석한 정준하의 과장 섞인 자랑이 발단이 되고 있지만.

 

 

4. 알콜CEO 정준하와 치킨CEO 박명수의 갈등은 특채와 공채 간의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5. 노브레인 버전의 이준기를 흉내내고 있는 정준하

 

 

6. 실제로 연예인 야구단 <한>의 주장이기도 한 정준하의 힘이 넘치는 모습.

 

 

7. 하하와 노홍철의 이 모습을 잘 기억해 두자. 이 둘은 나중에 정준하에 의해 '간신배', '쭉정이'라 불리게 된다.

 

 

8. 덩치도 크고 힘도 세지만 소심하고 잘 삐치는 사람이란 사실이 이미 암시되고 있다. 그래서 정준하의 캐릭터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사자에 비유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정준하에게 무한도전은 겁쟁이 사자가 용기를 찾아떠나는 여행인 셈이다.

 

 
9. 너 술에 물 타지? 이 한 마디로 알콜CEO 정준하의 근엄한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10.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20회 특집'에서 자신의 형편없는 성적를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 탓으로 돌리고 있는 거성 박명수.

 

 

11.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21회 'MT 특집'에서 박명수의 학창시절 성적표를 토대로 제작된 그의 성공 스토리가 방영되었다.

 

 

12. <무한도전> 105회 '창작 동요제'에서 박명수의 창작동요 <공병>은 자신의 학창시절 경험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리고 위에서 공병을 줍던 어린 박명수가 다시 출연하고 있다.

 

 

13. 지난 주에 이어 유재석과 박명수가 펼치는 엉터리 영어회화 개그

 

 

14. 정준하의 헬멧 3종 세트. 이 장면을 반복해서 내보내는 까닭은 '헬멧'이라는 그의 캐릭터를 구축시키기 위함이고, 이는 그를 무한도전 멤버로 영입하기 위해 사전에 이미 캐릭터화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15. "주먹을 부르는 얼굴", "선빵 초대 얼굴", "스트레스 해소용 유재석 쌩얼!", "쌩얼 for 앵그리맨" 등으로 불리는 느끼함 가득한 유재석의 쌩얼

 

 
16. 심한 스트레스로 자신의 머리털이 빠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노홍철. 그러나 실제는 방석에 붙어 있던 털이 빠진 것이다.

 

 

17. 'MT관련 3글자'와 '이촌동'은 대체 무슨 관계? 하하는 이러한 방식으로 언제든 어거지를 부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