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질주..아틀란타의 황금사과
RENI, Guido (1575~1642)
Atalanta and Hippomenes
1622-25 Oil on canvas
Museo Nazionale di Capodimonte, Naples
한 쌍의 남녀가 우아한 몸동작으로 마치 고전발레라도 추는 듯한 육체의 교감을 나누고 있다. 레니의 이 그림을 보고 누가 '죽음의 경주'를 벌이고 있다고 상상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들은 지금 사랑하는 여인을 쟁취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맞이하느냐의 절박한 순간에 놓여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에서 아탈란타라는 아름다운 여인은 보이오티아의 딸로 '달리기의 명수'이며 영원히 결혼을 할 수 없다는 신탁을 듣고..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려 했지만 빼어난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녀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청혼자가 줄을 이어 그들을 거절하기에도 한계가 있어 하는 수 없이 그녀는 혹독한 조건을 내걸었다.
"나와 달리기를 해서 이겨면 나를 신부로 맞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지게 되면 그때는 목숨을 내놓아야 합니다."
John William Godward
Atalanta
1908. Canvas: 20 x 16 in / 50.8 x 40.6 cm
그녀는 여신의 권능으로 누구보다도 빨리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결혼을 꿈꾸며 경주에 참가한 수많은 청년들은 모두 목이 잘리고 말았다. 이 소문을 듣고 경주를 보러 온 히포메네스는 아탈란테의 미모에 반해 목숨을 거는 청년들이 한심했다.
그러나..아탈렌테가 경주를 위해 웃옷을 벗는 모습을 보는 순간, 그도 그들처럼 마음이 변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세상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것이였다.
상사병에 걸릴 정도로 도저히 그녀을 잊을 수 없었던 히포메네스는 여신인 아프로디테에게 간절히 빌었다.
마침내 경주를 하기 전 히포메네스는 아프로디테에게 기도하여 황금사과 세 개를 얻었다.
마침내 히포메네스 역시 그녀와의 경주를 신청했다.
그러나 경기장에 도착한 아탈란테는 그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녀 역시 젊고 생기있는 이 청년에게 호감을 느꼈던 것이다. 어떤 남자도 자신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아탈란테는 경주를 해서 결국 그의 목숨을 빼앗을 수밖에 없었다.
HALLÉ, Noël
The Race between Hippomenes and Atalanta
1762-65. Oil on canvas, 321 x 712 cm
Musée du Louvre, Paris
드디어 경주가 시작되고 역시 아탈란테는 히포메네스를 앞질러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히포메네스는 미리 준비했던 황금 사과를 꺼내 아탈란테에게 던졌다.
발밑을 지나 굴러가는 황금 사과를 본 순간 아탈란테는 망설였다.
황금 사과는 탐이 났지만 그걸 주우러 뛰어가면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아탈란테는 사과를 하나씩 줍느라 주춤했다.
그 사이에 히포메네스는 전력으로 달려 그녀보다 앞서 결승점에 도착했다.
물론 그들은 그 후 행복하게 살지 못했다.
히포메네스는 아프로디테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것을 잊어버렸기에
아프로디테는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를 모두 사자로 변신시켜 버렸다.
사자는 오직 표범과 짝을 이룰 수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그들에게 이보다 더 잔인한 운명은 없었다.
신화에서는 히포메네스의 경우처럼 간절히 원하는, 또는 보답 받지 못하는 사랑에 동정심을 보인다.
반면, 사랑을 외면하거나 냉정하고 매정하게 굴면 보복이 뒤따른다.
짝사랑만도 비극적인데, 그 사랑 때문에 서로가 비참한 운명에 처한다면 더더욱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신화나 전설 속 사랑의 또 하나의 명제는 "사랑에 겸손하고 짝을 이루라"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틀란타의 경주(Atlanta's race): 술수나 묘책을 써서 이길 수 있는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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