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s & Reeves, Media Equation
Byron Reeves and Clifford Nass, The Media Equation: How People Treat Computers, Television and
New Media Like Real People and Places, CSLI/Cambridge University Press
김정현, 조성민 공역, <미디어방정식>,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01)
Review by Paul Dourish
(Apple Research Laboratories)
스탠포드 대학의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인 바이런 리브스와 스콧 내스는 지난 수년간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러지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를 주도해 왔다. 이 연구는 과거에 텔레비전과 영화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과 컴퓨터에 대한 사용자의 반응이라는 두 가지의 분리된 부분으로 나뉘어 있던 연구의 영역을 통합한 것이다. 그리고 1996년에 출간된 <THE Equation Media>은 장기간에 걸친 이 프로젝트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equation"이라는 책 제목은 "미디어가 현실과 동일하다"는 의미이다. 이 책의 근간이 되었던 실험으로부터 리브스와 내스의 결론은 사람들이 컴퓨터, 텔레비전 등의 미디어를 일상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동일하게 대하고, 동일한 방식으로 상호작용 한다는 것이다. 즉 컴퓨터와 텔레비전은 사회적 행위자들로 인정되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일상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에 적용하던 법칙들을 미디어와의 상호작용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이러한 결론은 어느 정도는 첫 장에 제시된 그들의 연구 방법론에 암시되어 있다. 표면적으로 그 방법론은 명백한 듯 하다. 그들은 어느 사회과학 책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대인관계의 법칙들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그들은 "사람들은 자신과 성격이 유사한 사람들을 선호한다"라는 법칙을 제시한다. <THE Equation Media>에 따르면 미디어와 현실 세계는 동일하며,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미디어를 선호한다. 또한 저자들에 따르면 대인관계에 대한 여타의 법칙들에서도 사람을 미디어로 바꾸어 적용할 수 있다.
<THE Equation Media>에서는 또한 인간과 미디어에 대하여 동일하게 적용되는 일련의 법칙과 실험 결과들을 제시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지지한다. 예를 들어 그들은 "내성적" 또는 "외향적"인 프로그램들을 제작하여 사람들에게 그것들을 시청하도록 한 후 그들이 그 프로그램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서베이를 실시하였다. 그들의 예상과 같이 외향적인 사람들은 외향적인 프로그램을, 내성적인 사람은 내성적 프로그램을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실험에 사용된 법칙들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그들 자신에 대한 질문을 할 때 제 3자에 의하여 질문을 받은 경우보다 더 공손하게 대답한다, 비전문가보다 전문가를 더 신뢰한다,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계속 노력하는 사람보다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변화하는 사람이 선호된다, 일반적 타자들보다는 팀 동료들과 더 협동을 잘 한다, 비판하는 사람보다는 칭찬하는 사람을 선호한다. 각각의 경우에 대한 저자들의 결과는 사람들의 미디어에 대한 반응이 일관됨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전문가에 대한 실험은 두 가지 상황에서 동일한 뉴스와 오락 프로그램의 질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한 집단은 "뉴스와 오락 텔레비전"이라는 표시가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전부를 보았고, 다른 집단은 "뉴스 텔레비전"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는 뉴스 부분만을 보거나 혹은 "오락 텔레비전"표시가 있는 오락 부분만을 보았다. "전문적 텔레비전"표시를 제시하였던 "종합 텔레비전"표시를 제시하였던 피험자들보다 뉴스가 보다 정보적이고 객관적이라 평가하였으며, 오락 프로그램이 보다 더 편안하고 재미있었다고 평가하였다.
이러한 결과들로부터 리브스와 내스는 미디어가 현실과 동일하다는 결론을 제출한다. 그러나 이들이 제출한 수많은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이 결론은 문제를 내포한다. 연구 결과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이것이 결론을 보장해주는가에 대하여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몇 가지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그들이 적용하고 있는 "사회적 법칙들"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법칙들은 너무나 광범위하고 각각의 사회적 행위들이 발생하는 풍부한 맥락들을 무시하고 있으며, 행위의 기반들은 모호하고, 연구되지 않은 채 사용되었다. 이 연구들은 "사람들"이라는 개념이 법칙들 내에서 제대로 정초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또한 무엇이 "선호"를 형성하느냐, 혹은 무엇이 "칭찬"이고 "전문가"인가에 대하여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들이 제시한 법칙을 지지하고 있는 사회심리학("사회적 법칙들"에 대한 그들의 관점이 사회학이나 인류학은 배제한 채 오직 사회심리학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도 그들의 실험에서 조사되지 않았다. 이것은 특별히 문제가 되는 데 왜냐하면 그들이 가설, 방법론, 실험 등 엄밀한 과학적 연구의 모습으로 제시되지만, 내용을 살펴볼 때 그것은 과학적 "외피"에 불과함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만약 법칙들 그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 법칙들로부터 도출된 결론들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둘째, 연구 방법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사회학자들은 저자들의 연구가 기반하고 있는 실험실 연구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을 견지해 왔다. 사회적 행위는 일상적인 상호작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실험 상황은 일상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실험 상황(행위의 탈맥락화 및 연구자와 대상의 역할)은 사회적 요소들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세 번째인데, 이는 실험으로부터 도출된 결론들은 명백히 반박의 여지가 있으며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문적, 혹은 종합 텔레비전에 대한 인식을 다루는 실험은 테크놀러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관한 실험이라기보다는 미국 방송에 대한 조사인 것 같다.
또한 사람들이 사회적 행위를 어떻게 미디어나 컴퓨터의 프로그래머 등에게 전가하느냐에 대한 논의도 문제가 있다. 이것은 저자들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 만약 내가 신문에서 매우 불쾌한 기사를 읽고 신문을 던져 버렸다면, 나는 이 행동을 사회적 행위자의 신문에 대한 반응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사회적 행위가 어떤 사람의 사무실 문에 의존하고 있을 때 나는 사회적 행위자로서 그 문에 대하여 대응한 것이 아니다. 신문기사나, 사무실 문의 상태가 사회적 의미를 가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인간의 반응과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에 따르면 비인간적인 형태의 사회적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리브스와 내스는 체계적으로 피험자들의 지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또한 사람들이 컴퓨터가 생각하거나 화내거나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때에도 법칙들이 적용된다고 하는 것은 법칙자체의 타당성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전문적 텔레비전 실험에서 그들은 피험자들이 프로그램을 텔레비전이 아니라 전문적 텔레비전 네트워크가 제공한 것이라 믿었을 수 있다는 점을 제기하였다. 따라서 그들은 이 경우 "미디어"가 텔레비전 네트워크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 또한 시청자가 법칙을 기계적으로 따른다고 상정한다는 점에서 시청자에 대한 과소평가라 할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News Hour가 ABC 뉴스보다 더 객관적이라 믿는다면 시청자들은 사람으로서의 뉴스 방송사에 대하여 맹목적으로 반응하거나, 반대로 뉴스제작과 편성의 정치경제적 요소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리브스와 내스가 내린 결론은 이러한 점이 지적이고 교육수준이 높은 피험자들의 반응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 같다.
동일한 맥락에서 그들은 "이 연구를 통해 사람들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단순하다"라고 결론짓는다. 내가 보기에 이는 연구의 결론이 아니라 그들의 연구 뒤에 존재하는 가정이다. 저자들과 그들의 학생들은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작업하였으며, 서문에서 "우리의 연구를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은 큰 기쁨"이라고 언급하였다. 그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의 지성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Bob"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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