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론/리얼리티쇼

[스크랩] “패션은 제2의 피부, 당신의 품격을 매만져라”

ddolappa 2008. 7. 18. 18:00
조선일보 독자에게 보내는 그의 사인.
‘미국의 자존심’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

할아버지·어머니도 패션계 종사… 운명인 듯

TV 출연으로 고객층 넓어지고 고정관념 버려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에게 점령당한 세계 패션계에서 ‘메이드 인 U.S.A’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와 마이클 코어스(Kors·48)는 미국의 ‘자존심’이다. 디자이너 발굴 리얼리티 쇼 ‘프로젝트 런웨이’(Project Runway)에 심사위원으로 나와 “아니, 저 후보 작품은 도대체 싸구려 같아 눈을 뜨고 볼 수가 없군요!”라며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줬던 ‘입담’으로 그는 마크 제이콥스보다는 대중들에게 좀 더 친근한 이미지로 기억된다.

한국에서도 그의 인기는 대단하다. 그의 브랜드는 한국 진출 1년 만에 매출이 두 배 이상 늘고, 매장이 하나에서 4개로 확대됐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그가 방한했다. 역시 디자이너들의 유니폼인 검정니트와 검정재킷, 진바지를 입은 그는 특유의 꺾어지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선글라스 뒤로 장난기 어린 눈빛이 보이는 듯했다.

■“패션 DNA를 타고 난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의류 사업을 했고, 어머니(Joan Kors)는 모델이셨죠. 덕분에 저도 아이 모델을 했고요. 매일 새 옷 입고 디자인 스케치 하는 걸 좋아했어요. 아마 서너 살 때 엄마 보고 ‘그 꽃무늬 옷이 웬 말이야? 저 심플한 베이지 셔츠를 입으라고!’라고 외친 기억이 있어요. 디자이너가 될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그는 ‘학교에선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며 16살에 학교를 그만 둔 뒤 19살 때 뉴욕 로타스(Lothar’s) 부티크에서 디자인과 제품 구입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다 좀 더 본격적인 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위해 뉴욕의 유명 패션 스쿨인 FIT를 졸업했다. 1981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들었고, 97년부터 2004년까지 명품 브랜드 ‘셀린’(Celine)의 수석 디자이너를 맡아 노쇠해가던 브랜드 이미지를 역동적으로 바꿔 놓았다. “럭셔리하면서도 편안한 옷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한마디로 ‘캐주얼한 엘레강스’로 정의할 수 있죠.”

“저희 브랜드엔 한국인 디자이너가 아주 많습니다. 한국인들의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재능이 마음껏 발휘되고 있죠.”세계적인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가 8일 서울 롯데백화점 애비뉴엘 자신의 매장을 찾았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요즘엔 유치원생 팬도 많아요.”

그를 대중적인 스타로 만든 건 미국 브라보 TV와 패션 모델 하이디 클룸(Klum)이 공동 제작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면서. 국내에도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에 방송되면서 상당한 열성 팬을 모았다. “어느 날 친한 친구인 하이디가 일을 같이 해보자고 전화를 했어요. 전 ‘싫어 싫어 싫어’를 외쳤죠. 전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정말 싫어하거든요. 그런데 젊은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것이라 해서 ‘OK’를 했습니다. 다음주에 시즌 4 촬영을 시작하는데 아주 설렙니다.”

TV 출연이 가져온 변화는 무얼까? “외적으론 고객층이 넓어졌습니다. 제가 중저가에서 고가 라인까지 모두 만들어 고객층이 20대에서 60대까지로 넓은 편이긴 한데, 요즘엔 10대들도 저희 제품을 많이 사는 거예요. 재밌는 건 유치원생, 초등학생들까지 저희 매장에 와서 ‘코어스 아저씨 물건 살거야’라며 엄마를 조르는 일이 많아졌다는 거죠.” 스스로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나 할까. 깨쳤다고나 할까. 새로운 시각과 신선한 자극을 받고 고정 관념을 버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패션이란 ‘최후의 만찬’ 같은 것.”

사실 그의 첫마디는 이랬다. “아침에 시내를 둘러봤는데, 서울 사람들의 옷차림이 무척 경쾌하고, 시크(chic)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캘리포니아 같지 않아 다행이에요. 그쪽 동네는 어찌나 다들 평범한지…. 길거리에는 온통 운동복 차림에 볼 때마다 한숨이 나와요.”

그가 원하는 스타일은 무얼까. “전 캐주얼한 바지를 즐겨 입는데, 출렁이는 배에 고문을 가하는 듯한 형상의 벨트는 절대 아름답지 않습니다. 티셔츠를 바지 안으로 억지로 집어넣은 모습은 숨이 턱 하고 막힐 지경입니다. 키가 작거나 너무 뚱뚱하다 등 자신의 결점을 우선 인정하고, ‘제2의 피부’라는 생각으로 재단이 잘 된 옷을 골라야 합니다. 특히 20대에게 충고할 말이 있는데, 젊기 때문에 아무거나 입어도 멋지다고 자만하지 말고, 아주 고급스러운 옷을 단 몇 벌이라도 사라는 겁니다. 그 옷에 맞게 자신의 행동과 품격도 달라질 겁니다.”

그는 패션이 “아주 맛있는, 죽기 전에 반드시 맛봐야 하는 ‘최후의 만찬’ 같은 식사”라고 정의했다. “그게 옷이든, 액세서리든, 집안 인테리어든, 그 무엇이든 패션은 인생에서 우리가 반드시 사수해야 할 정수(essence)가 아닐까요.”
출처 : 여시네
글쓴이 : 무지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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