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28년 후’는 실패가 아닌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의 보완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것은 완전히 리얼한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분명 시나리오도 있고 대본도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 것까지는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인 틀을 짜 놓으면 그 안에서 출연자가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내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버라이어티에 비해 말과 행동의 에드립이 자유롭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가공의 것과 리얼을 구분하지 못하게 될 때, 리얼하다고 느끼게 되고 거기에서 생짜의 웃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식의 제작은 언제나 그 결과를 보장 할 수 없기 때문에 모험이 되고 그렇기 때문에 제작시간은 늘어나게 된다. 제작시간과 제작비가 한정되어 있는 방송에서 언제나 이런 모험을 할 수는 없기에 위험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고정적인 하나의 포맷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지금은 거의 사장되어 가는 꽁트에 있던 캐릭터를 끌어들였다. 그 결과 무한도전은 시리즈나 시트콤이 갖고 있는 연속성, 캐릭터가 모험과 만나면서 발생되는 RPG게임의 레벨업에 대한 기대가 발생하여 불가능해보였던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를 완전하게 정착시키며 황금기를 누리게 된다. 하지만 정확히 팽팽한 끈으로 유지되고 있던 캐릭터간의 관계가 하하의 입대로 인해 구멍이 생기고 더불어 이미 성장할 대로 성장해버려 더 이상 기대가 발생되지 않는 오래된 캐릭터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본인들은 인정하지 않는 이런 위기 속에서 김태호 피디가 선택한 시도는 영화와 크로스오버 시키며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일인 것 같다.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는 본격적으로 영화를 접목시킨 놀라운 작품이었다>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가 보여줬던 한계
솔직히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는 놀라운 작품이었다. 무한도전 자체가 말 그대로 불가능 할 것 같은 것을 도전하는 형식이었지만 그것이 출연자가 중심에 있는 것이었다면 ‘돈을 갖고 튀어라’는 연출자가 그 중심에 있는 작품이었다. 비록 ‘경주’편에서 이미 ‘내셔널 트레져’와 접목시키는 시도가 보이긴 했으나 그래도 아직은 ‘서울구경’ 쪽에 가까운 모양새를 보이고 있었다면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는 타이틀, 자막, 편집, 인물설정 등에서부터 영화를 적극적으로 표방하고 있었다. 스케일은 커지고 프로그램 자체의 모험성, 위험성 역시 커졌으나 방송으로 잘 뽑아내며 김태호 피디의 뛰어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성공에는 이미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백전노장 같은 출연자와 아직 캐릭터가 잡히지 않아 생짜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진이 있었다. 분명히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험성 높은 상황을 출연자들이 알아서 잘 끌고 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즐거움을 선사한 것은 그 누구보다 전진이었다. 그것은 전진만이 제대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어 만나게 된 리얼의 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척하면 척하고 아는 기존의 출연자들은 김태호 피디의 의중을 읽고 자신의 캐릭터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것을 ‘연기’한 것과는 다른 지점인 것이다. 거기에서는 리얼의 순간을 만날 수 없다. 비록 작품의 시나리오는 성공했지만 무한도전이 추구하던 것과 다른 작품으로 도착했다.
<재미는 바로 신선한 캐릭터인 전진이 리얼한 순간을 만나게 되며 발생한다>
<'28년 후' 그 의미심장한 시작>
‘28년 후’의 문제
어디서 들은 말이지만 한 작품의 연극에 장기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의 연기는 감동이 덜하다고 한다. 계속해온 연기이기 때문에 서로의 호흡은 너무나도 잘 맞지만 연기 자체가 습관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일 년 가까이 하고 있던 연극을 봤을 때 좋은 작품이라고 소문이 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받을 수 없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기계로 한 치의 오차 없이 매끈하게 뽑아낸 작품을 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리얼함을 위해 무한도전이 선택한 방식>
무한도전에도 바로 그런 문제점이 있어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28년 후’ 초반에 유재석이 말한 ‘요즘 들어 제작진이 점점 더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는 푸념은 의미 있게 들렸다. 그것은 오래된 캐릭터가 문제고 너무나 잘 맞는 호흡이 문제이기에 출연자를 바꿔서 해결하는 방식이 있는데 그것보다는 연출의 의도를 점점 더 모르게 해서 출연자가 당황하는 리얼의 순간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나가려고 한다는 정보와 같았다. 실제로 방송을 보면 출연자는 이것이 어떤 특집인지 모르는 것 같고 상당히 당황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되자 곧장 그들은 다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연기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것이 비록 실패로 이어지더라도>
‘28년 후’의 실패는 바로 여기에서 발생된다. 연출의 의도를 잘못 파악하고 행하는 연기 때문에 시나리오는 산산 조각난 것이다. 방송에서는 실패의 원인을 노홍철과 박명수의 행동으로 말했지만 사실 그들은 이제까지 그들이 해온 대로 한 것뿐이다. 다만 그들의 행동을 보면 이것을 ‘28일후’라는 영화나 ‘바이오하자드’같은 게임의 크로스오버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매년 해오던 ‘납량 특집’ 정도로 여긴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것을 시나리오를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주변사람들이 놀라는 모습을 담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뻔히 가도록 만들어 놓은 것 같은 길로 가기보다 다른 길을 향해 도망치기도 하고 다른 출연자가 오지 못하도록 방해 하는 행동들을 연기한 것이다. 유재석만이 그나마 어렴풋이 의중을 눈치 챘는지 하라는 대로 따라 가기 시작했는데 정말 놀래서였는지 백신을 떨어뜨리고 나자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주저앉아 한탄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재석의 한탄>
‘28년 후’의 용기
분명 ‘28년 후’는 실패 했다. 하지만 그 실패 이후의 행보가 대단해 보인다. 그들은 이 실패한 작품을 기꺼이 방송에 내 놓아 논란을 일게 만들고 실패한 프로그램에 대해 기꺼이 경위서를 작성하겠다고 한다. 분명 어떤 이들의 주장처럼 리로드 시켜 다시 만들 수 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출연자들은 제대로 의도를 파악하고 연기를 하기 시작할 것이다. 결국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에서 보여준 한계에 다시 다다르는 일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한도전은 - 물론 아직도 정상이라는 자신의 자리가 주는 안전성을 믿은 것이기도 하겠지만 - 기꺼이 실패작을 내놓는 용기를 내서 애당초 무한도전이 추구하던 리얼함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정말 쭈~~~~욱 계속될 것이란 기대가 생긴다>
나 역시도 무한도전이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도 내 힘들었던 시기에 주었던 웃음에 대한 의리 때문에 계속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도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나 보다. 분명히 인정해야 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직 잊지 않았다는 것과 그것을 잃지 않을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28년 후’ 라는 실패작을 내 놓음으로 그것을 분명히 알렸다. 그렇기에 다시 또 그들의 행보가 흥미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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